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고 활쏘기/수련, 지금 여기서 1 수련,지금 여기서

짬나는 대로 가슴 열고 대륙의 숨을 마시자

 

말 타고 활 쏘기는 유목민족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몸짓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수준이 한 국가공동체의 군사적, 경제적 역량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한다면, 말 타고 활 쏘기는 유목민 개인과 부족의 흥망을 결정짓는 생존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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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가 말 타고 활 쏘기의 유목민적 몸짓에 서려 있는 대륙적 기상을 호출하는 것은 단순히 민족적 환상에 젖어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몸짓 속에 내재된 정신적 전통과 접속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상실한 당당한 기백을 되살리는 것이다. 사람이란 눈빛이 살고, 몸에 기가 차고, 가슴이 뛸 때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의 유전자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그 몸짓으로 나를 초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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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 타기 자세. 두 발을 나란히 하고,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게 벌려 선다. 발장심(발 앞쪽에서 3분의 1 지점 ‘사람 인’(人) 자로 갈라지는 곳)을 축으로 뒤꿈치를 바깥쪽으로 45도가량 벌려 안짱을 만든다. 몸 전체를 수직으로 떨어뜨리듯 자세를 낮춘다. 엉덩이 뒤쪽으로 무게중심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뒤꿈치는 지면에 닿아있되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한다. 다시 한번 발장심에 의식을 집중하고 허벅지를 안쪽으로 가볍게 조여보자. 정지된 자세이지만 그 상태에서 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탄력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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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안쪽으로 둥글게 말아 원통형의 물체를 감싸는 듯한 모양을 만든다. 엄지를 찌르듯이 세우는데, 뿌리에 해당하는 손바닥 근육이 팽팽해지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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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활시위를 당겨보자. 완성된 정지동작을 놓고 보았을 때 접어서 당기는 쪽을 ‘뒷손’이라 하고 펴서 미는 쪽을 ‘앞손’으로 정의한다. 

 뒷손의 손날을 앞으로 던지듯이 뻗으면서 동시에 앞손을 몸 쪽으로 거둬들여 손등이 귀밑에 오도록 한다. 이렇게 교차시킨 양팔을 다시 엇갈리게 밀고 당기면서 손가락을 말아쥐고 엄지를 세운다. 이때 처음부터 목표를 향해 당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 상향으로 겨눈 다음 내려오면서 목표를 겨냥한다. 접은 팔의 팔꿈치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수평을 유지하면서 가슴을 열어준다. 당당해지라고 할 때 “가슴을 쫙 펴라”고 하지 않던가. 흉곽을 열어 그 빈 공간에 대륙의 숨을 담아보자. 

아마도 실제로 활을 쏘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앞손을 손등이 보이게끔 바깥쪽으로 틀어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는 동작은 단순한 활쏘기의 재현이 아니라, 그 내적 기운을 형상화한 수련법이다. 이 동작 고유의 힘 쓰는 결이 따로 존재한다. 실제의 활쏘기가 실(實)의 힘을 요구한다면 여기의 활쏘기 수련법은 허(虛)의 기운으로 접근해야 한다.  손등이 팔과 일직선이 되도록 곧게 유지한 채로 밀고 당기면서 양 팔을 관통하는 기운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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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쏘기 동작의 마지막은 ‘줏대’를 세우는 것인데, 미간에서 이마 위쪽으로 수직으로 뻗은 선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곳으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간다고 상상하자. 화살을 날리기 전 먼저 그 빛으로 목표를 맞춰라. 동작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쥐어짜듯 당기다 보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으니 처음에는 작고 부드럽게 시작하여 점차 범위를 넓혀가자. 잊지 말기를. 전사여, 그대는 너무 오래 쉬었노라. 지금 바로 그 자리에서 수련하라! 그동안 잊고 지냈던 꿈을 향하여 힘차게 화살을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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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6s육장근/전통무예가

 

사진의 모델이자, 글을 쓴 육장근은 전통무예 수벽치기의 전인 육태안 선생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수벽치기, 기천, 택견 등의 전통무예를 수련했다. 주중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무예사범으로 활동한다. 고도로 함축되어 있는 우리무예의 가치를 보편적 언어로 풀어내고 객관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카페 <육태안의 우리무예>의 운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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