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1박 2일 제주여행 뽀뇨육아일기

지난 주말에 소중한 분들이 제주를 찾았다. 2016년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를 함께 갔던 멤버들인데 올 상반기 워크숍 장소를 제주로 정한 것이다. 뜻을 함께 한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 2박 3일의 제주일정을 내가 정했고 자연스레 가이드도 맡게 되었다. 여정의 핵심은 지역사람과의 만남, 지역의 먹거리를 맛보는 것, 지역 명소를 돌아보는 것으로 정했다. 2박 3일 여정을 짜고 나니 여성멤버 한분이 카톡을 남겼다. “아 저는 작은 딸이랑 같이 갈거에요..추가비용도 일러주셔요.”, 또 한분의 남성멤버도 톡을 남겼다. “저도. 규리 데리고 갈게요. 규린 4학년”.

주말동안 아이들 보고 싶어서 어쩌나 싶었고 아내에게 아이 둘을 맡기는게 미안했던 나는 덩달아 기쁨의 톡을 남겼다. “이번 워크숍에 제 딸 뽀뇨도 데리고 갈까합니다 ^* 언니들 둘이랑 어울려 보는 것도 좋을거 같아서요”. 제주에서의 외박이라, 그것도 딸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 기대되었다. 어찌나 기대되었던지 렌트카를 하루 일찍 빌렸다가 겨우 하루 전에 취소하기까지 했다.

세자매.jpg » 이을락 펜션에서 수선화로 꽃단장한 세 자매

 

드디어 여행당일 뽀뇨와 나는 유현이가 자는 동안 몰래 집에서 나왔다. 서귀포에서 한 시간 달려서 도착한 제주공항, 우린 인증샷을 남겼다. 언니 둘을 만난다고 미리 얘길해서 그런지 뽀뇨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1번 게이트 안쪽에서 드디어 상봉. 아이 3명, 어른 12명이 만나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제주에 왔으니 당연히 ‘몸국’이지 하며 갯것이식당을 찾았다. 몸국을 잘하고 예약도 가능한 식당인데 지역민들이 주로 찾아서 가격도 비싸지 않는 곳이다.

아이들도 몸국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레몬농장과 로컬푸드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문근식대표를 만났다. 농업에 희망이 있으려면 후계자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막내딸에게 농장을 물려주려고 ‘내딸에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문대표. 아라올레 장터에선 기념품들을 구입하고 농장에선 레몬까지 넉넉히 얻은 후 함덕 해변으로 향했다. 제주 바다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 4학년 언니 둘은 가만히 있는데 2학년 뽀뇨는 역시나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제주에, 그것도 바닷가에 사는 아이가 육지에서 온 언니들보다 모래놀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더니 역시나 이름, ‘뽀뇨’여서 그런게 아닐까. 모래장난은 월정리 해변에서도 이어졌고 나와 뽀뇨는 모래를 깊이 파서 그곳에 바닷물이 차오르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신발이 젖거나 말거나 바지가 젖거나 말거나.

바닷바람이 너무 쌔서 북촌포구와 연북정 구경은 건너뛰고 곧바로 숙소인 이을락펜션으로 향했다. 이 숙소는 제주생태관광에서 운영하는 펜션인데 지역의 명사인 고제량 대표를 만나려고 일부러 예약을 해두었다. 고대표와의 차담에서 그는 올해가 4.3사건 70주년이기에 4.3평화공원을 꼭 방문해보라도 조언해 주었다. 이을락 펜션은 마당이 넉넉하고 조용한 숙소였다. 마당에 핀 수선화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흐린 날씨 속에서도 한라산은 얼굴을 내밀어 주어서 좋았다.

 

비자림.jpg » 제주에서 제일 영험한 숲, 비자림에선 맨발로 걸어야 한다

 

2일차 시작은 비가 오면 걷기에 더 좋은 비자림으로 향했다. 천년의 숲이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 주었고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뱀주의’ 표지판을 보자마자 뽀뇨는 내가 뱀에 물릴까봐 우산으로 가는 걸음마다 땅바닥을 탁탁 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 정말 잘 키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1년에 2미리씩 자란다는 천년 비자나무 앞에서 ‘뽀뇨와 행복하게 천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나왔다.

발이 아플 즈음 비자림 걷기가 끝이 나고 우린 점심도 건너띄며 종달리로 갔다. 우리 연수단 멤버이자, 종달마을에서 관광사업을 시작한 삼촌PD 이선희 쌤의 마을소개를 듣기 위해서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동네 구멍가게, 옛 염전, 동네책방을 살펴보았다. 이름 없는 마을이지만 종달리 관련 책이 벌써 3권이나 나왔다고 하니 대단하다 싶다. 선희쌤이 추천한 식당 ‘소금바치 순이네’는 고등어조림이 기가 막혔다. 입에서 살살 녹아 없어졌다. 함께 나온 돌문어볶음 국수사리를 뽀뇨가 어찌나 잘 먹던지. 초딩이 매운 국수를 이렇게 잘 먹을 줄이야.

배불리 먹고 나니 오후 4시여서 바로 숙소인 가시리 유채꽃 프라자로 향했다. 제주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숙소이고 가격 또한 착한 곳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소인데 제주에 농업농촌 연수 온 단체사람들이 찾는 필수코스이다. 주위에 따라비오름 등 대표적인 오름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표선바다와 한라산 전망이 일품이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여서 표선수산마트에서 회와 주전부리 등을 사서 숙소로 향했다. 2일째가 4학년 언니 규리의 생일이었는데 밤 9시가 넘어 비가 쏟아지고 뽀뇨는 다음 날 학교를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급하게 서두른게 뽀뇨에게 미안했다. 뽀뇨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내가 더 아쉬웠지만 뽀뇨는 언니 생일선물을 못 챙겼다며 아쉬워했다.

그렇게 뽀뇨와의 1박2일 제주여행이 끝이 났다. 내가 아이를 돌보며 가이드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뽀뇨는 이모, 언니들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면서도 아빠를 찾지 않았다. 첫째 날 “아빠랑 잘래, 아니면 이모 언니들과 잘래?”라고 했을 때는 은미이모를 지칭하면서 “저 이쁜 이모랑 잘래”하며 잘 따랐다. 어른들과 언니들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자기는 못 먹어서 훌쩍이기는 했지만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싶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3일차 오전에 4.3평화공원을 찾았는데 하필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다는 점. 올해가 70주년이기에 제주에 가족여행 오실 분들은 꼭 한번 들려보시길 권한다. 월요일만 빼고!

       

마을여행.jpg » 마을여행은 힐링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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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