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 주행 ‘훈장’, 튜브 곳곳 펑크 자국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타라스~침켄트/08.08.15~20

 

숲속 같은 도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사막

 

 

Untitled-6 copy 2.jpg


타라스시로 들어서면서 자전거의 뒤쪽이 흔들려서 고개를 숙여 뒤를 보니 뒷타이어가 주저앉아 구르고 있었다. 나는 근처의 카페 건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사정을 말하고 한쪽 빈 공간에 가서 튜브 교체작업을 했다.

 

타이어를 살펴보니 아주 작고 단단한 가시가 타이어를 파고들어 튜브에 구멍을 낸 것이었다. 예비 타이어로 교체 중 앞바퀴도 내려앉아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릴 때도 앞바퀴는 이상이 없었는데 어느새 주저앉아 있었다. 앞바퀴엔 가늘고 작은 철심이 박혀 있었다.

 

동네 청년들 시비조에 무조건 “sorry” 하니 물러나

 

튜브 교체 중에 동네 청년들 서너 명이 다가와서 자전거와 풀어놓은 짐을 보며 자전거에 손을 댔다.

 

"Don't touch, Please!"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기분이 나빴다. 나에게 거는 말투가 약간 거칠기도 했고,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도 해 보였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인원상 불리해서 나는 미소로 그들의 질문에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I don't understand What you say, I'm sorry."

 

상대가 영어를 몰라도 그렇게 얘기를 하면 상대는 적어도 "sorry"란 말은 알아듣고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한다. 그들도 결국에 "sorry"란 말에 시비 걸기를 중단하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서로 "Bye, Bye" 하며 헤어졌다.

 

Untitled-5 copy.jpg


요즘 들어 펑크 횟수가 잦아져 나는 타라스시의 호텔로 들어가 타이어와 튜브를 점검하였다. 타이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가시가 박혀 있었다. 예비튜브를 포함하여 5개의 튜브를 모두 물속에 넣어서 공기가 새는지 점검하자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곳이 여러 곳이 있었다. 펑크가 났을 때 타이어를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고 펑크 난 곳만 때워 처리했던 것이다. 나무 밑이나 덤불에서 자전거 바퀴가 펑크 나면 가시가 깊게 박혀, 타이어 속에 숨어 있다가 나중에 튜브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는 가시도 있었다.

 

6,000㎞ 이상의 주행에 무게가 많이 실리는 뒷바퀴는 그동안 많이 얇아져 펑크가 더 잘 나는 것 같아 뒷타어어를 교체하였다. 이제 6,000㎞를 넘었는데 벌써 튜브는 펑크를 때운 흔적이 많다. 하기는 카자흐스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옆에서 자동차도 "펑" 하고 타이어가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도로 옆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교체하는 장면도 보았다.

 

타라스시는 참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나무가 많아서 숲속에 온 것 같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도 예쁘고 도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보통 큰 도시에 가보면 나무가 많고 나무 줄기는 한아름 정도의 큰 나무들이라서 보기가 좋았다. 수종은 느티나무와 회양목이 단연 많았고 소나무나 상수리나무도 종종 보였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면 반 사막지대로, 들판은 말라버린 누런 풀들이 덮여 있거나 모래사막이 많았다. 물이 있는 곳은 집이 있고 카페가 있고 도시와 나무가 있었다.

 

약수터 나뭇가지에 손수건이 주렁주렁

 

Untitled-2 copy.jpg다음날 타라스시를 출발하여 타라스와 침켄트시 중간에 있는 비소코라는 작은 마을을 목표로 출발하였다. 그곳에 호텔이나 숙식이 가능한 카페가 있기를 바라면서.

 

가는 도중 약수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약수터 앞 나뭇가지에는 손수건이 주렁주렁 묶여 있었다. 때마침 나뭇가지에 손수건을 묶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손수건을 왜 묶는 겁니까?"

"소원을 비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황당 앞에 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며 소원을 비는 것처럼 여기서는 약수터에서 손수건을 묶으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비소코에 도착 전 오후 5시께 해발 1,100m의 언덕을 올라서서 제법 근사한 카페 앞에 멈추었다. 문 앞에 있던 한 남자가 먼저 숙박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반가워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요, 여기서 자고 가지요."

"먼저 식사를 하시지요?"

 

나는 방을 보고 나서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 방을 둘러보니 20평 정도의 크기에 도시의 호텔 이상으로 가구들도 잘 꾸며져 있었다. 저녁식사도 제법 맛있었다.

 

'이런 멋진 곳에서도 한번 자보는구나'라고 속으로 흡족해 하며 "숙박비는 얼마입니까?" 하고 물었다.

"식비를 포함하여 1만텡게입니다."

 

Untitled-3 copy.jpg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1,000텡케를 깎아서 9,000텡게를 냈다. 지금까지 지불한 숙박비 중 가장 비싼 금액이었다. 나 혼자 20평의 큰 방을 쓸 이유는 없었으나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는 곳이 카자흐스탄이었다. 저물어 가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잘 수 있는 카페를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모텔급 호텔의 숙박비를 보면 1,500텡게, 1,600텡게, 2,000텡게, 3,000텡게, 5,500텡게, 6,000텡게, 7,900텡게(이 금액들에서 약간 깎기도 했음)였으며 도시가 클수록 아무래도 가격이 높았다. 카페는 무료(식비만 받음)거나 500텡게였는데 여기는 10,000텡게(2식의 식음료비 제외시 7,500텡게)나 부르다니!

 

Untitled-1 copy.jpg


글·사진 정종호(http://cafe.daum.net/bicycle.world.tour)

 

Leave Comments


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