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도 눈치 안보고 “짜장”, 부처님도 “쩝~” 우리땅 이맛

청도 강남반점 ‘스님짜장’
고기 빼고, 파·마늘 빼고 도대체 뭔 맛?
전국 사찰 출장 공양…염불도 잊으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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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짜장카는기 쫌 부담시럽네예. 우리 부부가 불자아입니꺼. 스님짜장말고 사찰짜장, 버섯짜장카는기 안좋겠습니꺼.”
 
경북 청도군 금천면 동곡리(면소재지) 강남반점은 ‘스님짜장·짬뽕’으로 유명세를 타는 집이다. 말 그대로 스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를 달리 해서 만든 짜장·짬뽕이다.
 
주인 장기철(52)씨는 스님짜장이라는 말 대신 사찰짜장·버섯짜장이라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이라야 제대로 짜장면 느낌이 오듯이, ‘스님짜장’ 하고 부를 때 스님들이 즐겨 자시는 짜장면 맛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느낌이다. 장씨 역시 식당 차림표엔 스님짜장·짬뽕이라고 적고 있다. 명함엔 ‘원조 스님자장’이라고 박았다.
 
스님짜장이든 스님자장이든, 사찰짜장이든 버섯짜장이든 나그네 처지에선 맛이 있으면 다 좋다. 먹어보고 맛이 있으면 일부러 또 먹으러 찾아간다. 이 집 짜장·짬뽕 맛은 다시 가서 먹고 싶을 정도로 괜찮다. 짜장면을 이루는 핵심 재료로 평가돼 오던 돼지고기와 양파를 전혀 쓰지 않고도 구수한 짜장면을 만들고, 홍합·오징어 등 해산물과 양파 없이도 깊고 개운한 짬뽕국물을 끓여낸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어 장삼자락 ‘휘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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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늘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다시피한 우리 음식문화로 보아, 고기 빼고 파·마늘 빼고 일반인들이 즐기는 맵고 강하고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음식 만들기는 꽤 어려운 일이다. 불교에서 금하는, 맵고 강한 맛을 내는 다섯가지 채소, 이른바 오신채(五辛菜, 마늘·파·부추·달래·양파)야말로 우리 입맛에 착 붙는 음식을 만드는 기본재료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선 오신채를 뺀 순수 식물성 재료만으로 일반 중국음식점의 짜장면·짬뽕보다 훌륭한 면요리를 차려낸다. 느끼한 맛은 쏙 빠지고, 더 깊고 진하고 향기로운 맛이 입과 혀와 코를 사로잡는다.
 
Untitled-4 copy.jpg일단 이 짜장·짬뽕 맛을 한번 본 스님들은 비구·비구니, 고승·새내기승·떠돌이승 할것없이 장삼자락 휘날리며 찾아오고, 출장주문 신청을 해서 맛있게 자신다. 주문한다고 해서 만든 음식을 들고 절간으로 배달을 나가는 건 아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장씨 부부는 인원수대로 재료를 챙겨 차에 싣고 절로 출장공양을 나간다. 현지에서 뽑고 버무리고 볶아 더운 김 훅 끼치는 맛있는 짜장면을 몇그릇이고 만들어 돌린다.
 
강남반점 벽에 걸린 2월 행사일정표를 보자.
“7일 해인사 포교당 짜 일반 80, 8일 충주 석종사 짜 100, 21일 봉암사 짜 100, 22일 약수암 짜 100, 23일 동화사 짜 100, 24일 해인사 짬 200.”
 
포교당의 불자들이 주문한 일반짜장면도 있지만, 대부분이 전국 사찰의 스님들이 단체로 주문해 별식으로 먹는 ‘스님짜장·짬봉’이다.
 
고기 빼고 오신채 빼고 만드는 이 집 짜장·짬뽕 맛의 핵심은 버섯이다. 표고버섯을 중심으로 양송이·새송이·느타리 등 버섯으로 국물 내고 버섯으로 맛을 내고 버섯을 곁들여, 직접 뽑은 면발을 담아 낸다.
 
“표고버섯이야말로 음식의 깊은 맛을 내는 재료입니다. 향기도 맛도 그윽하죠. 여기에 각종 채소를 곁들이면 고기 한점 없이도 훌륭한 짜장·짬뽕을 만들 수 있어요.”
 
장씨가 표고·양송이·새송이·느타리 등 버섯류와 함께 주요 재료로 꼽는 것은 양배추와 호박이다. 이것만으로도 짜장맛·짬뽕맛의 기본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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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이’도 명물…유홍준씨 ‘운문사’ 글에서 스님짜장 소개

 
1990년 중국음식점을 개업한 장씨는 처음엔 요리사를 두고 일반 중국음식을 냈었다. 독실한 불자로 운문사 행사가 바쁠 때 일을 도와주곤 하던 장씨 부부는 자연스럽게 사찰음식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됐다. 그러다 차츰 일부 스님들을 위해 돼지고기·해산물·오신채를 뺀 짜장면·짬뽕을 만들어 대접했다고 한다.
 
이 음식이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전 문화재청장이자 미술사학가인 유홍준씨(당시 영남대 교수)가 운문사에 관한 글을 쓰면서, 장씨가 만든 짜장면을 ‘스님짜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부터다.
 
“나도 몰랐는데, 갑자기 ‘스님짜장’ 카는걸 묵으러 왔다는 손님이 줄지어 찾아오는 기라. 그기 먼데예? 카고 내가 손님한테 물어봤다아입니꺼. 그래 본격적으로 만들어팔게 된거지예. 그카고 보이까네 매스컴도 타고, 출장도 다니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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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출장공양 주문을 받은 것은 10년 전부터. 해남 대흥사부터 설악산 백담사까지 안 가본 절이 없을 정도다. 출장나가 가장 많이 만들어보기로는, 해인사 출장에서 600그릇의 짜장면을 만들었을 때다. 도우미 아주머니 한명 쓰지 않고 부부의 힘만으로 어떻게 수백 그릇 짜장면 만들기가 가능할까.
 
“둘이서 할라카모 택도 없지예. 재료를 인원수만큼 준비해 가가, 만들기 시작하모 사찰 공양담당 스님들과 보살님들이 다 맡아 도와주니 그카는기지, 그래 안하모 절대로 몬해예.” 절에는 또 초대형 솥을 비롯한 주방도구들, 식기들을 갖추고 있어 이런 대규모 상차림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반인 대상 출장주문은 아예 받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 집에서 인기있는 또하나의 음식이 ‘탕수이(茸)’다. 탕수육의 돼지고기 대신, 온갖 버섯을 잘라 튀겨 만든 버섯탕수다. 여기에 감과 귤 등 과일과 호박·당근 등 채소를 살짝 데쳐 올리는데, 이 탕수이 맛 또한 훌륭해 스님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강남반점을 찾아가려면 미리 전화를 해보는 게 좋다. 수시로 사찰 출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출장중엔 식당 문에 ‘사찰출장중’이란 팻말을 걸어 둔다. 청도군 금천면 면소재지인 동곡리 새마을금고 옆에 있다. 스님짜장 5천원, 스님짬뽕 6천원, 탕수이 2만원, 일반짜장 3천500원, 일반짬뽕 4천원. 강남반점 (054)373-1569.
 
청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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