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레시피’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② 준비과정

 

외국 주문까지 20개 부품 모아 ‘천마’ 탄생
첫번째 그린 경로는 너무 멋졌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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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행운아임을 알게 됐다. 어렵고 힘들게만 보이던 여러 일들이 운 좋게도 대부분 순조롭게 풀려나갔기 때문이다. 주변 여러분들의 전폭적인 도움 덕이었다. 그렇다 해도 여러 가지를 고심해야 했다. 어떤 것들은 좀 더 일찍 준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출발에 앞서, 기록해 뒀던 여행 경로 및 장비 준비 과정을 밝힌다. 앞으로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3개월간 겪고 맞닥뜨린 것을 기록했다. 내 여행의 준비과정 경험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경로 정하기-세계지도 먼지부터 털어냈다

 

2007년 겨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오랫동안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세계지도를 찾아 먼지를 털어냈다. 지도를 만지는 순간 두텁게 쌓인 먼지가 손바닥에 묻어났고 나는 숨겨놓은 보물지도를 대하듯 정성스레 걸레로 닦아서 방바닥에 펴놓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몇 명의 세계일주자들의 루트와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이 스크린에 교차하듯 눈앞에 그려졌다. 미국인 팀과 침디는 2002년부터 여행을 시작하여 아직도 여행중이고, 캐나다의 팀하비는 놀랍게도 무동력으로 2년 1개월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일본의 이시다 유스케는 7년 5개월만에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주행거리는 짧게는 29,000Km에서 길게는 10만Km가 넘는다. 또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 중인 박정규씨와 갈렙씨의 경로를 참고하여 미국 텍사스대학 사이트에서 검색해둔 각 나라의 도로지도 위에 내가 달려야 할 경로를 그려나갔다. 수집된 경로는 적어도 자전거로 통과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된 길이므로 이들을 참조하였다.

 

이렇게 하여 첫 번째로 계획한 루트는 인천->중국(동남부 해안)-> 베트남 등 동남아->인도->네팔->티벳->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터키->유럽전역->아프리카(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동부 종단)->남북아메리카->러시아 동부->몽골->중국->인천 루트였다. 경로가 너무 멋있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방문하고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을 지나 중앙아시아를 넘고 동토의 땅이라는 동러시아까지 포함된 경로였다.

 

날씨 치안 험로 등 따져 다시 그리고 구글어스로 거리 측정

 

그러나 이 경로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겨울이었고 아프리카의 적도를 지날 때는 한여름이었다. 또한 지난 여름 아프카니스탄 선교사사건이 발생하여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등의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악됐으며 동러시아의 날씨와 치안문제도 쉽게 넘어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개인의 힘으로 가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루트라고 생각하고 다시 현실성 있는 루트를 생각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보다 직선에 가깝게 경로를 그려갔다. 고대부터 행상의 길이었던 실크로드를 유라시아를 통과하는 길로 정하였다. 아프리카는 스페인의 Algecira에서 모로코로 배로 건너가서 북서부 3개국을 여행하고 케냐로 비행기로 이동하여 중남부지역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분쟁지역이 많고 내륙의 열대우림지역 등에 목숨을 걸고 모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여 과감히 생략하였다.

 

그래도 모두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이르는 길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그루지아, 그리고 남미의 여러 나라들은 여행자의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들이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6대륙을 통과하는 경로를 그렸고 구글어스를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니 약 54,000 Km다. 도로의 곡선을 감안하면 실제 거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젠 언제 어떤 지역을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일정계획을 잡아보았다.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중국 비자 1개월로 단축, 어쩌나

 

하루에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나 될까? 보통 100Km 정도일 것이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200Km 이상도 가능하다. 그런데 자전거에 30Kg이상의 짐을 싣는다면 거리는 줄어들 것이고 눈비로 주행을 못하는 날이 있고 관광, 비자 연장이나 취득, 비행기 대기시간, 머물고 싶은 곳 등 주행을 못하는 날도 감안하면 그 절반인 하루 50 Km 정도를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날은 평균 80~100 Km 정도는 달려야 되는 계산이 나온다. 

 

2008년 5월1일 출발시점으로 각각 지나가는 도시에 도착하는 날짜가 계산되고 지구 한바퀴 도는 날짜가 계산되었다. 다행히 극한지역을 지날 때 한겨울은 피할 수 있었고 기간도 3년 정도로 적당했다. 이 루트를 근간으로 자전거 세계일주 계획서 초안을 작성하여 혜초여행사에 비자 자문을 받아본 결과 경로 중 투르크메니스탄은 개인 관광비자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진 길 중에 한군데가 끊어지면 우회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된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터키"의 경로가 "카자흐스탄->러시아->그루지아->터키"의 경로로 변경됐다. 투르크메니스탄 이외에도 3개 나라의 경로가 없어지고 새로운 2개의 나라가 들어왔다.

 

더욱 나를 당혹하게 한 것은 출발일을 일주일 남겨 놓고 중국비자가 1개월로  단축되었다는 통보였다. 중국을 통과하는 데 87일의 일정이 필요한데 어쩌란 말인가? 최선의 대책으로 1개월간의 비자 취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에 입국 후 서안에서 1개월간 비자연장을 받는 방법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계획은 여행 중 국제정치나 분쟁 등의 상황변수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출발도 하기 전에 배워야만 했다. 나의 최종 경로 계획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 자전거 조립하기- 3가지 조건의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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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에 적합한 자전거를 선택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많은 짐을 싣고 달릴 수 있는 여행용 자전거는 수요가 적어서인지 국내에서는 모델이 거의 없었다. 자전거숍에 들러보면 수많은 자전거가 걸려 있으나 대부분의 자전거가 MTB와 생활자전거로 내가 찾는 투어링용 자전거는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제품을 알아보니 캐논데일, 트랙, 루이가르노 같은 유명 회사에서 투어링용으로 출시되는 자전거가 있었으나 보지도 않고 이들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 사양을 검토해본 결과 투어링용이라 해도 수년간 수많은 나라를 통과해야 하는 세계일주 용도로는 일부 문제가 있었다. 왜냐하면 세계일주용 자전거는 적어도 3가지 조건의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 오래타도 고장이 잘 나지 않는 내구성이 있어야 하고

둘째, 부품을 어디서나 조달할 수 있는 호환성이 필요하며

셋째, 많은 짐과 물병을 장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자전거가 이 조건에 한두가지씩 문제가 있었다. 보통 사용되는 프레임은 알루미늄, 크로몰리, 고가의 카본과 티타늄이 있었고 이들 중 내구성이 좋은 것은 티타늄과 크로몰리이나 티타늄은 상당한 고가의 장비라 오히려 여행용으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무겁기는 하나 비교적 차체(프레임)가 내구성이 강하고 잔충격 흡수능력이 좋은 크로몰리를 여행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자전거의 부품에도 여러 등급이 있었다(고급형에서 보급형순 : XTR, XT, LX, STX, RC, STX, ShimanoA, Alivio, Acera-x). 이 중 비용이 약간 추가되더라도 변속기 등 중요한 부품은 비교적 내구성이 좋은 XT급으로 선택하였다.

 

외국에 주문까지 해 20가지 부품 모아 ‘천마’ 탄생

 

자전거 부품의 호환성 문제는 브레이크와 타이어 2가지가 고려되었다. 브레이크는 가볍고 단순한 형태의 V브레이크가 있고 MTB에 사용하는 제동력이 좋은 디스크브레이크와 로드용 사이드 풀 브레이크가 있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V브레이크로 했다. 타이어는 사이즈가 다양(20인치, 26인치, 27인치 등)한데, 이는 타이어 사이즈가 작으면 가볍고 출발하기 쉽고 오르막에서 유리하고, 크면 출발시 힘들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속도를 유지하기 쉬운 특성으로 용도에 따라 적합한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림 또는 타이어가 파손되는 경우 어느 나라에서나 구입가능한 26인치로 선택했으며, 다양한 도로환경에 적응 가능한 1.95인치의 타이어 두께를 선택했다.

 

여행용 자전거는 패니어란 4개의 가방을 두바퀴 양쪽에 하나씩 달고 핸들에는 핸들바라는 가방을 달아 짐을 수납하게 된다. 그리고 페트병이나 알루미늄 물통을 달고 다닐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전거 프레임에 앞뒤 랙마운트와 물통 케이지 마운트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자전거를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각 자전거의 부품을 구입하여 조립하기로 했다. 이중 다른 부품들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했으나 프레임만은 국내에 취급하는 곳이 없어서 미국의 사업자에게 Soma란 제품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물건이 오지 않았다. 문의한 결과 재고가 없다는 대답을 받기까지 한 달이 흘러가 버렸다. 다시 다른 제품인 Surly Long Trucker Frameset을 찾게 되어 주문을 했고 이번에는 10일 정도 후에 배달이 됐다. 관세, 부가세, 배송비가 추가되니 40만원(400달러)짜리 물건 사는 데 52만원이 들었다.

 

그렇게 20가지 정도의 부품을 모아 조립한 자전거가 천마란 이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든 비용은 모두 합쳐 170만원 정도였다.

 

자전거 한대를 완성하기까지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었는데 처음부터 도와준 분은 카멜바이크의 조윤형 사장이다. 자전거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참 고마운 분으로 이번 세계자전거일주를 기록할 다음카페 홈페이지에 운영자 역할까지 맡아주었다. 

 

◈ GPS 준비-조건 없는 도움

 

Untitled-4 copy.jpg여행준비를 하면서 GPS를 이용하면 길을 찾을 때 유용할 것 같아 GPS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떤 GPS로 선정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우선 몇몇 해외 자전거여행 경험자들에게 문의하였는데 추천한 제품은 가민과 마젤란이고 활용도는 현재의 위치파악과 지나간 길(트랙)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라고 하였다.

 

나는 지도에 난 길을 따라가는 길안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좀 실망스런 답변이었다. 또 GPS에 들어갈 건전지의 사용량도 만만치가 않았다. 흑백과 칼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3일 정도에 건전지가 2개씩 들어간다.

 

네베상사란 곳을 방문하여 GPS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사장님께서 고맙게도 60CSx란 모델을 선뜻 내어주셨다. GPS에 들어갈 세계지도는 깔아보니 세부적인 길까지는 없어도 주요도로는 있다고 판단 돼 길안내가 상당부분 가능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세상 많이 좋아졌음을 느꼈다. 건전지 소요 문제는 충전지와 충전기를 준비하여 해결하기로 하였다.

 

GPS를 받고 감사하여 "제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으니 아무것도 필요 없고 여행이나 잘 다녀오란다. 그래서 나는 "스티커라도 있으면 주십시오"라고 부탁해 자전거에 가민스티커를 부착하기로 하였다. 사장님은 멋쟁이셨다.

 

◈ 비자 취득-40개국 나 혼자 다?

 

이번 여행은 40개국을 방문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나라를 갈 경우 비자취득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여행계획을 처음 구상할 때 비자가 필요한 각국대사관을 돌아다니며 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부닥쳐보니 초청장이 필요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단체관광이 아니면 비자가 불가한 나라도 있고 아예 비자가 안 나오는 나라도 있었다

 

한두 국가라면 모를까 내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예전에 네팔 트레킹 여행 때 인연이 있었던 혜초여행사에 도움을 청했다. 3일후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기뻐서 한동안 뛰어다녔다. 내가 여행할 40개국 중 국내에서 비자를 받아야 할 나라가 미국,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으로 4개국이었고, 세네갈, 볼리비아 등 4개국은 이웃국가에 비자를 받기로 하고, 케냐 등 3개국은 도착사증으로 가능했다. 나머지 국가는 비자면제국으로 문제가 없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혜초여행사에서 맡아서 처리해 주어 이번 여행의 출발예정일을 맞출 수 있었다.

 

인연 있었던 여행사에서 기꺼이 해결사 나서

 

그런데 출발 일주일전에 첫 방문국인 중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모든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테러 등의 문제로 여행비자가 1개월로 단축된 것이다. 중국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예정기간은 87일이다. 그래서 혜초여행사와 대책을 협의해서 1개월 비자를 받은 후 서안을 지날 때 공안국에서 1개월을 연장하기로 하였다. 비자연장에도 5일 안팎이 걸려 중국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간은 55일로 준다. 32일간의 일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불가피하게 이 구간을 자전거로 통과할 수 없는 육로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고 현지에서 기차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통과하기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혹시 서안 이후의 도시에 공안국이 있다면 그곳에서 비자 연장이 가능하므로 자전거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 더 이상의 공안국 위치 정보파악이 어려워 이 부분은 중국을 여행하면서 알아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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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부품, 기타

 

예비부품으로는 타이어 1.95인치 1개, 튜브 3개, 스포크 2개, 브레이크 및 쉬프트 케이블 1개씩, 체인링 5개, 체인핀 4개, 브레이크 패드 1Set(2개)를 준비했다. 수리도구로는  타이어레버, 번개표 패치, 패스트 패치, 육각렌치, 스포크랜치, 체인툴, 십자드라이버, 뺀지를 준비하였다.

 

페니어는 자전거 앞뒤 바퀴 양쪽에 부착하는 가방으로 방수가 되고 튼튼하기로 소문난 독일제로 구입하였다.

 

노트북은 초소형으로 고진샤 제품을 선택하였는데 1.1Kg 무게로 가져갈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드디스크에는 워드, 엑셀, 포토샵, 알집, GPS S/W, 전자책, 외국어 동영상 파일, MP3 파일, 각국의 정보 등을 담았고 인터넷사용을 위해 1.5m 랜케이블을 준비하였다.

 

◈ 옷, 카메라, 캠핑장비

 

옷은 짐무게 및 부피를 줄이기 위해 갈아입을 옷 하나씩만 가져가기로 하였다.  긴팔 상의저지 2벌, 반팔 2벌, 긴 하의 저지 2벌, 반바지 하의 저지 2벌, 추리닝 1벌, 방풍자켓 1벌, 양말 2개와 동계용 옷은 등산용 파카 1벌을 준비하였다.

 

카메라는 아마추어가 찍기에 무난한 캐논 EOS400D와 28-105랜즈, 그리고 보조메모리로 8기가짜리 3개를 가져가기로 하였다. 캠핑장비로는 반포텍 2~3인용 텐트, 다나 Light- 700 Gold 침낭, 콜맨 휘발유 버너, 티타늄코펠등을 준비하였다.

 

글·사진 정종호(http://cafe.daum.net/bicycle.world.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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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