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고 눙치고 반값 흥정 “Good bye! 카자흐”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침켄트공항/08.08.26~28

“거기 가는 비행기 없을텐데” 사람마다 말 달라

그림까지 그려가며 애썼는데도 한마디로  “No!”

 

 

침켄트 공항 호텔로 들어서자 숙소 담당자가 어느 곳으로 갈 예정이냐고 물었다.

 

“이스탄불로 가려고 합니다.”

“이스탄불? 여기서 거기로 가는 비행기가 없을 텐데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어제 공항 직원에게 문의했을 때는 침켄트 시내에서 비행기 티켓을 파는 곳이 있다고 했었다. 여기는 사람마다 말들이 달라서 어느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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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켄트공항에서 비행기에 싣기 위해 자전거 바퀴를 떼어내 포장했다.

 

알마티 다르고 침켄트 다르고…

 

나는 공항으로 다시 가서 또 한번 물어야 했다. 글로 적어 문의를 했는데, 담당자가 대답을 할 때 숙소 직원이 어느 새인가 따라와서 내 뒤에 있었다.

 

   1.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여기서 탈 수 있습니까?
 2. 비행기는 언제 있습니까?
 3. 티켓은 어디서 살 수 있습니까?

 

그는 ‘오늘 월요일 비행기는 이미 마감이 되었고, 목요일에 05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으며, 티켓은 내가 원하면 잠시 뒤에 택시가 와서 티켓을 파는 데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숙소 직원은 돌아갔고, 나는 공항 직원의 오빠가 운전하는 택시에 1,000텡게를 지불하고 여행사무소로 가서 48,000텡게에 비행기 티켓을 살 수 있었다. 공항호텔 이용료는 하루 2,000텡게로 싼 편이었고 시설도 비교적 괞찮았다.

 

8월28일 새벽 3시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며 바퀴를 떼내 텐트플라이로 포장한 자전거와 짐을 끌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곳 공항은 규모가 작았고 영어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짐을 부치고 5시에 출국 심사대 앞에 섰을 때 담당인 여자 군인이 내 여권을 보더니 입국 때 준 입국카드를 달라고 하였다. 입국카드는 사라가치(클라이슬러겔) 출국사무소 군인이 50달러를 받으면서 그가 가져 갔었다. 그리고 그는 비자에 스탬프를 찍어 주면서 “No problem!”이라고 말했었다.

 

나는 영어를 못하는 담당 군인에게 그 얘기를, 그림을 그려가며 전달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녀는 잘 알아듣지 못했고, “No!”라고 말하며 출국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남자 군인 다가와 다짜고짜 돈 요구
 
정2.jpg“Can I help you?” 하며 다행히 카자흐스탄 남자 한 사람이 다가와서 통역을 해주었다.

 

그녀는 나의 처지를 전해듣더니 “출국에 필요한 건 입국카드”라며 “동정이 가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이때 한 남자 군인이 다가왔다. 그는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였다.

 

“얼마면 됩니까?”

“당신이 먼저 말해 보세요.”

“50달러?”

“100달러는 줘야 합니다.”

 

나는 돈을 주기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해 보았다.

“나는 한국 신문의 저널리스트입니다.”

 

그 말에 그는 멈칫하더니 “50달러만 주세요” 하며 한발 물러섰다.

 

나는 그에게 돈을 주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통역을 도와줬던 사내가 다가와서 한 마디 하였다.

 

“당신은 해피합니다. 만약 여기가 알마티였다면 출국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침켄트이니까 그나마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겁니다.”

 

“휴~” 하며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Good bye! 카자흐스탄~.”

 

※ 다음 여행자를 위한 참고사항

카자흐스탄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뒤엔 이 나라 화폐인 텡게를 사용할 수 없다. 공항에는 면세점이 없었고 비행기 안에서도 물건을 팔 때 텡게를 받지 않았다. 도착한 이스탄불에서도 환전이 되지 않았다. 텡게는 모두 카자흐스탄 안에서 사용하거나 미리 달러로 바꿔 출국해야 한다.

 

글·사진 정종호(http://cafe.daum.net/bicycle.world.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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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