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육아휴직을 통해 얻은 4가지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341415094113.jpg » 붕어빵 먹고 있는 민지와 민규. 다시 시작이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 합해 1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가만히 누워 엄마 눈을 맞추며 옹알이를 하던 아들이 이제는 의자고 책상이고 어디든지 기어올라가 내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드는 장난꾸러기가 됐다. 민규는 또 음악만 나오면 덩실덩실 춤을 춰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만들고 있다. 동생이 태어난 뒤 샘쟁이 공주로 변했던 민지가 어느새 동생이 너무 예쁘다며 민규에게 뽀뽀 세례를 퍼붓으며 의젓한 누나 행세를 하고 있다. 그렇게 꿈처럼 15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육아 휴직 동안 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첫째, 내 소중한 아이들과 24시간을 함께 한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이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내가 목격하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민지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고, 무엇을 잘 먹고, 어떤 상황에서 짜증을 내고 어떤 상황에서 행복해하는지, 하루 사이클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 됐다. 민지를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민규를 키우면서 생후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오롯이 내 눈에 내 머리속에 내 마음에 새겨넣었다.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고, 나와 아이들은 15개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엄마인 내가 아이 곁에 있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햇는지 모른다. 비록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도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둘째,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1년 넘게 하고 안정적으로 젖을 끊고 이유식에 정착시키고 출근한 것도 뿌듯한 일이다.  모유수유가 아이의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아이의 면역력에 아이와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최고로 좋은 모유수유. 육아 휴직을 할 수 있었기에 안정적인 모유수유가 가능했다. 1년 동안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하루 만에 젖을 잘 떼고 이유식에 잘 정착시켜 놓으니 출근을 해도 사실 큰 걱정이 없다. 돌쟁이 아가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기만 하면 잘 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둘째가 이제 시터 이모님과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기만을 바랄 뿐이다.
 

 

셋째, 동네 엄마들과 어린이집 엄마들과의 커뮤니티에 들어가 많은 엄마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직장을 다닐 땐 내가 사는 아파트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이웃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아침에 출근해 별 보며 퇴근하니까. 휴직을 한 뒤 집에 있으면서 또 민지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많은 동네 아줌마들을 알게 됐다. 아랫층엔 민지보다 한 살 많은 민서네가 살고, 그 아랫층엔 민지와 나이가 같은 리훈이네가 산다. 또 아침에 민지를 어린이집 차에 태워 보내면서 많은 엄마들을 알게 됐다. 그 엄마들과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소통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대소사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또 아이들에게 동네 친구, 오빠, 언니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동네 커뮤니티는 내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어린이집에 관련된 각종 정보도 얻고, 아이들과 갈 만한 곳, 먹거리 등등 각종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니 이들과의 네트워킹은 바쁜 직장맘에겐 큰 힘이 될 것 같다. 연말에는 동네 엄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동네 카페를 빌려 간단한 먹거리를 나눠먹고 아이들과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연말 파티를 열기로 했다. 벌써부터 그 파티가 기대된다. 육아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동네 엄마들과 친해지는 것은 꿈에도 꾸지 못했으리라.
 

 

넷째, 육아휴직 동안 산후 지친 나의 몸을 잘 추스리고 임신으로 불어났던 체중을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아이를 임신하고 불어난 체중은 14kg. 모유수유를 하면서, 출산 후 6개월이 지나고 난 뒤부터 걷기 운동부터 시작했다. 30분 정도 걷다가 조금씩 걷는 시간을 늘려 나가며 운동을 꾸준히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니 군살도 없어지고 근육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식욕이 너무 좋고 허기가 져 많이 먹어 살이 빠지는 속도는 더뎠지만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현재 내 몸무게는 임신 전과 거의 비슷해졌다. 1~2kg이 불었다 빠졌다 하지만 그래도 임신 전에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지만 체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지 않았다. 이것이 다 육아휴직 동안 내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육아 휴직이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또는 경제적 여건이 안돼 출산 휴가 3개월만 쉬고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는 엄마들이 있다. 대부분 그들은 산후 지친 몸을 잘 추스리지 못한 상태에서 출근을 한다.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 어려움과 책임감, 또 어린이집이나 내가 아닌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난 뒤의 죄책감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이중 삼중 겹쳐 그런 여성들은 십중팔구 만성적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허리가 아프다거나, 어깨가 쑤신다거나, 뼈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느낌, 소화불량 등등 증상은 다양하다. 몸은 아프고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다는 부담감 등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니 그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떤 이들은 만성적으로 우울감에 시달리고, 또 어떤 이들은 직장을 때려치우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몸이 아파 질병에 걸려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엄마가 몸과 마음이 아프면 아이에게 잘 할 수 없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이렇게 해서 불행한 엄마와 아이가 양산된다. 그것은 곧 불행한 사회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닐까.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내가 1년 육아휴직을 했다고 하면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 반응은 "참 좋은 회사네. 1년 씩이나 휴직을 주고~"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는 마음 편하게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는 육아 휴직 신청자 수는 매해 꾸준히 늘고 있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그 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육아휴직급여 신청자수를 보면, 2007년 2만1185명, 2008년 2만9145명, 2009년 3만5400명, 2010년 4만1732명이다. 출산한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알아보고 싶었지만 관련 통계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출산 가능성이 높은 20~30대 전체 여성 취업자 대비 육아 신청자 수의 비율로 간접적으로 따져봤다. 그 비율은 2007년 0.489%, 2008년 0.684%, 2009년 0.887%, 2010년 1.026%(소숫점 넷째자리 이하는 생략) 에 불과했다. 20~30대 여성 취업자 가운데 고작 1% 정도의 여성 근로자만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산전후휴가 사용자 수가 7만5742명인 것을 감안하면, 출산휴가만 쓰고 직장으로 바로 복귀하는 여성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고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이 그 대책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서는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하고, 모성보호에 적극적인 기업에 헤택을 주거나 그렇지 않은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쓰고 아이를 안심할 수 있는 곳에 맡기고 일터에 나와 다시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는 그런 사회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TAG

Leave Comments


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