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눈이 멀 설국, 천국의 ‘황제 스키’ 길따라 삶따라

니가타 대표적 스키장 3제
텅 빈 슬로프-자연설-거침 없는 속도감 ‘3박자’
푹푹 빠지는 ‘딥스키’ 일품…빼어난 절경은 ‘덤’

 
 
니가타현의  스키장들은 넓고 인파는 적어 호젓한 활강을 즐길 수 있다.921o9658 copy.jpg

국내 스키 마니아들은 왜 일본을 ‘스키 천국’이라 부를까? 500개를 넘는 스키장(한국은 16개다)에, 풍부한 자연설(연 누적 적설량 2~3m는 보통이다), 그리고 대기시간 없이 리프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국내에선 20~30분 줄서는 게 기본이다). 또 있다. 스키 인구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일본 스키 인구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니가타현의 경우 1994년도 1500만여명이었던 스키장 이용객이 2008년엔 500만여명으로 급감했다. 겨울 레저 인구가 따뜻한 남국의 해양레저 쪽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한다.
 
묘코 스기노하라 스키장의 스노보더.921o9643 cop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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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줄자 일본 스키장들은 급증한 한국 스키어들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니가타현에선 여행사를 통해 스키장의 호텔 등 숙박업소를 찾는 고객에게 1박당 일정액(2000~3000엔 상당의 부대시설 이용권, 리프트권 등)을 되돌려주는 특전을 주거나 식당·쇼핑을 패키지로 묶어 각종 할인 혜택을 준다. 일본 스키 인구가 줄면 줄수록, 국내 스키어들에겐 ‘황제 스키’ ‘전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천국이 되는 셈이다. 텅 빈 슬로프에서 자연설을 만끽하며 속도감을 즐기는 활강은 스키광들의 로망이다.
 
2011년은 일본의 스키 도입 100돌이어서 스키장들의 판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2개의 스키장이 밀집한 니가타현은, 1911년 오스트리아 레르히가 스키를 처음 가르쳤던 일본의 스키 발상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이자 3년에 걸쳐 책을 집필한 곳(유자와마치 다카한)이기도 하다.
 
⊙ 갈라유자와 스키장
역에서 바로 곤돌라로…평상복으로 몸만 와 하루에 ‘풀코스’

 
1263989268_8000391981_20100121 copy.jpg신칸센 갈라유자와 역이 곧 스키장 입구다. 개찰구를 나오면 코앞에 리프트권 판매소가 기다린다. 역에서 곧바로 곤돌라를 탈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스키장이다. 도쿄에서 199㎞ 거리, 1시간17분이면 도착한다. 도쿄·요코하마·지바 등 수도권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당일치기 스키 코스다. 교통이 편리해 도쿄의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본디 신칸센 철도 차량기지였다. 1991년 해발 1181m의 다카쓰쿠라산 사면에 슬로프를 개설하고 철로 위에 쇼핑센터·온천 등 대규모 편의시설을 지어, 해발 800m의 스키베이스와 연결했다. 주로 중급자용 슬로프가 많고 보더를 위한 하프파이프도 마련돼 있다. 이웃한 유자와고겐 스키장(무료 버스), 마루야마 스키장(곤돌라)과 이어져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역에서 산 정상까지 곤돌라로 6분 거리. 한국어·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4명 있다.
 
갈라유자와 스키장의 히데히토 아리사카 영업부장은 “최신품 스키·보드 렌털 장비 5000대를 보유하고 매년 3분의 1을 교체한다”며 “도쿄에서 맨손에 평상복 차림으로 와서 스키 타고 온천을 즐긴 뒤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웃한 에치고유자와 역 온천엔 욕탕에 청주를 섞어 넣는 술탕도 있다.
 
*최장 활주거리 1.5㎞, 최대 경사도 32도. 렌털비 1만900~1만3000엔. 리프트 종일권 4300엔. 시즌 12월 말~5월 초. 야간스키 없음. 온천여관이 많은 유자와 온천거리까지 차로 4분 거리(무료 버스).  www.gala.co.jp
 
 
⊙ 나에바 스키장
곤돌라 타는 시간만 20분…자연설 슬로프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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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와정의 13개 스키장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이 알려진 곳이다. 스키 인구가 줄었지만 연 120만명의 스키어가 몰려든다. 연 누적 적설량 3m의 풍부한 눈과, 해발 1789m의 다케노코산 북동사면에 내리뻗은 다양하고 널찍한 슬로프가 기다린다. 스키·스노보드 전용 슬로프는 물론, 가족형 슬로프, 어린이용 점프대, 눈을 다지지 않은 자연설 슬로프까지 마련돼 있다.
 
특히 이웃한 가구라 지역의 스키장들과 연결하는 일본 최장(5.481㎞)의 곤돌라 ‘드래곤돌라’(나에바~다시로 곤돌라)는 나에바 스키장의 자랑거리다. 곤돌라 타는 시간만 20분 가까이 걸린다. 드래곤돌라를 타고 수많은 산줄기를 건너며 바라보는 아득한 설경과 후타이코 호수의 에메랄드빛 물빛이 압권이라지만 폭설로 못 타고, 눈보라 속에 2시간 남짓 활강을 즐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숙련자들은 일부러 눈이 푹푹 빠지는 자연설 슬로프를 찾아 이른바 ‘딥 스키’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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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바 스키장은 가구라의 다시로·미쓰마타 등 3개의 스키장과 이어져, 일본 최대의 단일스키장 ‘Mt.나에바 스노 리조트’를 형성한다. 객실 1782개, 20개에 이르는 식당과 술집, 온천·풀장 등 휴게시설을 갖춘 초대형 리조트호텔 프린스호텔이 스키장의 중심이다. 프린스호텔 홍보담당 히로야 하야시는 “한국 스키어들은 2008년에 800여명, 2009년엔 경제 악화로 140명만이 나에바를 찾았다”며 “이번 시즌 다시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최장 활주거리 4㎞, 최대 경사 32도. 리프트 종일권 5000엔, 스키강습 2시간 3000엔. 야간스키 가능(평일 밤 9시, 주말 밤 10시까지). 시즌 12월 초~4월 말. 에치코유자와 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 www.princehotels.co.jp/ski/naeba
  
⊙ 묘코 스기노하라 스키장
일본 최장 8.5㎞ 활강코스…설원 곳곳 삼나무숲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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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현의 남서쪽 끝에 해발 2454m의 묘코산이 솟아 있다. 일본 100대 명산에 꼽히는 산이다. 이 산이 이룬 해발 1500m 이상급의 묘코고원 주변에 7개의 스키장과 7개의 온천이 개발돼 있다. 스기노하라 스키장은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에 있다. 리프트 정상이 해발 1855m다. 엄청나게 쌓이는 눈과 수려한 경치, 소도시 묘코의 소박한 거리 풍경이 스키 마니아를 끌어들인다.
 
평균 적설량이 3m를 웃돈다. 지난해엔 평균을 밑돌았지만, 이번 시즌엔 1월 중순까지 3m 가까이 내렸다. 묘코 시내에서 묵은 지난 14일 밤 사이에만 30㎝가 넘게 쌓였다. 하룻밤새 1~2m의 눈이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이 스키장의 자랑거리는 1124m에 이르는 정상~베이스의 고도차,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긴 8.5㎞짜리 환상적인 활강코스다. 중급 실력이면 활강에 어려움이 없지만, 폭설 땐 무릎까지 눈에 빠지므로 체력 소모를 각오해야 한다.
 
126398255408_20100121.jpg스기노하라란 지명은 자생 삼나무(스기)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장쾌하게 펼쳐진 설원 곳곳에 무리지어 솟은 삼나무와 낙엽송들이 스키어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스기노하라 스키장은 이웃한 아카칸 스키장, 이케노다이라 스키장과 이어져 있다. 아카칸 스키장에 있는 아카쿠라관광호텔은 1937년 외국인 스키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운 산장형 호텔이다. 지난 12월엔 이 호텔 별관에 전망 좋은 온천시설을 개장했다.
 
묘코시와 인접한 조에쓰시는 1911년 오스트리아의 군인 레르히가 일본 최초로 스키 강습을 실시한, 일본의 스키 발상지다. 니가타현에선 내년 스키 도입 100돌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중이다.
 
* 최장 활주거리 8.5㎞, 최대 경사 38도. 리프트 종일권 4000엔, 스키강습 반일 3000엔. 야간스키 주말·휴일 전날(밤 9시까지) 가능. 시즌 12월 중순~4월 초. www.princehotels.co.jp/ski/myoko
 
니가타/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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