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청백색 조명, 아침잠 깨워준다 사회경제

111.jpg » 청백색 조명의 아침 각성 효과가 확인됐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연구진 대학생 실험서 밝혀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 억제 효과

시각적 편안함 높이는 데도 효과 확인


푸른빛 조명을 쓰면 좀 더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락, 학습, 업무 등의 야간 활동으로 늘상 부시시한 아침을 맞는 현대인들에게 유익한 생활 정보가 될 듯하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석현정 교수·최경아 연구교수의 연구팀은 청백색(blue-enriched white)의 푸른빛이 아침잠을 깨우는 데 효과적임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조명이 생체리듬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밝혀낸 것으로, 앞으로 인간 친화적 조명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사람의 망막에서 제3의 광수용세포가 발견된 이후 빛의 생리 작용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제3의 광수용세포는 기존의 간상세포나 원추세포와 달리 비시각적인 것에도 반응한다. 뇌에 전달되는 경로도 다르다. 특히 이 세포는 파란빛에 가장 민감해 뇌파, 멜라토닌 분비, 심전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강한 레이저빛을 직접 쏘는 실험 조건에서 진행한 것들이어서 연구 결과를 곧바로 일상 생활에 접목하기가 어려웠다. 또 푸른 빛의 생리 영향과 관련해서도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숙면을 방해한다는 부정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낮과 밤의 멜라토닌 분비량의 변화 그래프.jpg » 낮과 밤의 멜라토닌 분비량 변화. 낮엔 줄고 밤엔 늘어난다. 카이스트 제공

이에 카이스트 연구팀은 이번에 푸른 빛의 긍정적 효과를 찾아보고 이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연구팀은 카이스트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푸른 빛이 인체의 생리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주관적 느낌도 조사했다.

실험에는 높은 색온도(6500K)의 청백색 조명과 낮은 색온도(3500K)의 주백색 조명을 사용했다. 색온도란 조명의 색을 절대온도로 표시한 것이다. 색온도가 낮을수록 주황빛을 띠며, 높을수록 푸른빛을 띤다. 조명의 밝기는 500룩스(lx)로 했으며, 실험은 오전 9시에 진행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을 이 두 가지 조명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두었다. 그 결과 청백색 조명은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아침잠에서 깨어나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멜라토닌은 수면주기 조절 호르몬으로 늦은 오후부터 수치가 늘어나 잠을 유도하고, 이른 오전엔 수치가 감소하면서 잠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아침에 쐬는 청백색 조명은 주관적 각성도와 시각적 편안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근육의 긴장 상태를 유지해주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량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정현정 교수, 석현정 교수, 김태수 박사과정, 최경아 연구교수.jpg » 왼쪽부터 정현정 교수, 석현정 교수, 김태수 박사과정, 최경아 연구교수. 카이스트 제공

생체리듬에 관한 연구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2017년엔 낮밤 주기에 따라 몸의 변화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미국의 과학자 제프리 홀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 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이 주어졌다. 생체리듬이란 수면·각성·호르몬·심박수·혈압·체온처럼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인체의 생리 패턴을 말한다.

석 교수는 “처음에는 조명을 통해 학생들을 편히 쉬게 해주려는 의도에서 연구를 시작해, 호텔이나 레스토랑, 모닥불 등의 조명에서는 편안해지고 흰색 조명에서는 긴장감이 발생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경아 연구교수는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스마트폰의 달력이나 출장 앱과 연동한다면 인간의 생체리듬과 권장 수면시간 및 기상 시간에 맞춰 조명의 색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월23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대학생들의 생리적, 주관적 반응에 나타난 청백색 아침 조명의 각성 효과'(Awakening effects of blue-enriched morning ight exposure on university students’ physiological and subjective responses)이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