[시론] 세상 다 그렇다고 치자. 편집회의_Defense21+

세상 다 그렇다고 치자.

노무현이 김정일과 만나 굴종, 헌납, 이적의 행위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격이 떨어지는 저질 외교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 치자. 앞으로 그런 정치인은 없다고 치자. 그렇게 원 없이 죽은 사람을 난도질해도 우리 먹고 사는 일 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치자. 그래서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면 그의 무덤에 더 침을 뱉어도 좋다고 치자.

입만 열면 안보를 외치는 그 정당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어떻게든 형님 마음에 들어보려고.....”, “형님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 하는 여당 의원이 권력 앞에 무릎까지 꿇고 조아리고 굽실거리는, 이것은 어느 언론에서도 굴종이라고 말하지 않고 여당의 격이 떨어졌다고 말하지 않는 언론도 원래 그러려니 치자. 군 입대일이 전역일인 이 국회의원이 하루를 근무하고 장교로 소위로 군필자로 행세하는 그 처세술과 요령으로 3년을 쎄 빠지게 고생한 군필자를 “미련한 놈”이라고 비웃으며 산다고 치자. 그리고 이렇게 굽실거리는 국회의원이 경상도 자기 지역구가서 또 그런 식으로 형님 노릇해도 아무도 그것을 지역구 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하지 않는 그런 지역구민이 있다고 치자.

대통령이 총애하는 국정원장이 나라를 뒤흔드는데, 정작 대통령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유체이탈 화법으로 “소모적인 정쟁은 유감”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우리나라 대통령은 너무 격이 높으신 분이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래서 나라가 발칵 뒤집어져도 저 고매한 대통령은 이런 일에 안 끼어드는 것을 당연하다고 치자. 청와대에 들어가니 천한 것들의 문제에 개입할 필요를 못 느끼겠더라고, 그러니 애 낳고 살림하는 몸매가 퍼진 천한 아줌마들과 달리 한복이 잘 어울리는 거룩한 풍모와 신비로운 카리스마가 국가의 자산이라고 치자. 그 덕분에 한복이 세계화되는 국위선양의 영광을 맞이하고 있다고 치자.

김정일 위원장 바로 옆 자리에서 식사자리에서 건배를 한 국방장관 출신이 이제는 청와대에서 안보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내 체면에......”라면서 NLL 문제는 자기와 상관없는 듯 자리 유지만 해도, 국민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산다고 치자. 소신이고 철학이고 다 버려도 외부에는 꼿꼿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밑져도 본전이라고 치자. 동북아 평화공존과 남북통일은 관심 밖이라고 내 팽개쳐도 대한민국은 장마가 지지도 않고 지진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고 치자. 죽고 병들고 굶는 북한의 주민이 얼마이든 그것은 북한의 독재정권 탓이지 대한민국 탓이냐고 핏대를 높이면서 남북관계에서 갑으로 행세하겠다는데 이에 맞장구칠 언론이 90%라고 치자.

4성 장군 진급시켜서 육군참모총장 임명하고 임기 2년을 다 채워줬더니 원래 자기가 잘 나서 그런 줄 알고 언제든 임명권자에게 총부리를 들이댈 수 있는 그런 군 출신 정보기관장이라고 치자. 원래 그게 군바리의 속성이라고 치자. 3일 안에 대한민국이 공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잠을 못 이루고 공산주의 박멸하겠다는 데, 이런 애국심을 국민이 몰라주지만 “내가 참고 말지”라며 오늘도 품위와 명예를 지키는 데 한 몸 바치는 정보기관장이라고 치자. 그는 항상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끼고 산다고 치자.

그러니 자기들끼리 한 세상 잘 살겠다는데 그까짓 국가기밀 좀 깠다고 뭘 그리 시끄럽게 하냐고, “민생이 중요하다”며 점잖 떠는 여당이 있다고 치자. 이렇게 한다고 광화문에 10만명 촛불시위가 열릴 일은 절대 없다고, 우리는 이명박과 다르다고 호언장담하며 흐믓한 표정으로 소줏 잔 기울이는 청와대 직원들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더 부끄럽게도 직원을 5명 거느린 나 자신도, 돌아올 직원들 월급날 걱정하며 극심한 생존의 불안감과 싸우다보면 이런 나라 걱정도 사치라고 치자. 그런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고 치자. 내가 아니라도 세상 걱정 할 사람은 많고 대통령에게 아부하며 내일의 영전을 꿈꾸는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와 거기에 줄 선 수많은 정치생명들의 가련한 처지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치자. 그러니 무얼 그렇게 세상 피곤하게 사느냐고 스스로 위안할 수 있다고 치자. 저 험한 곳에 오늘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피맺힌 고통과 민주주의라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가치보다는 빨리 줄 서고, 충성하고, 노후에 해외여행이나 즐기고 싶은 그런 인생이 더 좋다고 치자. 전문가 행세하면서 남의 등이나 처먹을 궁리맊에 못하는 밥 벌래들 때문이라도 돈 많고 권력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거래처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각성해야 한다고 치자.

그래서 뭐가 문젠데? 잘난 체 하면 누가 알아 줄 건데? 죽은 대통령하고 왜 의리지켜야 하는데? 나라 문제를 왜 내가 고민해야 되는데? 그런다고 사람들이 박수 쳐 준데? 너만 이상한 놈 되는 거야. 박근혜와 그녀에 동행한 무리들 좀 봐. 보고 좀 배워. 세상에는 강한 것, 이기는 것이 정의야. 이미지 관리도 좀 하면서 살아야 할 것 아냐? 이렇게 내가 나에게 말하는데, 오늘도 이 말을 못 알아들으면 내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 할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훈계를 듣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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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