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의 창] 정치권력의 군사화, 육군본부 5중대 권력 편집회의_Defense21+

 디펜스21+  2013년 7월호(2013. 6. 17.)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계룡대에서 열린 2013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임관자 대표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때 아닌 김관진 낙마설

 

지난 3월말에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국방장관으로 유력시 되던 당시의 일입니다. 이미 공관에서 짐을 다 뺀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방부 간부회의에서 무슨 말을 하면 예전에는 열심히 받아 적던 참모들이 이제는 받아 적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4월 초에 김병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김관진 장관이 유임되자 간부회의 분위기는 다시 열심히 받아 적는 분위기로 바뀌더라는 겁니다. 이 변화에 놀란 당사자는 김관진 장관 본인이었습니다. 5월에 김 장관은 어떤 자리에서 “그 때 내가 나간다고 하니까 누구누구는 안 받아 적데”라며 농담을 하며 웃었다고 합니다. 이 일을 옆에서 지켜본 국방부 관계자는 “권력이란 이처럼 무상하구나”라며 한탄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국방장관 업무를 수행한 김관진 장관에게도 최근 청와대와 불편한 일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지난 정부에서 “장관직을 걸겠다”고 다짐한 군 상부구조 개혁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몽땅 물거품이 될 상황입니다. 4월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이 개혁안이 송두리째 빠졌습니다. 청와대가 압력을 넣은 것인지, 아니면 국방부가 알아서 뺀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 장관에게는 이 개혁을 포기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빠진 상부구조 개혁안이 국방부 자체 업무추진계획에는 버젓이 살아있는 겁니다. 이를 두고 청와대에서는 “김 장관과 계속 함께 가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또 ‘김 장관 낙마설’이 시중에 파다하게 확산되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10월 군 정기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의 김 장관 견제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인사와 정책 양면에서 김 장관과 청와대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고 있음을 볼 때 과연 10월 이후 국방부는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해집니다.

 

 

진짜 권력은 지휘권이 아닌 인사권

 

그러나 어떤 인사가 새로 국방부 장관으로 부임한다 하더라도 현 박근혜 정부는 국방장관에게 몹시 불편한 정부입니다. 우선 군에 대해 잘 아는 대통령 측근들이 너무 많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육사 25기 남재준 국정원장, 27기 김장수 안보실장, 28기 박흥렬 경호실장, 37기 박지만 씨 등 국방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선후배들이 대통령 측근에 즐비한 데 육사 30기 이후 기수가 장관으로 오면 가위눌려서 어디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군 인사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군 출신 인사들의 ‘제 사람 챙기기’가 본격화되면 육군 참모총장이 자기 의사대로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인사에서도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경호실의 육군 대령 직위가 예외적으로 육군 준장으로 바뀌어 향후 경호실이 사단장 자리 하나에는 개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정원의 경우 육사 42기 국방보좌관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3개월 만에 낙마하고 육사 37기 대령으로 교체되었는데, 이것이 올해 10월 정기인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입니다. 국정원 3차장, 총무국장 자리는 과거 남 총장의 측근 예비역이 임명되었습니다. 최근 국정원은 선거 때 공로로 새누리당에서 진출한 당직자, 보좌관 출신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홍역을 앓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외부요인에다가 상반기 인사에서 김관진 장관마저도 정보 분야에서 진급 추가 공석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등 인사에 직접 손을 댄 흔적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육군본부에서는 “올해 보병 작전의 진급 공석이 줄어들 상황”이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청와대는 오래 10월 정기인사 이전에 각 군 총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여 박근혜 정부의 군 진용을 갖출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흘려듣기에는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육군 패권주의, 어디까지 갈까

 

우리 군의 진정한 권력은 지휘권이 아니라 인사권에서 나온다는 것은 이미 장교단 전반에 체질화 된 인식입니다. 대다수 장교들이 북한을 바라보고 전투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자를 바라보기 때문에 군이 인사군대, 관리형 군대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푸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군정과 군령권이 쪼개진 군대에서 지휘 따로, 인사 따로 가고 있는 것은 한국군을 기형화되었으며, 이 때문에 김관진 장관이 이 둘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주 틀린 주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군사 지휘체계를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을 어떤 철학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직접적인 변수라고 보여 집니다. 제도를 바꾸지 않아도 청와대를 비롯한 외부기관의 부당한 군 인사개입을 어떻게 차단하고, 군 내부적으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제도 운영이 정착되느냐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이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매우 불안한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이 관철되면서 군 내부의 근무인연에 따른 파벌 형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높은 수준의 관리가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청와대가 폐단을 조장하고 있지 않는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정부라도 하나의 정치권력으로서 “초록은 동색”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한편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남재준, 김장수, 박흥렬 3사람이 건재하는 한 북한과의 원칙 없는 대화나 유화책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 정책도 오직 한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호언장담합니다. 이렇게 보면 정책과 인사 양면에서 청와대 안보실은 육군본부 2중대, 국정원은 3중대, 경호실은 4중대, 국방부가 5중대로 기능하는 국가정책의 일체화, 즉 한국판 선군정치의 전형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완벽한 박정희 시대의 부활입니다. 국가는 이미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을 만큼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지만 특정 출신에 편중된 외교안보 조직은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육사 출신들은 “우리가 가장 스마트하다”는 엘리트 의식으로 타 출신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가 위기관리는 “반드시 우리가 통제해야 한다”며 위기 중에도 권력과 명성에 집착하여 왔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주관성, 즉 직업적 편견이 강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합리성 보다는 해온 대로 하려는 지상군 식 사고와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변화된 안보환경을 잘 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것은 지난 수십년 간 이어져 온 한국군의 육군 패권주의의 산물이며, 다양한 선택지를 상실한 국가는 국가이익을 잠식당합니다.

 

 

다양성을 상실한 국가의 불안

 

저는 박 대통령이 이러한 한국 안보조직의 전략문화(strategic culture)를 선뜻 용인했다는 데 불안을 느낍니다. 현재 청와대 안보실이 외교안보의 제 기능을 조정 통제하는 안보정책의 사령탑으로 기능한다기보다 과거 정부의 위기관리센터를 확대개편 한 정도의 기능만 수행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까닭이 이것입니다. 휴전선만 잘 지키면 외교안보는 다 잘 된 것으로 인식하려는 정치권력의 속성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잘 된 것은 내 탓, 잘 못된 것은 과거정권 탓으로 돌리면 굳이 외교안보정책이란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저는 이러한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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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