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꿈치로 물 흐르듯 하산하는 법 안광욱의 건강 걷기

 제대로 산 내려가기/안광욱 건강 걷기 5


산을 내려가는 것을 산에 오르는 것에 비해 쉽다고들 한다. 체력이 비교적 덜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중 부상을 입을 확률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훨씬 더 높다. 실제로 발목이나 무릎관절의 부상은 대부분 하산 길에 발생한다. 산을 오르면서 하지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데다가 정상을 지난 뒤 안도감에 방심하여 부주의해 지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오를 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마음껏 만끽하고자 시선을 여기저기 분산시키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하산 시의 부상원인을 모두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원인은 비탈을 내려가는 것이 언덕 오르는 것에 비하여 훨씬 고난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꾸준히 이 칼럼을 구독하는 독자라면 지난 시간에 계단 내려가기 기술을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계단이든 비탈이든 내려간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걸음걸이를 크게 다르게 구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계단은 각 칸마다 깊이와 높이가 모두 같기 때문에 구조와 형태가 동일한 2단의 평지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산을 내려갈때 만나는 내리막은 여기저기 박혀있는 돌과 나무뿌리들로 곳곳에 요철이 즐비하고 경사의 높고 낮음이 불규칙적으로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하산길 2.jpg


  바로 이런 지형의 특징 때문에 계단은 처음 몇 칸을 이동할 때까지는 나의 하체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몸이 계단의 형태에 대한 이해를 다 마쳤기 때문에 동일한 리듬으로 계단을 끝까지 내려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비탈은 그렇지 않다. 매 걸음마다 변화하는 불규칙한 경사면에 몸을 순간순간 적응시켜가며 이동해야 한다. 그때그때 지면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발목, 무릎, 고관절의 각도를 계산하고 보폭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산길 1.jpg

 
 안전하게 하산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비탈길의 경사 각도에 맞춰 무게중심의 높이를 수시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탈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미끄럼 방지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급경사에서도 완만한 경사에서와 같이 보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속도 제어 기술이 있어야만 몸에 과도한 충격이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보행법을 구사하면 안전하게 비탈을 걸어 내려올 수 있지만, 이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맞춤형 훈련을 반복하여 필요한 근육들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맞춤형 훈련이란 양 무릎을 동시에 약간 굴곡한 상태에서 발등을 위로 들어 올려 신발 뒤꿈치 모서리로만 지면을 딛고 그 상태에서 천천히 발바닥을 지면으로 내리는 훈련이다. 양 무릎을 동시에 굴곡하는 동작은 가파른 비탈길에서 무게 중심을 낮추는 기술이다. 그와 동시에 발등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마찰력을 증가시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발바닥을 지면으로 내리는 동작은 가파른 길에서 보행리듬을 조절하는 기술을 훈련하는 것이다.
 들어 올린 발등을 천천히 내려놓는 능력이 습득되면 가파른 비탈길에서도 원하는 리듬과 속도로 보행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움직임이 무의식 속에서도 반사적으로 반응할 정도가 될 때까지 훈련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좋다. 하산 시 부상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등산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하게 비탈을 내려오는 기술을 지닐 필요가 있다.

 

하산길 3.jpg

 
 맞춤형 훈련으로 안광욱걷기식 비탈 내려가기의 중요 동작을 체득하고, 이때 사용되는 근육들을 부분적으로 강화시킨 다음, 뒤이어 소개되는 안광욱걷기 식 비탈 내려가기 보행법을 실제로 따라하여 보라. 실제 하산 시에 적용시키면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어깨가 마치 물이 흘러 내려가는 듯 자연스럽고 척추의 생리적 커브를 보존하기 때문에 S라인이 유지되어 그 자태가 아름답다.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소보다 1/3~1/2 정도 단축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면서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 관절 건강을 지키고 부상 위험을 줄여준다. 중력과 관성에 의지해 그저 발만 적당히 내던지듯 앞으로 뻗어 털레털레, 상하좌우로 어깨와 골반을 제멋대로 흔들고 내려오는 보통의 하산과는 남다른 맵시이다. 안전과 건강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안광욱걷기, 보통의 걷기와는 그 품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 
 
 등산화 선택 시 고려할 점
 
 1. 하산 시에는 신발 속의 발이 앞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너무 꽉 끼는 신발은 피하고 발이 앞으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로 만든 것을 고른다.
 2. 평소 발목관절의 습관성 염좌가 있는 경우 발목관절의 보호를 위해 발목을 감싸주는 신발을 착용한다.
 
 잘못된 하산 자세
 
 1. 상체와 고개를 과도하게 앞으로 숙이면서 엉덩이를 뒤로 뺀다.
 2. 전체적인 몸의 중심 위치가 중력선을 벗어나 뒤로 넘어가 있다.
 3. 체중지지발(뒷다리)의 무릎이 완전히 신전된 상태에서 한발을 앞으로 던지듯이 내놓는다.
 4. 뒷다리의 무릎이 순간적으로 굽히고, 내놓은 발이 자유낙하하여 지면에 닿는 순간 큰 충격을 일으킨다.
 5. 가파른 경사면에서 지면을 발바닥 전체로 착지해 미끄러짐이 발생 할 소지를 증가시킨다.
 6. 가파른 비탈길에서 보폭을 줄이지 않고 보행속도를 빠르게 한다.
 7. 양발(무릎) 내측 간격이 넓게 벌어지고 양발 끝이 팔자형태로 바깥쪽을 향한다.
 8. 평지에서와 같이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든다.
 9. 어깨가 상하로 많이 들썩이거나 어깨와 몸 전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잘못된 하산 시 발생하는 문제들


 1.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자주 찧는다.
 2. 속도 조절이 되지 않아 습관적으로 항상 뛰어내려온다.
 3. 착지 시 발목관절 염좌가 자주 발생한다.
 4. 무릎 통증, 고관절 통증, 허리 통증 등이 발생한다.
 5. 산행 후 육체적·정신적 피로감과 권태감이 크게 증가한다. 
  
 제대로 비탈 내려가기의 실제

 


 
 1. 양발을 11자로하고 양 무릎을 경사도에 맞게 굴곡시킨다.(무릎관절 비틀림 방지 / 중심 하강에 의한 안정성 증가)
 
 2.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골반과 척추의 생리적 커브를 유지한다.(엉덩방아 또는 가속에 의한 뛰어 내려감 예방 / 아름답고 우아함 유지)
 
 3. 앞발의 발등을 위로 들어 올려 뒤꿈치로만 지면을 접촉하며 이때 뒤꿈치는 가능한 수평에 가깝게 지면을 접촉하도록 노력한다.(미끄러짐 차단에 의한 부상 예방 / 발목 염좌 예방)
 
 4. 양 무릎은 굴곡 상태를 유지하며 체중을 앞발로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들어 올린 발등을 서서히 지면으로 내린다.(넓적다리 네갈래근, 앞정강근의 원심성 수축 운동에 의한 근력강화)
 
 5.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발등을 위로 많이 들어 올리고 보폭은 좁게, 완만한 내리막에서는 발등을 위로 가볍게 조금 들어 올리고 보폭은 상대적으로 넓게 한다.(마찰력의 적절한 조절 / 미끄러짐 차단에 의한 부상 예방 / 하산 속도 조절)
 
 6. 보행 리듬과 속도는 내리막의 경사 정도에 따라 조절한다. 매우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보행 리듬과 속도를 가능한 늦추고 완만한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보행 리듬과 속도를 늘린다.(안전성과 효율성의 적절한 조화)
 
 7. 요철이 매우 심한 위험한 지면이 아니라면 고개는 가능한 적게 숙이고 시선만 최대한 아래로 내려 지면을 확인한다.(앞발의 체중 쏠림 방지 / 골반과 척추 변형, 체형 변형 방지 / 우아함과 아름다움 유지)
 
 8. 팔은 크게 흔들지 않으며 최소한의 진자 각도에서의 자연스런 움직임만 유지한다.(앞발 착지 시 가속에 의한 충격 증가 방지 / 균형 및 자연스러움 유지)

 


  
 
 비탈의 경사각 정도에 따른 구분
 
 1. 완만한 경우 : 무릎을 약간 굴곡시키고 발등을 위로 가볍게 살짝 들어준다.
 2. 가파른 경우 : 양무릎을 완만한 경사보다 조금 더 굽히고 발등을 위로 많이 들어 올린다.
  
 하산 3.jpg
 ▲비탈의 경사각이 완만한 경우
 

하산 4.jpg
▲비탈의 경사각이 가파를 경우

 

 제대로 산을 내려갈 때의 효과
 

 1. 몸의 상하좌우 진동과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물 흐르듯 우아하고 아름답게 하산이 가능하다.
 2. 평소 산행 시의 하산 속도보다 거의 1.5배 이상의 신속한 하산이 가능하다.
 3.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와 충격으로 인한 피로가 줄어들어 상쾌함이 느껴진다.

 

비탈 내려가기 1.JPG


 4. 무릎관절의 충격과 비틀림 현상, 발목염좌 우려가 거의 없어 가파른 곳에서도 안전한 하산이 가능하다.
 5. 여성의 경우 굽 높은 구두 착용에 의한 족하수(Foot drop) 증상의 개선 효과가 크다.
 6. 천천히 하산할수록 ‘넓적다리 네갈레근’ 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다.

 

비탈 내려가기 2.JPG

 7. 천천히 하산할수록 ‘앞정강근’ 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다.
 
 글 사진 동영상/안광욱 (안광욱 걷기 약발연구소 소장)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