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모기는 어떻게 인간의 체취를 감지하나 생명건강

sn-mosquitoH.jpg » 물 속에서 얼굴을 쑥 내밀고 있는 모기 성충. news.sciencemag.org

 

지구상에 서식하는 수백만 가지의 곤충 중에서 약 100가지 정도가 인간의 피를 빤다. 그 중에서 악명높은 것 중의 하나는 모기다. 그런데 모기는 어쩌다가 뱀파이어가 됐을까? 이제 과학자들은 그 사연을 알아냈다. 그건 순전히 `인간의 체취에 극도로 민감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때문이라고 한다.
 곤충의 복잡한 행위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로, 치명적 곤충의 구제(驅除) 방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가 인간의 체취를 감지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모기 기피제나 유인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캐롤린 맥브라이드 교수(진화 신경생물학)는 말했다.
 모기가 인간의 피에 맛을 들인 까닭을 알아내기 위해, 맥브라이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Aedes aegypti 모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A. aegypti 모기는 전세계에 널리 분포하는데, 특히 케냐 해안을 주름잡으며 뎅기열, 황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chikungunya viruses)를 퍼뜨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케냐에 서식하는 A. aegypti 모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A. aegypti formosus는 숲속에 사는 `숲모기`로,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바위 사이의 작은 웅덩이나 나무 구멍에 알을 낳는다. 이에 반해 A. aegypti aegypti는 `집모기`로, 집안에서 우글거리며 물탱크 속에 알을 낳는다. 가정형과 수풀형은 서로 교배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서로 회피한다.
 그런데 맥브라이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숲모기와 집모기의 흥미로운 차이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연구진이 두 가지 모기를 연구실로 가져와 관찰한 결과, 숲모기는 기니어피그의 피를 선호하는 반면, 집모기는 인간의 피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모기의 더듬이에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모두 비교검토해 봤다. 그 결과 많은 차이점들이 발견됐지만, 특히 집모기의 경우 한 가지 유전자의 활성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유전자는 Or4로, 후각 수용체를 코딩하는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Or4 수용체가 없는 초파리의 신경세포에 집모기의 Or4 유전자를 발현시킨 후, 그 신경세포가 어떤 냄새에 반응하는지를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 초파리의 신경세포는 설카톤(sulcatone: 6-Methyl-5-hepten-2-one)이라는 분자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생물체들이 설카톤을 방출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예: 닭, 말, 소, 양)보다 4배나 많은 양을 방출한다. 그러나 기니어피그의 경우, 설카톤을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Nature 11월 12일호에 발표했다.
 Or4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자세히 비교해 보니, 집모기와 숲모기의 염기서열이 다른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Or4의 염기서열은 7가지 버전으로 밝혀졌는데, 집모기에서는 그중 3가지 버전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진은 “인간의 피를 빠는 A. aegypti 모기(집모기)는 독특한 Or4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숲모기보다 설카톤의 냄새를 감지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생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매우 잘 설계되었다. 연구진은 정교한 실험을 통해 모기의 행동차이를 밝혀내고, 그러한 행동차이를 유발한 특정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의 제임스 로건 박사(곤충학)는 논평했다. “단일유전자와 관련된 인과관계를 이번 연구처럼 설득력있게 밝혀낸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인간의 피를 선호하는 데는 설카톤 말고도 다른 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설카톤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예일 대학교의 제프리 파월 교수(진화유전학)는 말했다.(로건 박사와 파월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A. aegypti 모기는 뎅기열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전염시킨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기피제나 유인제 개발의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A. aegypti 모기를 박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307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1-17    
※ 원문정보: Carolyn S. McBride, “Evolution of mosquito preference for humans linked to an odorant receptor”, Nature 515, 222?227 (13 November 2014) doi:10.1038/nature13964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11/gene-turns-mosquito-va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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