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30조톤, 60만 조각…인류는 지구에 무슨 짓을 한 걸까 지구환경

Paul_Gauguin_-_D'ou_venons-nous.jpg » 폴 고갱(1848~1903)의 1897년 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누구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 역사 1년이면, 인류 문명사는 1분

 

인류의 역사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부터 따져 20만년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보통 생물 종의 평균 수명을 200만~500만년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현생인류의 종 수명은 10분의 1도 지나지 않았다. 46억년 지구 역사를 1년으로 치면 불과 23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1시간이 55만년이니, 12월31일 밤 11시37분에서야 인류가 탄생했다는 얘기다. 인류가 본격적인 문명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농경시대로부터 따지면, 1분여 남짓한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인류는 그동안 명멸했던 어느 생물종보다도 큰 변화를 지구에 초래했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지구 자원에 손을 댄 결과다. 인간의 행위로 지구 생물종의 75%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는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 짧은 세월 동안 도대체 지구에서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The_Earth_seen_from_Apollo_17.jpg » 지구는 암석권, 수권, 대기권, 생물권, 기술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류 문명이 만들어낸 인공물 총량은 30조톤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비슷한 성질의 것들끼리 묶으면 생물권, 암석권, 대기권, 수(水)권 등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인류는 이 가운데 생물권에 속한다. 그런데 생물권의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 자연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자연을 인간 편의에 맞게 변형시킨다는 점이다.

인류가 이룬 '문명'은 그런 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문명을 통해 지구에 생겨난 물질들을 학자들은 ‘테크노스피어’(technosphere)라고 부른다. 말뜻 그대로 번역하면 ‘기술권’이다. 지질학자이자 환경공학자인 미 듀크대의 피터 해프(Peter Haff) 교수가 2014년에 처음 주장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지구의 영역을 바이오스피어(biosphere), 즉 생물권으로 부르는 것에 비유해 만든 개념어다. 인류 문명이 낳은 '유형의 결과물'을 포괄하는 용어라고 보면 되겠다. 테크노스피어는 곧 인류가 지구를 변형시킨 총량인 셈이다.
테크노스피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현재 사용중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다. 건물이나 도로, 다리 같은 인프라 시설이나 지상과 지하, 공중, 바다의 장치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도구들은 전자에 속한다. 농장이나 광산처럼 사람의 손길을 거쳐 변형된 자연, 농작물이나 가축 등 살아 있는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쓰다 버리거나 수명이 다한 폐기물들은 후자에 속한다.

 

676-earth-technosphere-future-timeline-technology-globe.jpg » 인류가 만든 인공물은 1㎡당 50㎏ 남짓의 무게로 지구 표면을 짓누르고 있다. futuretimeline.net

 

 1㎡당 50㎏ 남짓의 인공물로 지구 표면 뒤덮어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 얼마나 될까? 영국 레스터대 얀 잘라시에비치(Jan Zalasiewicz)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 20여명이 별난 계산에 도전해 그 추정치를 얻어냈다. 이들은 지상과 지하, 해양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방대한 연구자료들을 토대로 현재 인류의 경제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물들의 총량은 30조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30조톤은 어느 정도나 되는 규모일까? 연구진은 “바닥에 펼쳐 놓을 경우 1㎡당 50㎏ 남짓의 인공물들로 지구 표면 전체가 뒤덮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 전체의 몸무게 총합(3억톤)의 10만배에 이르는 질량이다.

이런 엄청난 기술권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인구에서 비롯된다. 정확도를 검증할 방도는 없지만 연구진 추정에 따르면, 지금의 인류는 인간 문명에 앞서 지구를 지배했던 모든 대형 육상 척추동물보다 2배 이상 많다. 현재의 야생 육상 척추동물과 비교하면 10배나 더 많다. 수렵채취시절보다 1000배, 산업혁명 이전보다 10배나 많은 인구가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떠받쳐주는 힘이 바로 기술권이다.

 

지구 기술권 주요 구성요소들의 총량(지하는 제외)

구성요소

질량(조톤)

비중(%)

도시 지역

11.10

36.9

농촌 주택

6.30

20.9

목초지

5.03

16.7

농경지

3.76

12.5

해저

2.25

7.5

토지 이용·침식 토양         

0.80

2.7

농촌 도로

0.38

1.3

플랜테이션 농장

0.27

0.9

저수지

0.20

0.7

철도

0.02

0.1

합계

30.11

 

홀로세와는 다른 지질시대 '인류세' 형성중


문제는 기술권은 생물권에 비해 재활용률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알루미늄, 철 같은 금속들은 상당부분 재활용되지만, 유리나 플라스틱 등은 그 비율이 형편없다. 나머지 대부분은 잔류물이나 폐기물로 지구촌 어딘가에서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매우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된다. 쓰레기 매립지는 대표적 사례다.
연구진의 일원인 콜린 워터스(Colin Waters)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먼 훗날 기술화석(technofossils)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권은 새로운 지질학적 개념인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와 맞닿아 있다. 인류세는 현대에 들어 지구 기후와 생태계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1만년 전 농경문화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홀로세(신생대 제4기 충적세, 현세)와 다른 지질학적 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시한 용어다.

 

Atomic_bombing_of_Japan.jpg » 1945년 히로시마(왼쪽)와 나카사키(오른쪽)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생긴 대형 버섯구름.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류세 주장자들은 첫 번째 핵실험이 실시된 1945년 이후를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본다. 이들은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들로 방사성 물질, 대기 중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을 꼽는다. 한 해 무려 600억마리가 소비되는 치킨에서 나오는 닭뼈를 인류세의 최대 지질학적 특징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인류세 지지자인 잘라시에비치는 “테크노스피어는 지질학적으로 어리지만 놀라운 속도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미 우리 행성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고 말한다.

 


 

5853d32246143.jpg » 파란색은 도로가 많지 않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 빨간색은 도로 개발로 자연 생태계가 망가진 지역이다. 사이언스

 

지구 생태계 갈갈이 갈라놓은 도로

1㎢ 미만인 땅 조각이 전체의 절반

 

인간은 뭔가를 만들거나 쌓는 한편에서, 자연을 깎고 파헤쳐 왔다. 인류의 이동 통로인 길은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옛말처럼 도로는 인간의 활동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 생태계엔 크나큰 상처 자국이다. 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동물들의 목숨은 위협을 받는다. 한 해 숱한 동물들이 로드킬의 희생양이 된다. 10명의 보존과학자 국제연구팀이 세계 도로망에 대한 공개 자료들과 논문들을 토대로 세계 도로망이 지구 생태계를 얼마나 파편화시켰는지 계산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지구에는 현재 3600만㎞ 길이의 도로가 있다. 이 도로들은 지구 생태계를 60만 조각으로 쪼개놓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넓이가 1㎢ 미만인 땅 조각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100㎢가 넘는 큰 조각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상처가 나지 않은 대형 조각은 북극권의 툰드라, 시베리아 오지, 아프리카와 아마존 일부였다.

Highway_401_Color.jpg » 도로는 지구 생태계를 60만 조각으로 갈라놓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간 100만종당 100종 멸종…속도 1000배 빨라져


동물들에 대한 위협의 정도는 산업혁명 이후 더욱 심해졌다.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절정에 이르렀던 19세기 말 이후 척추동물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2764종의 척추동물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개체수는 123년 전부터 10년마다 약 25%씩 감소하고 있다. 2016년 10월 발표된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 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지구생명 지수’에 따르면  1970~2012년 사이에 전세계 물고기, 조류, 포유류, 양서류와 파충류 등 척추동물 개체수가 58%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이대로라면 2020년에는 불과 50년 사이에 척추동물 개체수가  3분의 2(67%)나 사라지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추정은 척추동물의 6%에 이르는 3700종, 1만4152개 개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다. 미 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 O. Wilson)은 1993년에 지구가 현재 연간 약 3만종의 생물을 잃어 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 적이 있다. 1시간에 3종씩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인간 문명으로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는 속도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1000배나 빠르다는 주장도 있다. 인간이 개입하기 전에는 연간 100만종당 0.1종이 멸종해왔으나, 지금은 연간 100만종당 100종씩 멸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ifl.jpg » 세계 원시림 분포도. 녹색이 자연 상태 그대로의 원시림 지역이다. 위키피디아

 

13년 사이에 한국땅 9배 크기 원시림 사라져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원시림의 경우를 보자. 원시림(Intact forest landscapes (IFLs))은 인간의 발이 닿지 않아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는 삼림을 말한다. 그런데 2000년 1280만㎢이었던 삼림 면적은 2001년에서 2013년 사이 7.2%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 땅덩어리의 9배나 되는 규모다. 감소 면적의 절반은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60년 안에 19개국에서는 아예 원시림을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파라과이, 라오스, 캄보디아, 적도 기니 등 4개국은 20년 안에 원시림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인간 사회의 확장에 따르는 벌목, 경작, 산불이 원시림 소멸의 주요 원인이다. 원시림은 인류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처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무기다. 일반 산림보다 탄소저장 능력이 3배 가량 높고, 면적은 전세계 면적의 2%에 불과하지만 지구 생물 종의 절반이 서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한 무기에 녹이 슬어가고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인간이 개발한 땅은 육지의 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55%로 절반을 웃돈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생태네트워크(GBN0는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생태자원을 계속 감당하려면 지구가 1.6개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anthropoceneequation_final_small.jpeg » 인류가 지구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공식으로 표현한 인류세 방정식. h=인간의 경제활동, a=천문기상학적 요인, g=지구물리학적 요인지질, i=지구 내부 동역학. futuretimeline.net

 

기후변화 속도는 100년에 1.7도…170배 빨라져

 

인간의 경제활동은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힘은 어느 정도일까? 자연상태의 뭇생물들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무려 170배나 크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와 스웨덴복원력센터 합동연구진이 저널 <인류세 리뷰>(The Anthropocene Review) 2월10일치에 발표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7천년 동안 기후 변화를 유발한 주된 동력은 태양 활동이나 지구 궤도축의 미세한 변화, 화산 활동 같은 자연과 우주에서 온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100년에 섭씨 0.01도의 속도로 기후를 변화시켰다. 반면 지난 45년간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는 100년에 1.7도의 속도로 지구기온을 상승시켰다.
연구진은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하는 수학공식을 개발해, 이를 ‘인류세 방정식’(Anthoropocne equation)이라고 이름붙였다. 인간이 지구의 대기, 바다, 수로, 숲과 습지, 빙상과 생물의 다양성 등에 미치는 변화 속도를 조사해 얻은 공식이다.

 

pollution-87684_960_720.jpg »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2주일에 1밀리미터씩 대기중의 탄소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pixabay.com


연구진은 “우주의 활동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인 280ppm을 유지했다면 홀로세 같은 상태가 앞으로도 5만년 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윌 스테픈 교수는 “태양계나 지질학적 변화의 힘이 사라졌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다만 인류의 영향력과 비교할 때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라며 “인류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진적 변화라기보다는 운석충돌에 더 가깝다”라고 강조한다.

 

Kheops-Pyramid.jpg » 세계 최대 피라미드인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기원전 25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 문명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이 피라미드 15마개의 크기와 같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산업화 이후 1조톤 이산화탄소 배출…1미터 두께 하늘 덮을 양

 

인류가 기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도구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산업활동을 통해 인류세에 축적된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무게는 거의 1조톤(2015년 현재 120ppm, 전체 탄소의 3분의1)에 이른다. 이는 높이 146m로 이집트 최대 피라미드인 쿠푸왕 피라미드 15만개 크기와 같다. 지구를 1미터 두께로 온통 덮어버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 해 2ppm씩 올라간다. 연간 170억톤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류가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2015년 기준 360억톤) 가운데 4분의 1은 바다에 녹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하고, 또 다른 4분의 1은 육상 생물이 흡수한다. 나머지 절반은 대기중에 쌓인다. 2주일에 최대 1mm씩 탄소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 이상 높은 메탄 배출 속도는 자연상태일 때보다 285배가 빠르다고 한다. 메탄은 1750년 이래 대기중 농도가 150%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급증에 따른 바다의 급속한 산성화(ph농도의 하락)는 또다른 걱정거리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 수소이온 농도(pH)가 낮아져 바다가 산성화한다. 이는 조개 등 탄산칼슘으로 몸을 지탱하는 바다 생물에겐 생명의 위협이다. 산성화한 바닷물이 탄산칼슘을 녹여버리기 때문이다. 바다의 산성화는 약 3억년 전의 석탄기(3.5억년 전부터 2.8억년 전에 해당하는 고생대 1기) 이래 꾸준히 진행중이다. 온실가스 덕분에 따뜻해진 바닷물은 낯선 바다생물을 번식시켜 기존 바다 생태계를 뒤흔들어버리기도 한다.

 

 

human.jpg » 인간이 진화하면서 보여준 행동은 호모 사피엔스란 용어에 적합할까? 위키미디어 코먼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인간은 과연?

 

 인간 번영을 위한 활동이 자연과 기후를 바꿔, 도리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호주의 작가 겸 과학자 줄리안 크립(Julian Cribb)은 그래서 1758년 칼 린네가 명명한 호모 사피엔스(현명한 인간)라는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인간이 지구에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출간한 <21세기의 생존 : 인간의 10가지 위대한 도전과 극복 방법>(Surviving the 21st Century: Humanity’s Ten Great Challenges and how we can overcome them)에서 인류에 대한 새로운 이름으로- 호모 수일라우단스(Homo suilaudans, 자아숭배자), 호모 엑스테르미나우스(Homo exterminaus, 종결자), 호모 우르바누스(Homo urbanus, 도시인), 호모 델루수스(Homo delusus, 자기기만자) 같은 후보들을 제시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고 했다.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금언이다.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말로,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선 곧잘 이 문구가 인용돼 쓰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에 물린 뒤 초능력을 얻은 주인공 피터 파커(Peter Parker)에게 삼촌 벤 파커가 던진 충고의 말이기도 하다. 영화 <쿵푸 허슬>에선 돼지촌의 숨은 고수 가운데 하나인 찐빵가게 주인이 죽음을 맞기 전에 같은 말(大力量的背后有着大的责任)을 남긴다.

 

111.jpg »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삼촌 벤 파커가 초능력을 얻은 조카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충고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미래는 과거의 축적…포캐스팅에 앞서 백캐스팅을


미국의 대중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환경부문 편집자 출신인 데이비드 비엘로는 자신의 책 <비정상의 세계: 최신 지구의 문명 재창조 경쟁>(The Unnatural World: The Race to Remake Civilization in Earth’s Newest Age)에서 “인간은 힘을 키웠지만 책임감은 키우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책임감이 없는 힘은 흉기가 될 수 있다. 인류 멸절의 핵전쟁 위험성을 가리키는 ‘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자정 2분30초전까지 다다랐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그 한 사례다. 인류가 지구에 한 지난 일들을 되짚어보는 건 책임감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래 설계는 비전을 세워 앞을 내다보는 포캐스팅(forecasting)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 뒤를 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짚어보는 백캐스팅(backcasting)이 덧붙여져야만 올바른 미래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編)에는 ‘欲知未來(욕지미래)하면 先察已然(선찰이연)하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먼저 지나간 일을 살피라는 말이다. 미래는 하루하루 지나간 과거들이 축적해 만드는 결과이므로,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구가 아닌 우주에 미래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인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co2-graph-021116 (1).jpeg »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 NASA(https://climate.nasa.gov/evidence/)

 

재앙이 되어 돌아올 부메랑 피할 수 있을까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재앙을 막을 기회는 있다. 예컨대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3년 연속 정체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연간 3% 안팎씩 성장하고 있음에도 화석연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구 평균기온은 3년 연속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정체가 아니라 급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15년 파리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정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군의 과학자들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3월24일치) 기고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 상태로 만드는 탄소법을 만들자며, 탄소 제로 달성으로 가는 두 가지 경로를 제안했다. 한쪽 길은 탄소배출 감축로다. 2020년을 온실가스 배출 정점기로 설정하고, 그 이후 10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씩 줄이는 것이다. 다른 쪽 길은 탄소배출 없는 전기 생산로다. 5~7년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두배씩 늘리자는 게 핵심이다. 과연 인류는 더 늦기 전에, 지구 살리기에 온몸을 던질 수 있을까?

 

 

인류세의 기술화석 후보들은 얼마나 될까

 

 

00502316_20160911.JPG » 지구 지질시대의 변화와 대표 생물들. 한겨레신문 자료 그래픽.

 

연구진은 인류가 만들어내는 기술화석들은 이미 알려진 화석종들의 다양성을 웃돌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화석의 후보들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종으로 확인된 진핵생물은 200만종 이하다. 전체적으론 500만~15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종의 평균 수명을 토대로 대략 추정해보면 5억~6억년에 이르는 현생누대(eon, 고·중·신생대) 기간 동안 명멸한 후생동물 종은 약 10억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류는 그러나 이 가운데 오직 30만종만 확인해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1000분의 1도 안되는 숫자다. 왜 그럴까? 많은 종들의 몸체는 연약해서 화석으로 남기가 어렵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개체수가 적었다. 또 토양 상층부는 침식이 돼서 동물이나 식물의 흔적을 남겨놓지 않기 일쑤였다. 심해층에 있는 것들은 깊이 가라앉아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화석으로 접하는 것들은 실제 살았던 생물들의 극히 일부일 뿐인 셈이다. 확인된 화석 중에서도 수천종은 체화석이 아닌 생흔화석(발자국 등 생활흔적이 보존된 화석)이다.

 

image.jpg » 먼 미래에 사라진 인류문명을 상징하게 될 화석들과 일러스트레이션. 잘라시에비치 교수와 안네 소피 밀론(Anne-Sophie Milon) 작가가 지난해 4월 한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레스터대 제공


 연구진은 책과 휴대폰을 사례로 들어 잠재적인 기술화석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2010년 구글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출판이 시작된 이래, 기록이 남아 있는 서적의 종류는 1억3천만종에 이른다. 지금은 미국에서만 한 해 100만종의 책이 나온다. 화석이 될 수 있는 더 최근의 사례는 1983년에 처음 등장한 휴대폰이다. 2014년 현재 68억개의 휴대폰폰이 네트워크상에 연결돼 있다. 기술화석의 후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책의 10배는 넘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한다. 그렇다면 잠재적 기술화석들은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종의 다양성과 같거나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한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인류세 리뷰>(The Anthropocene Review) 2016년 11월30일치에 실렸다.

 

출처
테크노스피어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6/12/8.htm#.WE9UzZ7_qUk
http://www.sciencealert.com/the-total-mass-of-earth-s-technosphere-is-30-trillion-tonnes
http://www.livescience.com/57090-earths-heavyweight-technosphere.html
논문 원문 보기
http://anr.sagepub.com/content/early/2016/11/25/2053019616677743.full.pdf+html
테크노스피어 논문
http://sp.lyellcollection.org/content/395/1/301
http://www2.le.ac.uk/news/blog/2016-archive/november/leicester-geologist-contributes-to-major-project-examining-the-2018technosphere2019
http://www2.le.ac.uk/offices/press/press-releases/2016/november/earth2019s-2018technosphere2019-now-weighs-30-trillion-tons-research-finds
http://arstechnica.com/science/2016/12/the-technosphere-now-weighs-30-trillion-tons/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61028.html

인류세 방정식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7/02/14.htm#.WNJVt9KLSUk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2053019616688022?journalCode=anra

도로 조각
http://phys.org/news/2016-12-roads-shatter-earth-surface-fragments.html#jCp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energy-environment/wp/2016/12/15/humans-have-now-sliced-up-the-earths-wilderness-into-600000-little-pieces/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척추동물 급감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12/161216115600.htm
지구의 생물종은 모두 870만. 인간이 알고 있는 건 120만종.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11/08/110824-earths-species-8-7-million-biology-planet-animals-science/
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
http://www.australiangeographic.com.au/topics/science-environment/2016/12/opinion-the-case-for-re-naming-the-human-species
인간에 의한 제6의 멸종 현황
http://www.actionbioscience.org/evolution/eldredge2.html
http://wwf.panda.org/about_our_earth/all_publications/lpr_2016/
지구생명 지수
http://wwf.panda.org/about_our_earth/all_publications/living_planet_index2/
큰 힘에는 큰 책임 
http://newspeppermint.com/2016/12/26/m-science-2/
http://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best-books-about-science-2016-180961274/
https://www.amazon.com/Unnatural-World-Remake-Civilization-Earths/dp/1476743908/ref=as_li_ss_tl
지질시대 구분과 인류세 시작 시점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806943&plink=ORI&cooper=NAVER

원시림 파괴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energy-environment/wp/2017/01/13/humans-have-destroyed-7-percent-of-earths-pristine-forest-landscapes-just-since-2000/?utm_term=.496e6f06391f

멸종 속도 1000배

https://news.brown.edu/articles/2014/09/extinctions

2050년까지 탄소법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5/6331/1269
https://www.nytimes.com/2017/03/23/opinion/why-the-world-economy-has-to-be-carbon-free-by-2050.html?_r=0
https://www.pik-potsdam.de/news/press-releases/use-a-201ccarbon-law201d-to-achieve-net-zero-emissions-by-2050

http://www.ibtimes.com/global-warming-climate-scientists-propose-carbon-law-achieve-zero-emissions-2050-251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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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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