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샘낼 섬나라 중의 섬나라 길따라 삶따라

   ‘뻘 반 백합 반, 물 반 고기 반’ 신안 자은도
 10여 개 해수욕장 100m 가도 물 허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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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안 남쪽 끝, 목포 앞바다에 신안군이 ‘떠 있다’. 섬으로만 이뤄진 섬나라다. 국내 약 3200개 섬 중 1000개 안팎의 섬이 신안에 있다. 국내 최다의 섬 고장이다. 신안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저기 솟은 저 섬 이름은 뭐요?’ 하고 관광객이 물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섬이 많다. 신안군에선 섬의 갯수를 1004개라고 주장하며 ‘천사의 섬나라’로 홍보한다. 그만큼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장이라는 뜻도 담았다.
 
 입도 눈도 즐거운 한적한 여름 휴가지로 딱!
 
 “파면 바로 안 나옵디여? 다 ‘백합밭’이랑게. 백합 사는 디가 뻘흙 섞인 깨알 모래땅인게로, 영양도 맛도 확 다르지라.”
 전남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둔장리 해변. 둔장리 이장 김도연(52)씨가 몇번 호미질을 하자 곧바로 큼직한 백합조개 두어개가 호미 끝에 걸려 나왔다. “요놈은 한 4년 된갑네요잉. 칼국수·수제비 끓이면 맛이 아조 끝내줘부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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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빠진 둔장리 ‘백합밭’은 광활한 평야 모습이다. 바다 쪽을 향해 걷고 또 걸어도, 파도는 여전히 멀리서 저혼자 자지러지다 돌아선다. 서쪽 끝 사월포도 동쪽 끝 할미섬도, 점점이 흩어져 백합을 캐는 주민들도 아득하다.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을 가진 섬 신안 자은도. 올여름 휴가여행 후보지로 찍어둘 만한 곳이다. 넓고 완만한 해수욕장들에서 즐기는 한적한 물놀이와 갯벌체험, 농산물수확체험을 기본으로 깔고, 보고 느낄거리까지 푸짐하게 갖춘 섬이다.
 자은도는 암태도·팔금도·안좌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차를 싣고 들어가면 느낌이 다른 네 섬의 풍부한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신안 압해도 송공선착장이나,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암태도·안좌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철부선)이 30~40분 간격으로 뜬다.
 자은도는 다리로 이어진 네 섬 중 가장 북쪽에 있다. 땅이 비옥해, 두봉산(363m) 자락 24개 마을에서 2000여명의 주민들이 주로 마늘·양파·대파 농사를 지으며 산다. 어업만 하는 가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섬의 동쪽엔 갯벌과 염전지대, 서쪽엔 소나무숲을 거느린 모래밭이 깔려 있다.
 해수욕을 즐길 만한 장소가 드문 아래쪽 세 섬에 비해, 자은도엔 크고작은 해수욕장이 10여개에 이른다. 둔장해수욕장(3.5㎞)과 백길해수욕장(길이 670m)·분계해수욕장(600m) 세 곳이 비교적 규모가 크고, 화장실·샤워실·텐트 등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다. 한여름에도 크게 붐비지 않고, 100m를 걸어나가도 물이 허리에서 찰랑일 정도로, 넓고 완만한 것이 특징이다.
 
 60년 대까지 부세 파시로 고깃배들 바글바글
 
 이 중에서 둔장리 해변은 가장 길고 넓고 완만하다. 모래와 뻘흙이 섞였는데도,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쩌어그서 쩌그까지 다 해수욕장이고 백합밭이지라. 종패를 뿌려놓면 해마다 2㎝씩 자랍디다.”(둔장어촌체험마을 배금남 사무장) 둔장리 주민들은 방문객들에게 호미·장화 등 조개 채취도구를 빌려주고, 일정한 량을 가져가도록 하는 백합캐기 체험행사를 여름내 운영한다. 백합조개는 일찍이 조선시대 임금 수랏상에도 자주 올랐던 고급 조개. 살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워 회·탕·찜·구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어왔다. 칼슘과 비타민A 등 영양도 풍부하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모래·뻘밭에서 두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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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jpg 백합캐기 체험과 함께 방문객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해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물고기잡이 체험이다. 밀물 땐 ‘후리그물’로 물고기를 몰아 잡고, 썰물 땐 설치해 둔 ‘산마이 그물’(일자형 삼중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거둬들인다. 전통 어업방식인 독살(돌그물)을 이용해 잡기도 한다. 여름엔 농어·광어·서대 등이 많이 잡힌다.
 김도연 이장, 배금남 사무장이 마을 청년들은 후리그물과 일자형 그물로, 1시간도 안돼 팔뚝만한 숭어·농어·우럭 예닐곱마리와 게·새우 등을 한보따리 잡아냈다. 후리그물은 길이 50m쯤 되는 그물 양쪽을 나누어 잡고 물이 들 때 고기를 몰아서 잡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방문객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고기잡이를 하도록 도와준다.
 둔전리 앞바다는 60년대 후반까지 부세(참조기와 비슷한 민어과 물고기) 파시로 이름 높았던 곳이다. “음력 4월부터 6월까지 이 바다에 5000여척의 고깃배가 몰려들었어요.”(김옥례 문화관광해설사) 배가 촘촘하게 들어차, 해변의 서쪽 끝 사월포에서 동쪽 할미바위까지 배 위로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을 모았다.
 “전국서 온갖 고깃배가 다 와 여서 고기를 부렸다닝게로.” “사월포에 아가씨만 80명이나 되았응게.” “부서(부세)가 ‘부욱 북’ 하고 우는디, 시끄러워 잠을 못잘 정도였어라.“ “요 해변으로 게도 겁나 깔려 있었어. 발 디디기도 무서웠다니께, 물릴까봐.” “물 한통에 게 한통씩 안 바꿨소잉.”
 
 아름드리 소나무 빽빽…자연호수 용소는 써도 써도 안 말라
 
 섬의 서남쪽 끝 분계해수욕장 뒤엔 2010년 생명의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숲’으로 선정한 소나무숲이 있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1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데, 이 중에 ‘여인송’이라 부르는 소나무도 있다. 물구나무 선 여인의 몸을 닮은 늘씬한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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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서쪽에 있는 용소는 주민들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자연호수다. 자은도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꼬리로 친 자리에 호수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온다. “생전 가도 마르질 않응게, 온 사람이 다 고 물로다 농사짓고 먹고 안 살았소.”(남상률 자은면장) 일제강점기엔 주둔하던 일 해군이 용소 물을 식수로 썼다고 한다. 이를 알리는 표석이 은암대교(자은~암태) 옆 빗돌 무리 사이에 있다. 조선시대 수군이 배를 매던 ‘주석(계선주)’과 불망비·묘비 들을 모아놓았다.
 이밖에 “잡아도 잡아도 끊임없이 나온다는 수로 참붕어낚시”와 주변 섬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두봉산 산행(왕복 3시간30분)도 해볼 만하다. 섬 북쪽 깃대봉 8부 능선엔 일제강점기에 판, “박쥐들이 바글거리는” 진지동굴 24개가 남아 있다. 남상률 자은면 면장은 “섬 곳곳에 코스모스·해바라기를 심어놓아, 올여름엔 방문객들이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밭에 심은 옥수수는 방문객들이 따 간식으로 쪄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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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은도 여행길을 한결 풍요롭게 하는 건 다리로 이어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볼거리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로 한시간 남짓이면 자은도에서 안좌도까지 이동할 수 있다. 암태도엔 1405년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세운 매향비, 국내 첫 소작쟁의였던 ‘암태도 소작인 항쟁’(1924년)을 기리는 기념탑, 섬에 딸린 추포도 갯벌에 남은 노두(갯벌에 돌을 깔아 건너다니던 돌다리), 깨끗한 추포도 해수욕장이 있다.
 팔금도의 고려말 3층석탑, 안좌도의 두리·박지도·반월도를 잇는 목교(천사의 다리), 방월리 고인돌 무리, 안좌 출신 화가 김환기 생가 등도 볼거리다. 나무를 줄지어 심거나 돌담을 쌓아 마을을 액으로부터 보호하고 바람도 막던 울타리인 ‘우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안좌도 대리 우실과 암태도 신석리 익금우실, 송곡리 송곡우실 등이 대표적이다.
 신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여행쪽지
 
⊙ 가는길/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목포나들목~15번 국도~압해대교~송공선착장. 송공선착장에서 암태도 오도선착장, 팔금도 고산선착장으로 가는 농협 철부선(차를 실을 수 있는 배)을 탄다. 약 30분 간격 운항. 20~30분 거리. 뱃삯 편도 3000원(어린이 1500원), 승용차 운임 편도 1만5000원(운전자 요금 포함). 고속버스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목포버스터미널 4시간30분, 목포버스터미널에서 목포항 여객선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로 15분. KTX로는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3시간10분, 목포역~여객선터미널 시내버스로 5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암태도·안좌도행 여객선을 탄다.
⊙ 먹을곳·묵을곳·체험거리/자은면 남진포구(은암대교 밑) 신진횟집(061-271-0008)과 암태도 단고리 신육일관(061-271-6767)의 병어회·찜, 민어회·농어회·금풍생이(군평선이·딱돔)구이, 매운탕 등 제철 생선요리. 자은도 둔장리 어촌체험마을(061-271-8476)에 예약하면 백합칼국수·수제비, 땅콩밥과 순두부, 제철 생선요리를 먹을 수 있다. 체험관에 각각 10여명이 잘 수 있는 숙소(거실과 방 2개) 2실이 있다. 싱크대·냉장고·전기밥솥·에어컨 갖춤. 1박에 4인 가족 5만원, 10명 10만원. 30인 이상은 경로당에서 숙박 가능. 몽골텐트 숙박은 3만원. 백합캐기 체험 1인 1만원, 후리그물 체험 3만원.
⊙ 여행문의/신안군청 관광진흥계 (061)240-8356, 자은도 둔장리 사무장 011-1775-8825, 분계리 이장 010-8484-8178, 4개 섬 문화관광해설 박옥례씨 010-4658-2422.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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