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전교에서 두 번째로 컸다. 성적은 밑에서 두 번째였고. 고교 1학년 때였다. 씨름 특기자로 씨름 명문 한영고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모래판에 서기가 싫었다. 당시 키 186㎝에 몸무게 63㎏이었던 그는 헤비급으로 씨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몸무게를 30㎏이상 찌워야 했다. 살을 억지로 찌우기가 싫었다. 결국 씨름을 포기했다. 자연스럽게 비행청소년이 됐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했기에 싸움판에 뛰어들면 덩치값을 했다. 상대 멱살만 잡으면 집어 던졌다. 씨름을 그만두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 금방 100㎏을 넘겼다. 건강도 급속히 나빠졌다. 

 빈둥대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동네 동시상영 영화관에 들어갔다. 당시 성인영화인 <뽕>을 보려고 들어갔는데, 함께 상영하던 <터미네이터>부터 보게 됐다. 근육질 배우인 아놀드 슈왈츠네이거가 주인공인 그 영화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영화 도입부에 미래에서 온 슈왈츠네이거가 알몸으로 화면을 채우는 순간,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엇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몸을 만드는 일이었다. 건강과 자신감이 멋진 몸과 함께 올 것 같았다. 영화관에서 나와 동네 헬스 체육관을 찾아갔다. 그리고 100일만에 30㎏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아놀드 홍(47)씨가 ‘홍길성’이라는 본명 대신 아놀드 홍이라는 별명으로 헬스 트레이너로 성공하게 된 출발점이다.

100.jpg » 아놀드 홍씨가 고무 벨트를 이용해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무거운 헬스 기구는 근육을 만들려는 욕심 때문에 몸에 무리가 와서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며 맨몸 운동을 고집하고 있다.

 

 스왈츠네이거 만나는 꿈 이뤄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당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면 대학 특기생으로 입학 할 수 있었다. 고교 졸업 때까지 7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모두 예선 탈락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 들었다. 생수, 기구, 냉장고 배달 등의 몸을 쓰는 일이나 학원 봉고차 운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헬스 트레이너를 하고 싶었지만 고졸의 학력으로는 취업이 안됐다. 하지만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고졸의 학력으로도 헬스 트레이너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었어요.”

 결혼한 뒤인 30대 초반, 보디빌더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못 이룬 보디빌더로의 성공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이번엔 출전하기만 하면 우승이었다. 13개 전국대회의 헤비급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놀드 슈왈츠네이거가 만든 세계적인 체인 체육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스왈츠네이거를 만나게 해준다면 함께 일할게요.” 결국 아시아지부에서 매출액 1위를 달성하며 미국에 가서 어릴 때부터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스왈츠네이거를 만날 수 있었다.

 성공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기억했다. 가난과 비만, 그리고 좌절. 그래서 10년 전부터 <100일간의 약속>이라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100일간 매일 새벽 한 시간씩 아놀드 홍씨와 운동을 한다. 체계적인 식단관리도 한다. 후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초음파 등 각종 검사를 받는다. 모두 무료이다. 대부분 살을 빼려고 지원하지만, 너무 말라서 근육을 키우려고 지원하는 이도 있고, 질병과의 싸움에서 벗어나려는 이들도 있다. 서류 심사와 오디션 등 평균 10대 1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101.jpg

102.jpg

103.jpg

 

 “하루 3번 꼬로록 소리 들어야 건강”

 

 운동은 기구 없이 맨몸으로 한다. “운동기구를 사용하면 꼭 몸에 부상이 옵니다. 맨몸운동을 한 시간 하고, 하루 꼭 2만보씩 걸어야 합니다. ” 그는 100일간 맨몸 운동 프로그램을 촘촘히 짜놓았다. 엎드려 팔굽혀 펴기와 개구리 점프, 허벅지 굽히기 등 다양한 동작을 40초 운동-20초 휴식으로 10세트 진행하기도 한다. 30년 나름의 운동 노하우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참가자 중에는 100일 동안 100㎏을 뺀 이도 있다. 3년 전 도상현(33)씨는 몸무게가 무려 187㎏였다. 초고도비만이었다. 아놀드 홍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새벽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1시간 30분 걷는 것이 운동의 전부였다. 그리고 수면 시간을 포함해 16시간 음식을 먹지 않고 공복상태를 유지하면서 8시간 동안에만 한두 번 식사하는 ‘간헐적 단식’을 했다. 아놀드 홍의 권유를 따랐다. 도씨는 살이 빠지면서 늘어진 가슴, 허벅지, 팔뚝 등의 살갗을 모두 네 차례 성형 수술을 통해 제거하며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왔다. 성형 수술도 아놀드 홍씨가 병원의 협찬으로 무료로 진행했다.

 “100일 동안 힘든 프로그램을 수행하면 누구나 건강과 육체에 자신을 갖게 됩니다. 참가자 중에는 전문 헬스 트레이너로 직업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는 5년째 하루 한 끼만 먹는다. 보디빌더로 생활할 때는 하루 7끼를 먹던 그였다. 닭가슴살을 고집하지 않는다. 근육 보충제도 먹지 않는다. 남들처럼 먹는다. 그리고 위장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내는 소리인 ‘꼬로록’을 즐긴다. “진짜 배고플 때 나는 소리입니다. 현대인들은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돼서, 심심해서 먹어요. 가짜 식욕의 유혹에 빠진 거죠. 하루 3번 꼬로록 소리를 들어야 건강해집니다.”

104.jpg » 아놀드홍의 다이어트 프로그램 <100일간의 약속>은 규칙이 엄하기로 유명하다. 새벽 6시40분부터 시작되는 운동 프로그램은 운동기구없이 매트 위에서 진행된다. 세번 지각하면 1번 결석이고, 3번 결석하면 탈락된다. 아놀드홍 제공

 

 70살까지 현역 모델하는 게 목표

 그는 실제 배고플 때 더 힘이 난다고 했다. “배고픈 사자가 먹잇감을 잡고 앞발로 후려쳐 사냥을 시작합니다. 인간도 공복상태가 되면 시르투인이라는 장수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내장기관이 힘차게 움직이고 피의 흐름도 활기차게 됩니다.” 과일도 껍질과 씨를 모두 먹는다. 바나나 껍질만 안 먹는다.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식품은 안 먹습니다. 그런 음식은 살을 찌게 하고 각종 질병을 부릅니다.”

 그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 당장 학교에 설치된 음료수 자판기를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탄산음료를 아무 생각 없이 먹고 길들여집니다. 비만의 길로 학교 당국이 학생들을 몰고 갑니다. 영국에서는 한 영향력 있는 인물이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와서 설탕을 스튜디오에 쏟는 퍼포먼스를 한 결과로 모든 학교에서 음료수 자판기가 사라졌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탄산음료 기업과 패스트 푸드 기업,  먹는 프로그램을 쉼없이 내보내며 광고 수입을 올리는 방송국의 지나친 상업행위를 일반인들에게 일깨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70살까지 스포츠 모델을 하고 싶다고 한다. “식이요법과 적절한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하면 오랫동안 현역 모델로 활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100일간의 약속>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입니다.” 3년전부터는 장기기증 운동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동영상/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