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과 동행해주는 든든한 전업맘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셋이서.jpg » 키즈 까페에서 노는 아이들.

 

전업맘 대 직장맘 간의 긴장은 엄마들 사이에 주요 화제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며 육아 관련 정보를 모으는 시간이 부족하다. 반면 전업맘들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또 아이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많아 육아 및 살림, 교육, 어린이집, 쇼핑 등등 각종 정보를 쭉 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업맘 상당수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형태의 정보든 전업맘 중심으로 공유를 하고, 전업맘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 네트워크에 직장맘들은 낄 수가 없고, 소외감을 느낀 직장맘들은 직장맘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전업맘 대 직장맘이라는 대결구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육아 휴직을 하는 동안 나는 동네 아줌마들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원래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뒤론 누굴 만나든 10분 이내에 친해지는 노하우가 쌓였다고나 할까. 육아 휴직을 하는 동안 놀이터에서 만난 또래 엄마들에게 말을 걸어 육아 정보를 나눴다. 같은 동 아랫층에 사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우리집에 초대하고,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 까페 모임에 가입해 글도 자주 올렸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인연들을 만들었고, 그들과 꽤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눴다. 그러나 아이 딸린 엄마들인 만큼 애들과 함께 만나야 하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고, 직장 복귀 뒤로는 더욱 만날 시간이 줄어들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었는데도, 그들은 나를 직장맘이라 따돌리지 않았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업맘들의 직장맘에 대한 터부시, 거부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내게 각종 공연·놀이 정보를 전해주고 항상 내게 용기를 준다. 어떤 모임에서는 지난해 연말 파티를 함께 하고, 어떤 모임과는 정기적으로 월차를 내 키즈 카페에 애들을 데리고 가 함께 논다. 또 내가 휴가를 못내면 엄마들이 민지를 함께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보살펴준뒤 집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또 어린이집 관련 취재를 할 때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들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기사 관련 아이템도 던져주는 엄마들도 있다. 심지어는 오늘은 전업맘 둘이 남대문 시장에 쇼핑하러 다녀오면서 다가오는 민지 생일 선물로 예쁜 티셔츠와 치마를 샀다며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선물.jpg » 친한 엄마들이 준비했다고 알려온 민지 선물. 너무 예쁘다. 그 마음이 감사하다.

 

 

 

딸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도 아무런 계획 없이 이벤트 구상 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던 내게 그들은 감동을 줬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 선물에 ‘필’이 꽂혀 2주 뒤 두 엄마와 친구를 초대해 민지의 작은 생일파티를 열기로 했다. 바쁜 일상에, 전쟁같은 일상에 치여 자주 연락도 못하고 맨날 전업마들에게 도움만 받는 내게 그들은 말을 걸어오고, 이렇게 민지 선물까지 준비해줬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난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나도 이들처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작은 선물이나 고운 말을 통해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당장 지나버린 친정엄마 생일과 남편 생일선물을 사러 가야겠다고.
 

 

연말 파티 오호.jpg » 친한 엄마들끼리 까페 하나 빌려 진행한 연말 파티. 탈 인형을 쓴 사람은 아는 엄마.

 

 

연말 파티 전경.jpg » 마술쇼도 하고 엄마들과 아이들이 게임도 하고 즐거운 파티였다.

 

지난 연말에 진행된 연말 파티때도 전업맘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그때 난 복귀한 지 얼마 안돼 긴장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 까페 모임에서 까페 하나를 빌려 파티를 연다고 할 때 나는 참석하겠다고 말만 했을 뿐 파티 준비를 할 때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했다. 파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화려했다. 풍선 장식부터 포토존, 각종 게임 준비에 아이들을 위한 선물까지 하나의 큰 이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소품 하나하나를 빌리고, 풍선 장식부터 탈 인형을 쓰고 아이들에게 마술쇼를 보여주고 게임을 진행시키는 것까지 모두 전업맘 중심으로 준비했다.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했고, 내게도 색다른 체험이었다.
 

직장맘인 내게 전업맘들은 든든한 동행인이자 정보원이다.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야겠다. 인연을 잘 이어가려면 월차를 내거나 주말에 시간을 내 그들을 자주 만나고,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 까페에 글도 자주 올려 내 일상과 아이의 일상을 공유해야겠다. 또 그들에게 고마워하는 내 마음을 자주 표현해야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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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