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여행특별시 고고싱! 겨울 제대로 맛보네! 길따라 삶따라

부산~경남 감성 테마여행 코스
비석마을 보고 야시장 거쳐 해상케이블카 야경을-부산
거제-우제봉 난대림 숲길·바다 전망 일품
먹거리 풍성한 시장 구경하며 제철 해산물 즐기기-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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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우제봉 난대림숲’ 가는 길에 있는 신선대 전망대. 올망졸망 늘어선 섬무리가 볼 만하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서운 추위가 기승인 요즘도, 남해안 일대엔 여행객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 덕이다. 눈 경치야 중부 산악지역 따라올 데가 없겠지만, 한겨울에도 푸른 상록수림 숲길을 거닐며 짙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남해안과 섬 지역뿐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거제도와 통영을 거쳐 남해도 일대 겨울 풍경을 즐기는 감성 테마 여행이다. 상큼한 바닷바람과 남해안 바닷가 고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이 움츠러든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게 틀림없다.


바닷가에도 도심에도 볼거리 가득한 국내 제2의 도시 부산은 사철 여행특별시라 부를 만하다. 최근에는 숱한 해안 경치뿐 아니라 산복도로의 낡은 옛도심 뒷골목까지 감성을 자극하는 근현대 생활사 탐방 여행지로 떠올랐다.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두루 인기인 감천동 문화마을로 먼저 가본다.

산자락 비탈을 따라 굽이치며 이어지는 산복도로 주변에는 계단식으로 터를 잡은 서민촌이 형성돼 있다. 한국전쟁 직후 타지인이 대거 몰려와 판잣집·움막집을 촘촘히 짓고 살면서 만들어진 동네들이다. 감천동·아미동도 이런 동네다.

부산의 바닷가 쪽 동네가 하루가 다르게 고층빌딩들이 치솟으며 화려하게 변화하는 사이, 산동네는 지저분하고 살기 불편한 음지로 남아 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산복도로 일대로 ‘추억과 낭만’을 좇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이젠 새 도심 못지않게 여행객이 붐비는 관광코스가 됐다.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경.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경.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감천동 문화마을’은 이미 외국인 여행자들까지 대거 모여드는 부산의 명소다. 문화마을로 불리는 감천2동은 특히 한국전쟁 뒤 신흥종교 태극도 교도 3000가구가 집단 이주해 살던 신앙촌으로 출발했다. 교세가 약해지고 이주민들이 뒤섞여 살면서 평범한 산동네가 됐지만, 정착 당시 비탈에 계단식 터를 다져, 다닥다닥 붙여 지었던 집들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진풍경을 보여준다. 일부 골목에는 카페·식당·기념품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서 탐방객을 맞는다.

감천동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미동 산동네가 있다. 이른바 비석문화마을이다. 아미동 산 19번지, 비석문화마을은 일제강점기에 있던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형성된 산동네다. 비좁은 골목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이곳이 죽은 이들의 공간에 덧씌워진 마을임을 또렷이 느낄 수 있다. 축대도 계단도 담도, 묘지에 쓰였던 상석과 비석, 경계석과 장식용 석재들이다. 비석들에 새겨진 묻힌 이의 이름과 생몰연대까지 선명하다.

아미동 탐방길에 아미문화학습관에 있는 최민식 갤러리도 들러볼 만하다. 최민식(1928~2013)은 한국의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그가 남긴, 부산 서민층의 삶과 산동네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역시 국내외 여행객 발길이 잦은 오래된 헌책방 골목 ‘보수동 책방 골목’을 거쳐 부평깡통시장으로 들어선다. 이 시장은 어묵·족발·떡볶이 등 이미 유명세를 타는 먹거리들이 있어 붐볐지만, 몇년 전부터는 오직 먹기 위해 들르는 여행자가 크게 늘었다. 야시장이 문을 열면서다. 매일 밤 각종 구이·튀김·꼬치·볶음 등 간식거리의 천국이 된다.

자갈치시장 입구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예약하면 어르신 해설사들인 ‘이바구 할매·할배’의 무료 해설을 들으며 부산 원도심 일대를 탐방할 수 있다.

야시장에서 배를 채웠다면, 부산 야경 감상 나들이에 나서 보자. 산복도로의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도 훌륭하지만 지난해 만들어진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면 좀더 운치 있는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암남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부산 암남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송도 송림공원에서 송도해변 앞바다를 가로질러 암남공원까지 1.62㎞를 잇는 최고 86m 높이의 케이블카(오전 9시~밤 9시30분, 왕복 1만5000원)다. 송도해변 일대와 남항대교 건너 영도까지 불야성을 이룬 밤경치를 만날 수 있다. 암남공원에는 조각공원과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부산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양한 코스로 짜인 부산시티투어버스가 있다. 산복도로 일대를 골목골목 찾아가는 18인승 ‘만디버스’부터 주요 명소를 도는 점보버스, 낙동강변을 따라 가는 에코버스까지 취향대로 골라 탈 수 있다. 대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순환형 버스다. 부산역 옆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행한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해저터널과 거가대교 건너 거제도로 향한다. 터널 진입 전에 가덕도에도 볼거리가 있다. 작은 포구 외양포 일대에 일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일제 사령부 본거지였던 대형 군사 진지, 일제 ‘사령부 발상지’ 표석, 일제 가옥들과 우물 등을 볼 수 있다.

가덕도로 들어가려면 해저터널 진입 요금소 못 미쳐 우회전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외양포를 검색하면 된다. 해저터널·거가대교 통행료는 1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거제 복항마을 몽돌해변과 ‘매미성’.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거제 복항마을 몽돌해변과 ‘매미성’.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거제도로 접어들어 먼저 장목면 복항마을 ‘매미성’으로 간다. 매미성이란 바닷가 바윗자락에 아담한 성 모양으로 쌓은 옹벽을 말한다. 쌓다가 태풍 매미 영향으로 무너져 다시 쌓았다 해서 ‘매미성’으로 불린다. 최근 티브이 연예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경관이 특별할 것은 없으나 해변에 앉아 파도와 몽돌밭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맑고 자욱한 화음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일운면 구조라 항으로 이동해 수정봉 자락 시누대 숲길을 걸어볼 만하다. ‘샛바람소릿길’로 이름 붙인 대숲길인데, 한겨울에도 푸른 댓잎들 사이로 바람 쏟아지는 소리가 아름답다. 수정봉엔 조선시대 성곽인 구조라 성이 있는데, 현재 복원공사 중이다. 성곽 부근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라 항 경치가 괜찮다.

거제 구조라항 샛바람소릿길 시누대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거제 구조라항 샛바람소릿길 시누대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이맘때 거제도에서 꼭 들러볼 만한 곳이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내뿜는 상록수림이다. 한여름같이 푸른 숲길을 거닐 수 있는 우제봉 난대림 숲이다. 해금강유람선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숲길로 든 뒤, 한 시간이면 우제봉 정상 앞 전망대까지 다녀올 수 있다. 왕복 1.6㎞의 짧고 완만한 숲길이다. 동백나무·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생달나무 등 난대 수종에다 소나무까지 어우러져 늘 푸른빛을 내뿜는다. 우제봉 전망대에 서면 해금강 일대 경치와 다포도·대병대도부터 매물도까지 올망졸망 깔린 다도해 경치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길을 거닐 수 있는 거제 우제봉 난대림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한겨울에도 푸른 숲길을 거닐 수 있는 거제 우제봉 난대림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우제봉 오가는 길에 기암절벽 경치가 아름다운 신선대, 그리고 대형 풍차가 돋보이는 ‘바람의 언덕’에도 들러볼 만하다.

거제도를 빠져나와, 주경·야경 항만 경치가 돋보이는 통영으로 들어간다. 흔히 ‘미항’으로 불리지만, 맛깔스러운 음식 풍성한 미식 도시이기도 하다.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 맛집이 즐비하다. 지금 제철 음식으로는 졸복국·황복국 등 복국류, 물메기탕, 매생이국 등이 꼽힌다. 물회·성게비빔밥·멍게비빔밥 등은 사철 낸다. 본고장 음식인 충무김밥이나 달콤한 간식 꿀빵은 기본으로 맛봐야 할 것들이다. 중앙시장 도로변에 꿀빵집·김밥집이 몰려 있다.

통영 황복국.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 황복국.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의 명물 간식 꿀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의 명물 간식 꿀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거제 물회.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거제 물회.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 중앙시장.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 중앙시장.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통영항 일대의 바다 경치를 즐기려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오전 9시30분~오후 4시, 왕복 1만1000원)를 타면 된다. 도남관광지와 미륵산 8부 능선을 잇는 약 2㎞ 길이의 케이블카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와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고 한다. 케이블카 출발지 건너편엔 루지 체험장도 있다. 탑승자가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트랙을 따라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탈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남해도까지 차를 몰아볼 만하다. 남해도의 주요 볼거리를 제대로 거치려면 2박3일은 필요하지만, 하루 일정이라면 독일마을, 금산 보리암, 가천 다랭이마을을 추천한다. 쪽빛 바다 펼쳐지는 해안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눈과 가슴이 두루 시원해지는 경관들이 이어진다.

부산 거제 통영/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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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권역 여행 팁>

△‘남쪽빛 감성 여행’/부산·거제·통영·남해를 잇는 부산~경남 권역의 ‘남쪽빛 감성 여행’은 바다와 섬을 낀 경남 지자체들이 협력해 기획한 테마여행 코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선정된 10개 권역의 테마여행 코스 가운데, ‘남도바닷길’(전남 여수·순천·보성·광양)과 함께, 빼어난 남해안 다도해 경관을 누릴 수 있는 노선이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과 섬무리 경관, 그리고 특별한 감동을 주는 야경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숨어 있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제철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특색 있는 음식들이 여정을 한층 풍요롭게 해준다. 부산에서 남해까지 취향에 따라 경유지를 선택해, 1박2일~4박5일 정도의 일정을 짜볼 수 있다.

‘남쪽빛 감성 여행’ 코스를 만든 오성호 총괄기획자(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는 “여행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잊었던 감성을 깨우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코스를 짰다”며 “각 시·군 지역 활동가 네트워크 형성, 통합 해설사 양성, 통합 투어버스 운행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명품 여행 코스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여행 문의/부산 관광안내 1330, 부산시티투어버스 (051)464-9898,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 (051)780-2175, 거제시 관광안내소 (055)639-4178, 거제시 관광과 (055)639-4175, 통영시 해양관광과 (055)650-0510, 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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