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19’로 조용해진 거리...지진계 감도가 높아졌다 사회경제

seis0.jpg » 유럽 여러나라가 이동제한 조처를 내리면서 인간이 유발하는 지진파 잡음이 크게 줄었다. 픽사베이

사람·차량 이동제한으로…잡음 3분의1로

“크리스마스 휴가 때처럼 조용해졌다”

지상 계기가 지하 100미터와 같은 감도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엔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득을 보는 곳도 있다.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공장이 멈추고, 차량 운행이 줄어들면서 공기가 깨끗해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과학계에서도 뜻하지 않게 기회를 맞은 연구 분야가 있다. 지진파를 비롯해 지각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지구과학계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차량 통행이 급감함에 따라 인간 활동이 유발하는 지진파 잡음(노이즈)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내는 소음이 줄어들어 땅의 미세한 움직임을 훨씬 더 잘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사회적 격리 단계를 넘어 모임 금지령, 외출금지령까지 내린 유럽에서 그 효과가 뚜렷하다.

최근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는 벨기에왕립천문대 관측소가 운영하는 지진계의 경우, 브뤼셀에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가 시행된 이후 지진파 잡음이 3분의1 정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정부는 3월14일부터 학교와 식당, 공공장소를 전격 폐쇄한 데 이어 18일부터는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관측소의 토마스 레코크 박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요즘 벨기에가 진짜로 조용해졌다"며 "이 정도의 잡음 감소는 보통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 짧게 나타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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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활동에 의한 잡음이 줄어든 덕분에 관측소 장비의 감도가 좋아져 노이즈와 같은 주파수대의 고주파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레코크 박사는 지표면의 지진계가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내는 능력이 지하 100미터에 설치한 지진계 못잖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잡음 감소는 파도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화산 활동이나 지하수위의 변화는 자연파의 이동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잡음 감소로 계측기의 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벨기에뿐만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대학원생 셀레스트 라베츠도 "로스앤젤레스의 한 관측소에서 비슷한 잡음 저하 현상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날렸다. 그에 따르면 "감소폭이 매우 컸다."

하지만 뉴멕시코주의 지질학자 에밀리 월린(Emily Wolin) 박사는 모든 관측소에서 브뤼셀처럼 뚜렷한 잡음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당수 관측시설은 잡음 방해를 받지 않도록 일부러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나 땅속 깊은 곳에 설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의 지진계가 기록하는 노이즈 같은 고주파대역에서는 변화가 작거나 전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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