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있는 뇌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수박사의 건강 삼위일체

장수박사의 건강삼위일체 8/뇌의 고독

 

옛날, 우리 선조들은 사람의 장기를 오장 육부로 나누어 놓고도 뇌(腦)를 포함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사람의 사람다움을 결정하는 뇌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였을까? 아니면, 뇌라는 장기가 다른 장기들과는 전연 다른 독립된 시스템과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분류하고자 하였을까? 사람이 진화되었던, 창조되었던 그 생성원인여부에 불구하고, 오로지 사람이 무엇보다도 다른 동물과 구별되고 특별한 까닭이 있다. 인간은 생각을 하고, 생각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점과, 바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를 공간적으로 이어주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시간적으로 제한된 벽을 끊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과 생각의 주체로서의 뇌
 
 데카르트가 지적한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한다”는 철학적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에게 있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생각을 주재하는 생체 부위가 바로 뇌(腦)임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삶이 생각에 의하여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먹는 것에 따라서, 움직일 때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 변하였다고 생각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간의 생각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보다 엄숙한 것, 그리고 보다 가치 있는 것에 근거한 어떤 절대적인 과정이라 믿고 싶다. 인간다울 수 있는 조건이 이렇게 저렇게 변하는 상대적인데 있지 않고, 오로지 변함없는 절대적인 가치에 바탕을 두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사회에서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절하는 사람을 멸시하였고, 외압에 굴하지 않고 올바른 뜻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을 흠모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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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의 구조와 기능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관심이 크다. 사람의 생명을 구성하는 원리를 밝히고, 생명에 나쁜 영향을 주는 질병들을 진단하고, 예방하고, 치료하는 논리와 방법을 배우는 의학도들에게 해부학 실습은 엄숙한 과정이다. 사체를 팔, 다리, 몸통, 얼굴, 목 순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뇌를 해부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체의 여러 가지 구조와 온갖 기능과 행동들을 연결해 보면서 생명의 복잡하면서도 정교함에 감동을 받는다. 특히 뇌조직을 공부하면서는 단순하게 보이는 구조로부터 초래되는 온갖 기능적 다양성과 그러면서도 그 바탕에 흐르는 일목요연한 원리에 의한 생명현상의 철저한 통제시스템을 보면서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뇌는 생체 정보시스템의 본산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체가 삶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기 위하여서는 혈관이나 림프관 그리고 신경 또는 세포외 공간들을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이러한 연락망을 통하여, 호르몬, 영양물질, 신경전도물질, 성장인자, 염증성 물질 등을 전달하고, 조직들 간의 상호 활동을 견제하거나 지원한다. 이 모든 정보들을 집약하고,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장치가 바로 뇌이다. 뇌는 생체가 처한 환경에 따른 정보를 받아들여 뇌에 기록된 과거 경험에 따른 기억과 학습을 바탕으로, 그리고 선천적으로 뇌가 가진 생명원리를 중심으로 판단하여, 생체 모든 조직에 대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다. 뇌는 정보수집과 분석 및 판단의 핵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직접 명령을 내리는 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생체내 여러 기관은 기관 나름대로의 임무를 충실히 하여야 하고, 이웃이나 다른 장기에는 최소한의 협조를 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뇌는 모든 장기와 조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여야 하고, 이에 협조하여야 할 다른 기관에 명령을 내려 서로 도와 총체적 생명이 올바르게 유지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필수적인 생명현상, 자라고, 먹고, 활동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병들었을 때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뇌의 통제 하에 상호 조화롭게 해결되어 나가고 있다.
 
 뇌는 독선적인 조직이다.
 
 뇌가 생체 정보망을 관장하고 있고, 명령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생명의 육체적 현상을 확실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뇌 고유의 정신적 현상은 이러한 육체적 현상과 어떻게 구분하여 처리될까? 사람다운 가치인 생각한다는 일은 다른 육체적 현상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먹는 대로 느끼고, 움직이는 대로 생각이 달라진다면 사람의 사람다운 소이는 결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사람답기 위하여서는 생각의 주체인 뇌조직을 다른 장기와는 구별하여, 환경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단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뇌의 구조는 독특하다.
 
 먼저 해부학적인 측면에서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뇌는 두개골이라는 생체에서 가장 강력하고 단단한 보호 장치에 의하여 숨겨져 있는 유일한 장기이다. 생체 여느 장기도 뼈에 가리워져 있지 않지만, 뇌만은 머리뼈가 보호해 주고 있는 특수 장기이다. 그리고 충돌로부터 뇌실질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뇌조직과 두개골 사이에는 여러 층의 공간이 놓여있다. 그러한 공간에는 여러 부위에 적절한 그물망이 처져 있어서 가능한 충격으로부터 뇌를 다치지 않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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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뇌는 생체 대사적 변화로부터 화학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중요한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 또는 뇌척수액-혈액장벽(cerebrospinal fluid-blood barrier)이라는 특수한 차단장치를 가지고 있다. 신체의 모든 조직은 혈관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을 내보낸다. 대부분의 조직은 생체의 대사적 상황에 따라 이러한 영양물을 공급받는 양이 변하고, 생체 리듬에 따라 기능도 변한다. 그러나 뇌만은 다르다. 뇌혈관장벽 때문에 혈액 내에 들어있는 영양물들이 마음대로 뇌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뇌-혈관 장벽은 뇌가 여느 조직과 전연 다른 독특한 생화학적 환경에 놓이게 해주는 요인이 된다. 뇌는 다른 조직들과 달리, 먹는 대로 영양물이 많이 들어오고 사용한 대로 폐기물을 내보내지 않고, 오로지 뇌가 필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배출하는 극히 독선적인 장기이다. 실제로 뇌에서 신경전도물질로 작용하여 신경기능조절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물질들을 보면 이들이 모두 생체대사산물인 아미노산 그 자체이거나, 아미노산의 간단한 유도체들, 또는 간단한 파생체들이다. 만일 이러한 뇌-혈관장벽이 없다면, 뇌기능은 영양상태, 식이 조건 또는 생활패턴에 따라 손쉽게 변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뜻있는 지사(志士)가 가난하거나, 배부르거나, 굶었거나 상관없이 외부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처음의 뜻을 지킬 수 있음도 바로 이러한 뇌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 이와 같이 뇌는 비록 독선적이고 외로운 장기이나, 주위 환경으로부터 독립되어 오로지 생명이라는 참된 가치를 위하여 처음부터 진실로 존재하여 온(自古而固存) 특별한 장기이다.
 
 뇌조직은 부위별로 각각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구획 별로 일정한 기능을 맡고 있다. 신체 각 부위 손가락 발가락 몸통 얼굴 등의 감각을 맡는 부위,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 또한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이나,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 논리적 사고를 하는 부위들이 모두 각각 구분되어 독립되어 있다. 이러한 뇌의 부위들을 브로드만 영역이라는 단위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신체 감각을 관할하는 중추 부위는 브로드만 영역 1, 2, 3이고, 운동을 관할하는 뇌 중추 부위는 4, 5, 6이며 시각은 영역 17, 청각은 영역 41, 42, 미각은 영역 43, 언어 영역은 44, 45이다. 이러한 뇌조직의 체성 감각 영역이나, 운동 영역의 크기는 신체부위의 실제적 크기에 따르지 않고 운동이나 감각의 정밀도와 복잡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에 중요한, 손이나, 입 또는 혀의 운동을 관장하는 영역이 몸통을 관장하는 영역보다 훨씬 크다. 또한 뇌조직의 경우에는 분할된 각 영역의 기능에 대한 최소한의 보충시스템이 장치되어 있다. 뇌조직은 오른쪽 반구와 왼쪽 반구로 나뉘어 있으며, 오른손잡이는 왼쪽 반구, 왼손잡이는 오른쪽 반구가 주로 개발되어 있으며, 상대편 반구는 정상적으로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나 비상시에는 대체 역할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같은 뇌 반구내에는 고장 난 특정부위의 기능을 대체해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뇌의 특정부위의 손상은 해당말초부위의 감각이상이나 운동이상을 초래하며, 그 치료가 매우 어려운 까닭이 된다.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들이 다른 조직세포들과 다른 점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신경세포가 한번 죽어버리면 그 자리를 보충해 줄 다른 신경세포의 증식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경세포의 죽음은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절대절명이다. 태어나서 분화된 신경세포는 다른 조직 세포들과 다르게 세포가 분화되어 일정한 휴지기 상태에 놓여서 자신에게 부여된 기능만을 죽을 때까지 수행해야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하는 각종 질환의 치료가 극히 어려운 까닭이 된다. 다행히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결손된 뇌신경세포를 보충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어 큰 기대를 가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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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천성 대사이상은 정신박약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선천성 대사이상은 성장하는 유아기에 우선적으로 먼저 뇌신경세포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성대사이상은 가능한 빨리 발견하여 대사적이상을 방지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갖추어 신경손상을 예방하면 이들에게서 정신박약을 방지하고, 평생 정상적 삶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인 페닐케톤뇨증의 경우, 출산 후 바로 발견되면, 갓난아기에게 모유를 정지시키고,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제한한 특수조제 분유를 먹임으로써 간단하게 정신박약을 막아낼 수 있고, 정상생활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평생정신박약으로 사회적으로 차단되어버릴 한 사람의 인간됨을 유지시켜주는 과학적 노력은 결국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회에 엄청난 혜택이 된다. 사람이 늙어 가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치매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것은 살아가는 동안에 축적된 각종 신경장애가 누적되어 기억과 판단이 상실되는 치매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신경손상이 누적된 치매는 회복되기가 어렵다.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뇌세포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극들을 피하고, 뇌신경 위축을 사전에 방지하여야 한다. 뇌신경위축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뇌신경세포를 활성화하도록, 나이가 들어도 생각하고, 창조하는 정신활동을 계속함이 중요하다. 교통사고와 같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마비, 또는 전신마비가 초래된 환자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특별한 묘책을 가지지 못함도 한번 손상된 신경세포들을 재생하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선천성 대사이상뿐 아니라, 사고에 의한 전신마비 또는 노화과정에 초래되는 치매의 경우와 같이 신경장애는 사전에 이러한 신경세포들의 손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만이 절대 중요하다. 선천성 대사이상이나, 전신마비 및 치매의 경우, 외형적인 신체는 온전하면서도 실제적인 행동이 너무도 엉뚱하여 주위를 당황하게 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정신이 없는 육체, 사고력이 없는 인간의 한심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육체를 주재하는 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기억과 학습, 판단이 궁극적으로는 신경세포의 활동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이 상실된 경우, 육체는 결국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고, 삶의 의의가 사라진다.
 
 오로지 진실만을
 
 생명의 일회성,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성이 바로 뇌신경세포의 특성과 그대로 일치되고 있다. 뇌가 갖는 해부학적인 구조와 생화학적인 특성은 인간 생명의 독자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인간 사고 과정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람이 생각한다는 현상은 주위의 환경적 변화와 유혹에도 불구하고 항상 스스로의 참된 판단을 요구하고 있음이다. 스스로 되새겨 올바르면 수천만 명이 반대하더라도 나는 가겠노라(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는 신념적 행보와, 뜻을 가진 이는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之者 物莫之傷)는 단호한 행위와 마음가짐의 근거에는 바로 이러한 뇌조직의 해부학적 독립 구조와 생화학적 선택취사능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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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뇌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은 때로 독선으로 흐르고, 주위를 무시하거나 몰이해하는 잘못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과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뇌가 항상 맑은,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진실만을 따르도록 거듭된 자기 수양의 훈련이 필요하다. 수십 년 간 면벽 수양하는 스님이나, 청정한 마음으로 수도하는 목회자들이 일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도, 이들이 맑은 마음을 수십 년 유지하며 수양을 쌓아온 결과, 이들의 일거수일투족과 마디마디의 말이 맑고 고운 생각에서 우러났기 때문이다. 뇌에는 이러한 생각하는 기능을 보완하기위하여 감각과 기억이라는 특수 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사실과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선험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항상 올바른 길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우리의 뇌 구조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배고프다고 도둑질하고, 가난하다고 거짓말하고, 뜻이 다르다고 남을 해치는 그러한 행동을 사람들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사고의 중심인 뇌가 주위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상철(전남대 석좌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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