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숨 토해내고 새 기운 넣으니 학이 춤추는듯 고수를 찾아서

중국 전통 건강양생술 팔단금 주역학자 백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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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엔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주역학자이다. 인간사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주역의 전문가이다. 게다가 그는 재야에 있다. 원주의 치악산 기슭에서 은거중이다.

 최근엔 7년의 은거 끝에 다음 한국 대선의 향방과 한반도의 30년, 주요 국가의 운명, 삼성 등 대기업의 앞날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예언>이라는 책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일 치악산 기슭에서 본 주역학자 백오 김성욱(50)은 외모상 책상에 앉아 책을 쓰는 학자가 결코 아니었다. 거칠게 표현하면 길거리 차력사의 몸이었다. 불끈 힘줄이 불거진 팔뚝과 단단하게 발달한 가슴근육 등이 옷으로 감출 수 없는 무인의 몸이었다. 손을 잡아 보니 강한, 아니 천둥 벼락 같은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두 눈동자로부터는 검다 못해 푸른 눈빛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몸을 부딪쳐 보니 바윗덩어리와 맞선 느낌이다. 비록 옷을 입고 있으나 정밀하게 단련된 작은 근육과 늠름한 큰 근육은 단단한 힘줄과 뼈대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육체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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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가다가 두께가 5㎝ 이상 되는 차돌을 집는다. 단단한 화강암이다. 별다른 준비운동 없이 차돌을 향해 손날을 내리쳤다. ‘푸식’ 하고 차돌이 부서진다. 그리고 강한 파열음이 사방에 퍼진다.

 “언젠가부터 손에 기운이 모였어요. 저도 모르게 발길에 부딪친 돌을 집었어요. 내리쳤어요. 돌이 깨지는 겁니다. 저도 놀랐어요.”

 다시 한번 그의 팔뚝에 손을 대 보았다. 뜨겁다.

 “집에서 바늘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 유리창에 튕겨 보았어요. 바늘이 유리창에 꽂혔어요.” 보지 않았지만 믿을 수 있다. “그런 능력이 어떻게 생겼나요?”

 “팔단금을 몇년째 하고 있어요.” “헉!” 순간 숨이 막힌다. 문헌으로만 보았던 중국 전통의 팔단금이라는 무술의 실체를 접하다니…. “몸은 헬스 기구를 들어 그렇게 만들어졌나요?” “아뇨, 한번도 아령이나 덤벨 같은 기구를 들어보지 않았어요. 팔단금을 하니 저절로 몸이 이렇게 됐어요.”

 팔단금은 중국 도가의 양생술이다. 아직 한국에서 보지 못한 도인술이기도 하다. 도인술(導引術)은 온몸의 관절을 펴거나 굽히며 신선한 공기를 몸속에 들여와 기혈을 원활하게 하는 각종 건강체조를 일컫는 말로 역근경과 오금희, 그리고 팔단금이 대표적인 도인술이다. 800여년 전인 중국 송나라 시대부터 체계화된 팔단금(八段錦)은 8가지 동작이 비단처럼 곱고 귀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럽고 가벼운 문(文)팔단금과 강하고 중후한 무(武)팔단금으로 나뉘는데, 중국과 대만 일부에서만 비전되는 양생술로 알려져 있다. 일단 직접 본 무팔단금의 효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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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팔단금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모든 동작을 있는 힘을 다해 하는 것(극력·極力)이고, 그다음은 숨을 가득 들이쉬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호흡을 멈추는 것(폐식·閉息)이다. 모두 8가지 동작은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 매일 꾸준히 하면 막힌 기혈이 열리고 근육과 힘줄에 힘이 생겨서 뼈가 바로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심신이 유쾌해지기 때문에 삶이 건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8살 때부터 집에서 아버지(김익세·작고)한테 한자와 역학, 천문, 풍수, 예언, 동학 등에 대해 배웠다. 옹기공장장을 하시던 아버지는 평생 달과 태양의 변화 등 천문에 관심이 많았고, 천도교 신도였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 탓인지 평범한 지방대학의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온통 관심사는 주역에 쏠렸다. 현실이 아닌 먼 과거나 먼 미래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주역과 한학에 몰두하며 주역학자가 됐다. 또 한때 불교에 심취해 불경을 번역하고 강의를 하기도 했다.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김씨는 속세를 떠나 주역에만 집중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키 166㎝에 체중 80㎏인 비만 체형이 되면서 몸에 각종 질환이 발생한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 풍치, 어깨 등뼈 통증, 허리 디스크, 소화불량에 눈과 입이 떨리며 뇌졸중 증세까지 겹쳤다. 손도 떨려 찻잔도 들지 못했다. 더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거나 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씨는 전 강원대학교 최상익 교수를 만났다. 5년 전 당시 70대였던 최 교수는 해석이 잘 안되는 고전을 김씨에게 보내왔고, 김씨가 이를 해결해주자 감사의 마음으로 무팔단금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대수술을 수차례 받으며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50살에 대만에 유학 갔다가 기체조 전수자(국립대 기공학 교수)를 만나 무팔단금을 배웠다고 했다. 그 대만 교수는 최 교수에게 처음에는 기본 동작만 가르쳐주고 호흡법에 대해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최 교수는 호흡법까지 어렵게 깨치고 24년간 수련한 결과 70대 나이에 중년의 건강을 유지했다.

 김씨는 최 교수로부터 8주간의 혹독한 수련을 거쳐 무팔단금의 기본 동작을 전수받았다. 그 뒤에는 기초체력 단련법과 호흡법, 양생법을 배웠다. 그리고 최 교수는 자신이 아는 무팔단금의 모든 것을 전수한 뒤 “이것을 착한 사람에게 전하라. 악인에게 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른바 비인부전(非人不傳)을 당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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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팔단금을 익히며 김씨의 체중은 6개월 만에 15㎏ 이상 줄었고, 각종 질병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또 정신이 맑아지며 집중력이 높아져 집필도 한결 수월해졌다.

 실제로 무팔단금의 동작을 배워 보았다. 동작이 간결하고 동작마다 오장육부를 자극하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두번째 동작인 개궁사조(開弓射雕: 두 팔로 활을 당겨 멀리 있는 독수리를 쏘아 떨어뜨린다)는 가슴과 팔뚝 근육을 강하게 하면서 심장과 폐, 간 기능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탁월하다고 한다.

 김씨는 “서양 운동은 효과는 빠르지만 혈기 손상 가능성이 높고, 동양 운동은 효과는 느리지만 기(氣)를 축적해 심신이 건강해지며 마치 한마리 학이 되어 춤을 추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김씨는 “묵은 기운을 토해내고 새 기운을 받아들이는 도인술은 많은 이들에게 건강을 찾아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H6s원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동영상 이규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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