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얼굴 얼굴들…좋아진다, 중국이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⑤ 쿠푸~란카오/08.5.10~12

 

그들은 내가, 나는 그들이 구경거리
고층건물과 황톳길, 현재-과거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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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대도시는 서울 강남거리를 보고 있는 듯하다. 고층건물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넓은 도로에는 자동차 길과 자전거 길이 있다.

 

도시를 벗어나면 황토 흙먼지가 뿌옇게 쌓인 붉은 벽돌의 집들이 있는 농촌이다. 산업화의 영향이 농촌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듯했다. 양과 염소를 몰고 다니며 풀을 먹이는 목동이 있고, 자전거에 단 바구니에 집에서 키운 닭을 몇 마리 싣고서 장터로 가는 농부도 있다. 

 

쓰고 먹고 달리고 자고…하루하루 톱니바퀴 일정

 

쿠푸에서 허저까지는 200여km. 곳곳에서 모래, 자갈, 석탄 산지를 지나거나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파헤쳐진 도로공사 구간을 지나야 했다. 이런 구간들에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현장을 만나곤 했다. 산업전사인 거대한 트럭들이 흙먼지에 굉음을 울리며 줄지어 오가고, 그 뒤에는 노새와 말들이 벽돌·자갈·목재를 가득 실은 마차를 끌고 행렬을 이룬다. 도로는 이들이 흘리고 간 흙과 자갈들로 뒤덮였다. 여기에 트럭이 한 대 지나가면 흙먼지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일어나 나와 천마를 덮쳤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페달을 열심히 밟는 것뿐이었다. 

 

어렵게 공사구간을 빠져나왔지만, 숨 돌릴 틈은 없었다. 이런 도로공사가 한두 군데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었다. 여기는 도로공사를 할 때 한 구간 한 구간 차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km의 도로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 곳을 통과하는 동안 내가 마신 황토먼지의 양은 아마 한국에서 지금까지 마신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오늘 드디어 750km에 이르는 산둥성 횡단을 마치고 허난성(하남성) 초입에 있는 란카오로 진입하였다. 9일간 자전거를 탔으므로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83km였던 셈이다.

 

지금까지 자전거 여행의 하루 일정은 대체로 규칙적이었다. 대개 하루 일정은 이렇다. 보통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여행기를 정리한다. 7시에는 밖으로 나가 중국 사람들이 그러하듯 거리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아침식사는 엷은 팥죽이나 콩죽에 호떡처럼 생긴 밀가루 빵이나 찐빵, 꽈배기 같은 것을 먹게 된다.

 

5개의 패니어 가방짐을 꾸리고 나면 8~9시 무렵. 곧바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마을이나 시장이 있으면 잠시 들르거나 경치 좋은 곳에선 잠시 쉬기도 한다. 점심으론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날 준비한 과자나 초콜릿를 먹기도 하고, 가면서 틈틈이 과일이나 밀가루빵을 사먹기도 한다.

 

자전거는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 가량을 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곧바로 숙소부터 정한다. 지금까지 텐트는 이용하지 않았다. 자전거 주행 때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장기간의 여행을 위해선 되도록 샤워시설이 있는 숙소에 묵는 것이 건강 유지에 좋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빨래, 자전거 세척, 먹거리 쇼핑 등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에 부르지 않던 노래도 저절로 흥얼흥얼

 

중국에서 사이클 복장을 하고 주렁주렁 패니어를 달고 달리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호기심 많은 눈으로 쳐다본다. 어떤 오토바이꾼은 옆에 바짝 붙어서 말을 걸기도 하고, 어떤 자동차는 앞에서 정차하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함께 찍자고 부탁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자전거는 각 지역 주민의 발 구실을 한다. 이들이 늘 타고 다니는 게 자전거인데, 자전거에다 텐트까지 싣고 다니며 전용 옷까지 차려입은 이방인이 신기한 모양이다. 마을 어귀에서 한 사람을 만나 사진을 찍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하기도 한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하는 순박한 모습들이다. 중국이 점점 좋아진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평소에 부르지 않던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많다. "내가 걷던 정든 시골길~. 소달구지 덜컹대던 길~", "동네꼬마 녀석들 해지는 줄도 모르고~" 등 떠오르는 대로 튀어나오는 대로 흥얼거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취향인지는 모르지만 젊은 사람보다는 나는 어린이나 노인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노인들은 얼굴에 그들이 살아온 연륜과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륙의 땅을 일궈왔던 농부의 얼굴, 사회주의란 통제된 사회에서 오랫동안 견뎌온 삶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래서 되도록 얼굴을 크게 찍어 두고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가 그들에게 흥미로운 구경거리 듯이, 그들 모습 또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다가와 여행길은 한결 풍성해진 느낌이다.

 

글·사진 정종호(http://cafe.daum.net/bicycle.world.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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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