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 제4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의 이상기류 사건내막

 

 



SCM을 보이콧 하려던 게이츠 미 국방장관

“동맹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한국 못 믿겠다”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좌파정부 10년간 와해된 한미동맹을 ‘복원’한다던 현 정부 출범 이후 역설적으로 미국은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의 핵심 축인 이상희 - 게이츠 국방장관 간의 대화라인은 굉장히 서먹서먹해졌다. ‘미국과 친구 되기’를 외교안보의 핵심기조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 미국은 ‘더 멀어지는 친구’가 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사상 초유의 SCM 보이콧


지난 10월 1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0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개최를 앞두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자신이 SCM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굳이 미합중국의 국방장관이 한국 국방장관과의 안보대화에 참여할 필요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를 비롯한 대사관의 정치․군사 관계자들은 총동원되어 “게이츠 장관이 SCM을 보이콧할 경우 한․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불신과 오해를 받게 된다”며 게이츠 장관의 참석을 펜타곤에 강력히 요청했다. 그래서인지 SCM 회의 전 어느 시점에서야 마지못해 참석하기로 애초 불참 방침을 번복했다.

이러한 정황을 필자에게 말해준 한 관계자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한미동맹에는 유례없이 찬바람이 불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직을 유지하게 된 게이츠가 이처럼 이상희 국방장관을 기피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뜻밖이다. 그동안 틈만 나면 한미동맹을 강조해 온 이 장관을 미국이 기피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매년 연례행사로 서울과 워싱턴이 번갈아가며 개최해온 40년 역사의 안보협의회(SCM)는 한미 양국 대통령의 군 통수지침을 받은 국방장관이 한반도 방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연합방위력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고위 협의체다. 여기에 미 국방장관이 불참하게 되면 SCM은 실체가 없는 ‘종이호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이츠 장관이 SCM에 불참하려고 했던 이유는 우선 바쁜 장관들끼리 만나 논의해야 할 굵직한 안보현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전략동맹’에 대한 합의를 한 상태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 뿐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현안을 발굴한 것이 없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와 같은 너절너절한 의제들은 미 국방장관 차원의 전략적 의제가 아닌 주한미군사령관 차원의 실무적 문제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펜타곤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는 장관이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을 미국 측 대표로 참석시키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앞의 관계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상징적 의미가 중차대한 회의에 장관이 참석 못하겠다고 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계속되는 기자의 추궁에 이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대화를 자기네들의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앞의 관계자는 말한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미 간의 대화가 있으면 한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확대․과장하여 언론에 발표해왔다고 미국은 본다. 말로는 ‘전략동맹’이라고 뱉어놓고 실제로는 ‘전략’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한반도 방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고만 하지 글로벌 차원의 협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SCM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동맹에 보탬 안 되는 의존심리


그러면 한국이 미국을 화나게 한 이중적 태도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 첫 번째 계기는 지난 4월의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새로운 한국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선물로 ‘FMS 무기구매국 지위 향상’,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한국 판매’를 준비했다. 한편 한국은 잘 알려진 대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성사된 감사의 표시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준비했다. 쇠고기 수입개방 결정은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교비서실 주도로 나왔다.

그러면서 이라크, 아프간 전쟁을 거치면서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가고 있는 미국과 ‘친구 되기’를 시도했다. 그게 바로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전략동맹’ 차원의 양국 대통령의 굳은 악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미국이 가라앉는 시기의 동맹 강화는 미국과 한국의 ‘동반 하락’의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따뜻한 우정이 ‘같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로 바뀌는 것이다. 그것이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아프간 파병 논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참여,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군기지 평택이전 비용증가, 미국제 무기도입과 같은 사안에 대해 ‘깐깐한’ 태도를 유지하게 된 배경이다. 이 무렵 한 석간신문에서 ‘전략 동맹론’은 ‘돈 동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 방송은 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다”며 대통령이 미국에 호락호락 ‘퍼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췄다.

아니나 다를까, 4월말부터 시작된 광화문의 촛불시위 이후 청와대는 대미 외교에 대한 전략적 접근 보다는 온통 국내정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미국에 가서 굽실거렸다’는 국내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이어졌다. 미국에 가서는 무엇이든 다 해줄 것처럼 하다가 막상 국내에 돌아와서는 말을 바꾸는 한국정부에 미국의 신뢰는 상당부분 무너졌다.

그러던 중 국방부가 5월 초에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구매에 부정적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가 펜타곤에 준 충격파는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사정에 정통한 공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어느 나라에도 팔지 않은 글로벌호크를 오직 한국에 판매하기로 한 것은 4월에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시간을 다퉈가며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이 대통령의 방미 후 국방부가 이를 사지 않겠다고 하니까 국제조약(MTCR)까지도 피해가면서 어렵게 판매를 추진해 온 미 측은 당혹스러워 했다(본지 6월호 ‘대해부, 글로벌호크 논란’ 참조).

지난 12월 초,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국내 거물 무기중개상의 아들 결혼식장에 나타난 미 대사관 관계자는 이 문제를 거론하며 “몹시 불쾌하다”는 속내를 털어놔 좌중의 예비역 장군들을 놀라게 했다. 예복을 입고 나타난 이 관계자는 대사관에 소속되어 있는 현역 미군 대령이다. 그는 4월 한미정상회담의 이벤트로 한국의 미국무기구매국(FMS) 지위향상과 같은 커다란 정책성과를 거두었음에도 한국 측으로부터 그 이후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들은 바 없다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의 말 속에는 한국 군 관계자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배어 있었다.

FMS 지위향상에 대해 이 관계자가 한국에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들은 것이 그렇게 서운한 이유가 뭘까?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이스라엘이 한국의 FMS 지위향상에 크게 자극을 받아 자기들도 지위를 향상시켜 달라고 백악관과 미 상원을 상대로 치열하게 로비를 벌여 이를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에 고용된 로비스트는 한국의 FMS 지위향상을 위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를 위한 무기수출통제법개정안’이 미 상원 심사에 회부되자 이 법안의 통과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들고 나왔다. “한국에 군사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을 담당하는 펜타곤 인사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펜타곤 내 지한파들이 “이스라엘을 경시한다”는 이유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한국에 로비스트를 파견하여 그동안 FMS 지위향상 추진과정을 샅샅이 염탐하고 돌아가 방해전략을 짰다.   

이렇게 해서 시간을 끌자 상원은 법 개정안 명칭에서 ‘한미동맹’ 표현을 삭제한 ‘동맹 업그레이드를 위한 무기수출통제법개정안’으로 명칭을 바꿨다. 그리고 이스라엘에도 FMS 지위향상 혜택이 돌아가도록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 이렇게 해서 상원을 통과한 법 개정안은 예정보다 훨씬 늦은 10월 6일에야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되었다. 통상 백악관이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법안은 백악관에 제출된 지 열흘 만에 자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미국 대통령이 일일이 서명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법률이 그런 식으로 통과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부시 대통령은 이틀만인 10월 8일에 서명을 했다. 이는 다분히 한미동맹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스라엘처럼 FMS 지위향상을 위해 로비스트 한 명 고용한 일도 없다. 그저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밥상 차려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고생해서 일을 성사시켜 놓고도 이제 와서 한국이 입 닦는데 무척이나 서운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FMS 지위향상이라는 국내정치용 이벤트에 몰입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미국에 의존하면서 알아서 다 해달라는 전형적인 약소국의 근성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한국을 위해 일해 보았자 보람을 못 느낀다는 것이 펜타곤 내 친한파들의 불만이다. 



한국에 지원해 줄 탄약 없다


한편 이상희 국방장관이 부임한 직후부터 “핵심전력은 미국에 의존한다”며, 한국군은 북한의 재래식 현존위협에 초점을 맞춘 무기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자신의 국방관리 지침을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하여 이 장관은 4월 계룡대 워크숍에서 소위 ‘연계전력(Bridge capability)' 개념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 국방장관의 국방지침이 미국과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것이라는데 있다. ‘연계전력’ 개념에 의해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사지 않기로 하면서 국방부 고위층은 언론에 “우리가 사지 않으면 미국이 주한미군에 글로벌호크를 배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까지 내비췄다. 이러한 미숙한 발언은 즉시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10월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 종료 직후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선언에서 2012년 전시작전권 전환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은 적절한 증원군을 파견해 신속히 대응해나가기로 약속했다. 또 한국이 완전한 자주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미국은 지속적으로 보완전력을 제공한다는 점도 천명했다. 이러한 공개적 지원방침은 40년 한미안보협의회 역사상 처음이라는 국방부의 해석도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에 글로벌호크와 같은 정찰자산을 배치한다는 미 측의 보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내년에 철수할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U-2 정찰기에 대한 대체전력은 미국이 한국에 보완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자체적으로 보완하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10월 SCM에서도 게이츠 장관은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조성되었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달여 후인 11월 중순, 연합사령부에서 열린 한미 군수협조회의에서 한국은 미 측에 유사시 한국의 보유탄약이 부족하므로 미국이 지원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우리 측은 “유사시 유도탄약은 2.5일, 일반탄약은 7~10일 보유분 밖에 없다”며 미국의 탄약을 한국에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탄약 획득비용보다 2.5배나 많이 드는 저장관리비를 미국이 부담할 수 없다”며 “한국이 사든지, 아니면 개발하든지 하라”고 일축했다. 한국의 취약전력을 미국이 보완해준다는 SCM 공동성명과는 한참 동떨어진 분위기다.

한편 미 측은 전시작전권이 2012년 한국으로 전환되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C4I와 같은 지휘통제능력을 보강하지 않는데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방부는 몇 년째 국방예산에서 지휘통제능력 보강을 위한 예산을 오히려 삭감시켜 왔다. 미국은 한국이 저러고도 단독작전을 할 수 있느냐는 분위기다. 지난 7월의 독수리 군사연습과 8월의 프리덤가디엄 군사연습을 지켜 본 미 측은 “이제껏 한국군 장교에게 공개하지 않은 특수교육과정을 오픈하겠다”고 한국에 알려왔다. 현 상태대로 방치할 경우 한국군 지휘통제 체계에서 발생될 대 혼란을 우려해 미국의 노하우를 이전하겠다는 얘기다.

미 측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자체적으로 보강해야할 전력을 보강하지 않고 미국에 의존하겠다는 현 국방부가 몹시 거북스럽다. 게다가 “한국의 취약전력을 미국이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식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서도 펄쩍 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군 내에서도 반성이 있다. 한 대령의 말이다.

“전시작전권을 한국으로 전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이제는 한국군도 전력의 동시성, 통합성, 합동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군 내부로부터 분출되었었다. 한반도 전장의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자각이다. 지금 당장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그러한 준비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와서 이전에 2~3년 동안 발전시켜 온 우리의 전력운용능력, 그리고 합동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흐름이 뿌리채 잘려 나갔다. 그저 미국에 의존한다는 말 밖에 없다. 우리의 전력 운용능력을 실질적으로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 구상, 계획이 과연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없다. 그러한 노력 없이 미국에 손 벌리는 자세로 과연 동맹을 관리할 수 있을까? 미국은 한국이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줄까? 조금이라도 통찰력 있는 전략가라면 그 해답을 알 것이다.”

이 대령은 한국군이 전장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 바로 통합 아키텍쳐(EA)라고 강조하며, 이에 대한 한국군의 인식부족을 개탄했다. 한국군의 진정한 개혁이 지체되는 현 상황은 미국과의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데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청와대, 한미동맹에 올인한다


한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한하고 돌아가면 ‘이상희-게이츠 대화라인이 쿨(cool)하다’는 말이 연합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 3일 방한한 게이츠 장관과 이상희 장관의 불편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본지가 지난 호에 짤막하게 언급한 바 있다(12월호 ‘이상희 장관체제 하에서 동요하는 군심’ 참조).

6월에 방한한 게이츠 장관과 이상희 장관의 한미 국방장관회담 당시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언론은 이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7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서명하게 될 ‘21세기 한미 전략동맹 미래비전’의 문안을 협의할 것이라는 추정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안협의는 한국 측의 요구사항이고 미 측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미 측은 부시 정부 임기 중에 이러한 문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분히 한국 국방부가 미국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한국에 배치된 아파치 헬기를 이라크로 차출하는 결정을 내린 바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11월에 아파치 헬기 아프간 차출로 무색해졌다. 더 놀라운 일은 6월 3일 방문한 게이츠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주선하려는 청와대의 초정에 응하지 않고 다음날 바로 출국했다는 사실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게이츠 장관은 대통령 면담뿐만 아니라 지금은 퇴직한 당시 청와대 한 실세 비서관이 “만나자”는 전갈을 보낸데 대해서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듯 미국과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이라는 화려한 언사를 구사하는 이면에서 양국의 분위기를 보면 불신동맹, 갈등동맹이라는 현실이 더 피부로 와 닿는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국에 기지이전비용,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돈 폭탄을 쏟아 붓는 것도 물론 지탄받을 일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역시 국방예산이 압박되는 상황에서 미국에 의존도를 더 높이자는 태도가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로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대화와 소통이 부실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도대체 전략동맹이라는 말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한미동맹이 나을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희 국방장관 체제 하에서 미숙한 동맹관리가 많은 대미 정책통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6월, 미국의 동아태차관보인 리처드 롤리스가 청와대를 방문하여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통보’했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언제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지 알 수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것이 동맹을 관찰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0월 군 정기인사와 보직인사에서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선발하면서 국방부에 “한미동맹에 정통하고 2년 이상 동일계급으로 청와대에 근무할 장성급을 추천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한미동맹을 다룰 수 있는 자원은 3명 정도 압축되었으나 2년 내 진급순기에 도래함에 따라 합참의 김병기 준장으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인선과정에서도 드러나듯이 미국 대선 이후 청와대는 국방 분야에서도 한미동맹 관리가 가장 절박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내년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국방장관 인선에 있어서도 한미 동맹관리 능력을 최우선의 인선기준으로 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표방한 ‘동맹복원’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본지가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현 이상희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 그리고 국방부 정책실장 출신 예비역 A장군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중에서도 한미동맹의 이상기류가 불거질수록 A장군이 유리해진다는 여론이 많다. 최근 정보당국은 현 장관들에 대한 능력과 정책성과를 검증하라는 청와대 요구에 응하면서 게이츠-이상희 장관 라인의 이상기류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누가 인선이 되 든 간에 한미 간에 공동의 이익과 위협에 대한 공동의 전략을 명확히 정의하고, 최적의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미 간의 이상기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미 간에 전략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외에도 많다. 우선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부터가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현존위협’이라고 보고 국방재원을 이에 대한 대응전력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전임 B. B 벨 연합사령관과 랜드연구소의 베넷 박사 등은 “북한 전력 노후화로 재래식 전면전의 위협은 현저하게 줄었으며, 최대위협은 비대칭 위협”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렇게 각자가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말하는 한미 동맹은 그야말로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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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