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을 여행길로…휴게소에 놀러가자 길따라 삶따라

장시간 고속도로 운전의 지루함 달래줄 이색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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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휴게소(익산 쪽) 주차장에서 본 마이산 풍경.

‘졸리면 제발 좀 쉬어가세요.’

고속도로 운전 때 수시로 만나게 되는 간청·애원·부탁의 경고문이다. 오죽하면 이럴까. 자, 목적지를 향해 들입다 달리기만 하는 운전자의 시대는 갔다. 졸리지 않더라도, 귀향길이든 여행길이든 쉬고 놀며 길을 즐기는 게 요즘 추세다. 전국 고속도로에 190여곳의 휴게소와 200곳이 넘는 졸음쉼터가 있다. 설 연휴 귀향·귀경길에 쉬고 놀다 갈 만한 고속도로 휴게소들을 소개한다. 쉴거리·놀거리·구경거리를 갖춘 휴게소를 9가지 주제로 나눠 묶었다. 놀면서 쉬어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 산소방·샤워실·세탁실 갖춘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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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방. <한겨레> 자료사진

차별화된 고객쉼터에서 남다른 휴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들이다. 대전~통영선 함양휴게소(양방향)는 산소발생기를 설치한 고객쉼터를 운영해 인기를 끈다. 등안마기(상행 휴게소)와 발안마기(하행 휴게소)도 갖춰, 안마를 받으며 일반 공기보다 산소가 2배 풍부한 방에서 쉬어갈 수 있다. 이곳엔 무료 사워실과 세탁기도 설치돼 있다. 남해안고속도로 문산휴게소(순천 쪽)에도 산소방과 샤워실이 있다. 중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서울 쪽)는 샤워실·세탁실과 함께 수면실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경부선·호남선 등 10여곳에 샤워실이 설치된 휴게소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누리집(ex.co.kr) ‘휴게소 정보’ 참조.


■ 대형 쇼핑센터가 있는 휴게소

어느 휴게소나 의류 등을 파는 가게와 지역 특산품 매장 한두 곳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마음껏 쇼핑을 즐기기는 아쉽다. 대형 쇼핑센터를 들인 휴게소는 다르다. 휴식하며 쇼핑다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서해안선의 행담도휴게소와 영동선의 덕평휴게소, 경부선의 기흥휴게소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 쇼핑몰에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액세서리 매장이 도심의 쇼핑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거 입점해 있다. 중부선 마장휴게소에도 매장과 대형마트 등이 있다.

덕평휴게소(양방향) 쇼핑몰.
덕평휴게소(양방향) 쇼핑몰.

■ 애견 놀이터가 있는 휴게소

덕평휴게소(양방향) 애견카페.
덕평휴게소(양방향) 애견카페.

영동선 덕평휴게소(양방향), 이곳엔 대규모 애견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가 있다. 개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애견전시관과 공연장 등으로 꾸며진 ‘에듀파크’, 애견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실외 놀이터 ‘힐링파크’로 나뉘어 있다. ‘에듀파크’ 입장료는 이용하는 시설에 따라 다르며(3천~1만원), ‘힐링파크’는 1인 1견 기준 1만원이다. 경부선 죽암휴게소(서울 쪽)에는 무료 애견 놀이터 ‘멍멍파크’가 있다.



■ 체험하며 즐기기 좋은 휴게소

‘임실치즈 홍보체험관’이 있는 전주~광양선 오수휴게소(광양 쪽)가 대표적이다. 2016년 1월 문 연 치즈 모양의 건물 안에서 누구나 ‘치즈피자 만들기’(1판 1만5000원), 크림치즈 만들기(1인 3000원), 스트링치즈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 현장에서 먹거나 가져갈 수 있어 자녀 동반 가족들에게 인기다. 평소엔 주말에만 열지만, 명절엔 연휴 내내 연다. 이번 설 연휴엔 26~29일 나흘간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중부내륙선 영산휴게소(창원 쪽)에선 1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예약을 받아, 무료로 ‘두부 만들기 체험’ 행사를 연다. 단, 주말이나 명절 연휴를 제외한 평일에만 진행한다.

오수휴게소(광양 쪽)의 임실치즈체험관.  치즈체험관 제공
오수휴게소(광양 쪽)의 임실치즈체험관. 치즈체험관 제공

■ 문화유산이 기다리는 휴게소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는 휴게소도 많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부선 황간휴게소(서울 쪽)엔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만나볼 수 있는 국악기전시관이 있고, 경주휴게소(서울 쪽)엔 월산리 유적 전시관이 있다. 부산 쪽 경주휴게소엔 첨성대·석가탑 등 신라 유적 모형물을 전시해 놓았다. 경부선 언양휴게소(서울 쪽)에 설치된 선사 유적 반구대암각화 모형과 귀신고래 조형물·동영상도 볼거리다. 영동선 여주휴게소(강릉 쪽)에선 여주 도자기 명인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선 단양휴게소(춘천 쪽)에선 신라 진흥왕 때의 성곽인 단양적성과 단양적성비(국보)를 만날 수 있다. 휴게소에서 10분쯤 걸어오르면 된다. 중부선 이천휴게소(대전 쪽)에는 연탄가게·헌책방 등 1970년대 거리와 상점을 재현해 놓았다.

이천휴게소(대전 쪽)에 재현해놓은 1970년대 추억의 상점.
이천휴게소(대전 쪽)에 재현해놓은 1970년대 추억의 상점.

■ 어린이 볼거리 갖춘 휴게소

규모가 큰 휴게소엔 어린이를 위한 조형물과 놀이시설이 설치된 곳이 많아 자녀 동반 가족이 들러볼 만하다. 남해선 사천휴게소(순천 쪽)엔 항공우주홍보관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투기 등 40여종의 비행기 모형과 우주선, 헬리콥터 모형이 전시돼 있다. 화장실 벽면에도 각종 비행기 모형과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대전~통영선 고성휴게소(통영 쪽)엔 다양한 공룡 조형물과 3D 동영상 시설을 설치해 놨다. 당진~영덕선 화서휴게소(상주 쪽)에선 곶감과 호랑이 등 전래동화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중부내륙선 문경휴게소(창원 쪽)엔 유아·어린이를 위한 놀이공원 ‘키즈랜드’가 있다. 남자화장실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로보캅·마징가제트·드래곤볼 등 다양한 로봇 모형도 전시돼 있다. 안성휴게소(서울 쪽), 화성휴게소(목포 쪽), 정읍휴게소(순천 쪽), 여주휴게소(강릉 쪽) 등 전차·전투기·포 등 군용장비들을 전시한 휴게소도 많다.

문경휴게소(창원 쪽) 남자화장실 입구의 로봇 캐릭터 전시장.
문경휴게소(창원 쪽) 남자화장실 입구의 로봇 캐릭터 전시장.

■ 소원 빌면 들어준다는 휴게소

중부내륙 지선 현풍휴게소(대구 쪽)의 분수대 연못엔 ‘근심 먹는 도깨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지역에 전해오는 도깨비 전설을 도입한 시설이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근심거리는 도깨비가 사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이다. 동전은 거둬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반대쪽 현풍휴게소(현풍 쪽)엔 500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도 소원을 들어준다. 리본에 소원을 적어 다는 철망과 편지를 써 보내는 ‘느티나무 소원 우체통’이 마련돼 있다. 도깨비를 주제로 한 트릭아트 시설도 있다. 익산~포항선 와촌휴게소(포항 쪽)에는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의 전설을 주제로 한 소원탑·소원나무가 있다.

현풍휴게소(현풍 쪽)의 500살 느티나무.
현풍휴게소(현풍 쪽)의 500살 느티나무.

■ 내과·소아과·피부과…병원이 있는 휴게소

경부선 안성휴게소(서울 쪽)엔 내과·소아과·피부과·정형외과·비뇨기과 등을 진료과목으로 내건 ‘안성맞춤 의원’이 있다. 토요일 외엔 매일 오전 10시~오후 7시30분 문을 열어, 환자 발생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의약분업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와 함께 약을 바로 제조해주고, 링거 등 주사도 맞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이 대기한다.

안성휴게소(서울 쪽)의 안성맞춤의원. 안성맞춤의원 제공
안성휴게소(서울 쪽)의 안성맞춤의원. 안성맞춤의원 제공

■ 경관 전망 빼어난 휴게소

휴게소에 들러 쉬면서 멋진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다. 익산~포항선 진안휴게소엔 양방향 모두 마이정이란 전망대 정자가 있어 올라볼 만하다. 진안의 명물인 마이산 경치가 눈에 확 띈다. 말 귀를 닮은 암마이봉·수마이봉 두 봉우리의 도드라진 경관이 운전 피로를 가시게 해준다. 동해선 동해휴게소(동해 쪽)나 옥계휴게소(강릉 쪽)는 식사하고 차 마시며 창밖으로 탁 트인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휴게소다. 경부선 금강휴게소(양방향)는 수려한 금강 물줄기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금강 쪽으로 내려선다면, 고속도로에서 유일하게 술을 파는 포장마차도 만날 수 있다. 전주~광양선 황전휴게소(전주 쪽) 전망대에서 만나는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사성암 쪽 경관도 아름답다.

진안휴게소(포항 쪽) 전망대 마이정 앞에서 본 마이산.
진안휴게소(포항 쪽) 전망대 마이정 앞에서 본 마이산.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휴게소 화장실, 두려워 마세요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고 있는 가족사랑화장실.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고 있는 가족사랑화장실.

가족사랑화장실 내부.
가족사랑화장실 내부.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도 새로워졌다. 구조와 디자인은 이미 놀랄 만큼 달라졌다. 선인장 정원에 정수기와 자외선 컵 소독기까지 갖춘 화장실, 놀이공원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린이 전용 화장실, 카페처럼 배관을 노출하고 빈티지 조명등을 설치한 화장실도 등장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1년 사이 대부분의 휴게소에 ‘가족사랑화장실’을 설치했다. 장애인은 물론, 어르신·어린이 등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기 힘든 이들이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쓸 수 있는 곳이다. 손잡이, 기저귀갈이대, 어린이용 변기·세면기 등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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