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숲길] 포천 국립수목원(광릉숲)
맑으면 맑은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흠뻑
백두산 호랑이 반달가슴곰도 ‘어슬렁 어슬렁’

비 오는 날 광릉 숲에 가서 젖었다. 흠뻑 젖은 숲 안으로 이어진 향기로운 흙길. 우산 쓴 연인들도 비옷 입은 부부들도 촉촉이 젖어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삼색의 물봉선, 흰 쑥부쟁이, 말라가는 서어나무 열매들은 저마다 빗방울을 달고 반짝이며 숲길을 밝혔다.
안개비 자욱한 숲으로 들어가던 20대 한 쌍이 마주보며 말했다. "비 오면 어때. 기분만 더 좋은데." "그래. 분위기 너무 좋다." 바짝 붙어 팔짱을 낀 그들은 우산을 하나만 준비했다.
국립수목원 숲해설가 이연규(67)씨가 말했다. "숲에서 방출되는 음이온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머리를 맑게 해주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