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캐고 다슬기 잡고…마음의 원기 회복 제철여행

2005년 8월18일자 기사 

 

[제철여행] 인삼의 고장 금산 체험여행

 

직접 인삼 주스·튀김 만들고 저녁무렵 금강 물줄기 찾아서

발 담그면 걱정·스트레스 ‘뚝’  바닥엔 다슬기가 다닥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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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막바지. 자녀들 여름방학도 끝나간다. 아침저녁 선선한 날씨에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8월23일)가 코앞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아직 휴가 일정을 못 잡은 이들도 적지 않을 터이다. 휴가를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 망설이는 분이라면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 땅에 눈길을 줘볼 만하다. 산과 들에 인삼밭이 깔렸고, 굽이치는 맑은 금강물엔 속살 오른 다슬기들이 깔렸다. 자녀와 함께 직접 인삼을 캐서 요리해 먹고, 다슬기 잡으며 한나절을 즐기는 여행을 떠나보자. 더위에 지친 몸을 인삼으로 일으켜 세운 뒤, 강물에 발 담그고 스트레스를 흘려보내는 여정이다.


02641840_20050817 copy.jpg홍도인삼마을 농촌 체험= 금산군 남일면 홍도마을(신정2리). 옛 이름이 홍도티로, 땅 모양새가 소반 위에 붉은 복숭아(홍도)를 올려 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복숭아나무는 드물고 인삼밭이 지천이지만, 봄엔 마을 들머리 길에 가로수로 심은 복숭아나무들이 붉은 꽃을 피워내 꽃마을을 이룬다. 홍도마을 주민들은 사철 도시민 가족을 위한 농촌체험 행사를 펼친다. 52가구 중 10여 농가가 참가해, 친환경농업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농촌 체험을 진행한다.


8~10월엔 인삼 관련 체험이 가장 인기다. 먼저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검은 가림막을 씌운 인삼밭에 들어가, 호미로 인삼을 뿌리째 캐낸다. 가림막 안에 쪼그리고 앉아,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던 아이들은 큼직한 삼뿌리를 뽑아들고는 환호성을 지르곤 한다. 간혹 붉은 인삼열매(인삼딸)가 달린 것도 있어 아이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인삼열매는 씨받이용을 빼고는 대부분 봄에 맺히자마자 따내버린다. 뿌리의 생장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금산초등교 5년 김은주(12)·안수민(〃)양은 한목소리로 “몸에 좋은 인삼이 몇년씩 땅속에서 자란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직접 캔 인삼들을 들어보였다.


체험객들은 인삼의 성장 과정 설명 및 캘 때의 주의사항을 들은 뒤 4~5년 된 인삼을 직접 캔다. 인삼을 캔 뒤엔 마을 체험관에서 인삼 주스·튀김을 만들어 먹는다. 유리병에 인삼 두세 뿌리를 넣고 술을 부어 인삼술을 담그기도 한다. 양현철(47) 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비료 대신 퇴비를 쓰고, 농약도 봄철 일정 시기에만 최소한의 양을 쓰는 저농약 인삼”이라며 “직접 캔 인삼은 비교적 싼값에 사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마을에선 인삼 체험말고도 두부만들어먹기·우렁잡기·여치집만들기·황토염색 등 체험을 진행한다. 4인 가족 하루 숙박과 두끼 식사, 기본 농촌체험(두부만들기·우렁이잡기·여치집만들기 등)을 포함해 6만원. 인삼 캐서 가져가기는 1뿌리당 5000원. 주스·튀김 만들어먹기는 각 2000원. 인삼술병 만들기는 3만원. 양현철 위원장 (010)4516-6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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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요리 만들기 체험= 금산의 종합복지관 다락원에선 상설 인삼요리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미리 신청하고 방문하면, 수삼과 닭고기·파인애플과 야채를 이용한 계삼냉채, 수삼과 메밀·새우·호두·다시마 등을 재료로 한 수삼메밀전, 수삼·돼지고기·부추에 꽃빵, 짜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수삼우육사와 꽃빵 등 인삼을 이용한 각종 음식을 전문 조리사의 지도 아래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1인 1만원. 다락원 복지팀 (041)750-4551. 요리교실 송미란씨 (011)9804-3240.


수통리 다슬기잡이 체험= 금강은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해 무주를 거쳐 금산으로 흘러온다. 금산 부리면 방우리에서 심하게 굽이친 뒤 거대한 절벽 적벽을 지나 수통리에서 평탄하고 너른 물살을 이룬다. 수통리의 금강은 폭이 넓은데다 완만하고 물이 얕아 물놀이에 알맞다. 이 완만한 물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여름놀이 중 하나가 다슬기잡이다. 바닥에 깔린 큼직한 주먹돌을 들추면 다슬기들이 붙어 있다. 다슬기는 낮엔 돌밑에 숨고, 저녁 무렵부터 돌에 붙은 해감 등을 먹기 위해 돌 위로 기어나오므로, 저녁 무렵이 잡기에 적당하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길가나 강변 돌밭에 차를 세워야 한다. 길옆 가게들에서 유리가 달린 플라스틱 다슬기잡이 도구(2500원)를 판다. 견지 파리낚시(2000원)로는 피라미·갈겨니 따위를 잡을 수 있다. 금산군청 문화공보관광과 (041)750-2372.

 

<여행정보>

 

02640745_20050817 copy.jpg수도권에서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금산나들목에서 나가 금산읍으로 간다. 홍도인삼마을은 금산읍에서 진안·용담댐 방향으로 15분쯤 가다 남일면 음대리 홍도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무주 쪽으로 1㎞쯤 가면 된다. 금산의 주요 볼거리로 들머리 전나무숲과 거대한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천년고찰 보석사, 선인들의 발자취가 새겨진 12폭포골, 강풍경이 아름다운 오지마을 방우리, 실내외에 각종 토기와 옹기 2000여점과 민속품 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아담한 개인 박물관인 태영박물관 등이 있다. 수통리 강가엔 거대한 절벽 적벽이 있고, 제원면 용화리 강가에선 밤풍경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금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들른 김에 튼실한 수삼 하나 사볼까  


수삼센터 옆 허름하지만 싸고 맛있는 백반집도 인기 

 

01174872_P_0 copy.jpg금산 여행길에 들를 만한 곳으로, 읍내의 수삼센터를 빼놓을 수 없다. 수삼센터 옆에선 허름하면서도 싸고 맛있는 백반집들이 기다린다. 9월2~11일엔 금산읍 일대에서 인삼축제가 열린다.


금산 수삼센터= 국내 수삼의 60~70%가 몰리고 거래된다는 국내 최대의 실내 수삼시장(사진)이다. 92개 점포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추석 당일 문닫음). 장날(2, 7일) 전날엔 도매가 이뤄지므로(보통은 오후 1시부터, 8월말~11월초 인삼 성수기엔 장서는 전날 종일) 많은 양을 살 땐 장 서기 전날 찾아야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 수삼값이 떨어지는 시기는 생산량이 느는 10월이다. 수삼은 크기와 품질에 따라 왕왕대·왕대·특대·대·중·소, 그리고 믹서기로 갈아 먹기에 알맞다는 ‘믹서’, 삼계탕용으로 쓰이는 ‘삼계’ 등으로 나뉜다. 보기에 튼실하고 다리가 고르게 뻗은 것을 상품으로 친다. 8월 중순 현재 왕왕대는 한 채(차, 750g)에 8만원대, 큰 것 서너 뿌리가 올라간다. 삼계 한 채엔 2만2000원선(50~60뿌리). 수삼센터 (041)753-7672.


수삼센터 옆 백반집들= 밥때가 되면 수삼센터보다 더 붐비는 곳이 센터 옆 골목의 허름한 백반집들이다. 수삼센터 구내 건물을 임대해 식당을 하는 네 집이 몰려 있는데, 푸짐한 맛과 인정으로 지방에서 인삼을 사러 온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곳이다. 대형 솥에서 펄펄 끓는 각종 국과 찌개들로 냄새부터 구수한 골목이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식당과 전주식당 등 백반 전문집이 두 곳, 순대국밥과 열무냉면을 하는 대지식당, 잔치국수와 추어탕·백반을 내는 센타분식 등 네 집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객을 맞는다. 백반엔 꽁치조림(가을엔 조기 지짐)과 청국장, 우거지된장국에다 게장·김·감자조림, 각종 나물까지 10여가지 반찬이 나온다. 지방 상인들은 이곳에 들러 수삼센터가 문을 여는 7시 전에 식사를 하므로, 새벽 5시면 문을 연다. 백반 4000원.


금산 인삼축제= 1999년부터 5회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로 뽑혔던 축제다. 올해로 제25회째를 맞았다. 9월2일부터 11일까지 금산읍 인삼엑스포광장과 인삼·약초시장 일대에서 벌어진다. 축제 기간에 인삼캐기, 인삼송편·인삼찰떡 등 인삼·약초요리 만들어 먹기, 인삼깎기·곡삼접어말리기·인삼술병만들기와 젓가락으로 인삼 씨앗 고르기, 약초썰기·한방진료·인삼건강마사지 등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인삼축제집행위원회 (041)750-2724.


금산 여행상품= 디스관광정보연구원은 금산군 지원으로 인삼축제 기간에 ‘웰빙 금산 여행’을 진행한다. 아침 8시 서울을 출발해, 인삼축제장을 찾아 체험행사들에 참가한 뒤 점심으로 토종닭·인삼백숙을 맛보고, 돌아오는 길엔 아산 스파비스에서 피로를 푸는 당일 여행상품이다. 1인 3만8000원. (02)3453-5380.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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