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 가상현실은 21세기 '장자의 나비'일까 벗님글방

y1.jpg »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8년 개봉예정작 Ready Player One 의 한장면 src: https://www.pedestrian.tv/entertainment/watch-the-trailer-for-spielbergs-vr-thriller-ready-player-one-is-here/

 

SF영화의 한 장르가 된 가상현실

2018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를 개봉합니다. SF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을 영화화한 것인데, 가상현실에서 행복을 느끼는 10대 소년이 개발자가 만든 게임에 뛰어들어 보물 획득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시대 배경은 2045년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둘째치고, 그 영화 내의 기술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가상현실 장치, 얼굴 스캐닝 장치 및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와 4D 의자 등은 이미 모두 현재 존재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술 발전 추세로 보면 2045년이 되면 혹은 그 이전에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회적 모습과 기술적 발전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LiK2fhOY0nE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영화는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매트릭스>(Matrix)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영화 <공각기동대>도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접점과 갈등, 그리고 진화를 보여줍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써로게이트>(Surrogate)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원격실재)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y2.jpg » 그림 2 영화 surrogate의 한장면, img src: http://www.pluggedin.com/movie-reviews/surrogates/

 

마이크로SF를 보여주는 <블랙 미러>


최근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가상현실기술로 인한 다양한 상상력을 그리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인 영국 SF 드라마 시리즈인 <블랙 미러>(Black Mirror)입니다. <블랙 미러>는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즈물인데요, 그 중 많은 에피소드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가상현실로 인한 소시민의 삶의 모습의 변화와 위기를 차분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 이 드라마의 미덕입니다. Micro-history에 대응하는 micro-sf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y3.jpg » 영국드라마 Black Mirror의 한 장면, img src: http://www.vulture.com/2014/12/black-mirrors-frightening-excellence.html

 

1935년 '피그말리온의 안경'이 효시


이밖에도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많습니다. 1982년의 <트론>(Tron), 1992년의 <론머맨>(Lawnmower Man), 1995년의 <코드명 제이>(Johnny Mnemonic), 2016년의 <버추얼 레볼루션>(Virtual Revolution) 등이 그것입니다. 가상현실이 공상과학의 한 장르를 차지할 정도가 된 것이지요. 좀비 영화가 영화의 한 장르가 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증강현실 기술이 공상과학 장르에 처음 나타난 것은 미국 SF 작가인 스탠리 웨인바움(Stanley G. Weinbaum)의 1935년 작 <피그말리온의 안경>(Pygmalion’s Spectales)에서입니다. 웨인바움은 이 소설에서 안경을 쓰면 일련의 이야기 안에서 영상, 소리, 냄새와 촉각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을 상상합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860년대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극작가인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가 ‘사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가상현실에 대한 추구가 꽤 오래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꿈, 장자의 호접몽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과 상상력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존재론적이고 가치적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철학적 질문을 상기시킵니다.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1927 ~ 2007 )의 ‘시뮤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그것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 이론을 이야기하고 더 이상 모사할 실재가 없어지게 되면서 모사된 이미지가 더 실재 같은 하이퍼리얼리티(초과실재)가 생산된다’고 주장합니다. 보드리야르의 주장은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를 상기시킵니다.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근원적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현재 삶이 꿈일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질문합니다. 데카르트의 생각과 가상현실 기술은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하게 하지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가’라는 우화적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y4.jpg » 통속의 뇌 https://en.wikipedia.org/wiki/Brain_in_a_vat
'통 속의 뇌' 사고실험이 주는 교훈은?


다시 데카르트로 돌아가서, 가상현실 기술은 ‘통 속의 뇌(Brain in a vat)’에 대응합니다. 데카르트의 ‘악마(evil deamon)’의 현대 버전이 미국 철학자인 길버트 하만(Gilbert Harman, 1938~)의 통속의 뇌입니다. 하만은 미친 과학자가 인간의 뇌를 두개골에서 꺼내서 통 속에 넣어두고 컴퓨터로 각종 신경을 연결한다면, 그 뇌는 통 속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실제 실험을 할 수 없고, 상상실험만을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s)라고 합니다. 통 속의 뇌는 아주 유명한 사고실험이지요. 최근 유발 하라리의 ‘신이 된 인간’에도 이 ‘통 속의 뇌’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사고실험의 답은 인간은 통 속에 있는지 아니면 두개골 안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결론과 동일하지요.
사고실험인 통 속의 뇌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데요, 이를 현실로 가져오는 것이 가상현실 기술입니다. 장자의 호접몽, 데카르트의 꿈, 보드리야르의 ‘시뮤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 이제 현실이 되는 것이지요. 가상현실과 현실이 분간이 되지 않는 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과 위험을 던져줄까요? 공상과학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기술의 진보에 대해서 크게는 인류, 작게는 우리 사회가 어떤 질문과 답을 해야할까요?
이 글은 질문을 하기 위한 글이며, 답을 만들기 위한 글입니다. 이를 위해서 가상현실 기술의 현황과 미래를 전망하고, 정치, 경제 및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진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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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퓨처리스트, 에프엔에스컨설팅

synsaje@gmail.com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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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