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국립공원, 하마터면 사자밥될뻔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세네갈 디카르~탄자니아 이링가/09.02.15~28
젓가락을 무기, 쌀을 씨앗이라며 트집 잡아
북새통 시장, 갈치 오징어 등 한국말로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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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쿠미 국립공원에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월15일 오후 4시40분에 출발한 탄자나아행 비행기는 2월16일 오전 8시에 다에사람에 도착하였다. 비행기는 케냐 나이로비를 경유하였는데 나이로비에서는 짐을 풀어서 검사하였다. 검사요원은 코펠을 보고 뭐냐고 물었다. 요리해 먹는 그릇이라고 하자 그는 젓가락을 문제 삼았다.
 
“이것은 무기가 될 수 있어서 가지고 못 탑니다.”
 
그는 젓가락이 든 패니어 가방을 화물로 옮기게 하였다. 내 카메라 가방에는 칼이 두 개나 있었는데 그들은 몰랐는지 문제 삼지 않았다.
 
비행기가 탄자니아 다에사람에 도착해 공항에서 50달러에 3개월 관광비자를 받았다. 공항을 나올 때 또 짐을 검사하는 요원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고 물었다. “옷가지와 먹을 것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먹을 것이 무엇인지 보자고 하여 쌀을 보여주었더니 “이거 씨앗이군요!” 했다.
 
그는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뒷돈을 요구하였다. 나는 단지 먹는 쌀일 뿐이라고 하며 한동안 그와 무언의 대치를 하였다. 결국 그는 ‘씨앗’을 두고 가는 조건으로 입국을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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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배낭여행 대학생 만나 귀한 고추장 한 컵
 
공항 건물 밖으로 나오자 날씨는 찌는 듯이 무더웠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 봉사단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패킹해서 가져온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하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택시운전사들과 공항 직원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어 나를 지켜보며 거들어주었다. 자전거를 조립한 후 환전(1$=1300실링)을 하였다. 15km 거리의 다에사람 시로 좌측통행(차량이 좌측통행을 함)을 하며 들어가자 거리는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시내 중심에 있는 YMCA호텔(하루 숙박비 1만3천실링)에서 숙박하였다.
 
호텔에서 한국인 배낭여행자 정원재(대학생)씨를 만났다. 그에게 고추장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휴대용 한 컵과 그가 만든 조개 목걸이를 선물로 주고 세링게티를 향하여 떠났다.
 
마침 다에사람에는 말라위 대사관이 있어서 비자 신청을 하였고 비자(3개월 관광비자, 100$)를 받을 때 통상 3~4일 걸린다고 하였으나 나는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하여 하룻만에 받을 수 있었다.
 
4번째로 만난 바다인 인도양에 발을 적시고 어시장이 있는 어항을 들러보았다. 어선들이 잡아온 고기를 시장에서 경매하거나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생선장수들은 한국말로 갈치 오징어 등 몇 가지 생선 이름을 말하였다. 나는 갈치를 두 마리 사와서 밥을 해먹을 수 있었다. 가격을 묻자 1만3천 실링이라고 하여 비싸다고 하자, 얼마면 사겠느냐고 생선장수가 되물었다. 내가 8천 실링을 말하자 거래가 성사되었다. 아마 5천 실링을 말했어도 거래가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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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일 다에사람을 출발하여 68km 거리의 하이빌리지란 곳까지 주행하였다. 도로 포장 상태는 양호하였으니 갓길 포장이 안되어 있는 곳이 많았고 운전자들은 거의 양보 없이 빵빵거리며 자전거를 밀어붙였다.
 
점심때 한 식당에 들렀을 때 그곳 식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의자를 내밀며 앉으라고 하였다. 쌀가루를 찐 떡과 멸치와 작은 생선을 먹고 있었고 나도 그들과 합석하여 먹었다. 다 먹은 후 그들은 콜라가 마시고 싶다고 하여 나는 콜라를 한 병씩 돌려야 했다. 탄자니아에서는 공짜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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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찬 마사이족 사진 찍으려하자 돈 요구
 
무더운 날씨에 한 시간만 주행해도 사우나를 한 것처럼 옷이 축축이 젖었다. 라이딩 중간에 휴식시간도 많아지며 자전거 이동거리가 줄어들었다. 오후 4시에 64km 거리의 하이빌리지란 곳에 도착해 그곳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다. 게스트하우스(9천실링)에는 모기장과 천장에 팬시설이 있었으나 열대야에 잠을 설쳐야 했다. 저녁엔 거리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거리의 식당에서는 음식재료에 파리가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어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저녁으로 닭다리 2개를 6천실링에 주문하였고 기름에 튀겨서 주었다. 감자튀김은 1천실링, 커피는 500실링이었다.
 
다음날은 주행 중에 많은 비가 내렸다. 한 상점 처마 앞에 앉아 콜라를 한 병 사먹었다. 콜라를 전에는 거의 마시지 않았으나 상점에는 마실 것이 콜라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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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가끔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니는 마사이족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어보았더니 1만실링을 내라고 하여 그만 혀를 내둘렀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었더니 사진에 관심을 보여서 돈을 안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사이족은 40cm 정도의 작은 칼을 차고 손에는 창이나 나무막대를 하나씩 들고 다녔다.
 
모로고로에 머물 때 한 은행의 ATM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기계가 고장이 났다고 하여 다른 은행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곳의 ATM기엔 돈이 떨어져 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은행으로 들어가 한 직원에게 ATM기에 돈이 없다고 말하였더니 10분만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그는 자기 볼 일만 보고 있었다. 그에게 10분을 기다렸다고 말하였더니 그는 ATM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오더니 “돈이 없군요.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며 다시 자기 볼일을 봤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다시 말하였다. “처음에 10분을 기다리라고 했고 나는 30분을 기다렸지만 아직도 돈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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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항의에 그때서야 상사에게 보고를 했다. 뚱뚱한 여자 상사가 나오더니 그녀도 ATM기에 갔다 온 다음 창구 직원에게 돈을 넣으라고 건성으로 지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창구 직원은 줄 서 있는 손님의 일을 처리하는 직원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상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1시간을 기다렸고 아직도 돈을 못 찾고 있는데 처리 좀 해주시오!”라고 외쳤더니 그녀는 “벌써 한 시간이 지났나요?” 하면서 그때서야 ATM기에 돈을 넣었다. 돈을 넣자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서 돈을 찾아갔다. 한 경비원이 나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무도 ATM기에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원숭이를 구경하는지, 원숭이가 나를 구경하는지
 
다음날 미쿠미 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국도는 미쿠미 국립공원을 50km를 통과하여 미쿠미 시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길에는 ‘야생동물들로 위험함’이란 경고판이 있었고 ‘한적하기는 하나 차가 다니는 국도인데 설마 위험하기까지야 하겠는가?’라고 생각하며 공원 앞 도로를 달렸다. 처음 보는 꿩처럼 생긴 큰 새가 자전거에 놀라 수풀에서 날아올랐다.
 
2~3km쯤 갔을 때 트럭 한 대가 내 앞에서 서더니 위험하니 타고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길이 한적하고 숲이 점점 더 우거져서 좀 섬뜩한 기분이 들었으나 ‘국도에 설마 사자가 나타나랴?’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더 빨리 달렸다. 만나는 운전자마다 손을 저으며 지나갔다. 왠지 이 길을 빨리 통과하는 게 상책인 것 같았다. 한참 달리고 있을 때 마주 오던 큰 트럭 한 대가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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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 전방에 사자가 있으니 이 차를 타고 공원 밖으로 돌아가세요!”
“나는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트럭운전수는 가지 않고 한동안 서서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버스를 세웠다. 그리곤 나를 태우게 하였다. 버스는 만원이었고 자전거는 지붕 위에 올려졌다.
 
승객들은 동물이 나타날 때마다 나에게 보라고 알려주었다. 차창 밖으로 야생동물들을 보고 몇 장의 사진을 찍으며 트럭 운전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계속해서 사슴, 코끼리, 하마, 기린 등이 길가에 나타났다. 승객들이 “저기 사자가 있다!”고 외쳐 보려고 하였으나 버스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보지는 못하였다. 버스는 공원구역을 지나 미쿠미 시 입구에 있는 한 호텔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호텔은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숙박비를 5만실링을 불러서 4만실링에 숙박하기로 하였다. 마당에는 토끼를 풀어 뛰어 놀게 하였다. 그곳에서 다음날 미쿠미 공원 사파리를 갔었다. 반나절 가격이 100달러에 입장료가 20달러였다. 사파리 차를 나 혼자 타고 아침 7시에 출발하여 공원으로 들어가자 초원에는 갖가지 동물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n.jpg세링게티 초원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나 우리가 없는 초원에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돌아보며 ‘지구상에 잃어버린 낙원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은 사파리 차에는 관심도 없는 듯 자기 갈 길을 가거나 끼리끼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탄자니아에서는 특히 원숭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차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거나, 도로가에 나와 놀고 있거나, 페트병을 가지고 노는 원숭이 등을 볼 수 있었고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약간의 거리만 유지되면 그들은 도망가지 않고 나를 구경하였다.
 
주인이 자기 가게 물건을 사서 좀 달라고 하기도
 
다음날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정오쯤 출발하였다. 탄자니아에서는 빗물을 받아서 식수로 쓰는 집들이 많았다. 소도시는 전기가 밤에만 들어왔고 물도 자주 끊겨 받아놓은 물을 사용하였다.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탁해서 허드렛물로 써야 할 정도였다.
 
부유니를 지나서 고도가 점차 1,300m로 높아지며 산속 길을 지나기 시작하였다. 거리에는 옥수수나 숯을 파는 집들이 종종 보였다. 탄자니아에서는 숯을 연료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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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는 외국인이라고 내게 가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였다. 계란을 주문할 때 처음에 300실링으로 말했던 달걀 1개 값이 나중에 계산할 때는 500실링이 되기도 하였다. 가격을 하나하나 확인 해봐서 가격이 틀렸어도 그들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고 정산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가끔 상점 주인이 자신의 가게 물건을 사서 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담배가게 주인이 담배를 달라고 하거나 술가게 주인이 맥주 한 병 사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거리에서 꼬마들은 자전거가 지나가는 것을 보기만 하면 “잠보(hello), 잠보!”, “깁미 머니!” 하며 달려나왔다. 그리고 까만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아프리카에도 많은 공장과 일거리들이 생겨나 많은 젊은이들이 하릴없이 거리에 나와 앉아있는 모습들이 사라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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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는 거리 곳곳에 작은 마을들이 있고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자전거여행에 숙박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보통 작은 마을의 게스트하우스는 시설이 열악하였으나 가격은 매우 쌌다. 2천실링에서 1만실링의 가격대였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 등의 중급 호텔은 2만실링에서 5만실링의 가격대였다.
 
2월27일에 묵은 루가란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저녁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락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낙천전인 그들의 모습에 나도 절로 흥겨워져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어깨춤을 추었다. 음악소리는 밤늦도록 멈출 줄 몰랐다.
 
다음날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 도시 이링가에 도착하였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무더위도 한층 꺾였으나 우기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변덕스럽고 비가 자주 내렸다. 이링가에서 나는 비교적 깨끗한 호텔을 찾아 들어섰다. 냄새가 나지 않는 방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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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정종호(http://cafe.daum.net/bicycle.world.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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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