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 학습까지, 피서지 옆 박물관 박물관 기행

휴갓길에 등대·소금·민화 역사공부…체험 프로그램도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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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쉬고 즐기면서 또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다. 자녀 동반 가족여행 때 많은 부모들이 신경 쓰는 부분도, 재미와 학습을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여행코스를 짜는 것이다. 여름 휴갓길, 피서지 부근 또는 오가는 길에 들를 만한 박물관들을 찾아보자. 규모·시설은 천차만별이지만 나름대로 보고 배울 것들이 짭짤하다.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해설사가 대기하고, 어린 자녀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냉방시설도 잘 돼 있어 짬을 내 쉬어갈 만하다.
 
⊙ 천안 우정박물관
 
세계 최초의 우표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을까. 1840년 영국이다. 우편물에 요금을 내는 제도를 도입하며 만든,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담긴 1페니·2펜스짜리 우표다. 우리나라에선 1884년, 다섯가지 색상의 5문~100문짜리(문위우표)가 ‘우초’라는 이름으로 발행됐다. 우표라는 이름을 쓴 것은 이듬해 발행된 ‘태극우표’부터다.
 
손으로 써서 부치는 편지가 전자우편·인터넷·휴대폰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다. 천안의 우정박물관은 급변하는 인류 통신수단의 과거와 오늘을 되새겨보게 하는 장소다. 개인의 소식과 각 분야의 정보들을 주고받아온 전통적인 통신방법인 우편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홍영식이 1881년과 1883년 각각 일본·미국의 우정성과 우체국을 시찰한 뒤 우편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고종 황제께 진언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 우편제도의 발자취를 만나게 된다. 조선 말부터 최근까지의 우편 기록과 사진 자료, 집배원 의복과 우체통의 변천, 세계 각국의 우편용품 등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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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거리>
편지 써서 부치기, 세계 각국 집배원 옷 입어보기, 우표·우체국 탁본 체험. 체험료 1천원 안팎.
 
<여행정보>
충북 천안시 동남구 양지말길 18(지식경제 공무원 교육원 안). (041)560-5900. 입장료 무료. 일요일·국경일·명절 휴관. 주변에 독립기념관·유관순열사 기념관, 최근 개관한 대형 물놀이 테마파크인 휴러클 리조트(041-906-7000) 등이 있다.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수도권에서 영월·태백 거쳐 동해안 쪽으로 오가는 길(38번 국도)에 들를 수 있는 박물관. 민화(民畵)는 조선 때 전문 화공이 아닌, 서민 화가들이 그린 작자 미상의 낙관 없는 민속화를 말한다. 주로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민간에서 유행한 실용화들이다. 호랑이·까치·잉어·나비·꽃 등 비슷비슷한 소재의 그림인데다, 솜씨가 서툴고 창의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서민들의 정서와 해학을 담은 그림이 많다. 소재로 삼은 사물들은 모두 꿈꾸고 소망하는 바를 담은 상징물로 표현된다. 소장된 3500여점 중 150~170여 점을 해마다 두차례씩 바꿔 전시한다. 최근 제작한 민화 작가들의 그림도 만날 수 있다. 2층엔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춘화방’도 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그려진 춘화와 중국·일본의 춘화 50여점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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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거리>

민화 판화 찍기(3천원), 부채에 민화 그리기(7천원), 민화 타일 채색 코팅(1만원) 등. 체험 뒤 가져가게 했다.
 
<여행정보>
강원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841-1. (033)375-6100. 입장료 어른 4천원, 초중고생 3천원. 연중 무휴. 조선시대 풍자시인 김병연(김삿갓) 유적지가 가깝다. 영월 지역엔 곤충박물관·사진박물관·책박물관 등 20여개의 크고작은 박물관들이 널려 있어, 따로 박물관 탐방여행 코스도 짜볼 만하다.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
 
img_04.jpg증도는 생명의 근원인 소금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단일염전인 태평염전(등록문화재)이 있고, 염생식물원이 있고, 소금 체험장과 소금박물관이 있다. 얼마전까지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지만, 최근 다리가 놓이면서 교통이 편리해졌다. 무안 해제반도~지도~사옥도를 거쳐 증도까지 차로 들어간다. 박물관 건물 자체가 등록문화재인 소금창고다. 박물관 규모가 작고 전시자료도 빈약하지만, 주변 염전과 줄지어 늘어선 소금창고들, 갯벌을 함께 둘러보면서 소금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박물관에선 소금과 생명, 천일염과 정제염, 자염 및 천일염 채취 과정 등의 자료와 영상물, 소금 채취도구 등을 만난다.
 
<체험거리>
박물관 옆에 수차 돌리기, 소금 모으기, 소금 운반 등을 체험하는 소금밭 체험장이 있다. 어른 7000원, 어린이 6000원. 채취 소금 1㎏을 준다. 3일 전 예약. (061)275-0879.

<여행정보>
전남 신안군 증도면 대초리 1648. (061)275-0829. 입장료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화요일은 오후 2시까지 개관. 휴관일은 매주 수요일과 매월 1일. ‘소금 동굴 힐링센터’가 가까이 있다. 벽과 바닥·천장을 천일염으로 바른, 명상하며 쉬는 공간이다. 45분 체험에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원. (061)261-2266. 증도에 우전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끝엔 엘도라드 리조트가 있고, 리조트 들머리엔 갯벌생태전시관이 있다. 갯벌에 놓은 470여m 길이의 짱뚱어다리도 있다. 
  
⊙포항 등대박물관
 
img_05.jpg포항의 본 이름이 영일(迎日)이다.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이곳에 ‘등불을 밝히는 대’를 일컫는 ‘등대(燈臺)’의 과거와 오늘을 짚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등대란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항해하는 배가 정확한 항로를 파악할 수 있게 육지나 섬에 설치한 표지다. 우리나라를 호랑이 형상으로 비유할 때 꼬리 부분인 호미곶에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기원전 280~250년께 세워진, 지중해 알렉산드리아항 들머리에 있던 파로스등대에서부터, 1903년 국내에 처음 설치된 근대식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를 비롯한 여러 등대들과, 등대에 불을 밝히는 방식, 등대에 쓰인 장비들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미 옛 물건이 된, 홍도 등에 설치돼 있던 등대의 회전등명기·아세틸렌 가스등명기·전기사이렌, 그리고 등대지기의 생활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광파·음파·전파 사이렌의 소리 발생 과정과 각종 항로표지의 구현 방식 등도 배우게 된다. 늘씬하고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 우뚝 선 야외전시장에도 등명기 등 각종 등대 관련 시설물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 해양수산관에선 해양 개척사 관련 자료와 기압계·컴퍼스·나침판·풍속계·고도측량기 등 배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들을 볼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없다.
 
<여행정보>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옛 대보면) 대보2리 221. (054)284-4857. 입장료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구룡포항 뒷골목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식 가옥 등 일제강점기 흔적들이 많이 있다. 포항 송라면의 내연산 계곡과 보경사, 경북 최대 수산물 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원효·혜공·자장·의상 등 고승들이 머물던 오천읍 항사리의 고찰 오어사도 찾아볼 만하다.
 
⊙제주 국립제주박물관
 
img_06.jpg제주도 하면 대개 보고 먹고 즐기는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다. 선인들 발자취가 무수한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제주 지역 곳곳에 구석기시대부터 탐라국~고려~조선시대~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선인들의 발자취와 섬 특유의 문화유산이 깔려 있다. 제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 국립 제주박물관이다. 안 보이던 제주의 참모습이 여기에 가득 차 있다. 제주읍성 모형, 탐라순력도, 표류·표착 관련 기록물, 제주 고지도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6호)는 조선 숙종 28년(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제주도에 부임해 온 이형상(1653~1733)이 그해 관내 각 고을들을 돌며 진행한 행사와 풍광들을 가로 35㎝, 세로 55㎝의 종이에 그린, 총 41폭의 채색 화첩이다.
 
<체험거리>
1층 상설체험 코너에서 요일별로 기와편·막새·대동여지도 등 목판을 찍어 가져가는 탁본체험을 진행한다. 한지 2장 500원, 4장 1천원. 박물관 옆에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탐라순력도> 주제의 제주 역사문화 체험공간 ‘어린이 올레’도 마련돼 있다. 토요 공작교실도 진행한다. 토요일엔 야간개장 및 ‘박물관 산책’ 행사도 연다.

<여행정보>
제주시 삼사석로 11. (064)720-80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무료. 제주시내에서 조선 때 관아와 정자인 관덕정(보물)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엔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자연유산이 3곳 있다. 한라산,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 성산 일출봉이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거문오름 트레킹을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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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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