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이거 하고 자요.”  일상에 지친 몸을 누이기 전에 이 운동에 10분만이라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이 운동엔 도구가 등장한다.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통형 죽부인 같다. ‘폼롤러’라는 운동 보조기구다. 합성수지로 만든 폼롤러는 지름 14.5㎝에 길이가 60㎝나 91㎝가 되는 둥글고 긴 형태다. 폼롤러는 피로에 지친 근막을 풀어준다고 한다. 근막은 피부와 근육 사이에서 인체 구조를 지지하고 보호하는데, 이 근막이 수축하고 짧아지면 몸이 뒤틀리면서 통증과 불편함을 부른다. 목과 어깨가 뭉쳤다고 느껴질 때 만져지는 딱딱한 부위가 바로 근막 통증 유발점이다. 이곳을 누르면 통증이 시작된다. 목이나 허리, 팔과 다리에 존재하는 통증을 그냥 두면 만성근막증후군이나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필라테스 강사인 이은형(32)씨는 폼롤러와 함께 하는 필라테스 동작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인기 홈트(홈 트레이닝) 강사다. 동작은 복잡하지 않다. 폼롤러와 함께 몸을 뒹굴뒹굴 움직이면 된다.

 먼저 긴장된 몸을 풀어보자. 폼롤러 끝에 앉아 천천히 엉덩이와 허리, 목이 폼롤러와 일자가 되게 눕는다. 무릎을 구부려 중심을 잡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동시에 오른쪽 어깨는 바닥 쪽으로 꾹 누른다. 3~4초 뒤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원위치로 한다. 반대쪽으로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척추가 펴지며 좌우로 뒤틀린 뼈가 제자리를 찾는다. 쉽다.

 이번엔 안쪽으로 수축된 가슴을 펴보자. 폼롤러 위에 일자로 누운 상태에서 손등을 하늘로 향한 채 팔을 들어올리고, 팔꿈치를 90도로 굽힌다. 숨을 들이마시며 팔을 서서히 어깨와 일자가 되게 양쪽으로 내린다. 숨을 내쉬며 바닥에 두 팔을 붙인다. 폼롤러의 높이 때문에 가슴이 확 열린다. 시원함이 몰려온다.

101.jpg

105.jpg

  다리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날씬한 하체를 만드는 동작 역시 쉽다. 옆으로 누워 폼롤러를 허벅지 가운데 위치하게 만든다. 팔꿈치를 구부려 몸을 지탱하면서 위쪽의 다리를 접어 바닥을 짚는다. 폼롤러 위에서 몸을 굴려 허벅지 옆쪽을 꾹꾹 자극하면 된다. 엎드린 모습으로 양 팔꿈치로 바닥을 지탱하며 앞뒤로 움직이면 허벅지 앞쪽에 자극을 준다.  강한 자극을 주려면 무릎을 구부려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면 된다. 복잡하지 않다.

 복부의 살을 빼주는 좀 복잡한 동작이다. 폼롤러 위에 앉아 양손은 뒤를 짚어준다. 엉덩이 가운데 무게중심을 두고 다리를 위로 펴서 몸이 브이(V)자가 되게 만든다. 숨을 들이마시며 두 다리를 살짝 내렸다가 숨을 내쉬면서 복부의 힘으로 두 다리를 올린다. 한번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씨는 자신에게 닥친 질병을 스스로 치유하면서 운동 지도자가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항공사 승무원 생활을 하던 이씨는 불행히도 두 차례 교통사고를 당했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승무원 일을 하다 보니 대상포진까지 앓게 되어 더이상 승무원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 디스크가 발병했다. 이씨는 필라테스로 망가진 몸의 복원을 시도했다. 필라테스는 재활 치료를 위한 운동으로 독일 사람 요제프 필라테스(1883~1967)가 고안했다. 어릴 때 천식, 결핵, 류머티즘 등을 앓아 허약했던 그는 다양한 운동을 해 체육교사가 됐다. 한때 권투선수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랭커스터 포로수용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그는 척추 등을 다친 포로들의 재활을 위해 운동방법을 고안했다. 그 운동방법은 반복된 동작으로 근육을 운동시킨다. 특히 아랫배와 엉덩이 부분을 힘의 원천인 ‘파워하우스’로 여겨 단련시키고, 몸의 중심이 되는 척추를 바로잡는다. 이씨는 자신의 고장난 허리뼈를 고치기 위해 필라테스에 몰두했고, 몸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필라테스 지도자가 됐다.

102.jpg

103.jpg

104.jpg

  “필라테스로 건강을 되찾고 나서 남들에게 전파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인 필라테스 운동은 전문기구가 필요해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필라테스 동작을 할 수 있는 보조기구를 생각했어요. 그것이 바로 폼롤러죠.”

 이씨는 폼롤러를 이용하는 쉽고도 간편한 동작을 고안했다. 그리고 자기 전 10분만이라도 폼롤러와 함께 운동하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하지정맥 시술도 받았었고, 체질상 하체가 많이 붓는 편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기존의 폼롤러를 이용한 동작에 필라테스 동작을 입혀 색다른 동작을 만들었다. 종아리 스트레칭은 이씨가 다리 피로를 푸는 동작으로 강력 추천한다.

 역시 간단하다. 폼롤러 위에 두 다리를 겹쳐 종아리 부분을 올려놓는다. 종아리를 좌우로 비벼주듯 움직이면 된다. 무릎을 꿇고 폼롤러를 엉덩이와 뒷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눌러 앉아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며 종아리를 압박한다. 두 손을 뒤로 뻗어 어깨를 활짝 펴고 가슴을 이완시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호흡도 강조한다. “내 몸이 풍선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갈비뼈를 옆으로 밀어낸다는 기분으로 숨을 마시고, 내쉴 때는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갈비뼈를 안으로 모으며 숨을 뱉어줍니다.”

106.jpg

107.jpg

 폼롤러를 이용해 매트 위에서 하는 이씨의 필라테스 동영상은 10만명 이상이 본다. 집에서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것이 정 귀찮다면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인 채 폼롤러에 누워만 있어도 운동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하루 10분씩이라도 잘되는 동작을 선택해서 꾸준히 한다면 몸은 조금씩 꼭 달라집니다. 작은 습관이 모여 건강한 몸을 만듭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동영상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