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즐기는 천국, 온몸이 노글노글 길따라 삶따라
2011.02.10 13:44 너브내 Edit
일본 큐슈 시마바라반도 온천여행
산 중턱 땅이 끓고 수증기 자욱, 유황 냄새 매콤
바닷물도 솟아…견공들도 눈 지그시 “어 시원타!”

350년 전 실제로 ‘지옥’이 됐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30명이 펄펄 끓는 늪지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다.
일본 규슈 서쪽해안 나가사키현에 시마바라반도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1934년)된 운젠국립공원이 자리한 곳이자, 일본에서 ‘지오파크’(독특한 지형·지층으로 지구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로 지정된 세 지역 중 하나다. 일본의 첫 골프장(9홀·1913년)이 들어선 곳도 여기다.
시마바라반도는 20년 전 198년 만에 분화했던 후겐다케를 중심으로 동·서·남쪽에 자리한 운젠시·시마바라시·미나미시마바라시 세 도시로 이뤄져 있다. 도시마다 특색 있는 자연용출 온천들이 지천이다. 피부병에 특효라는 유황온천욕과 함께 옛 화산 분화의 흔적, 일본 전통문화의 한자락을 보고 느끼는 여행이다. 후쿠오카에서 차로 3시간 거리. 아리아케만을 사이에 두고 구마모토현과 마주보며 남쪽으로 시마바라반도가 뻗어 있다.

천주교 신자 30명, 펄펄 끓는 늪지대 고문 ‘생지옥’
지고쿠온센(지옥온천). 전국토가 화산지대인 일본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지표면을 뚫고 끓듯이 솟구쳐나오는 온천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화산재와 뒤섞인 채 끓어오르는 온천수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온 마을과 산자락을 뒤덮는 모습이 지옥을 연상케 한다. 시마바라반도 운젠시의 온천을 대표하는 운젠지고쿠도 이런 곳 중 하나다. 반도 한가운데 솟은 운젠국립공원의 주봉인 후겐다케(1359m) 남서쪽 야타케(940m) 산자락의 해발 700m 고원에 자리잡은,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이다. 화산재와 온천수로 뒤범벅된, 6㏊ 넓이의 뜨거운 늪지대가 운젠지고쿠다.
끓어오르는 땅, 산불이라도 난 듯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수증기,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지옥’을 합작해낸다. 눈앞을 가린 뿌연 수증기 사이로, 온천수가 곧 터져나올 듯이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이 으스스하다. 운젠지고쿠는 350년 전 실제로 ‘지옥’이 됐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30명이 펄펄 끓는 늪지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다고 한다. 해마다 5월 이들의 순교를 기리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늪지대를 따라 2㎞ 길이의 나무데크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따라 걸으며 ‘유황지옥’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된다. 산책로 바닥에 깔아놓은 돌을 만져보면 온돌처럼 뜨끈뜨끈하다.
운젠지고쿠의 용출 온천수 온도는 섭씨 70~100도. 하루 400여t의 온천수가 솟는다. 히로시 히데야마 운젠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여기서 솟는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운젠온천마을의 20개 료칸(여관)·호텔에 온천수를 공급한다”며 “보기 드문 강산성 유황온천수로 살균효과가 뛰어나 습진·동상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온천욕만 할 수 있는 500~1000엔짜리 대중탕도 많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00엔짜리 대중탕이 눈길을 끈다. 100년 역사를 헤아린다는 유노사토 공동온천과 신유 공동온천이다. 값이 싼 만큼 시설도 열악하지만, “온천수는 정제하거나 물을 섞지 않은 원수 그대로”다.

족탕에 발 담그고 온천수에 익혀 먹는 고구마·달걀 꿀맛
운젠시 서남쪽 해안마을인 오바마초로 가면 또다른 이색 온천을 만난다. 규슈의 대표적인 해수온천인 오바마온천인데, 지하에 고였던 바닷물이 데워져 솟는 온천이다. 섭씨 105도의 온천수가 하루 1만5000t이나 솟아난다고 한다. 마을 해안길을 따라, 운젠지고쿠처럼 뜨거운 김이 솟는 용출지대가 이어진다.
용출량이 가장 많은 곳엔 발을 담글 수 있는 무료 족탕 시설과 고구마·당근·달걀 등을 온천수에 익혀 먹을 수 있는 시설을 해놓았다. 노점에서 고구마 등을 사서 바구니에 담아 원탕시설 안에 넣어두면 온천수의 열기로 순식간에 익는다. 가족도 연인도, 할머니·할아버지도 신발을 벗고 족탕 양쪽에 편안하게 앉아 발을 담근 채 잘 익은 고구마·달걀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족탕 길이는 온천수 온도 숫자와 같은 105m로, 일본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족탕엔 섭씨 105도의 온천수를 80도로 식힌 뒤 다시 바닷물을 섞어 40도로 낮춘 온천수를 흘려보낸다. 족탕 맨 끝쪽엔 애완견 전용 탕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크고 작은 견공을 안고 끌고 온 이들이 이곳에 모여 개 목욕을 시킨다. 흐르는 온천수에 몸을 담근 견공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온천욕을 즐긴다. 주변엔 바다 쪽 경치를 보며 온천을 즐기는 노천탕도 있다. 1시간 300엔. 반도의 동쪽 시마바라시와 남쪽 미나미시마바라시에도 만성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는 중성 온천과 족탕들이 널려 있다.
분화와 대지진, 산의 붕괴와 해일로 1만5000명 희생
시마바라반도 전체에 온천이 발달한 것은 한가운데 솟은 활화산 후겐다케(운젠다케)가 있어서다. 일본 전역엔 86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이 중 13개가 규슈 지역에 있다. 최근 분화를 시작해 눈길을 끄는,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사이의 신모에다케도 이런 활화산이다.(2월9일 현재 신모에다케 주변 반경 3㎞의 출입을 통제중인데, 북규슈에 속하는 시마바라반도는 남규슈의 신모에다케와 100㎞ 이상 떨어져 있어 시마바라 지역을 여행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후겐다케도 21년 전인 1990년 분화한 전력이 있다. 1991년엔 분화하며 굳어 있던 토석류가 쏟아져 내려 주변 시마바라시 남쪽 마을을 덮쳐 취재진과 화산학자 등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분화로 후겐다케 옆엔 높이가 124m나 되는 헤이세이신산(1483m)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서 1792년엔 대규모 분화와 대지진, 그리고 산의 붕괴와 해일로 무려 1만5000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시마바라시 문화관광 해설사 하세가와는 “당시 화산 분화와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옆산 마유야마가 3분의 1이 무너져, 토석류가 시속 100㎞의 속도로 바다 쪽으로 쏟아져내리며 324채의 집이 매몰됐다”며 “산에서 800m 거리이던 아리아케만 바닷가가 메워져 지금은 1.5㎞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산의 붕괴로 아리아케만에선 높이 23m의 해일(쓰나미)이 일었는데, 맞은편 구마모토현까지 해일이 오가며 덮쳐 피해가 컸다고 한다.

분화 때 대참사 그대로 보존해 아비규환 현장 생생히
시마바라시 쪽에선 1990년 분화 때 피해 모습을 보존해 여행객들이 둘러볼 수 있게 해놓았다. ‘토석류 피해가옥 보존공원’에서 당시 매몰된 가옥 중 11채를 볼 수 있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운젠다케 분화 과정과 토석류·화쇄류 유출 과정을 재현한 모습, 당시 희생된 취재진·학자들의 훼손된 장비 등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새로 발굴된 카메라에서 나온 동영상 필름을 복구해 상영하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운젠다케는 1996년 6년에 걸친 화산활동을 마쳤다. 지금은 흰 눈을 덮은 채 눈부신 구름 모자까지 쓰고 여행객들을 맞아준다. 봄이면 능선에 깔리는 철쭉 무리가, 가을엔 100종 이상의 붉고 노란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단풍이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겨울엔 정상 부근의 나뭇가지들에 맺히는 상고대가 압권이다. 이른아침 정상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지만, 산간도로 찻길이 얼어붙으면서 등산로로 향하는 차량 출입을 막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마바라시 일대엔 역사·문화 유적도 즐비하다. 일본 100대 성의 하나인 시마바라성에선 민속역사자료와 17세기 폭정에 항거해 일어난 3만여 가톨릭 신자와 농민의 반란(시마바라의 난) 관련 자료, 갑옷 등 역대 영주들의 물품들을 볼 수 있다. 무사들이 살던 집을 보전해 놓은 부케야시키와 이 마을을 관통하는 길이 400m의 수로, 수로를 따라 갖가지 잉어들이 헤엄치는 잉어마을, 1792년 화산 분화 때의 지진으로 물이 솟아 만들어진 시라치 호수도 볼거리다.
시마바라반도(나가사키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산 중턱 땅이 끓고 수증기 자욱, 유황 냄새 매콤
바닷물도 솟아…견공들도 눈 지그시 “어 시원타!”

350년 전 실제로 ‘지옥’이 됐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30명이 펄펄 끓는 늪지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다.
일본 규슈 서쪽해안 나가사키현에 시마바라반도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1934년)된 운젠국립공원이 자리한 곳이자, 일본에서 ‘지오파크’(독특한 지형·지층으로 지구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로 지정된 세 지역 중 하나다. 일본의 첫 골프장(9홀·1913년)이 들어선 곳도 여기다.
시마바라반도는 20년 전 198년 만에 분화했던 후겐다케를 중심으로 동·서·남쪽에 자리한 운젠시·시마바라시·미나미시마바라시 세 도시로 이뤄져 있다. 도시마다 특색 있는 자연용출 온천들이 지천이다. 피부병에 특효라는 유황온천욕과 함께 옛 화산 분화의 흔적, 일본 전통문화의 한자락을 보고 느끼는 여행이다. 후쿠오카에서 차로 3시간 거리. 아리아케만을 사이에 두고 구마모토현과 마주보며 남쪽으로 시마바라반도가 뻗어 있다.

천주교 신자 30명, 펄펄 끓는 늪지대 고문 ‘생지옥’
지고쿠온센(지옥온천). 전국토가 화산지대인 일본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지표면을 뚫고 끓듯이 솟구쳐나오는 온천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화산재와 뒤섞인 채 끓어오르는 온천수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온 마을과 산자락을 뒤덮는 모습이 지옥을 연상케 한다. 시마바라반도 운젠시의 온천을 대표하는 운젠지고쿠도 이런 곳 중 하나다. 반도 한가운데 솟은 운젠국립공원의 주봉인 후겐다케(1359m) 남서쪽 야타케(940m) 산자락의 해발 700m 고원에 자리잡은,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이다. 화산재와 온천수로 뒤범벅된, 6㏊ 넓이의 뜨거운 늪지대가 운젠지고쿠다.
끓어오르는 땅, 산불이라도 난 듯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수증기,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지옥’을 합작해낸다. 눈앞을 가린 뿌연 수증기 사이로, 온천수가 곧 터져나올 듯이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이 으스스하다. 운젠지고쿠는 350년 전 실제로 ‘지옥’이 됐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30명이 펄펄 끓는 늪지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다고 한다. 해마다 5월 이들의 순교를 기리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늪지대를 따라 2㎞ 길이의 나무데크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따라 걸으며 ‘유황지옥’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된다. 산책로 바닥에 깔아놓은 돌을 만져보면 온돌처럼 뜨끈뜨끈하다.
운젠지고쿠의 용출 온천수 온도는 섭씨 70~100도. 하루 400여t의 온천수가 솟는다. 히로시 히데야마 운젠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여기서 솟는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운젠온천마을의 20개 료칸(여관)·호텔에 온천수를 공급한다”며 “보기 드문 강산성 유황온천수로 살균효과가 뛰어나 습진·동상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온천욕만 할 수 있는 500~1000엔짜리 대중탕도 많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00엔짜리 대중탕이 눈길을 끈다. 100년 역사를 헤아린다는 유노사토 공동온천과 신유 공동온천이다. 값이 싼 만큼 시설도 열악하지만, “온천수는 정제하거나 물을 섞지 않은 원수 그대로”다.

족탕에 발 담그고 온천수에 익혀 먹는 고구마·달걀 꿀맛
운젠시 서남쪽 해안마을인 오바마초로 가면 또다른 이색 온천을 만난다. 규슈의 대표적인 해수온천인 오바마온천인데, 지하에 고였던 바닷물이 데워져 솟는 온천이다. 섭씨 105도의 온천수가 하루 1만5000t이나 솟아난다고 한다. 마을 해안길을 따라, 운젠지고쿠처럼 뜨거운 김이 솟는 용출지대가 이어진다.
용출량이 가장 많은 곳엔 발을 담글 수 있는 무료 족탕 시설과 고구마·당근·달걀 등을 온천수에 익혀 먹을 수 있는 시설을 해놓았다. 노점에서 고구마 등을 사서 바구니에 담아 원탕시설 안에 넣어두면 온천수의 열기로 순식간에 익는다. 가족도 연인도, 할머니·할아버지도 신발을 벗고 족탕 양쪽에 편안하게 앉아 발을 담근 채 잘 익은 고구마·달걀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족탕 길이는 온천수 온도 숫자와 같은 105m로, 일본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족탕엔 섭씨 105도의 온천수를 80도로 식힌 뒤 다시 바닷물을 섞어 40도로 낮춘 온천수를 흘려보낸다. 족탕 맨 끝쪽엔 애완견 전용 탕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크고 작은 견공을 안고 끌고 온 이들이 이곳에 모여 개 목욕을 시킨다. 흐르는 온천수에 몸을 담근 견공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온천욕을 즐긴다. 주변엔 바다 쪽 경치를 보며 온천을 즐기는 노천탕도 있다. 1시간 300엔. 반도의 동쪽 시마바라시와 남쪽 미나미시마바라시에도 만성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는 중성 온천과 족탕들이 널려 있다.
분화와 대지진, 산의 붕괴와 해일로 1만5000명 희생
시마바라반도 전체에 온천이 발달한 것은 한가운데 솟은 활화산 후겐다케(운젠다케)가 있어서다. 일본 전역엔 86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이 중 13개가 규슈 지역에 있다. 최근 분화를 시작해 눈길을 끄는,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사이의 신모에다케도 이런 활화산이다.(2월9일 현재 신모에다케 주변 반경 3㎞의 출입을 통제중인데, 북규슈에 속하는 시마바라반도는 남규슈의 신모에다케와 100㎞ 이상 떨어져 있어 시마바라 지역을 여행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후겐다케도 21년 전인 1990년 분화한 전력이 있다. 1991년엔 분화하며 굳어 있던 토석류가 쏟아져 내려 주변 시마바라시 남쪽 마을을 덮쳐 취재진과 화산학자 등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분화로 후겐다케 옆엔 높이가 124m나 되는 헤이세이신산(1483m)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서 1792년엔 대규모 분화와 대지진, 그리고 산의 붕괴와 해일로 무려 1만5000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시마바라시 문화관광 해설사 하세가와는 “당시 화산 분화와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옆산 마유야마가 3분의 1이 무너져, 토석류가 시속 100㎞의 속도로 바다 쪽으로 쏟아져내리며 324채의 집이 매몰됐다”며 “산에서 800m 거리이던 아리아케만 바닷가가 메워져 지금은 1.5㎞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산의 붕괴로 아리아케만에선 높이 23m의 해일(쓰나미)이 일었는데, 맞은편 구마모토현까지 해일이 오가며 덮쳐 피해가 컸다고 한다.

분화 때 대참사 그대로 보존해 아비규환 현장 생생히
시마바라시 쪽에선 1990년 분화 때 피해 모습을 보존해 여행객들이 둘러볼 수 있게 해놓았다. ‘토석류 피해가옥 보존공원’에서 당시 매몰된 가옥 중 11채를 볼 수 있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운젠다케 분화 과정과 토석류·화쇄류 유출 과정을 재현한 모습, 당시 희생된 취재진·학자들의 훼손된 장비 등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새로 발굴된 카메라에서 나온 동영상 필름을 복구해 상영하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운젠다케는 1996년 6년에 걸친 화산활동을 마쳤다. 지금은 흰 눈을 덮은 채 눈부신 구름 모자까지 쓰고 여행객들을 맞아준다. 봄이면 능선에 깔리는 철쭉 무리가, 가을엔 100종 이상의 붉고 노란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단풍이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겨울엔 정상 부근의 나뭇가지들에 맺히는 상고대가 압권이다. 이른아침 정상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지만, 산간도로 찻길이 얼어붙으면서 등산로로 향하는 차량 출입을 막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마바라시 일대엔 역사·문화 유적도 즐비하다. 일본 100대 성의 하나인 시마바라성에선 민속역사자료와 17세기 폭정에 항거해 일어난 3만여 가톨릭 신자와 농민의 반란(시마바라의 난) 관련 자료, 갑옷 등 역대 영주들의 물품들을 볼 수 있다. 무사들이 살던 집을 보전해 놓은 부케야시키와 이 마을을 관통하는 길이 400m의 수로, 수로를 따라 갖가지 잉어들이 헤엄치는 잉어마을, 1792년 화산 분화 때의 지진으로 물이 솟아 만들어진 시라치 호수도 볼거리다.
시마바라반도(나가사키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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