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도 바꾸지 않는다, 보혈 제일 남삼칠 김승호의 기력 한방

기력 한방/보혈에 최고 삼칠초

 

‘북인삼(北人蔘) 남삼칠(南三七).’ 천하의 영약으로 이름난 인삼은 북방에서 나고, 삼칠은 남방에서 난다는 말이다. 삼칠이 대체 무슨 약초이기에 감히 인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성을 얻은 걸까. 청나라 때 의가 조학민은 ‘본초강목습유’에서 이렇게 썼다. “인삼은 보기(補氣)제일이고, 삼칠은 보혈(補血)제일이다.” 인삼이 기를 보하는 데 으뜸인 약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삼칠이라는 약초는 혈을 보하는 데 으뜸이라는 것. 
  ‘본초강목’으로 유명한 명나라의 이시진은 이 삼칠을 “인삼의 맛과 흡사해 미감(微甘)하고 쓰다”면서 “다른 이름으로 ‘금불환(金不換)’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약초라는 거다.
 삼칠은 오가피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따지고 보면 인삼과 한집안 식구라고 할 수 있다. 삼칠근을 먹어보면 거의 인삼 맛이 난다. 잎사귀의 생김새나 열매도 인삼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래서 삼칠인삼이라고도 한다.

 

삼칠.jpg » 삼칠초 줄기

 

 하지만 인삼과 달리 따뜻한 중국 남방지역에서만 자란다. 삼칠의 원산지는 중국 광시성의 더바오현으로 알려지는데, 이 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20도 되는 곳이다. 여름이 길고 다습하며 겨울도 온난하다. 애석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재배가 어렵다.
  삼칠(三七)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은 곡절이 몇 있다. 우선 가지가 3줄기이고 그 가지에 잎이 7개씩 달려 그 형상을 따서 삼칠이라고 했다는 설. 또 3~7년간 자란 뿌리만이 약효가 있고, 1~2년근은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삼칠이라고 했다는 설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회자되는 이야기 하나.
  옛날 중국 광시성의 어느 고을에 신통한 낭중(郎中·의관)이 있었다. 이 고을 위사(衛士)가 코피를 자주 흘렸는데 낭중이 주는 가루약을 먹고 코 안에 그 가루를 뿌리면 곧 나았다. 눈치 빠른 위사는 낭중이 무슨 약초를 쓰는지 눈여겨두었다. 어느 날 고을 지부대인의 독자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의원들을 불러다 치료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위사는 약초의 뿌리를 캐가지고 지부대인에게 바치며 효과가 신통해 곧 나을 것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약을 달여 먹어도 차도가 없어 지부대인의 아들은 결국 죽고 말았고, 대로한 지부대인이 위사를 잡아들여 죄를 물었다. 위사가 저간의 사연을 토설해 덩달아 낭중도 붙들려오게 됐다. 낭중은 위사가 캐온 약초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이 약초는 반드시 3~7년 자란 것을 써야 하는데, 무지하여 1년근을 썼으니 무슨 약효가 있었겠습니까.”
  그러고는 곧 칼을 들어 자신의 팔에 크게 상처를 낸 후 가루약을 꺼내 일부를 먹고 일부는 상처에 뿌렸다. 그러자 신통하게 출혈이 멈추고 상처도 아물었다.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모두 놀랐다.
  ‘본초강목’ 등 고전의서에 나오는 삼칠의 효능은 다 혈병(血病)을 다스리는 것이다. 출혈을 멈추는 지혈(止血), 어혈을 흩뜨리는 산혈(散血), 종기와 부은 상처를 삭히는 소종(消腫) 및 통증을 가라앉히는 정통(定痛) 등이 그것이다.

 

삼칠근 뿌리.jpg » 삼칠근 뿌리


   우선 삼칠은 지혈효과가 뛰어나다. 신체 내외부의 모든 출혈증상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삼칠의 기막힌 효능은 지혈을 하면서도 역으로 산혈, 곧 활혈을 한다는 것. 뇌출혈에 지혈제를 써야하는데 혈전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현대의학도 두 손을 든다. 수년전 정치인 김근태 씨가 뇌정맥혈전증 치료를 받다가 치료 도중 뇌출혈이 생겨 사망한 경우다. 이런 속수무책의 난국을 삼칠이라는 약초가 타개해낼 수 있다. 
   당연히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출혈 등에 삼칠은 효과가 크다. 뇌혈관의 출혈을 지혈할 뿐 아니라, 뇌혈관 파열 이후의 혈액순환장애를 개선한다. 또 혈압을 떨어뜨려 혈관이 다시 터지지 않도록 한다. 후유증으로 사지의 마비가 완강한 경우에도 삼칠근을 복용하면 회복이 현저히 빨라진다. 
   위장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으로 인한 토혈이나 대장의 출혈, 여성의 붕루(자궁출혈), 산후의 지속적인 출혈에도 효과가 좋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옹종(몸의 안팎에서 피부나 장기가 곪고 붓는 증상)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삼칠근의 가루를 환부에 도포하면 낫는다.
 최근의 동향. 일본이나 중국에선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보조치료제로 쓴다. 이런 경우 삼칠근 가루를 2~4g씩 하루 2~3차례 복용한다. 삼칠근에 플라보노이드글리코시드라는 성분이 있어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동맥압을 떨어뜨리고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감소시키므로 심교통과 협심증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혈압을 떨어뜨리고 저혈압을 정상화한다거나 만성간염과 간경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GOT, GPT수치를 떨어뜨리고 만성C형 간염도 개선한다. 재생불량성빈혈에도 탁효가 있다.

 

글 김승호(한의사)

 

김승호 한의사 축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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