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직접 뽑고 김유정 주점 들러볼까 길따라 삶따라

봉황대·애막골시장·몸짓극장
춘천에 숨은 소소한 볼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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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엔 남이섬·삼악산·소양호·청평사 등 굵직한 볼거리들이 많다. 이번엔 이런 명소들 보러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소소하지만 느낄 거리 풍성한 곳들을 찾아간다. 시내 곳곳에 짭짤한 볼거리·즐길 거리들이 숨어 있다. 월드레저경기대회 경기 관람·체험을 전후해서 어렵지 않게 들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송암동 봉황대와 상중도 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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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주변에 삼악산·봉의산·대룡산 등 높고 전망 좋은 산들이 있으나, 가볍게 오를 산들은 아니다. 의암호 안팎에 불과 5~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의암호와 춘천시내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들이 있다. 춘천 월드레저경기대회가 열릴 송암스포츠타운 옆의 봉황대(126m)와 중도 북쪽 섬인 상중도 끝에 솟은 고산(99m)이다. 낮은 봉우리들이지만, 춘천이 세 강물이 한데 모여 이룬 호반의 도시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장소다.
 
봉황대는 삼천동 라데나 콘도 옆 강변의 작은 봉우리를 말한다. 본디 누에 머리를 닮아 잠두봉이라고도 했다. 콘도 본관 옆 나무계단을 올라 소나무숲길을 잠시 걸으면 무덤이 하나 있는 정상에 이른다. 북한강과 소양강 그리고 공지천 물길이 합류하는 의암호와 중도·상중도, 모래 채취로 만들어진 모래섬, 봉의산과 춘천시내 일부를 볼 수 있다.
 
송암동과 삼천동 일대는 조선시대 한양~춘천을 오가는 길목이었다. 선인들은 춘천서 한양 가는 길에 이 봉우리에 잠시 들러 떠나온 춘천 쪽을 다시한번 바라봤다고 전해온다. 1967년 의암댐이 생기기 전까지도 봉우리 밑 강변에 널찍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서 올려다보는 봉황대 절벽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한다. 조선 광해군 때 중도로 유배왔던 신흠이 이곳 경치를 시로 읊기도 했다. 이곳 전망은 무덤 앞 소나무 밑으로 내려서야 좋지만, 그 밑은 바위절벽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라데나 콘도 앞에서 중도 선착장 사이 언덕 대로 한가운데 선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180년 된 갈참나무 성황목으로, 주민들은 돌모루(돌고개·석현)라고 부른다. 봉황대로 오르던 옛 길목에 선 나무다. 길 확장공사 때 사라질 뻔했으나 이 나무를 신성시해온 주민들 반대로 살아남았다. 나무 앞 제단에 놓인 막걸리통이 주민 정서를 드러낸다.
 
공지천 건너 의암호 산책로가 이어지는 평화공원 앞 사거리를 지나면 왼쪽에 상중도 선착장이 있다. 여기서 약 한시간 간격으로 뜨는 상중도행 배를 탈 수 있다. 상중도는 10가구가 사는 유인도다. 이 섬 북쪽 끝자락에 솟은 절벽이 고산이다. 다소 위태로운 비탈길을 따라 5분이면 오르는 작은 봉우리지만, 주변 경관이 새롭게 다가온다. 춘천시내 전망은 물론, 서면 쪽 산줄기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아름답다고 하는 장소다. 그러나 8월 중순 현재 잡풀이 우거져 길이 덮인데다, 낭떠러지 옆길이어서 오르기에 위험하다. 춘천시 쪽은 레저경기대회 전에 길을 정비할 계획이다.
 
춘천시 문화유산해설사 신용자씨는 “봉황대와 고산 두 봉우리는 매우 낮지만, 일단 오르면 이런 곳이 있나 싶게 전망 좋고 얽힌 이야기도 많은 곳”이라며 “춘천 시민들도 모르는 이가 많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라고 말했다.
 
 
번개시장·애막골시장·풍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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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시장이란 새벽에 시작돼 아침 나절이면 대충 정리돼 파장하는 반짝시장을 말한다. 전국의 도시 지역에서 이런 반짝시장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춘천엔 이 시장이 두 곳이나 있다. 소양로1가 뒷골목의 번개시장과 석사동 애막골 도로변의 언덕시장(아침시장)이다. 소양로 번개시장은 수십년 유래를 지닌 곳으로, 매일 새벽 3시부터 도매시장이 열리고,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소매시장이 오전 9~10시까지 이어진다. 본디 춘천 서면, 양구 등지의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갖가지 반찬류를 배에 싣고 강을 건너와 판을 벌이던 소규모 장이었다. 최근 들어 붙박이 상인들이 늘면서 번개시장이란 이름이 무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시골 어르신들의 삶의 표정과 촌 인심, 그리고 때때로 상인들의 악다구니를 한자리에서 겪을 수 있는 장소임엔 분명하다.
 
강원대 후문 입구에서 양구·만천리 방향으로 고개 넘어 석사동 대우아파트 지나면 오른쪽 인도를 따라 펼쳐지는 애막골 언덕시장을 만난다. 불과 2~3년 전에 형성된 새로운 반짝시장이다. 매일 새벽 4시부터 형성돼 오전 내내 이어진다. 일부 상인들은 오후까지 좌판을 벌여놓기도 한다. 보통 300m 정도 거리에 과일·채소와 순두부·반찬류를 내다 파는 좌판 행렬이 형성되지만, 많을 땐 500m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아파트에 주로 사는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주변 농민들이 직접 텃밭에서 재배한 소량씩의 채소·과일들을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이라야 대개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오이·호박·호박잎·복숭아·자두·옥수수 등 제철 먹을거리들이다. 주민들은 언덕 위쪽의 제법 큰 좌판보다는 아래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할머니들의 소박한 좌판을 선호한다. 한 봉지에 500원, 1000원짜리 채소·반찬류가 많다.
 
약사동 풍물시장이 열리는 장날(2·7일)이라면 당연히 그곳으로 가야 한다. 복개천과 그 뒷골목에 형성된 아주 정겨운,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시골 장터다. 그러나 최근 이 복개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올가을 풍물시장은 새로 생긴 경춘선 전철 신남춘천역사 부근 고가철도 다리 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새 시장 입지가 좋다고들 하지만, 박스형 가게들로 입주하게 돼 약사동 뒷골목 장터의 정겨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막국수체험박물관·몸짓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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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엔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춘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 문화예술 시설들이 많다. 인형극장·애니메이션박물관·드라마갤러리·몸짓극장·막국수체험박물관 등이 그곳들이다. 그리고 소설가 이름을 붙인 전국 유일의 철도역 김유정역(옛 신남역)도 있다. 문화예술의 도시임이 느껴지는 시설들이다. 신북읍 산천리의 막국수체험박물관은 단일 음식을 주제로 한 드문 박물관이다. 막국수 유래와 메밀 관련 자료, 전통적인 조리 과정과 선인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인기 있는 곳은 2층의 막국수 체험장이다. 수동식 막국수 틀 3대, 반죽기 6대를 설치해, 방문객들이 강사 지도 아래 메밀가루를 직접 반죽하고 면 뽑고 삶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입장료 1000원, 체험비 5500원(4인분 재료), 매시 정각에 체험 시작.
 
몸짓극장은 몸짓으로 하는 마임 전용 극장이다. 마임 연극인들은 그동안 춘천의 소극장들에서 공연을 해오다, 최근 효자동 문화예술회관 앞에 전용 극장을 개관했다. 8월21일 오후 5시 ‘아프리카 시 읽는 저녁’(시낭송·음악·마임 공연)이 무료로, 28일 저녁 8시엔 예술파티 난장판(호러픽처쇼·입장료 1만5000원), 그리고 9월2~5일엔 국제연극제 공연이 이어진다. 약사동 풍물시장이 남부로 길 건너편에 있어 함께 들러볼 만하다.
 
이밖에 ‘봄봄’ ‘동백꽃’의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 유명한 춘천옥이 생산되는 옥광산 등도 흥미롭다. 실레마을에선 김유정문학관과 김유정 생가, 김유정이 막걸리를 마시러 다니던 옛 주점(폐가)과 소설의 무대가 된 곳들을 둘러볼 수 있다. 실레마을은 이름난 토종 부추 생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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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2만원이면 하루종일 춘천 투어
 
⊙ 가는 길| 서울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 강일나들목에서 춘천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춘천교차로에서 춘천 쪽 중앙고속도로로 바꿔타고 시내로 간다. 고속도로 끝에서 5번 국도 타고 화천 방향으로 직진, 남부사거리 지나 근화사거리에서 좌회전해 공지천교 건너 다시 우회전, 송암스포츠타운·중도선착장 팻말 따라 경기장으로 간다. 스포츠타운 안 곳곳에 4300대분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02-446-8000)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영동선·02-530-6311~5)에서 수시로 운행. 경춘선 철도는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까지 50분 간격 운행(6시10분부터 22시). 레저경기대회 기간에 남춘천역 앞에서 송암스포츠타운까지 임시 왕복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 먹을 곳| 근화동 뒷골목의 골목손두부(033-256-6259)는 14년째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들어내는 집이다. 콩국이 진한 콩국수를 비롯해 두부구이·두부전골·청국장 등을 낸다.
 
⊙ 묵을 곳| 춘천시청 주변, 남춘천역 주변에 모텔·여관이 많다.
 
⊙ 춘천시티투어 버스| 토요일 10시 남춘천역에서 출발해 17시40분 출발지로 돌아온다. 짝숫날엔 김유정문학촌·소양강·화목원·막국수체험박물관·애니메이션박물관, 점심 포함 2만원. 홀숫날엔 춘천박물관·청평사·소양강처녀상, 자유식 1만3천원. 춘천시청 관광과 (033)250-3089.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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