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쨍 손끝 짜릿, 겨울맛 제대로 낚는다 길따라 삶따라

강원도 겨울축제 ‘얼음낚시’
30~50㎝급 대어 쑥쑥…즉석요리 체험관도
개썰매·스키마차 등 가족·연인 한나절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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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물게 춥고 배고픈 겨울이다. 오랜만에 겪는 을씨년스런 나날이다. 이 혹독한 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움츠러들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즐기는 게 좋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보다 ‘피할 수 있어도 즐기자’가 좀 더 즐거운 방식일 듯하다. 추우면 추울수록, 얼음이 얼면 얼수록 즐기면 되고, 즐길수록 몸은 더 따뜻해진다. 꽝꽝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즐기는 고기잡이 삼매경으로 추위를 날려 보자.
 
평창 송어 얼음낚시. 921o1951 copy.jpg우리 조상들은 이 땅에서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우리 땅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뻗은 강줄기야말로 애·어른 구분 없는 훌륭한 사철 놀이터이자, 맛과 영양이 빼어난 민물고기들을 숨긴 보물창고였다. 옛사람들은 겨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기잡이를 즐기며 추위를 견뎠다.
 
이런 즐거운 전통을 받들어, 최근 겨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행사가 얼음낚시를 주제로 내건 겨울축제들이다. 추위 따윈 아랑곳없이 겨울 맛을 제대로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축제장의 얼어붙은 강물로 모여든다. 축제장의 얼음낚시란, 널찍하게 정비된 강에 얼음을 얼리고 하루에 수천, 수만 마리씩 양식한 물고기를 푼 뒤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질을 해 잡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편의시설·안전시설·보온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들의 겨울 체험여행으로 알맞다. 30~50㎝급 대어를 낚는 손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낚시에 빠져들게 된다. 전통썰매·눈썰매·스케이트 등 갖가지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는 얼음판도 마련돼 있다.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등 음식 체험관도 다채롭다.
 
겨울 강 나들이에 보온과 안전사고 대비는 기본. 아무리 강 전체에 두꺼운 얼음이 얼었더라도 깊은 곳, 외진 곳을 찾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강물이 한쪽만 얼어 있는 경우엔 얼음판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겨울축제가 열리는 곳은 주로 강원 산간지역에 집중돼 있다.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얼음낚시 축제도 마찬가지. 1월부터 2월 초까지 강원지역 세 곳에서 얼음구멍을 뚫고 손맛을 즐기는 겨울낚시 축제가 이어진다. 낚시 말고도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마련돼 있는데다,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시설, 안전·편의시설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 온 가족 겨울 체험여행지로 좋다. 축제 기간 교통 혼잡은 각오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주말을 피해, 숙박시설을 미리 예약한 뒤 아침 일찍 나서는 게 좋다.
 
△ 제2회 평창 송어축제(2월1일까지)
겨울방학 ‘탐구생활’은 송어잡으면서 ‘출발~’
 
Untitled-4 copy 2.jpg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오대천에서 열린다. 평창은 44년 전 국내 처음으로 송어(무지개송어) 양식을 시작한 곳이다. 몸집 크고 힘 좋은 양식 송어를 활용해 겨울 얼음낚시 축제로 발전시켰다. 오대천에 길이 700m, 너비 100m의 얼음판을 만들어, 가족낚시터 1곳, 일반낚시터 3곳, 썰매장 등을 설치했다. 수심은 1~1.5m.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가족·연인이 낚시질하기 좋은 곳이 가족낚시터다. 비닐을 씌워 만든 작은 삼각형 바람막이 시설 안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오붓하게 낚시를 할 수 있다. 견지낚싯대도 무료다. 어린이들을 위해 썰매도 들여놨다. 또 일반낚시터에 비해 송어를 좀 더 풀어준다. 어린이들의 방학 숙제와 가족 체험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다. 각 낚시터엔 안전관리원이 배치돼 낚시 방법을 알려주고 안전사항도 점검한다. 먹이는 쓰지 않는다. 보통 낚시에 달린 인조미끼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송어가 입질을 한다. 벌레 모양으로 생긴 인조미끼를 따로 구입해 낚싯바늘에 끼워서 쓰기도 한다.
 
축제 기간에 매일 총 2t 분량의 송어를 낚시터에 푼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풀어도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일정한 시간에 먹이를 받아먹는 양식 물고기의 특성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가족낚시터 안전관리원 손종부(60)씨는 “양식장에서 기를 때 먹이 주는 시간이 오전 9~10시와 오후 3시30분~4시”라며 “따라서 이 시간대에 송어들의 입질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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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낚시터에 방류하는 시간은 매일 낮 12시 무렵이다. 그러나 당일 방류한 고기보다는 앞서 풀어놓아 적당히 굶은 고기들의 먹이활동이 활발하다는 게 손씨의 말이다. 일반낚시 1인 1만원(5천원 농산물 교환권 제공), 가족낚시 2인 3만원(예약제·교환권 없음·1인 추가 때 1만원). 송어 맨손잡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따로 마련된 풀에 매일 낮 2시30분 송어 100마리씩을 푼다. 반바지를 입고 들어가 맨손으로 잡아야 한다. 1인 1만원. 썰매장에선 각각 2천~1만원씩의 체험비를 내고 4륜ATV·전통썰매·얼음기차·바이킹·소발구·개썰매·스키마차 등을 즐길 수 있다. 6살 이하는 낚시 등 모든 체험이 무료다. 1월17~18일엔 축제장 특설트랙에서 스노카레이스 대회가 펼쳐진다. 축제위원회 (033)336-4000.
 
△ 제7회 화천 산천어축제(1월10~27일)
길이 2km 너비 110m 얼음판에 구멍‘송송’…봅슬레이 재미는 ‘덤’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지류에 축제장이 마련돼 있다. 길이 2㎞, 너비 110m의 얼음판을 조성해 가족예약낚시터·현장접수낚시터·루어낚시터 등 낚시터와 겨울놀이광장·얼음썰매장·눈썰매장 등을 마련했다. 낚시터 외엔 입장 무료. 개장 오전 9시~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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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의 산천어 하루 방류량은 주중 3t(약 1만2천마리), 주말 6t(약 2만4천마리). 수심은 깊은 곳은 3~4m에 이른다. 1만2천개의 얼음구멍을 미리 뚫어놓고 방문객들을 맞는다. 산천어 얼음낚시와 맨손으로 잡기 체험장 입장료는 주중 1만원, 주말 1만2천원. 5천원권 농산물 상품권을 돌려준다. 초등생·어르신·장애우·외국인은 5천원이다. 가족예약낚시터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낚시터마다 강가에 천막 쉼터와 난방시설을 갖춘 실내놀이터(온돌) 등이 마련돼 있다.
 
축제 홍보팀장 안규정씨는 “축제장 개방은 9시지만, 현장접수 낚시터의 경우 8시 이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일찍 서두르거나 가족낚시터를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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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산천어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가족은 낚시 안내원에게 문의하면 낚시 방법을 자세히 알려줘 손맛을 보며 낚을 수 있게 도와준다. 원칙적으로 1인당 세 마리까지 잡아 가져갈 수 있다. 산천어 양식장의 먹이 주는 시간은 오전. 이에 따라 오전에 더 많은 산천어를 낚을 가능성이 있다.
 
축제장에선 얼음썰매·눈썰매·얼음축구·봅슬레이·산천어 맨손잡기·얼음조각 감상 등도 즐길 수 있다. 봅슬레이는 길이가 60m에 이른다. 군청 앞 골목의 실내 얼음조각 전시관인 빙등광장에 가면 하얼빈 빙등축제 조각가들이 방문해 만든, 화려한 조명이 곁들여진 대형 얼음조각 작품 30점을 만날 수 있다. 농산물판매장·부녀회먹거리촌·구이터·회센터 등도 마련돼 있다. 1월18일엔 창작썰매 콘테스트가 벌어진다. 축제위원회 (033)441-7574.
 
△ 제12회 인제 빙어축제(1월30일~2월2일)
빙어 빨리 옮기기·맨손으로 빙어잡기 등 즐길거리 다양
 
Untitled-5 copy.jpg인제군 남면 신남 소양호 부평리 선착장 일대에서 열린다. 본격 축제기간을 전후한 1월15일부터 2월22일까지도 다양한 상설행사들이 마련된다. 소양호 상류 청정 물길의 300만평에 이르는 자연 빙판에서 빙어 얼음낚시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 빙어낚시터는 무료로 개방된다.
 
축제 기간에 빙어 무료 시식회, 빙어 빨리 옮기기, 맨손으로 빙어 잡기(5천원), 빙어 젓가락 옮기기(5천원), 빙어 빨리 먹기 대회, 빙어이야기 공연 등 무료 행사가 벌어진다. 빙판경보대회·통나무끌기대회(이상 5천원)·인간볼링·줄다리기·컬링게임 등도 곁들여진다. 참가비 5천원은 농산물 상품권과 교환되므로 실제론 무료 행사나 마찬가지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
 
평창·화천/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얼음낚시 어종>
 
△ 송어

평창 송어 얼음낚시.921o1956 copy 2.jpg송어는 산천어와 같은 종이다. 함께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회귀성 물고기다. 물이 차고 맑은 강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 뒤 산란기에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등과 몸 옆에 작은 암갈색 반점들이 있으며, 다 자란 성어의 몸길이는 60㎝ 정도. 다량의 디에이치에이(DHA)와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해 고급 횟감·구이 등 식용으로 쓰이면서 양식도 이뤄지게 됐다. 살이 소나무 속의 색깔과 비슷하다 해서 송어(松魚)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평창 송어축제에 쓰이는 송어가 우리 토종 송어는 아니다. 수입해 양식한 무지개송어다.
 
축제장에 마련된 먹거리촌에서서 송어회·구이·송어스테이크·훈제송어·송어튀김·송어만두 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낚시로 잡은 송어를 회센터로 가져가면 마리당 2천원을 받고 회를 떠준다.
 
△ 산천어

6000163421_20090108.jpg역시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냉수성 민물고기. 바다로 나가 산란하는 습성을 지닌 송어가 강에 그대로 남아 살기 시작하면서 민물고기화한 어종이다. 연중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인, 용존산소가 풍부한 찬물에서 산다. 몸길이는 30㎝ 정도로 송어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다. 등 쪽에 검은 반점이 있고, 몸 옆엔 타원형의 짙은 갈색 무늬가 있다. 우리나라의 동해로 흐르는 강 상류의 찬물에 주로 산다. 화천 축제에선 대량으로 양식한 산천어를 사용한다.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산천어가스·산천어버거·훈제산천어·산천어식해·산천어구이·회 등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잡은 산천어를 가져가면 회를 떠주는 회서비스센터(2천원)와 무료 구이터가 마련돼 있다.
 
△ 빙어

Untitled-3 copy.jpg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 몸길이가 다 자라도 5~10㎝ 정도여서 일부 지방에선 멸치 또는 민물멸치라고 한다. 옛 문헌엔 빙어(氷魚)와 함께 동어(凍魚), 공어(公魚)로도 기록돼 있다. 피라미나 갈겨니와 비슷한 모습이나 배 쪽의 은백색이 더 밝고 몸집도 날씬하다. 깊은 물속 찬물에 살다 겨울에 표면으로 올라온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통째로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빙어회를 먹을 때 수박향·오이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제 빙어축제장에서 빙어회·무침·튀김·조림·양념구이·산적 등의 빙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글 이병학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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