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악마’, 잠버릇 길들이기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1c4a1f84efbbb31eb99b8b323df50513. »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지난 1월 진행한 모유수유 클리닉 행사 장면. 모유수유 전문가가 엄마들에게 모유수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천사’ 민규가 왜 밤엔 ‘악마’로 변하는지. 낮엔 먹고, 놀고, 자고 잘 칭얼대지도 않는 순둥이가 밤만 되면 1~2시간 마다 깨 젖을 물어야 잠을 잔다. 젖을 주지 않으면 배를 쑥 내밀며 꽥꽥 소리를 지른다. 민규가 온 집이 떠들썩하게 울어대면 첫째 민지도 깨서 울며 다시 잠들기 힘들어한다. 두 아이를 재우면 내 잠은 싹 달아나버린다. 밤잠을 띄엄띄엄 자니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아이들에게 자꾸 짜증과 화를 내게 되고, 낮에도 멍할 때가 많다. 아이 젖이 부족한가, 낮에 잠을 많이 자나, 잠자리가 불편하가, 너무 건조한가 등등 날마다 왜 민규가 깊은 잠을 못자는지 연구 중이다.

 

그러던 중 지난 19일 우연히 보건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모유수유 클리닉’이 무료로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 밤중수유로 고생하던 나는 바로 보건소로 달려갔다. (독자 여러분도 동네 보건소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보시라. 유용한 건강 강좌도 많고, 건강 정보도 많다. 수유하는 엄마들에겐 보건소의 모유수유 클리닉 교실 강추!)




영등포구보건소 모자보건실에 들어가니 국제모유수유 전문가 김효진씨가 임신부 및 수유로 고생하는 엄마들에게 모유수유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유가 적어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젖양을 늘리는 비법을 알고 싶어 온 엄마, 쌍둥이 엄마인데 아이가 젖을 아예 물지 않고 잠만 자서 걱정된다는 엄마, 엄마 젖을 찔끔찔금 먹고 자주 먹으려 하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엄마, 예비 산모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좀 늦게 도착한 나는 폭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우리 아이의 몸 상태와 하루 일과, 밤중 수유 패턴 등에 대해 말하고, 원인과 해법에 대해 물었다.

 

국제모유수유 전문가인 김효진씨는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속시원하고 명쾌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일단 민규는 젖양이 부족해서 자꾸 깨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분석했다. 민규는 생후 5개월 아이인데, 몸무게는 8.5kg, 키는 69cm 정도 된다. 이는 또래들 평균보다 큰 수치다. 김효진씨는 “모유만으로 아이 그 정도로 키우셨다면 아주 잘 키운 것”이라며 “모유가 부족하면 아이가 그렇게 잘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유와 달리 엄마 젖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보채면 자꾸 엄마들은 엄마 젖이 부족하나 싶어 분유를 먹이는데,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젖양이 줄게 된다고 한다. 모유가 부족한지 여부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 등 성장 정도를 잘 지켜보고, 하루 대변과 소변 횟수를 따져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효진씨는 “엄마 젖은 옹달샘과 같아 아이가 빨면 빨수록 계속 나온다”며 “분유를 먹게 되면 그만큼 아이가 빨지 않기 때문에 젖이 줄게 돼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젖양이 부족한가 싶어 분유를 좀 보충할까 했던 생각은 일단 접었다.

 








1baecce35d022e587d8e6218a430bcf8. » 끊임없이 뒤집기 시작한 민규. 뒤집기 시작한 뒤로 밤에도 자주 깬다.




모유수유 전문가에 따르면, 5개월 정도 되고 민규 정도 몸무게가 되면 밤에 젖을 먹지 않고 아침까지 충분히 잘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낮에 충분히 젖을 먹어야 하고, 엄마가 잠자는 법을 아이에게 잘 알려줘야 가능하단다. 땅에 등을 대고 밤에 잠을 자는 법도 잘 가르쳐주지 않고 밤에 깨면 젖 물려 재워놓고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타박하지 말란다. 듣고 보니 그렇다. 밤에 민규가 잠을 깨면 으레 배고파서 그려러니 생각해서 젖을 물렸고, 젖을 잠시 빨다 민규는 잠이 들었다. 특히 민규가 뒤집기를 시작한 뒤로 잠 깨는 횟수가 늘었는데, 김효진씨는 아이들이 4~5개월경에 접어들어 뒤집기 시작하면서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밤에 자주 깰 수 있다고 전해줬다.




그런데 그때마다 젖을 물려 재우면 습관이 돼 젖을 끊을 때까지 밤중 수유를 해야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밤중 수유을 끊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따라서 밤에 깨면 등을 토닥이거나 자장가를 부르는 등 잠자리 의식을 통해 다시 재우라고 권했다. 잠자리 의식은 생후 2개월 때부터 시작해 아이들에게 익숙하게 만들어주면 생후 4개월 정도 되면 아이들이 낮과 밤을 구분해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민규처럼 잠버릇이 안잡힌 아이들은 뒤늦게라도 시도해야 하는데, 적어도 일주일 넉넉 잡아 한 달은 걸릴 것이라 얘기해줬다. 힘들다고 몇 번 하다가 포기하지 말고 매일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나도 2개월부터 잠자리 의식을 시도해봤으나 조금 하다 포기하고 그냥 쉬운 방법을 택했었다. 젖 물려 재우기가 가장 쉬우니까. 그때 좀 힘들더라도 잠자리 의식을 계속 진행했으면 지금 이렇게 고생을 안할 텐데 말이다.)




아이가 울더라도 아예 밤에는 젖을 주지 않는 방법과 한번은 달래서 재우고 한번은 수유를 하는 식으로 해 서서히 수유 간격과 횟수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엄마와 가족들이 가능한 방법을 선택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되도록 수유 간격을 3시간 정도는 벌려 나가며 아이가 한번 먹을 때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날 모유수유와 관련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고 난 뒤, 난 바로 이날부터 민규 잠버릇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남편과 민지에게도 민규가 한밤 중에 깨서 시끄럽게 해도 당분간 어쩔 수 없으니 각오하라고 얘기하고 밤중 수유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땅에 등을 대고 잠자는 법을 시도하려 했으나 너무 많이 울어 안거나 업어서 재우면서 일단 밤중 수유 횟수와 간격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벌써 8일째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못된 잠버릇은 계속되고 있다. 역시 습관은 무섭다. 그러나 조금씩 희망은 보인다. 수유 횟수가 조금씩 줄고 있고, 달래면 우는 시간도 처음보다는 많이 짧아졌다. 한 달 정도는 고생한다 생각하면서 밤중 수유를 끊는 그날까지 꾸준히 시도해보려 한다.




위기는 설 연휴 기간이다. 집이 아닌 친가, 외가에서 연휴 동안 머물면서 아이들 생활리듬이 잘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식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민규 민지 잠버릇 잡기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다음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민규 밤중 수유 일지다. 기록을 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먹고 있는지, 밤에 자주 깨는 이유가 무엇인지, 밤에 우는 시간은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내 마음의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런 나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게 빨리 민규 잠버릇이 잡히고, 밤중 수유 횟수도 줄고, 아이들이 자는 시간만이라도 내 자유를 찾고 싶다. 내겐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아이들이 중요하다지만 엄마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도 밤잠을 잘 자면 더 잘 클 것이고….




모두의 평화를 위해 나는 이를 꽉 물고 한달 정도 고생해볼 생각이다. 눈앞에 펼쳐진 작은 유혹을 참고 견디면 더 큰 결실이 돌아온다는 마시멜로의 교훈을 기억하자. 당장 젖물려 재우면 아이가 쉽게 잠들겠지만 그 유혹을 견디면 내게 더 큰 자유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만약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된다면? 할 수 없다. 평소 야근 많이 하는 아빠, 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러 가지 핑계로 밤 12시 넘어 잔 날이 많은 엄마의 버릇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생각하고 계속 야근을 설 수밖에. 그러나 여전히 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노력하면 아이의 잠버릇이 잡힐 것이라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지난 일주일 동안의 밤중 수유 일지




◎ 1월19일(수)/ pm 10시, 12시-12시 반, am 2시-4시, 5시 반, 7시 반

 






dd7ecb05fe4d3c80334d930ea71e0fed. » 잠자는 민규 모습. 자는 모습이 엄마에겐 천사처럼 보인다.




폐구균과 로타바이러스 접종을 했다. 예방접종을 한 날이라 아무래도 밤에 칭얼댈 수 있는데 이왕 잠버릇을 잡기로 결심했으니 실행에 들어갔다. 밤 10시에 잠자기 시작한 민규는 밤 12시께 깼다. 젖을 주지 않으니 울어댔다. 민규가 30분이 되도록 우는데 너무 안타까워 젖을 줬다. 12시 반에 잠든 민규는 또 새벽 2시에 잠을 깼다. 정말 안되겠다 싶어 아이를 업었다. 그런데 민규 울음 소리는 점점 커졌다. 김효진 모유수유 전문가가 어떤 아이는 3시간도 운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버릇 잡히고 나면 거짓말처럼 한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잘자 엄마들이 배신을 많이 느낀다고도 했다.




그래. 이를 꽉 물고 수유 횟수를 줄여나가보자. 배를 내밀며 죽어라고 우는 아이를 안아서 흔들며 자장가를 불렀다. 그러나 아이는 1시간이 넘도록 울어댔다. 울다가 조금 쉬고 다시 울어대는 것을 반복했다. 1시간20분 정도 지나자 옆에서 이모님이 화를 내며 “민지 엄마! 첫날부터 아이한테 그렇게 스트레스 많이 주는 거 아니야! 벌써 1시간 반이 지났다고. 그냥 젖 줘. 젖 먹은지 3시간이 지났는데 애가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하셨다. 아이가 너무 서럽게 울어 3시 반에 젖을 먹였다.




마음이 별로 안좋았다. 그냥 젖 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아이를 서럽게 만드나 싶어 내가 너무 ‘독한 년’이고 ‘ 못된 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다 지친 모양인지 녀석은 조금 먹고 나서 잠이 들었다. 새벽 4시 정도 잠든 녀석은 새벽 5시 반에 또 꺴다. 너무 울려서 불쌍해 보여 그냥 젖을 줬다. 그랬더니 아침 7시 반에 잠을 꺴다. 온 몸이 뻐근하다. 밤에 잠도 못자고 민규를 안고 업고 흔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입에선 단내가 나고, 입술은 쩍쩍 갈라져 피가 난다. 민규의 우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멤돌며 기분이 좋지 않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 1월20일(목)/ pm 10시, pm 11시, am 1시~1시15분, am 4시, am 6시 반

 

어제 울린 것이 맘에 걸려 오늘은 너무 많이 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1시간이 넘도록 아이를 울리는 것은 나처럼 마음 약한 엄마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이를 너무 많이 울렸다는 죄책감에 하루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밤 10시에 잠든 민규는 또 1시간 만에 잠을 깼다. 그냥 젖을 줬다. 녀석은 맛있게 젖을 먹고 또 잠이 들었다. 2시간이 지나자 여지없이 또 민규는 잠을 깼다. 토닥여서 재우려 했으나 또 녀석은 10분이 넘게 울어댔다. 그래서 새벽 1시15분에 젖을 줬다. 1시에 잠든 민규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이고. 에뻐라. 3시간만 자줘도 엄마는 감사하다. 3시간 정도 잠을 자줬으니 새벽 4시에 깼을 땐 바로 젖을 줬다. 아침에 좀 더 늦잠을 자주길 원했건만 새벽 6시 반에 또 일어나 옹알이를 해댔다. 그래도 우리 아들. 많이 좋아졌다. 조금씩 수유 간격을 늘려나가보자. 어제 고생이 헛되진 않았구나. 




◎ 1월21일(금)/pm 11시, am 1시~1시 반, 3시, 4시, 5시, 7시 반  

 

회사 대표이사 선거 때문에 민지와 민규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오랜만에 육아휴직 중인 다른 동료들을 만났는데 민규가 흥분을 많이 했다. 다른 아이들을 보며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좋아했다. 사람 좋아하는 것은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외출을 하면 아무래도 낮잠을 못잔다. 낮잠을 안잤으니 밤잠을 잘 잘거라 기대했건만 민규는 엄마를 또 배신했다. 새벽에 거의 1시간 간격으로 깼다. 너무 바깥에서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일까. 아이를 토닥여서 재워야 하는데 바깥 외출을 다녀와서인지 나 역시 너무 피곤했다. 업고 우는 아이를 달랠 자신이 없어 그냥 젖을 바로 물리고 말았다. 내가 너무 피곤한 날은 밤에 젖 물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오늘은 실패.

 

◎ 1월22일(토)/pm 10시 반, 12시 반, am 2시, 3시, am 4시~4시 반, 7시






bbddd718d583a98c933258d52bddb751. » 혼자 자는 민지 모습. 어서 빨리 수면 독립을 했으면 좋겠다.




어제에 이어 오늘 역시 민규는 자주 깼다. 낮에 회사 선후배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왔었다. 민규는 낯선 사람들이 있는데도 참 좋아했다. 낮에 잘 놀았으니 밤에 잘 잘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여지없이 자주 깼다. 밤에 1~2번만 안깨도 좋은데 왜 그렇게 자주 깨는지. 너무 피곤해 그냥 몇 번 젖을 주고, 새벽 4시께 깼을 때 누워 토닥여서 재워봤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더니 30분 만에 잠을 자는 것이다. 조금 희망이 보인다. 땅에 등을 대고 누워 잘 수 있을라나.




민지에게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민규가 엄마 옆에 자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모가 안계시니 엄마가 민규를 옆에 재울테니 혼자서 침대에 올라가 자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혼자 침대에 올라가는 것 아닌가. 평소 엄마 머리카락을 쥐고 잠들어야만 민지다. 그런데 혼자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자다니. 네 살이 먹어 이젠 혼자 자도 된다고 얘기했더니 그 얘기가 먹힌 것인가. 민지만이라도 혼자 잠들어주니 덜 수고롭다. 제발 민지야. 이 모드로 가자.

 

◎ 1월23일(일)/pm 11시, am 3시, 5시, 6시, 8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어젯밤 11시에 잔 녀석이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너무 고마워 그냥 바로 젖을 물렸다. 그런데 세상에나. 4시간 또 자 줄거라 생각했는데 2시간 만 자고 민규는 또 일어났다. 그래서 등을 토닥여서 30분 만에 재웠는데, 30분만에 또 일어났다. 너무 피곤해 새벽 6시엔 젖을 줬다. 그랬더니 또 2시간 자고 아침 8시에 잠을 깼다. 아. 밤중 수유 한 번만 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려나.




민지는 오늘도 침대에 올라가 혼자 잤다. 어제 혼자 잘 잔 것을 칭찬해줬더니 오늘도 그렇게 하겠단다. 한밤 중에 잠깐 침대에서 내려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침대에 올라가서 혼자 잤다. 엄마 힘든 걸 아나보다. 기특하기만 하다.

 

◎ 1월24일(월)/pm 10시, 12시, am 3시, 6시

 

아. 이런 날도 있구나. 조금씩 내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가. 오늘은 민규가 3시간 간격으로 깼다. 이 정도만 해도 살 것 같다. 신생아때도 3시간 간격으로 먹었는데, 지금은 좀 더 컸으니 4~5시간 간격으로 먹어줬으면 좋겠다. 아. 너무 예뻐서 계속 뽀뽀해줬다. 민규야. 앞으로도 잘해보자. 이젠 넌 밤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컸다고. 아들. 




민지는 오늘 예전 모드로 돌아가 엄마 옆에서 잤다. 민규가 이모님과 자니 다시 예전 모드로 돌아갔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수면 독립할지 모른다. 기다려주자. 자기 스스로 혼자 자고 싶다고 할 때까지.

 

◎ 1월25일(화)/pm 7시 반, 8시 반, 10시 반~12시 반, am 2시 반~3시, 6시 반






b1f450ae1f8103e5453d74af1413ae7b. » 두 아이가 침대에서 노는 모습. 두 아이 모두 밤잠을 잘 자주면 좋겠다.




두 아이 모두 낮잠을 많이 자지 않아 모두 일찍 재우기 시작했다. 민규를 목욕시키고 오후 7시 반에 재웠다. 오늘은 <베이비 위스퍼 골드>라는 육아책을 참고해 되도록 4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밤에 일찍 재우려 했다. 책에서는 4개월 이상이 되면 아이들은 3시간 간격에서 4시간 간격으로 먹을 준비가 돼 있고, 밤잠도 잘 잘 수 있는 준비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민규도 그 책에 나온 일지를 참고해 시도해본 것이다.                                                                                     




사실은 또 일찍 아이들을 재우고 ‘베이비트리’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려 했으나 밤잠이 부족해 글쓰기가 잘 되지 않아 계속 글을 못썼다. 민규가 잠을 잘 잘거라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1시간 만에 잠을 깼다. 민지는 일찍 자는데 익숙치 않은지(평소 민지는 밤 10시 또는 11시에 잠을 잔다) 잠을 자지 않고 민규가 깨니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시끄럽게 굴었다. 10시 반에 민규가 깼을 때 민지는 여전히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민규는 또 배를 쑥 내밀며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민지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화를 냈다. 눈동자를 무섭게 굴리며 내 스스로도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닌가’싶을 정도로 화를 냈다. 주눅이 든 민지는 엉엉 울며 “다시는 안그럴게요. 엄마. 엄마 안아줘”라고 얘기했다. 민규는 민지를 혼내는 소리에 울음을 그치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 아이를 다 재우고 나니 12시 반. 몸이 피곤했건만 잠이 오지 않았다. 민지를 너무 혼낸 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다.




민규 때문에 민지 역시 잠을 잘 못자는 것인데, 괜히 애꿎은 민지만 혼낸 것 같아서다. 또 일찍 애들을 재워놓고 글도 쓰고 인터넷으로 살 것들을 주문도 하려고 했는데 내 뜻대로 안되니 아이들에게 마구 화를 낸 내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고, 내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해주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지 않는가. 괜히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화를 낸 것 같아 내 스스로가 작아 보였다. 좀 더 마음을 갈고 닦고 수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규 잠버릇이 빨리 안잡혀도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도 다짐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활리듬을 최선을 다해 잡아가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이들에 대한 내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아이 키우겠다고 육아휴직을 한 상태면서 편하게 잠자고 편하게 지내려는 것이 내 욕심 아닌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커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 다짐했다. 잠버릇과의 전쟁 중 아이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위안이 됐다.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다.

 

◎ 1월26일(수)/밤 10시, 새벽 1시, 새벽 2시에 깨서 업어 재움(20분 정도 걸림), 4시, 8시

 

민규가 밤잠 리듬을 조금씩 찾아가는 느낌이다. 밤 10시에 자서 3시간만에 깨서 젖 한번 먹고 또 2시에 깼으나 배고픈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업어 재웠다. 좀 칭얼댔지만 마구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20분 만에 잠을 잤다. 와. 이 정도만 해도 살겠구나. 그러더니 새벽 4시에 깼다. 이번엔 젖을 먹은지 3시간 정도 지나 배고플 것 같아 울리지 않고 바로 젖을 줬다. 그랬더니 아침 8시에 일어난거다. 너무 신이 나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이 글을 썼다. 




민지는 어제 너무 혼난 탓인지 밤에 씻고 책을 4권 정도 읽고 아빠랑 핸드폰으로 그림 몇 개 그리더니 잠을 잘 잤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생활의 원칙과 규칙, 그리고 공동생활 하는 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알려주고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지만, 하정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알려주고 절제하는 법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잠버릇과의 전쟁에 들어간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잠버릇이 완전히 잡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차차 우는 시간이 많이 줄고 있고, 젖 안먹고 달래서 자는 횟수도 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해보자.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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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