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파라솔 장관 뒤 '달빛 소나타' 길따라 삶따라

달맞이고개 숲길·추리문학관 등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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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피서철이면 하루 최대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물 반 사람 반의 북새통을 이룬다. 피서 절정기엔 길이 1.6㎞, 폭 30~50m의 모래사장에 무려 1만여개에 이르는 색색의 비치파라솔이 빈틈없이 깔려 장관을 펼쳐 보인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라고 한다.
 
주차 문제를 덮어둔다면 해운대해수욕장은 장점이 많은 곳이다. 국내 해수욕장 중 거의 유일하게, 고층빌딩이 밀집한 거리에서 길만 건너면 모래밭과 바닷물이 펼쳐진다. 경사는 완만하면서도 파도는 높아, 파도타기까지 가능한 이국적 해수욕장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 덕에 인파가 인파를 부른다. 북적이는 피서지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특히 많이 몰리는 곳이다.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의 볼거리·즐길거리를 둘러봤다.
 

해운대는 남해바다…송정은 동해바다


해운대란 명칭은 신라 말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의 자 해운(海雲)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최치원이 가야산으로 가는 길에 이곳에 들렀다가 경치에 반해, 절벽에 자신의 호를 따 해운대라 이름하고 글씨를 새겼다고 전한다. 동백섬 동쪽 암벽에 글씨가 남아 있다. 쌓았다는 높직한 대는 흔적도 없지만, 지금도 소나무·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한바퀴 거닐며 숲과 바다를 감상할 만하다. 황옥공주의 전설을 담아 세운 인어상도 있다. 황옥공주는 인어나라에서 시집온 공주라는 전설의 인물이지만, 실제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대가야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허황후를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남쪽엔 누리마루(아펙하우스)가 들어서 있고 정상엔 최치원 동상과 시비가 있다.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데 1시간 채 안 걸린다. 해운대해수욕장 서쪽 끝의 동백섬은 수백년 전까지 섬이었으나 지금은 해수욕장과 이어져 있다.
 
해수욕장 동쪽 끝은 달맞이고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달맞이고개는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사이 고갯길로, 보름달이 뜨는 경치가 아름다워 대한 팔경의 한 곳으로 꼽혔던 곳이다. 카페와 화랑이 즐비한 문화거리이기도 하다. 이 고개 바닷가쪽 중턱 소나무숲에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쪽에서 미포를 거쳐 청사포~구덕포~송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숲길로, 이른바 ‘3포길’의 한 구간이다.
 
2008년 처음 다듬어진 이 숲길에 구청 쪽은 지난해 ‘달빛 테라피 길’이라는 뜻을 담아 ‘문탠 로드’로 이름 붙였으나, 그냥 ‘달맞이 숲길’이란 이름이 더 아름답게 들린다. 솔숲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기며 거니는, 도심 속의 쾌적한 숲길이다. 산자락 밑 송림 사이로 기찻길이 지나고 기찻길 옆으론 짙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달맞이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일루아호텔 지나 ‘언덕위의 집’ 식당 맞은편에 숲길 들머리가 있다. 차는 도로변 주차장에 댈 수 있다. 처음부터 울창한 소나무숲을 따라 흙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 멀리 뾰족하게 솟은 오륙도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65㎞ 떨어진 대마도도 선명하게 눈에 잡힌다고 한다. 구덕포·송정해수욕장까지 굽이굽이 이어진 4.8㎞의 완만한 숲길엔 쉼터 겸 전망대와 체육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바닷가 옆 기찻길은 동해남부선 철로다. 이 철길은 2014년께 동해남부선이 변경되면 폐선될 예정이다. 구청 쪽은 철길을 레일바이크용으로 단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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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길은, 과장해서 말하면 남해바다와 동해바다를 차례로 만나게 되는 길이다. 해운대구청 문병국 관광진흥계장이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남해바다 물이고, 송정해수욕장은 동해바다 물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숲길 중간쯤이 경계가 되는 곳이죠.” 실제로 태평양 쪽과 접한 해운대해수욕장의 파도가 높을 때도, 동해 쪽에 접한 송정해수욕장은 파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숲길이 철길과 가까워지면서 두 기의 장승을 만나는 곳이 숲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송정해수욕장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이 외지인들로 채워진다면 송정해수욕장은 부산시민 특히 대학생들의 이른바 ‘엠티’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부산에서 학교 다니면서 송정에 단체로 놀러가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숲길에서 처음 만나는 체육시설 갈림길에서 왼쪽 가파른 숲길을 오르면, 달맞이고개 위로 오르게 된다. 전망 좋은 정자 해월정이 있고, 좀 걸으면 추리문학관도 만날 수 있다. 추리문학관은 추리소설가 김성종씨가 1992년 개관한 북카페다. 3만권에 이르는 국내외 추리소설과 문학 서적을 만날 수 있다.
 
 
350종 해양생물 갖춘 부산아쿠아리움
 
해운대해수욕장 한복판에 자리잡은 부산아쿠아리움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길이 80m에 이르는 물밑 터널, 7m 높이의 산호 수조, 그리고 3천t에 이르는 대형 수족관과 테마별 수족관들을 갖췄다. 350종 5만여 마리의 해양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7월22일부터는 희귀상어인 귀상어(망치상어) 22마리를 일본에서 들여와 8월 말까지 선보인다.
 
해운대해수욕장 뒤 빼곡한 고층건물들 밑에는 소박한 재래시장 골목이 남아 있어 들러볼 만하다. 거리를 정비하고 새 간판들을 달았지만, 뒷골목은 후줄근한 옛 모습 그대로다. 시장에는 30년째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으로 이름을 알려온 상국이네와 맛있는 국수를 말아내는 계단집 등 허름하지만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도 있다. 된장에 찍어 먹는 부산식 순대 맛이 색다르다.
 
이밖에 등록문화재인 동해남부선 철로의 송정역 역사(1940년대 건축)와 100년 안팎의 소나무들이 슬레이트 지붕을 뚫고 자란 듯이 보이는, 우동의 솔밭마을도 있다. 송정역의 철제 창고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이다. 10여가구가 사는 솔밭마을은 한국전쟁 때 철도 노동자들이 소나무들 사이에 천막을 치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소나무를 베지 않고 집을 지어, 지붕마다 솟은 소나무들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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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해운대 여행쪽지>
 
⊙ 가는 길| 서울역에서 부산 해운대역까지 새마을호·무궁화호 수시로 운행. 해운대역에서 해운대해수욕장까지 500여m. 케이티엑스는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운행한다. 부산역에서 버스(1001, 139, 40번)로 해운대역까지 가거나 지하철 1호선 부산역에서 타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해운대역에서 내린다.

⊙ 먹을 곳| 우1동 구청 옆 밀면전문점(051-743-0392), 해운대 소문난삼계탕(051-741-4545), 해운대삼계탕(051-747-3368).

⊙ 늦여름 패키지| 해운대해수욕장 파라다이스호텔은 8월16~31일 늦여름 숙박패키지를 선보인다. 바닷가 쪽 디럭스룸 1박과 2인 뷔페 조식, 노천온천·야외수영장(어른2·어린이2명) 이용권, 체련센터 이용권 포함 26만5천원(세금·봉사료 제외). 사우나 50% 할인권, 부산아쿠아리움 20% 할인권, 르보아 스파 15% 할인권도 제공한다. 예약 (051)749-2111.

⊙ 여행문의| 코레일 1544-7788, 해운대구청 관광진흥과 (051)749-4081, 부산시청 문화관광과 (051)888-3508, 부산아쿠아리움 (051)740-1700.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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