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어 슬펐니? 슬픔이 널 강하게 키울거야”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눈물.jpg “흑흑. 엄마.... 엄마 보고 싶어....엉엉... 엄마 빨리 와~”
딸이 전화해서 또 운다. 요즘 부쩍 우는 횟수가 늘었다. 이유는 “엄마가 보고싶어서”다. 아침에도 나를 따라다니며 “엄마 빨리 와”를 반복하더니, 전화해서 “엄마 언제 와? 엄마 빨리 와~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하고 말한다. 어떤 날은 우는 딸 때문에 약속도 미루고 빨리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우는 딸때문에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아이의 흐느낌에, 아이의 우는 소리에 “나도 힘들어! 그만 좀 울어~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지만 꾹 참는다.
 
집 전화를 최근 설치했다. 아이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딸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깜빡 잠이 들어 마중을 나가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하원 차량 선생님이 전화를 했지만 이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근 이모님이 스마트폰으로 전화기를 바꿨는데 작동법을 잘 몰라 무음으로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둘째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이모께서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함께 누워있는 경우가 많아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아예 집 전화를 설치했다.
 
집 전화를 설치했더니 아이들이 제일 먼저 좋아한다. 특히 전화번호대로 전화기의 버튼을 누를 줄 아는 6살 딸은 전화를 수시로 해댄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전화번호를 다 적어놓고 모두에게 전화를 한다.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전화하고, 동생이 때려도 전화해서 엄마에게 이른다. 전화하는 횟수가 점점 늘더니 이제는 “엄마 보고 싶어~”“엄마 빨리 와”하며 엄마의 조기 퇴근 압박용으로 전화를 활용한다.

 

일을 하다보면 아이들 존재조차 까먹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 휴직 뒤 복귀한 뒤로는 아이랑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전화를 자주 했다. 이모님께 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의 존재를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도 점점 크고 회사에 복귀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자 하루에 전화 한 번이라도 하겠다 하던 마음은 어느새 날아가버렸다. 어느샌가 지나보면 퇴근할 시간이 되기 일쑤고, 야근해야 할 때도 “늦는다”는 전화를 깜빡 하기도 한다.
 
놀이 전문가 권오진 선생님은 회사일로 바쁜 아빠들이 가장 쉽고 간단하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1분 전화놀이’를 권한다. 대학생, 고등학생 자식이 있는 권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휴대폰을 잘 활용해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아무 용건이 없어도 전화해서 “아들~ 사랑해~” 말하기도 하고, “딸! 지금 뭐해? 아빠는 어디 가고 있는 중인데~”라고 말하며 잠깐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잠깐의 전화를 통해 아이에게 엄마가, 아빠가 아이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아이와 함께 있지 못한다는 엄마, 아빠의 죄책감도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자꾸 전화를 해대도 부모가 짜증을 내거나 바쁘다고 끊어버리지 말고 잠깐동안의 여유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바쁜 시간에 아이가 전화해서 울어대고,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면 얼른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그 순간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으면서 아이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이가 울면 잠시동안 그냥 울게 놔둔다. 그리고 그 잠시 동안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래~ 힘들지? 엄마도 보고싶고,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고. 그런데 그런 슬픔이 널 더 강하게 키워줄거야.”라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한 뒤 좀 더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주로 구석진 곳이나 빈 사무실 때로는 화장실) 이동한 뒤 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음~ 엄마 보고 싶어 그러구나. 그렇게 울고 싶은 날도 있더라. 엄마도 우리 민지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엄마는 민지 너무 보고싶어서 민지 생각 많이 하는데 울지 않아. 대신 민지가 까불까불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 상상하면서 막 웃는다~ 엄마는 민지도 엄마 생각나고 보고싶을 때마다 너무 많이 울지 말고 웃었으면 좋겠어. 엄마 까불까불한 모습,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 상상하면서 웃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가끔 울고 싶을 땐 울어도 괜찮아. 울고 나면 속 시원해지잖아.”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공감받은 사람, 내 심정을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충분히 이해받아본 사람은 어떤 시련과 고통이 와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우는 아이,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아이가 있다면 직장맘들은 대부분 아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는 처지에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해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한탄해하기보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을 먼저 해보면 어떨까? 내 경험상 슬픔에 공감해주고 잠시 울 시간을 전화로라도 내어주면 아이는 금방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공감받았다는 사실때문에 힘을 얻어 다시 엄마가 없는 공간에서도 자기의 시간을 살아내기 때문이다.
 
 
“엄마가 보고 싶어”울었던 아이는 2~3시간 뒤 깔깔대며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회사 출발했어? 민규가 지금 색종이로 재밌는 것을 만들었는데 어서와~ 엄마 정말 놀랄껄~”
펑펑 울며 전화했던 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하호호 웃는 딸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이의 눈물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아이의 눈물보다 아이의 눈물에 대처하는 내 마음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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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