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펴야 역동성 온다 안광욱의 건강 걷기

평지걷기 2편- 걸으면서 무릎 펴기(1)

 

무릎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관절을 경첩처럼 접고 편다는 점에서 관절의 움직임 형태는 팔꿈치 관절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이즈에 큰 차이가 있다. 무릎은 체중 지지와 균형유지, 걷기와 뛰기로 발생하는 반작용의 충격을 흡수해야하는 위치적 특성 때문에 관절 자체를 매우 크게, 그리고 관절 면도 최대한 넓게 설계되었다.
 
 두 관절의 차이는 또 있다. 팔꿈치 관절의 중요 가치는 굴곡(굽히기)에 있고 무릎 관절의 핵심 가치는 그 반대인 신전(펴기)에 있다. 팔꿈치 관절의 굴곡 동작이 중요한 것은 해당 동작이 세상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관절의 굴곡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원하는 대상의 획득을 위해 자신에게 가깝게 가져오거나 입 속에 넣는 것 모두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팔꿈치를 구부려 몸과 입 쪽으로 당기는 행위와 그 기능은 생존을 위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과거에는 팔이 발달 할수록 나를 향해 당기는 능력, 내 것을 만드는 능력도 커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노동집약적 농경 사회에서 우람한 어깨와 튼튼한 팔뚝을 가진 청년들이 선호되었던 것도 그들의 체격 조건이 ‘처자식은 안 굶길 것 같다’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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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가 생존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하는 관절이라면, 무릎은 생존의 기반이 되는 관절이다. 팔꿈치 관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한다 해도 한자리에 고정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한다. 타인과의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튼튼한 무릎을 이용해 남보다 빨리 일어서고 신속히 그리고 멀리 가야 한다. 무릎 관절의 신전 능력은 곧 인간의 이동능력이며 기초적 생명력을 가늠하는 잣대인 것이다.
 인간은 무릎을 펴고 있을 때와 접고 있을 때, 미묘한 기운의 변화와 함께 심신기능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일과 후의 휴식과 이완, 안정, 생각과 사고의 정리의 상황에서는 무릎 관절을 굴곡한다. 무릎을 완전히 접은 자세인 무릎 꿇은 자세는 자의든 타의든 상대에 대한 확실한 굴복 또는 겸손과 순종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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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은 언제 펴는가?  머릿속의 생각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첫 번째 행위가 접었던 무릎을 펴는 것이다. 일단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릎 관절의 신전은 하고자 하는 일의 시작을 알리는 구체적 행위이다. 강한 의지와 정신력, 투쟁과 권위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강하게 양 무릎을 신전한다. 무릎을 강한 힘으로 곧게 편 자세는 당당함의 상징이다. 대결 국면에서의 무릎을 곧게 편 꼿꼿한 다리는 상대와의 결전에서 절대 물러서지도 지지도 않으며, 승리를 쟁취할 만반의 준비가 됐음을 나와 상대 모두에게 알리는 무언의 행위다. 앉은 상태에서의 대화나 회의 중에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무릎을 펴고 자리를 박차듯 일어나 의사 표시를 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어떤 모임에서 둘러앉은 무리 중 한 명이 일어나 이야기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가정하자.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더라도 지금 일어선 그 사람이 무언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려한다거나 무리의 리더로서 어떠한 발언을 하려한다는 예상이 자연스럽다.
 
 무릎 관절의 신전은 일의 시작과 함께하며 일을 수행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내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활용된다. 따라서 관절의 신전 능력이 강할수록 강한 에너지가 육체와 정신을 관장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경쟁력 또한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무릎 관절을 펴는 신전력이 거뜬히 중력을 이겨내고 몸을 강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으면 인생의 역경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음이다. 서있기와 평지 걷기는 무릎의 신전력을 강화하고, 신전훈련을 힘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평지를 걸을 때 당분간은 뒷다리의 무릎관절 움직임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필자가 말하는 무릎관절의 굴곡과 신전의 차이는 일반인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좌식문화와 무릎 펴기
 
 동서양의 무릎의 신전능력을 비교하면 동양, 특히 한국은 서양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입식문화인 서양의 경우 무릎을 굴곡 시켜 앉는 상황에서 의자를 이용하므로 평균각을 90°로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좌식문화권은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를 그 위에 포개어 앉는 일명 책상다리로 자주 앉으므로 평균 140°의 무릎 굴곡을 한다. 생활문화가 입식이냐 혹은 좌식이냐 하는 것은 하지 관절의 모양과 무릎관절의 굴곡각 차이를 발생시키고 이는 곧바로 근골격, 체형, 심리와 정서 등 여러 측면에서의 차이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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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에서의 반복적인 과도한 무릎굴곡은 결과적으로 무릎 신전 근육인 넓적다리 네갈래근의 근력저하와 동시에 무릎 굴곡 근육인 햄스트링(hamstring)의 단축을 초래한다. 세월이 갈수록 무릎의 신전력은 점점 저하되어 서기, 걷기 등 곧게 무릎을 펴야 제대로 취할 수 있는 동작들에서 무릎을 완전히 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한쪽 무릎을 구부려 앞으로 내 놓는 짝발 기립자세는 골반의 변형, 무릎 관절의 신전기능이 약해졌을 때 주로 취하는 자세다. 정면에서는 두 발이 나란한 것처럼 보여도 측면에서 관찰할 때 무릎이 완전히 일직선으로 곧게 뻗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굴곡이 있다면 무릎굴곡근인 햄스트링에 수축이 있거나 무릎신전근인 넓적다리 네갈래근이 약하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약간의 무릎 굴곡은 무릎을 신전할 때의 기운이 작용할까? 아니면 무릎을 굴곡할 때의 기운이 작용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곧게 펴지질 않은 무릎에서는 굴곡 했을 때의 기운이 작용한다. 피로감과 권태감이 빨리오며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이 사라진다. 정열적인 삶을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무릎을 힘 있게 편 상대를 만나면 신장이 우위에 있어도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위축감이 발생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무릎관절을 정확히 펴지 못하는 것조차 인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서고 걸을 때 타인이 지적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무릎을 관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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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의 무릎이 불완전하게 펴지는 원인은 앉아있는 시간이 이전에 비하여 너무나 길어졌기 때문이다. 즉 무릎관절을 굴곡하고 있는 시간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진 반면 무릎을 펴는 시간인 서기와 걷기 시간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그래서 걷기교육 과정 중에 무릎 펴기는 매우 중요한 훈련 내용이다. 임상 현장에서 만성질환과 우울증이 있는 경우 무릎의 신전력이 매우 저하되어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나 대개 3개월 정도의 훈련기간이 지나면 무릎신전 능력의 증진과 함께 우울증은 사라지고 행복감과 자신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중장년의 나이에 본인의 의식과는 다르게 기립자세에서 무릎의 굴곡이 관찰되었다면 이미 자신의 인생에서 절정기가 지나 신체능력이 내리막길에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의 서있는 무릎에서 꼿꼿하고 강한 신전력 대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허약함과 무력감이 느껴진다면 희망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가 무릎의 신전력을 강화 한다면 그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동양의 고요한 나라’가 아닌 ‘동양의 역동적인 나라’, ‘진취적 기상으로 세계의 리더가 되는 나라’가 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계속)

글/안광욱(안광욱 걷기 약발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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