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머루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길따라 삶따라

[길 따라 삶 따라] 토종 가을맛

 

송이째 ‘와자작’, 입 안 가득 가을향기 새콤달콤
피부미용ㆍ피로회복에 탁월…와인으로도 생산

 

 

Untitled-8 copy.jpg먹을거리 풍성한 9월. 새콤달콤한 먹빛 열매, 머루가 제철이다. 큼직한 알과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포도에 눌려 잊혀져가던 토종 가을 과일이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나오는 '멀위랑 다래랑 먹고 쳥산애 살어리랏다'의 그 '멀위'다.

 

요즘 청소년들에겐 낯선 과일이지만, 일찍부터 조상들이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해 온 야생 과일이다. 참살이(웰빙)와 토종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머루를 재배하는 농가가 부쩍 늘었다.

 

머루는 생과일로도 먹고, 짜서 즙으로도 먹고, 숙성시켜 와인으로도 만들어 마신다. 식욕 촉진·피로 회복·허약체질 개선·신경쇠약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머루·섬머루·새머루·왕머루·개머루 등으로 나뉜다. 현재 농가들이 재배하는 머루는 야생종은 아니다. 야생 새머루나 왕머루를 포도와 교잡시켜 개발한 개량종 머루라고 한다.

 

전북 무주를 비롯해 임실, 강원 원주·고성, 경남 함양 등이 머루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들이다. 임실·무주·함양 등에선 '산머루 와인'을 생산해 인기를 끌고 있다.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서원마을 머루밭에서 수확을 하던 '부론 산머루 작목반' 반장 정해용(52)·원순애(50)씨 부부는 "머루는 당도가 높아 맛도 좋지만 피부 미용·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우리 작목반 머루는 밭에서 따서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무농약·친환경 재배 머루"라고 자랑했다.

 

Untitled-7 copy.jpg제초제는 전혀 쓰지 않고, 병해충 방제를 위해선 한약재로 만든 약을 뿌린다고 한다. 정씨가 머루를 한 송이 들고는 "머루는 이렇게 먹는 거래요" 하더니, 송이째 입에 넣고 훑어 '와자작' 소리를 내며 씨째 씹어 먹는 시범을 보였다. 

 

13개 농가가 10㏊의 밭에서 머루를 재배하는 부론면의 머루밭은 밭이랑마다 모기장을 쳐놓았다. "벌과 새들이 달가들어 다 쫘먹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생산한 머루는 생과일로도 팔고 즙을 내어 팩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껍질이 얇고 알이 잘 떨어지는 까닭에 농협 공판장을 통한 대량 유통이 안돼, 일반 소비는 적은 편이라고 한다.

 

부론면에선 8동의 저온저장고와 착즙시설을 마련해 머루를 가공해 팔고 있다. 곧 와인 제조 시설을 들여놓고 본격적인 와인 생산도 시작할 예정이다. 해마다 9월 중에 '치악산 산머루 체험행사'도 벌인다. 올해는 9월 중순에 추석 휴일이 걸려, 지난 6일 앞당겨 행사를 치렀다.

 

정씨는 "행사 때가 아니더라도 도시민들이 미리 연락해 오면 머루따기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만원을 내면 현장에서 마음껏 머루를 따 먹고 2㎏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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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병학 한겨레 여행전문기자 leebh99@hani.co.kr

 

◈ 여행쪽지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문막나들목에서 나가 문막에서 49번 지방도를 따라 부론면 소재지인 법천리로 간다. 정해용 부론 산머루 작목반장에게 연락하면 머루 따기 체험을 할 농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 010-3371-3148.

 

부론면의 법천사터와 거돈사터에 들러볼 만하다. 탑과 탑비, 각종 석조물들이 매우 아름답다. 고려 때 번창했던 고찰들로 임진왜란 때 불탔다고 전해진다.

 

<머루 축제>

9월 중 주요 머루 생산지에선 머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머루축제가 열린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길에 들를 만하다.

 

◇ 임실 삼계면 박사고을 산머루축제

9월20~21일 임실군 삼계면 세심리 송전마을. 50여 농가가 20㏊의 밭에서 머루를 생산해 이틀간 다양한 체험행사를 펼친다. 머루 따기, 머루즙 빨리 먹기, 산머루 와인 즉석 경매, 머루 염색 체험 등을 진행한다. 삼계면사무소 (063)642-7505.

 

◇ 무주 적상면 반딧골 산머루축제

9월20일 무주군 적상면 서창마을 산성와인공장 일대. 머루케익·머루파이·머루샌드위치·머루탕수육·머루인절미 등 머루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머루 따기·머루와인 만들기·머루즙 만들기(머루 밟기)·머루즙 손수건 염색 등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적상면에선 69농가가 20여㏊에서 머루를 생산한다.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7.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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