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을 밝히면 빨리 늙는다/혈기도 4 혈기도

배가 좀 고파야 행복하다

 

최고의 도(道中道)는 식도(食道)다. 어떻게 잘 먹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 먹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흔히 먹는다고 하면 입으로 먹는 음식만 생각한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은 입으로는 음식(地氣)을 먹고, 코와 피부로 우주의 에너지(天氣)를 먹는 것을 말한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은 오장육부를 거쳐 몸의 에너지가 된다. 반면에 호흡과 피부를 통해서 들어오는 천기는 오장육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무수한 구멍(穴)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고 한다. 땅에서 생긴 음식은 입으로 먹으면 몸속에서 반드시 썩어야만 에너지로 바뀐다. 그러나 대우주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는 우리 몸을 깨끗하게 해 주면서, 죽지 않고 살아서 무한한 힘을 갖게 해 준다.

 

 현대인은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으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호흡은 소홀히 한다.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호흡이다. 몸을 호흡에 맡기고 대우주 에너지를 마시면 행복이 온다. 음식이, 식욕이, 혀끝이 즐겁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행복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생활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먹거리만 있으면 된다. 개는 지치면 주둥이를 땅에 박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기운을 회복한다. 짐승은 배가 아주 고프면 오히려 조금씩 먹는다. 배탈이 나면 아예 굶는다. 그것이 몸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몸이 터득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짐승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나야 기분 좋게 움직인다. 위에 부담이 없어야 몸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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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인간은 지치거나 허기가 지면 허겁지겁 마구 먹어댄다. 그러나 이렇게 먹으면 에너지를 더 빼앗기게 된다. 위장을 버리는 지름길이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장으로 오장육부의 기운이 다 가고 몸은 피곤해져 손상을 입는다. 식사 후 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과식하면 심지어 죽기도 한다. 6.25 전쟁 때 며칠을 굶은 사람이 밥을 허겁지겁 먹은 뒤 죽은 일이 다반사였다. 배가 터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혈 순환이 안 돼 죽은 것이다. 짐승도 아는 식사법을 인간만 모르는 것이다. 사람이 지혜로운 것 같아도 아주 멍청하다. 자연의 동식물보다 못하다. 먹는 법을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먹는다고 힘이 생기는 게 아니다. 힘이 없으면 호흡을 제대로 한 다음에야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 기력이 없을 때는 많이 먹지 말고 조금만 먹거나 물을 마셔야 한다. 기력이 있을 때나 많이 먹는 것이다. 곰은 가을에 많이 먹고 나무에서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정도가 돼야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만큼 몸에 힘을 뺐다는 뜻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아프면 다시 계속 더 많이 먹기만 한다. 곰은 움직임 없이 미세한 호흡만 하면서 겨울잠을 잔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3개월 겨울잠 자는 동안 굶어 죽는다. 
 배가 고프면 물만 한 잔 마시고, 기력이 생기면 그때 조금 먹는 것이 가장 몸에 이롭다. 밥 먹고 나서 물을 한 컵 마셔 배꼽에 기운이 오면 배가 부른 것이다. 그 이상은 안 먹는 게 좋다. 배가 많이 고프면 부드러운 음식으로 허기를 면하게 해서 기력이 생기게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언제 기분이 좋을까? 배가 약간 고파서 머리에선 좋은 상상력이 생길 때다. 배가 약간 고픈 것을 즐기고, 음식보다 물을 가까이할 때 몸이 좋아진다. 생각을 바꿔야 몸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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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에는 좋은 것을 많이 먹으려는 생각이 박여 있다. 많이 먹으면 기운이 뭉친다. 현대인은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 성인병, 현대병은 필요 이상 많이 먹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호흡을 하지 않아 온몸에 객기가 뭉친 데서 비롯된다.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연과 순환관계를 유지하면서 살라는 대우주 섭리를 어겨 발생한 것들이다. 인간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위(胃)는 상당히 예민하다. 앉아서 배부르게 먹으면 과식이다. 위가 느낄 정도면 이미 배가 부른 거다. 속이 더부룩하면 더 먹지 않으면 된다. 속이 좋으면 얼굴이 맑다. 속이 안 좋으면 얼굴에 바로 표가 난다. 위가 배부르다고 하는데도 혀에서 느끼는 맛 때문에 어리석게 과식을 해서 병을 불러온다. 현대인은 영양과잉과 운동 부족, 그러면서도 욕망으로 각종 스트레스를 쌓고 그 짐을 지고 가느라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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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걸 즐기고 많이 먹으면 노화가 빨리 온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뻑적지근한 것은 어제 먹은 것을 소화하느라 세포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세포는 워낙 수가 많아서 수십만, 수백만 개가 죽어도 당장은 표가 안 난다. 그러나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 몸이 망가진다. 
 많이 먹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 음식을 에너지로 만들려면 썩어야 한다. 썩는 것은 몸에 해를 끼친다. 에너지가 남으면 살이 찌고 남은 에너지가 썩으면 병이 된다. 특히 육식은 사람을 포악하게 만든다. 몸에 가장 해로운 것이 뱃살이다. 가슴보다 불룩한 배는 치명적이다. 척추를 유지할 정도의 에너지가 최적이다. 지금 먹는 양의 4분의 1만 먹어도 충분하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은 몸에서, 삶에서 오는 진정한 환희와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음식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을 위함이다. 먹기 위해 살면 썩고 부패하게 된다. 부가 쌓여도 먹기 위해 살면 안 된다. 자신과 지구를 위해서도 그렇다.
 우주의 생명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산다. 신선은 이슬조차도 자연과 나눠 먹었다. 덜 먹으면 이슬이 떨어져 땅이 젖고 초목에게 물이 간다. 신선은 풀잎 하나도 나와 같은 생명으로 생각했다. 신선이 되면 먹는 것으로부터 벗어난다.
 
산에서는 솔잎이나 소나무 속껍질을 먹어서 위를 줄인다. 신선이 왜 신선이겠나? 몸에서 신선한 기운과 향내가 나니까 신선이다. 신선은 야생초만으로 적게 먹거나 이슬만 먹었다.
 나의 하루 식사는 보잘것없다. 요즘에는 쌀밥을 먹긴 하지만 몇 술이면 배가 불러 많이 먹을 수도 없다. 두부와 생야채 위주로 먹는다. 끼니 개념 없이 배가 고플 때 조금씩 먹는다. 조금만 먹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자연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먹지 않기 때문이다. 약간 모자란듯하면 물 한잔으로 보충해도 된다. 부족한 듯 먹고, 머리를 비우며, 몸을 많이 사용해야 객기가 몸에 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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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0년을 건강하게 더 사는 일은 정말 간단하다. 지금 먹는 양을 3분의 1만 줄이면 된다. 위장의 60~70%만 채워주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불가피하게 많이 먹었으면 그다음 끼에는 먹는 양을 줄이거나 먹지 않으면 된다. 자기 전에는 물을 먹어 배를 부르게 하는 게 좋다. 모자라는 듯 먹어야 건강하다.
 지구에서 얻은 몸은 적게 먹어 가능한 한 가볍게 해야 한다. 많이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욕심이 생기게 된다. 음식을 줄이면 기분이 좋고, 썩는 것이 줄어들면 호흡이 잘 되고 세포가 가벼워진다. 특히 나이 들어 식욕을 부리면 추하다. 나이 들수록 위장 크기를 줄여 나가고 적게 먹어야 한다. 소식을 습관화하면 위장 크기가 줄어들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게 된다.


 호흡을 제대로 하면 뭐가 달라지나? 무엇보다 몸이 편안해진다. 위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문이 열려 땀이 나고 변이 달라진다. 변의 굵기, 냄새, 모양, 색깔이 다 달라진다. 천기를 많이 마시면 몸과 마음에 해로운 과다한 음식과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행공한 날과 안 한 날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우선 행공을 안 하면 배가 고프다. 생활에 빠지면 지기를 열심히 먹어야 한다.
 그런데 초보 수련자는 행공 후 밥을 많이 먹게 된다. 왜 그럴까? 굳은 몸을 다 놓느라 에너지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앉아있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행공하고 배가 고파진다면 폐가 아직 정상적으로 안 되었기 때문이다. 물을 주지 않으면 폐는 마른다. 사람은 숨을 못 쉬면 죽는다. 폐는 나뭇잎과 같다. 내 몸이 젖어 있어야 마른 천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물과 천기만 잘 먹으면 지기는 몸에 많이 필요치 않다. 특히 밤에는 음식을 절대 먹지 말고 배고프면 물만 마셔라.

글 우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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