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놀라운 5년 진화사 로봇AI

atlas1.jpg »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5월10일 공개한 아틀라스의 최신 버전. 유튜브 갈무리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장 역동적 휴머노이드"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The World's Most Dynamic Humanoid")
미국의 대표적인 로봇 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문구처럼 아틀라스는 2013년 첫 선을 보인 지 5년 사이에 눈부시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엔 동력케이블에 의지한 채 한쪽 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거나 천천히 걷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요즘엔 공중제비돌기은 물론 가볍게 조깅까지 하는 현란한 동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최신 동영상은 10여일만에 600만회가 훌쩍 넘는 조회수로 인기를 끌었다. 체구도 5년 전의 키 180㎝, 체중 150㎏ 거구에서 지금은 150cm, 체중 75kg으로 아담하고 날씬해졌다. 관절도 28개로, 360개에 이르는 사람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동작이 가능하다.

 

 

발바닥 아닌 발꿈치-발끝으로 걷는 첫 휴머노이드

2013년 내놓은 시제품은 "1살짜리 아이 걸음걸이"


애초 아틀라스는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이 시작됐다. 이는 군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들어갔다는 걸 뜻한다. 목표는 수색이나 구조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아틀라스의 모태는 2009년 이 회사가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기 시작한 '펫맨'(PETMAN)이다. 펫맨은 화생방 공격에서 병사들을 보호할 방호복을 테스트하기 위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관건은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 걸음의 특징은 발뒤꿈치부터 땅에 착지해 발바닥으로 중심을 옮긴 뒤 발끝으로 땅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꿈치-발끝 보행'(Heel and toe walking)이다. 반면 기존 휴머노이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아시모나 휴보는 발바닥을 수직으로 들어올리고 내리며 걷는 발바닥보행이다. 전자가 성큼성큼 걷는 것이라면 후자는 아장아장 걷는 모양새다. 그러나 발꿈치-발끝보행은 발바닥보행에 비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대신 일단 성공하면 사람처럼 빠르고 자연스런 보행이 가능하다. 사람과 똑같은 동작을 구현하려면 이 '발꿈치-발끝' 보행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펫맨을 "실제 사람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최초의 의인화 로봇"으로 규정하며 다른 휴머노이드와 차별화하고 있다. 그때까지 동물의 행동 방식을 모방한 4족보행 로봇 개발에 주력해온 보스턴 다이내믹스로선 최초의 2족보행 로봇 도전이기도 했다. 펫맨의 초기 동작 능력은 전원을 공급하는 줄을 매단 채 러닝머신 위에서 뒤뚱거리며 균형을 잡는 정도에 불과했다.

 

atlas88.jpg » 아틀라스의 모태가 된 펫맨(왼쪽)과 2013년에 선보인 아틀라스 첫 시제품(가운데< 그리고 2015년 다르파 로봇챌린지에서 아틀라스를 플랫폼으로 해 출전한 러닝맨(오른쪽). 유튜브


다르파 로봇챌린지에선 카이스트 휴보에 져 2위


2013년에 선보인 아틀라스 첫 시제품 역시 외형상 크게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펫맨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동력케이블을 매달고 있었다. 걸음걸이 역시 조심스러웠다. 다만 옆에서 세게 밀쳐내도 한 다리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눈에 띄었다. 당시 다르파 프로그램 관리자 길 프랫(Gill Pratt)은 아틀라스 시제품을 1살짜리 어린아이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1살짜리 아이는 겨우 걸을 수 있다. 잘 넘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아틀라스의 첫번째 목표는 2014년 다르파 주최로 열린 재난구조 로봇 경연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우승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6개 팀이 아틀라스를 플랫폼으로 채택해 자동차 운전하기, 문 열기, 공구 사용하기 등과 같은 작업 동작 경연에 나섰다. 하지만 아틀라스를 사용한 팀에서 우승팀은 나오지 않았다. 아틀라스를 채택한 미 IHMC로보틱스의 로봇 ‘러닝맨’이 2015년 6월에 열린 결승전에서 8개의 임무를 모두 완수하기는 했으나 한국 카이스트팀의 휴보에 6분차로 뒤져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아틀라스는 2015년부터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15년 8월에 공개된 영상에선 자갈밭과 산길을 걷는 모습을,  2016년 1월 영상에선 짐을 들어올리거나 종이를 집어올리고 서툴기는 하지만 빗자루, 진공청소기 등 작업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Atlas-FinalArt.jpg » 아담하고 날씬해진 아틀라스. 키 150cm, 몸무게는 75kg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점프서 180도 방향 틀기, 공중제비돌기, 조깅까지


아틀라스는 2016년 2월 비로소 비교적 세련되고 안정된 동작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선반에 짐을 부리는 것은 물론 눈길을 걷고, 앞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가 하면, 닫힌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해엔 발판 건너뛰기 점프에 이어 제자리서 180도 방향 틀기, 공중제비돌기 등 현란한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아틀라스는 최근 또 하나의 진화를 이뤄냈다. 지난 10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조깅하는 장면은 마치 사람을 보는 듯하다. 경사진 지형에서도 가볍게 뛰어 다녔다. 양팔까지 앞뒤로 흔들며 달리는 동작이 사람의 동작을 쏙 빼닮았다. 통나무 장애물 앞에선 두발을 모은 뒤 폴짝 뛰어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스팟미니 이어 상품화 나설까


휴머노이드 로봇은 동물을 모방한 4족보행 로봇에 비해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위험한 곳에서 사람을 대신해 사람처럼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해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야 할 다음 과제는 손 동작이다. 사람처럼 손가락을 활용한 정밀한 조작 능력을 갖추게 되면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손 회장은 2030년대엔 인공지능과 로봇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로봇 상품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엔 우선 로봇개 `스팟미니'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의 개발 속도로 보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스팟미니의 뒤를 따라 시장에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눈길 가는 아틀라스(2016년2월)
청소하는 아틀라스(2016년 1월)
2차 업그레이드 시제품(2015년 8월)
다르파 로봇챌린지의 러닝맨(2015년 6월)
1차 업그레이드 시제품(2015년 1월)
첫 시제품(2013년)
펫맨 시제품(2009)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