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4년째 발길 닿는 대로 세계 여행 중 길에서 만난 사람

[길에서 만난 사람] 남아공서 마주친 조나단과 시몬

 

‘아프리카의 알프스’ 산길 오토바이로 넘어
돈 떨어지면 거기서 벌어 모아 다시 앞으로

 

 

untitled-4_copy.jpg‘아프리카의 알프스’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드라켄스버그산맥의 남쪽 고갯길 ‘사니 패스’. 남아공 안의 소국 레소토로 넘어가는 비포장 돌밭길이다. 지난 4월19일 오전 남아공 출입국사무소 주차장에서 만난 두 남녀 조나단(24)과 시몬(34)은 산길을 달리느라 헐거워진 오토바이의 짐들을 각자 조여 매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온 여성 시몬이 말했다. “길이 장난이 아니군요. 정말 험해요.” 조나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은 오토바이로 레소토 국경을 넘어와 산 밑 도시 언더버그로 가는 중이다.

 

전직 교사인 시몬은 놀랍게도 8년째 각국을 여행 중이었다. “캐나다를 떠나 5년간 영국 전역을 둘러봤고, 2년은 미국을 돌아다녔죠. 1년간은 잠깐씩 배낭여행을 즐기다 이곳에 와선 오토바이로 다니고 있어요.” 그는 길 따라 돌아다니는 생활이 이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시몬이 레게식 머리를 한 독일인 청년 조나단을 가리켰다 “저 친구는 4년째 여행 중이죠.” 조나단도 남아공과 인도에서 각각 2년간 발품을 판 여행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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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하다 라오스에서 만나 1년째 동행

 

둘은 지난해 3월 배낭여행자로 라오스를 둘러보다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좋은 동반자는 외로움을 반으로 줄이고 기쁨은 두 배로 키워준다. 그러나 길에서 처음 만난 여행자끼리 1년째 동행한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10살 연상의 시몬이 말했다. “함께 다녀서 행복해요. 문제는 전혀 없어요.” 오토바이 앞바퀴를 손으로 힘껏 눌러보던 조나단이 웃으며 손을 들고 ‘동감’을 표시했다. 둘은 함께 몰디브와 마다가스카르를 거쳐 남아공으로 왔다고 했다.

 

갑부 부모를 두고 마음껏 유람을 즐기는 백수들이 아니라면 이런 여행이 가능할까? 시몬이 말했다. “경비는 여행 중에 벌어서 충당하죠. 이번 여행경비는 둘이 요트 항해 관련 일을 하면서 6개월 동안 모았어요.”

 

둘은 앞으로 보츠와나를 거쳐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의 빅토리아폭포를 감상한 뒤 카이로로 이동할 계획이다. 카이로에서 일자리를 얻어 다시 경비를 마련한 다음엔 오스트레일리아를 둘러볼 작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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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여행할 생각은 없냐는 물음에 시몬은 “한국도 가보고 싶은 나라”라며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뒤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여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둘이 마주 보며 웃었다. “그건 우리도 몰라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둘의 표정에선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망과 기대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한겨레 이병학 여행전문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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