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퍼덕퍼덕, 손맛 입맛 술맛에 온몸이 푸르르 레저

진해 포구 선상 도다리낚시 출정기
여기 저기서 “왔구나”, 깻잎이든 콩잎이든 많이만!
가족·연인·친구 즉석 잔치, “홀딱 빠진다 아입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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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모진 겨울 나느라 모두들 힘드셨겠다. 입맛·술맛 쓰디썼던 겨울 지나가고 다시 봄이다. 햇살 따스한 남해안 논둑·밭둑에선 향기로운 쑥과 냉이가 새순을 내밀고, 그 맛있는 봄 바닷고기 도다리들이 다시 몰려왔다. 바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렸던 도다리가 입질을 시작하자, 낚시꾼들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봄 도다리, 가을 낙·전(낙지·전어)’이란 말이 있듯이, 도다리는 봄을 대표하는 어종이다. 제철 맞은 봄 도다리가 기다리는 남해안으로 떠난다. 최근 몇년 사이 도다리 낚시꾼들 발길이 부쩍 잦아진 창원시 진해 앞바다다. 짜릿한 손맛과 상큼한 봄맛을 즐기며, 잃었던 입맛·살맛 되살려 오는 여정이다. 낚시배 타고 나가, 눈 모로 뜨고 달려드는 도다리들과 밀고 당기며 한나절 흔들리다 보면 높고 낮은 푸른 물결, 후려치고 매만져주는 바람결이 다 펄떡이는 ‘100% 자연산’ 보약임을 깨닫게 된다. 새봄의 힘이다.
 

“싸악 땡기 보고 아이모 또 고패질 해가 다시 땡기소”
 

“자, 고패질을 억수로 해가 뻘물을 이래 흔들어놔야 합니더. 싸악 땡기 보고 아니면 또 고패질 해가 다시 땡기소.”

 
지난 4일 아침 7시 창원시 진해구 행암포. 낚싯배를 타기 직전, 도다리 낚시 경력 10년의 전종국(47·한성호 선장)씨가 도다리 줄낚시 방법을 설명했다. ‘고패질’이란 낚싯줄을 당겼다 놓았다를 되풀이해, 낚싯줄 끝에 매단 묵직한 추(봉돌)로 바다 밑바닥을 두드리는 걸 말한다. 뻘흙을 일어나게 해 도다리의 관심을 끌고 공격성을 자극하는 유인책이다. 전씨는 부지런히 고패질을 한 뒤 당겨올릴 때 파닥이는 느낌이 있으면, 줄을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다리가 갯지렁이를 빨아들이도록 내비두소. 그래가 쫌 있다가 땡기보고 끌어올리면 되는기라.”
10t급(9.77t) 낚시 전용선(22인승)을 탄 일행 13명은 15분 뒤, 멀리 가거대교가 바라다보이는 초리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매서운 바람 몰아치는 아침 바다에, 마치 대규모 해전을 앞둔 듯 크고 작은 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늘어선 낚싯배엔 꾼들도 빼곡한데, 하나같이 낚싯줄 잡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고패질에 여념이 없다. 몇은 릴대를 들었지만 “물살이 센 때라 장대 원투낚시(낚싯대로 묶음추 바늘을 멀리 던져 천천히 끌어당겨 낚는 방법)론 별 재미 못 본다”는 게 전씨의 귀띔이다.

 
전씨는 “지금이 물살이 센 사리 때라 어신이 그리 잦지는 않다”면서도 “포인트를 잘 잡으면 섭섭지 않을 정도의 손맛은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디 도다리 낚시에 좋은 시기는 조금 전후, 물살이 느려지는 때다. 사리 전후엔 유속이 빨라져 먹이활동이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선장이 처음 포인트로 잡은 곳은 들물과 날물이 만나는 지점. 다른 지역에 비해 유속이 느린, 이른바 물돌이가 일어나는 장소다. “수심 22m, 여기서 한 삼사십분 승부를 하고 이동합니다. 자, 낚시 채비 내리소.” 일행은 낚싯바늘 둘을 철사 양쪽에 매단, 묵직한 봉돌이 달린 ‘편대채비’를 앞다퉈 물에 던져 낚싯줄을 풀고, 봉돌로 바닥을 두드리는 고패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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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차암 예쁘다, 예뻐. 씨알도 개안타”
 

몇 분 지나지 않아, “왔구나!” 하는 외침과 함께 부산에서 온 이희봉(54·진구 개금동)씨가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를 끌어올렸다. “하이고 차암 예쁘다, 예뻐. 씨알도 개안타.”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탄성이 터진다. 이씨는 도다리가 삼킨 낚시를 빼지 않고 낚싯줄을 가위로 잘라버렸다. “도다리는 먹이를 깊이 삼키므로 무리해서 낚싯바늘을 빼다간 도다리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꾼들은 그래서 바늘을 여유 있게 준비한다.

 
첫 도다리를 신호탄으로, 여기저기서 도다리 끌어올리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양산 범어리에서 온 김용봉(52)씨도, 울산 무거동에서 온 김영호(46)·손준희(43)씨 부부도 크고 작은 도다리를 잇달아 잡아냈다.

“깻잎(깻잎 크기의 도다리)은 마이 올라오네.” “요건 콩잎이다.”

 
몇몇은 두 바늘에 두 마리를 한꺼번에 낚는 ‘쌍걸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깻잎도 좋고 콩잎도 좋다. 많이만 올라와라.” “깻잎쌈·콩잎쌈 마이도 싸묵겠네.” 이어지는 도다리 입질에 갑판은 타작마당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도다리뿐 아니라 간혹 쥐노래미(게르치)·삼식이(쏨뱅이 또는 삼세기)·낙지도 걸려 올라온다.

 
입질이 뜸해지자 선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저기 흙탕물이 보이지예? 채비 거두소. 이동합니다.” 노련한 선장은 물 흐르는 방향과 세기, 물빛을 보고 도다리 낚시 포인트를 판단해 수시로 배를 옮겨가며 낚시를 한다. 물살이 다소 느린 초리도 가까운 곳에 배를 대고, 일행은 다시 부지런히 고패질을 시작했다.

 
이날 일행 대부분은 도다리 10~20마리씩을 낚아올렸다. 최대어는 35㎝가량. 물때가 안 좋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과”다. “휴일이면 거의 바다에서 논다”는, 바다낚시 20년 경력의 김용봉씨는 쥐노래미 등을 포함해 20여마리를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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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묵고 합시다” 신호로 우르르 “신선이 따로 없는기라”

 
 
직접 고패질을 해 ‘깻잎’ 몇 장 낚아 보니, 입질이 그리 크지는 않다. 은근히 툭툭 치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져 온다. 전종국 선장은 “물살이 약해지는 조금 전후에 나서면 30마리 이상씩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조금 무렵엔 가거대교(거가대교) 주변 저도·망와도 부근이 포인트가 된다.

 
진해만 도다리 선상낚시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무렵까지 이뤄진다. 밤엔 도다리가 활동하지 않아 밤낚시는 하지 않는다. 점심시간 낚싯배 위에선 즉석 도다리 잔치가 벌어진다. 낚싯배 선장들은 대개 횟집 요리사 버금가는 칼질 솜씨를 자랑한다. 잡은 도다리를 손질해 회도 뜨고 도다리쑥국도 끓여낸다. 갑판을 돌며 조언도 해주고 커피도 타다 준다.

 
선장이 “밥 묵고 합시다” 하면, 꾼들은 선상에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아, 상추·깻잎·풋고추·마늘·된장·초고추장에 묵은김치를 곁들여 싱싱한 도다리회를 양껏 즐긴다. 소주 몇 잔 곁들여 먹는, 갓 잡은 도다리회의 졸깃한 맛에 초보자도 숙련자도 입이 벌어진다. “신선이 따로 없는기라.”

 
낚시인들은 이런 배낚시(선상낚시)를 ‘생활낚시’라고 부른다. 가족·연인·친구들이 함께 배를 타고 낚시하며 특별한 점심식사도 즐기는, 일상생활의 연장이란 뜻을 담은 용어다.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도 걱정할 게 없다. 선장들이 미리 낚아 배에 저장해뒀던 도다리를 꺼내 점심상을 차려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회식모임이나 야유회 장소로 낚싯배가 선호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닷바람 쐬며 신선처럼 즐기는 선상 야유회다.

 
“봄엔 도다리, 가을엔 갈치 낚시를 즐기러 자주 온다”는 이희봉씨는 “10여년간 감성돔 낚시만 해오다 3년 전 친구 따라 진해 왔다가 생활낚시에 맛을 들였다”고 말했다. “손맛 좋고 입맛·술맛 다 좋으니 함 해본 사람은 홀딱 빠진다 아입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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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도다리 낚시터”가 된 건 해군 군항 덕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 안쪽 진해만이 “최상의 도다리 낚시터”가 된 건, 해군 군항 덕이라고 알려진다. 진해 삼포항의 블루피싱클럽 대표 김성진씨는 “군항 쪽은 어선 출입이 금지돼 도다리뿐 아니라 감성돔·농어 등 다양한 어종이 안전하게 서식하는 일종의 어족 창고”라고 말했다.

 
한때는 고깃배 서너척이 선단을 이뤄 금지구역으로 들어간 뒤, 한척이 단속에 걸려 조사받는 사이 나머지 두척이 잠깐의 그물질로 엄청난 고기를 잡아왔다고도 한다. “단속 걸린 배 벌금 내주고, 영업정지 기간 보상까지 해줘도, 잡은 고기가 워낙 많으니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 이 고기떼가 이동하는 통로가 진해 앞바다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가 된다.

 
속천·이동·장천·행암·삼포·수치·명동·괴정항 등 진해 포구의 어민들은 2월부터 5월 말까지 통발그물과 낚시로 도다리를 잡는다. 300여척의 어선 중 160여척은 낚싯배다. 통발그물에 홍합살·조갯살 등을 넣고 유인해 잡으면 대량으로 잡히지만, 고기가 갇혀 있는 동안 상처를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상품성은 떨어진다. 전종국씨는 “낚시로 잡은 도다리가 20~30%가량 비싸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알아둘 점 하나. 군항제가 열리는 4월 초중순 진해 일대는 벚꽃 나들이 인파와 차량으로 덮인다. ‘님도 보고 뽕도 따려는 낚시꾼’들도 몰려든다. 따라서 여유 있는 도다리 배낚시를 즐기려면 이 기간은 피하는 게 좋다. 진해만 도다리 낚시는 5월 말이면 마무리되고 꾼들의 관심은 붕장어(5~8월)와 갈치(8~11월) 낚시로 이어진다.

 
진해(창원)=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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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를 노려라
  
⊙ 물 흐름이 약해져 도다리 낚아올리기 좋은 때는 조금 전후 4~5일간이다. 마침 주말을 낀 조금 물때가 4월 말까지 격주로 이어져 주말 선상 도다리 낚시에 딱 좋다.

⊙ 3~4월 조금 날은 양력 3월12일(토)·3월27일(일)·4월10일(일)·4월25일(월)이고, 사리 날은 3월19일(토)·4월2일(토)·4월17일(일)이다. 조금 전후로 출조해 고패질을 부지런히 한다면 손맛 제대로 볼 듯.

⊙ 5월엔 10일(화)·25일(수)이 조금이다. 조과가 떨어지는 5월 사리는 2일(월)·17일(화)에 든다.

도다리낚시 초보, 이것만 알면 끝

도다리 낚시는 채비가 비교적 간단하고 낚시 방법도 단순해 바다낚시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에게 알맞다. 기본 요령만 익히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쉽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알아주는 고급 횟감을 낚아 올리는 성취감도 남다르다. 한철에 몇 차례씩 도다리 낚시를 즐길 게 아니라면 따로 낚시 장비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낚싯배를 타면 낚는 요령 교육은 물론, 거의 모든 장비를 빌려주므로 어렵지 않게 도다리 손맛에 빠져들 수 있다.
 
⊙ 도다리=먼저 도다리 공부부터.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하는 납작한 바닷고기다. 우리나라 전 연안의 모래와 펄흙이 섞인 바닥에서 주로 산다. 몸길이 30~40㎝까지 자란다. 산란기는 겨울철로, 연안 쪽으로 나와 산란을 마친 뒤 깊은 바다나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낚시하기 좋은 철은 3~5월. 남해안과 동·서해안에서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잡힌다. 산란기인 12~1월이 금어기(2009년 이전엔 1~2월)다.

산란 직후엔 몸집은 크나 살이 빠지고 육질도 물러 맛이 떨어진다. 낚시꾼들은 먹이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철(4월 전후)에 잡은 도다리를 최고로 친다. 진해 삼포항 블루피싱클럽 대표 김성진(45)씨는 “3월 진달래 필 무렵부터 4월 초 벚꽃이 피는 시기가 도다리 맛이 최상에 이르는 때”라며 “이때 잡히는 도다리는 크기는 다소 작지만, 뼈째 썰어 먹는 세코시 맛이 최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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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다리 낚시 방식과 채비=
도다리를 낚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뱃전에서 바로 낚싯줄을 드리워 낚는 줄낚시와 릴대를 써서 멀리 던져 끌어당기며 잡은 ‘원투낚시’다. 갯바위에선 원투낚시가 대세지만, 낚싯배를 탔을 땐 대부분 줄낚시로 도다리를 낚는다. 입질이 없는 경우엔 배에서도 원투낚시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살이 센 경우엔 무용지물이다. 물살이 거세면 무거운 봉돌(추)을 매단 줄낚시도 물살에 휩쓸려 어렵게 되는데, 릴대를 이용해서 무거운 봉돌을 멀리 던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숙련자들은 물때를 봐가며 원투낚시와 줄낚시를 번갈아 쓰기도 한다.

줄낚시엔 철사 양쪽 끝에 낚싯바늘을 단 목줄 둘을 늘인 이른바 ‘편대채비’를 많이 쓴다. ‘편대채비’ ‘편대낚시’란 이름은 두 낚싯바늘을 거리를 두고 철사 양쪽에 매단 모습이 편대(비행기 등)를 이뤘다 해서 붙었다고 알려진다. 철사 한가운데 매달린 봉돌로 바닥을 두드릴 때 철사로 연결된 두 낚싯바늘의 움직임이 커 도다리를 자극하는 데 효과가 있다. 원투낚시엔 바늘이 3개와 작은 봉돌이 달린 묶음추를 쓴다.


낚싯줄은 굵은 편이다(10호 안팎). 물었을 때 손으로 끌어당기기 편하고, 탄력이 있어 잘 얽히지 않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은 가자미 등을 낚는, 목이 긴 바늘을 쓴다. 먹이를 빨아들여 깊이 삼키는 도다리의 입에서 바늘을 빼기 쉽게 해준다. 바늘이 깊이 들어가 빼기 어려울 경우엔 바늘과 연결된 목줄을 아예 잘라버리는 게 좋다. 도다리를 살려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숙련자들은 입이 작은 도다리가 바늘을 깊이 삼킬 수 없도록, 낚싯바늘 목에 작은 튜브 막대를 달아 쓰기도 한다. 이런 장치들은 모두 도다리를 살려 잡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낚싯바늘 1묶음(10개) 500원. 도다리 낚시는 적당히 물 흐름이 있는 곳에서 하므로 봉돌은 비교적 무거운 60~80호짜리를 쓴다. 바닥을 두드려 뻘물을 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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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끼=
도다리 등 바닷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갯지렁이다. 미끼용 갯지렁이로 참갯지렁이(혼무시)·홍갯지렁이(홍개비)·청갯지렁이(청개비) 등이 있다. 낚시 효과가 가장 좋은 건 참갯지렁이지만, 도다리 낚시에선 대부분 청갯지렁이를 쓴다. 참갯지렁이 값이 두세 배나 비싼데다, 채취하기도 어렵고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김성진씨는 “참갯지렁이가 쇠고기라면 청개비는 돼지고기 수준”이라며 “실제 조과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참갯지렁이는 양식이 어렵고 수입도 거의 없지만, 청갯지렁이는 양식이 되는데다 국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 등에서 수입해 쓴다고 한다. 청갯지렁이는 1통(20~30마리)에 4000원, 홍갯지렁이는 6000~7000원, 참갯지렁이는 1만원 선이다. 한번 출조 때 2통 이상 준비해야 한다.
 

⊙ 낚는 요령=준비가 됐다면 구체적인 낚시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도다리 낚시를 포함한 연안 바다낚시 성과는 물때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물 흐름에 민감한 도다리를 낚으려면 물때를 잘 살펴봐야 한다. 도다리는 물 흐름이 느린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활동이 활발해진다. 물이 거세거나 흐름이 정지된 곳에선 입질이 드물다. 따라서 물살이 거센 사리 전후는 피하고, 물 흐름이 느려지는 조금 무렵에 공략해야 한다.


물때(1~15물)로는 12물에서 1물 사이가 적기다. 이 사이에 조금(14물)이 낀다. 물때를 계산하려면 음력 날짜에 7을 더하면 된다. 더한 수가 15를 넘으면 15를 뺀 나머지 숫자가, 30을 넘으면 30을 뺀 나머지 숫자가 물때가 된다. 예컨대 더한 수가 36(음력 29일+7)이라면 30을 뺀 6이 물때(6물)가 된다. 도다리 낚시 10년 경력의 전종국(진해 행암포)씨는 “어부들이 계산하는 방식인데, 달력의 물때와는 하루 정도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선상 줄낚시의 경우 부지런히 낚싯줄을 아래위로 움직여 봉돌로 바닥을 두드려 줘야 한다. 먼지를 일으켜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도다리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릴대를 이용한 원투낚시에서도 서서히 끌어당기며 일정한 힘을 주어 살짝 채는 동작을 되풀이하면 효과가 있다. 줄낚시든 원투낚시든 첫 입질이 왔을 때 바로 채 올리면 실패하기 쉽다. 미끼를 다 삼킬 때까지 3~4초 가량 기다렸다가 살짝 챈 뒤 끌어당겨야 한다.
  

⊙ 낚싯배 이용=선상낚시엔 주로 3t에서 10t(9.77t)까지의 동력선이 이용된다. 승선 정원은 10t이 22명, 8t이 18명, 6~7t은 16명, 5t은 11~12명, 3t은 7명, 3t 미만은 4명이다. 승선료는 배 크기와 상관없이 1인당 4만원 수준(미끼 별도)이다. 자새(낚싯줄을 감는 패)·편대채비 등 도다리 줄낚시 장비 일체와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한 척을 통째로 빌릴 경우 20만원(3t)에서부터 70만원(10t)까지 받는다. 승선료는 조과가 좋지 않은 사리 때 등 물때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 화장실 설치 여부 등 배의 편의시설이나, 흔들림·안전성 등을 감안할 때 큰 배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해낚시어선연합회 (055)546-3240, 삼포 블루피싱클럽 010-4818-8883, 행암포 한성낚시 (055)544-0893.
  
⊙ 선상낚시 주의점=초보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이 술이다. 배에서 싱싱한 회를 안주로 잔질하다 보면 자칫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 낚시 고수들은 한두 잔 반주로 곁들일 뿐, 선상에서 과음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안전사고 위험이 있을뿐더러, 본디 목적인 낚시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예약 땐 구명장구 비치, 보험가입 여부 등을 확인한다. 여성의 경우 화장실 설치 여부도 살펴야 한다. 10t짜리 배엔 고정된 화장실이 갖춰져 있고, 나머지 배들엔 대체로 칸막이식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초보자라면 뱃멀미에도 대비해야 한다. 생수는 제공되지만, 컵라면 등 간식거리는 챙겨 가는 게 좋다.

진해(창원)=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도다리야, 광어야?
 
바다 밑바닥에 붙어 사는 납작한 어족들은 생김새가 비슷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 납작하고, 눈과 입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데다, 색깔도 갈색·검은색이 뒤섞인 비슷한 색이어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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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헷갈려 하는 대표적인 바닷고기가 횟감으로 많이 찾는 도다리와 광어다. 대개 두 물고기의 눈과 입이 몰린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건 알면서도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정답은 ‘좌광 우도’다. 광어는 눈과 입이 왼쪽에 몰려 있고, 도다리는 오른쪽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따져봐도 헷갈리는 경우가 또 생긴다. 고기를 어떻게 놓고 보는가에 따라 왼쪽·오른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머리가 위로 가느냐, 아래로 가느냐에 따라 좌우는 달라진다. 이때의 정답은 ‘고기 얼굴’ 마주 보기다. 정면으로 보아 눈이 왼쪽에 몰려 있고 입도 왼쪽을 향해 갈라져 나오면 광어요, 오른쪽이면 도다리다.

도다리와 광어는 분류부터 다르다.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하고, 광어(넙치)는 넙치과에 속한다. 가자미과에 속한 고기는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입을 살펴보면 도다리와 광어의 차이가 더 드러난다.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나, 광어는 입이 비교적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다.

시중 횟집에 나오는 광어는 대부분 양식된 것이지만, 도다리는 대부분 자연산이란 점도 차이라면 차이다. 도다리도 양식이 가능하지만, 양식 도다리는 드물다. 성장 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 길러봤자 사료값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 특히 대형 도다리의 경우는 100% 자연산이라고 보면 된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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