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촛불시위 후폭풍이 초래한 공안정국의 실체 사건내막

 D&D Focus 2008년 10월호

 


국정원과 기무사 흔들어 댄 정권 핵심부,

10월 이후 큰 그림으로 새 진용을 구상 중!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4월의 촛불시위로부터 9월의 여간첩 사건까지 이어진 이명박 정부 초기의 숨 막히는 6개월. 이 격동을 시간을 관통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대격돌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이후의 국정 주도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기 위해 국정원, 기무사와 같은 권력기관을 먼저 정비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지난 10년의 좌편향을 바로잡는다는 기획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다.



국정원이 먼저 발견한 군대 내 불순분자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모든 것을 시장 자율에만 맡기고 정부는 일체 개입하지 않는 정책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장 교수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했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문서다. 자본주의를 비판했기 때문이란다.

지난 7월 국방부와 기무사령부는 시중에 잘 알려진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의도와 달리 이 사건의 파장은 상상은 초월한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화이벤트로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기획코너를 소개하는 문구는 “입대 전 꼭 읽어보자! 국방부 지정 불온서”다. 쇼핑몰 G마켓의 경우에는 “불온서적 열독운동, 10%할인”이라는 문구로 네티즌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불온서적 전시회, 불온서적 독후감 올리기 등 온라인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그러나 기무사령부가 왜 미묘한 시점에 불온서적을 지정했는지 그 내막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기무사는 분명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불온서적 선정은 마치 무엇에 쫓겨 갑자기 착수한 것처럼 보였다. 그 책임이 국방부에 있는지, 기무사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실수다. 그 발단은 국정원이 올해 어느 시점에선가 군대 내 불순인물을 적발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적발된 인물은 군의 초급 장훈장교였다. 그 장교는 입대 전에 한총련 간부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경력자가 어떻게 정훈장교가 될 수 있는지를 국정원이 문제제기했다. 이 사건은 군대 내 ‘관할권’을 갖고 있는 기무사령부로서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정훈장교를 선발하는 군의 인사기능이라든지 기무사의 감독에도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무사령부가 군대 내 방첩활동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볼온서적 지정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기무사가 군대 내 방첩활동을 강화한 것은 정부 출범 직후인 3월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렵 일선부대의 기무요원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며 장병에 대한 사찰활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불순 유인물을 소지했다는 이유, 또는 휴가 중 행적 문제 삼아 몇 명의 부사관과 사병이 조사받기도 한다.

한편 8월에는 탈북 위장 여간첩 사건이 터졌다. 그러던 중 8월 28일 이상희 국방부장관 주재의 군 수뇌부 긴급대책회의에서 이상희 장관에게 보고된 한 메모지가 이틀 후 <동아일보>에 보도되었다. 메모지는 군 내부에 침투해 활동하고 있는 간첩 용의자가 50여 명, 방첩대상으로 분류되는 좌익세력이 170여 명, 군 기밀 유출 용의자가 50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간첩 혐의자 색출을 위해 100여 건의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군 당국은 메모지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군대 내 방첩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이렇듯 국정원과 기무사령부가 군대 내 방첩활동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배경은 무엇일까?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방첩활동이 강화된 이유는 지난정부에서의 이완된 군기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촛불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4월 이후부터 이러한 흐름은 더욱더 강화되고 7월과 8월 정국에서는 일련의 공안사건으로 비화되기에 이른다. 최근에 진보 언론에는 군 수사당국으로부터 강압적 수사와 불이익을 받았다는 장병들의 제보가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기자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공안사건을 수사하는 전면에 나서게 된 계기는 촛불시위 정국을 지켜본 청와대를 비롯한 현 정권 핵심부의 의중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국정원장에 불만 많다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파악해 보고하라.”

5월 초순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청와대 소식통에 의하면 이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은 국정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광우병 괴담으로 촉발된 대규모 촛불시위로 정권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청와대의 국정원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알려진 사람은 충격적인 말까지 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은 유력언론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전한다.

“MB의 최측근 인사는 국정원장이 법무부장관 출신이어서 법만 잘 지키려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통령이 배후를 밝히라고 했으면 속 시원히 배후를 밝히고 촛불시위 차단대책을 세워야지 법질서 잘 준수하는 것이 문제냐는, 듣기에 따라서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내부 생리를 잘 모르는 원장이 국정원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나왔다. 청와대는 국정원장에 대한 불만을 최측근을 통해 밖으로 흘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국정원장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왔다.”

촛불시위가 진정되고 난 7월 이후는 청와대가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와 한숨을 돌릴 만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정원에 대한 섭섭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김성호 국정원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국정원의 역할에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여권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청와대를 가면 정국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정원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여당 내에서도 가끔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이전정부 사람인 국정원장이 과연 이 난국을 돌파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국정원이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무언가 만회할 만 한 건수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8월부터 국정원장의 교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국정원을 흔들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9월 10일, 김성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 출석하여 정보기관장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대한 상세정보를 공개한다. 그리고 이튿날 익명의 정부 고위당국자는 김정일이 양치질은 가능하다는 생생한 정보까지 언론에 흘린다. 여기에 보조를 맞추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출처가 국정원일 것으로 보여 지는 유사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말한다.

마치 김정일의 병원 차트라도 본 것처럼 생생하게 풀어내는 정보보따리에 정보관계자들이나 언론은 경악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어느 주변국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정보였다. 이전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마치 우리가 김정일 주변을 다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공개한 정보가 맞다면 이 정보를 제공한 측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보가 틀리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정보수준을 노출하는 셈이다. 이것은 명백히 국익에 심대한 손상을 입히는 ‘제2의 김만복 사건’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국정원의 특급 기밀 정보 공개는 위험천만한 일이 분명하다. 당장 국내 언론의 사설․칼럼은 이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표시했다. 사실 이런 일은 지난정부 말기에 김만복 국정원장이 언론에 자신과 김정일의 대화록을 건네주어 문제가 되었던 사건에 비견된다. 당시 김만복 원장은 언론과 인수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보의 기본원칙을 저버렸다. 이번에도 촛불시위 이후 궁지에 몰렸던 국정원이 무언가 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당시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기무사령관 교체도 검토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에 인사를 8월말부터 검토하면서 여권 핵심부와 청와대는 김종태 기무사령관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했었다. 특히 여권이 주목한 것은 김종태 사령관의 잦은 말실수다. 부임 직후부터 기무사의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 한 언행은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터였다. 5월에 국방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사령관의 말실수는 치명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만찬 행사 직후 기무사 처장들이 일일이 언론사를 접촉하여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김 사령관은 “부대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 어떤 인물이 요직에 추천되어야 한다”는 등 기무사 설치법령에 위배되는 발언으로 좌중을 놀라게 했다.

특히 국방부 장관실은 “군대 내 야당”을 자처하는 기무사령관의 언사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도 장관실에 대한 견제를 언급했고 언론사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과 장관의 지휘철학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자 국방장관실과 기무사령관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로 인해 8월말에 여권 핵심부가 김은기 공군총장 교체안을 청와대와 협의할 무렵 김 사령관에 대한 교체도 같이 검토했다. 그러나 부임한지 6개월도 안된 사령관을 교체한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여론을 의식해서 공군총장만 교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래 기무사가 국방부장관실을 어느 정도 견제하는 것은 맞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더욱이 현 정부 초기에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자신과 인척관계에 있던 김종태 장군을 기무사령관으로 발탁할 때는 이미 장관실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다. 그러나 장관실과 기무사의 통상적인 긴장관계를 넘어선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금 상황은 또 달라져 있다. 우선 류우익 실장은 국정난맥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리고 여간첩 사건이 터지면서 기무사가 과연 본연의 임무인 군내 방첩활동을 제대로 했는가, 관리감독에 철저했던가, 라는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사태가 기무사령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것만은 분명하다.”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3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기무사령관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정말로 억울한 음해를 받아 사단장 직위에서 보직해임 당했다. 3사 동문회를 이 사건을 두고 “육사 출신들의 조직적 음해”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비록 김 사령관이 류우익 전 대통령실과 인척관계라고 구설수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3사 출신 중 김 사령관만큼 입지전적인 인재도 드물다는 것이 3사 동문들의 여론이다. 그가 15사단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사단 내에 사고가 거의 없었고 부대의 사기와 단결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런 멀쩡한 사단에서 단지 몇 장의 투서만으로 사단장이 보직해임을 당했다. 김종태 장군은 결국 법정에서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현 정부 초기 그가 기무사령관으로 부임되는 파격적 인사가 발표되자 국방부 최고위층을 비롯한 합참의 장성들은 충격을 받았다. 비육사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다가 전역을 앞 둔 말년의 장군이 전군을 벌벌 떨게 하는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한다는데 육사 출신 엘리트 장성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나 청와대 최고 실세의 지원을 받는 김 사령관에 대한 불만을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한편 청와대가 국정원에 대해 촛불의 배후세력을 발본색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무사령부 역시 비슷한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것이 최근 좌익세력의 대군 침투 및 활동을 차단하는 방첩활동을 강화하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월 이후 새로운 진용 구상한다.


권력유지의 가장 큰 기반으로 여겨져 온 국정원과 기무사는 우리나라 정보의 양대 산맥이다. 그러나 두 권력기관의 수장이 모두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흔들리고 있다. 또한 국방은 갈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청와대가 이반된 민심을 추스르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주도해나가기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촛불시위 당시부터 국정쇄신을 청와대에 건의해 온 여권 핵심부는 10월 이후 새로운 진용으로 제2년차 국정을 설계하자는 과감한 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집권 첫 해 국정을 제대로 관리하는데 역할이 미흡했던 권력기관의 수장들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여론이다. 정권의 철학에 맞고 충성심을 갖춘 사람들이 새롭게 진용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새롭게 팀워크를 구성하자는 인식 자체는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불가피한 것은 그러한 쇄신이 갖고 있는 건전성 여부다. 국정원장이 법을 잘 지켜 불만이라는 대통령 측근의 말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작정치를 하자는 말인데, 이것처럼 모골이 송연한 말도 없다.

권력의 기반이 유난히 어수선한 현 이명박 정부의 첫해는 안보기관 내의 계파와 갈등, 그리고 주도권 경쟁이 어우러지는 국정난맥상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 갈등의 부정적 에너지가 엉뚱하게 ‘내부의 적’을 색출하는 방향으로 분출되어 매카시즘의 거대한 태풍으로 발전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국민과 소통에 실패한 정권이 다시 구시대적 이데올로기로 도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우리가 여권 핵심부의 국정 쇄신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Leave Comments


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