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신비 부활, 700년 고대 왕국 속으로 길따라 삶따라

부여·공주 ‘대백제전’…유홍준과 함께 시간여행도
초대형 뮤지컬 수상공연이 백미…곳곳 체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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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추린 백제 역사. 기원전 18년 온조왕(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들) 위례성(한강 일대)에 정착해 백제를 건국(한성백제). 문주왕 고구려에 밀려 웅진성(공주)으로 천도. 성왕 사비성(부여)으로 천도. 660년(의자왕) 나당연합군에 사비성 함락돼 678년 역사의 백제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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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행사로 처음 시작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이자, 백제 문화의 본고장인 충남 방문의 해. 이번 가을 신비의 고대 왕국 백제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고대 동아시아 중심국가의 하나였던 백제의 역사·문화를 국내외에 펼쳐 보이는 대규모 가을 축제가 백제의 고도 충남 공주와 부여에서 열린다. 가을빛 뚜렷한 금강 줄기를 따라가면, 당나라도 탐내고 왜도 감읍했던 눈부신 문화예술 왕국 백제가 기다린다. 곰나루·백마강 가에서 펼쳐지는 ‘2010 세계 대백제전’.
 
약 700년간 한반도에 빼어난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백제 역사·문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체험축제다.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을 주제로 9월18일(개막식은 17일)부터 10월17일까지 한달간 부여와 공주 일대에서 진행된다. 1955년 부여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행사로 처음 시작된 이래, 부여·공주 동시개최, 두 도시 격년제 개최를 거쳐 2007년부터 통합행사로 펼쳐오던 백제제전을, 올해는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규모를 대폭 키웠다.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대규모 공연과 첨단 영상기술, 크고 작은 체험행사를 통해 재발견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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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의 각종 행사가 매일 시간대별로
 
대백제전 기간에 공주·부여 등에서 무려 150개의 각종 행사가 매일 시간대별로 나뉘어 진행된다. 핵심 행사로 꼽히는 것만도 14개다. 핵심 중의 핵심 볼거리를 챙겨 보자. 주최 쪽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표적인 것이 백제 역사와 백제의 부활을 담은 수상공연 ‘사마 이야기’(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와 ‘사비미르’(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장)다. 신비의 왕국 백제와 백제인의 기상을, 특수효과를 통해 재현한 대형 뮤지컬 공연이다.
 
세계대백제전 조직위원회 이성우 사무총장은 “두 수상공연은 국내 수상공연 사상 최대 규모의 최장기간 공연물”이라며 “이를 통해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와 백제인의 혼을 느끼고, 우리나라 역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주 ‘사마 이야기’ 9월18일~10월2일, 매일 저녁 7시30분 공연(9막 70분·1352석). 부여 ‘사비미르’ 9월27일~10월11일, 매일 저녁 7시30분 공연(6막 70분·1326석). 1000여명에 이르는 연기자와 학생·군인들이 출연해 계백 장군의 전투를 재현하는 대형 공연물 ‘황산벌 전투’(논산천 둔치)도 눈길을 끈다. 10월 2, 3일(저녁 6~9시) 2회 공연. 부여와 공주 시내에서 진행되는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부여)이나 ‘퍼레이드 교류왕국 대백제’(공주) 등은 연기자들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대형 거리행렬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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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즐겁나? 손도 즐겁다!

 
세계대백제전 기간엔 공주와 부여에서 각각 수십종의 관객 참여형 체험행사들이 벌어져 관심을 모은다. 가족 단위로 참가해 즐기면서 백제 문화예술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행사들이다. 가장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주행사장인 부여의 백제문화단지와 공주의 고마나루 예술마당이다.
 
문화단지의 사비궁을 재현한 백제왕궁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대한 왕궁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하지만, ‘사비궁의 하루’를 비롯한 각종 공연·체험행사들이 벌어져 꼭 찾아봐야 할 장소로 꼽을 만하다. 왕궁에서 벌어졌던 일상을 재현한 ‘사비궁의 하루’에선, 혼례식, 사비 천도 행렬, 수문병 교대식 등에 참가해 체험할 수 있다.
 
공주 고마나루 예술마당 역시 ‘웅진성의 하루’와 각종 문화예술 체험행사들이 벌어지는 중심 행사장이다. ‘웅진성의 하루’는 백제의 정원과 환두대도 상징탑, 솟대 등을 재현해놓은 공간에서 백제시대 가옥과 우물, 백제 악시 등을 디지털 영상으로 체험하고, 백제 기마군단 경주, 물고기를 활용한 유물체험 등도 진행되는 행사다.
 
각국의 12개 역사도시의 문화예술을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세계역사도시전(고마나루 예술마당)도 흥미롭다. 백제 장승 깎기대회(9월19일 11시~16시 구드래광장), 백제 30대 왕인 무왕 즉위식 재현행사(9월19일 18시30분 구드래행사장), 마상술·호신술 등 백제 무예체험(상설, 10시~21시, 부여 왕흥사지 앞, 공연은 15시·17시30분 2회) 등에도 참가할 만하다. 이밖에도 부여 구드래광장과 공주 금강둔치에선 백제복식·와당·문양·솟대 만들기와 그리기 체험, 떡·연잎밥·두부 등 전통 먹을거리 만들기 등 수십가지 체험행사들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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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돛배 타고 백마강 달빛·별빛 여행

 
역사문화 유적지를 알차게 둘러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안내를 받는 게 필수. 주요 백제 유적지엔 해설사가 상주하지만, 별도로 마련된 ‘명사와 함께하는 백제여행’ 프로그램이 있어 이를 통해 감동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부여문화원과 공주문화원에서 각각 진행하는 행사다.
 
부여에선 10월2일 오전 10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과 함께 정림사터·부소산성·궁남지 등 부여의 백제 유적지들을 답사한다. 공주 공산성에선 토요일 밤마다, 고고미술학자 유홍준(10월2일), 한국화가 임동식(10월9일), 소설가 한말숙씨(10월9일)와 함께하는 ‘백제 달빛·별빛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금연주가 김영동씨(9월25일), 가수 김도향씨(10월9일)와 함께 떠나는 ‘스타와 함께하는 공주 여행’ 행사도 있다. 부여 백마강에서도 같은 날 저녁, 황포돛배를 타고 야경을 즐기는 ‘백마강 달빛·별빛 여행’이 진행된다. 전문가 인솔 행사여서 참가 인원이 50~100명으로 제한되므로, 문화원 등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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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코스 강추…마무리는 여기서

 
행사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백제 여행길. 여행·행사 안내 책자를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어디부터 들러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 이럴 때 조직위가 제시하는 일정별·시간별 관람코스를 참고하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공주·부여의 각 당일 코스와 두 지역을 연계한 1박2일 코스 등이 있다.
 
◆ 공주 당일 코스| 고마나루 예술마당 체험(1시간30분)~도보 2분~국립공주박물관(1시간)~도보 20분·차량 3분~무령왕릉(50분)~도보 40분·차량 5분~공산성 산책(1시간).
◆ 부여 당일 코스| 백제역사문화관(40분)·백제왕궁(2시간)~차량 20분~구드래 행사장 체험(1시간20분)~부교건너기·왕흥사터(40분)~차량 10분~부소산 산책(1시간30분)~차량 15분~국립부여박물관(1시간).
◆ 1박2일 코스| 당일 코스에 부여의 저녁 수상공연 사비미르 관람, 또는 공주의 수상공연 사마이야기(이상 공연시간 1시간10분)를 추가하고 이튿날 당일 코스를 따라가는 방식.
마지막으로, 공주·부여 여행길에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백제 역사와 문화를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공주박물관·부여박물관이다. 아무리 재미있고 볼거리 많은 행사여도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흥미는 반감된다.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부여박물관)와 같이 보는 이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유물들이 수두룩하다. 두 국립박물관에선 대백제전 기간에 백제유물 특별전을 마련해 관람객을 맞으니 꼭 둘러보시길. 무료.
 
 부여·공주/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세계대백제전 관람 요금
· 통합권| 세계대백제전 주행사장인 부여 백제문화단지와 공주 고마나루예술마당 통합 입장권. 일반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예매 8000원·4000원). 65살 이상 어르신·장애인·군인 3000원, 만 7살 미만은 무료.
· 전 기간 통용권| 어른 6만원, 청소년 4만원, 어린이 3만원.
· 수상공연 관람권(개별권)| 부여 사비미르 공연, 공주 사마 이야기 공연 각각 어른 B석 5000원, A석 1만원, S석 2만원(어린이 2500원·5000원·1만원).
· 부여 백제역사문화관과 부소산성·공주 공산성 등 유적지와 국립박물관은 행사 기간 무료.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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