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망친 의무후송헬기 사업

부처 간 협의 없이 예산부터 ‘싹둑’한 방위사업청
뒤늦은 효율성 논란에 발목 잡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2018년까지 의무후송 전용헬기 8대를 도입하기로 했던 국방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의무후송헬기 개발 관련 예산 33억 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방위사업청이 장비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타부처에 개발 예산 분담을 요구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장비를 갖춘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함을 지적받아온 군은 당분간 기존의 부실한 의무후송헬기에 의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군은 야간 비행이 불가능하고 간이 구급키트에 불과한 장비를 실은 헬기로 꺼져가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박 하사! 일어나! 정신차려 임마!”
고지 낙하훈련 중 사고로 추락한 박 하사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박 하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김 대위는 즉시 훈련 지휘소에 의무후송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지휘소는 급히 항공작전사령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박 하사가 추락한 지점은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고지대였다. 이 때문에 환자를 공중에서 바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호이스트 장비가 장착된 헬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군에 그런 헬기는 없었다. 지휘소는 호이스트 장비가 있는 지역 119 헬기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김 대위는 호흡이 정지된 박 하사에게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김 대위를 절망에 빠뜨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119 헬기가 사고 지점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 회항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위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박 하사를 업고 산을 뛰어내려왔다. 무릎이 부서져라 내달린 김 대위 덕분에 박 하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을 넘긴 시각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서기 전 박 하사의 심장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였다. 


위 상황은 실제 사고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2011년 6월 9일 정보사령부 소속 모 하사가 낙하 훈련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제때 후송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악천후 비행이 가능한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날아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제시간에 후송했다면 사고자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에는 그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환자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동안 발생한 각종 사고에서도 의무후송 전용헬기 부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당시 현장에 있던 김지용 상병은 온 몸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 상병은 이러한 중상에도 불구하고 고속정과 초계함을 이용해 후송하는 바람에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른 부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상 장병들의 가족은 군이 헬기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후송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는 총상을 입은 故박치현 상병이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화병원에 후송된 뒤 다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3시간이라는 귀한 시간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결국 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된 지 25분 만에 숨을 거뒀다. 강화도와 국군수도병원은 헬기로 30분 거리에 불과해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즉시 투입됐다면 박 상병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군에서 신속한 후송에 실패해 목숨을 잃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군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2009년 4월 21일 김옥이 전 국방위원(새누리당)이 주최한 ‘군 응급의료체계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군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관한 논의를 나눈 뒤 헬기 도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국군의무사령부는 합참으로 소요를 요청했고 2010년 6월 의무후송 전용헬기 신규 중기소요 결정이 완료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총 8대의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도입하되 기종은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량한 국산으로 결정됐다. 

2011년 11월에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예산과 전력화 일정 등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19대 총선 공약에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을 포함시켜 헬기 도입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방위사업청 정책기획분과위에서 오간 논의를 신호탄으로 순조로웠던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 사업은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란?

박스기사 사진. hh-60m.jpg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환자후송은 물론 후송 도중에도 응급 진료가 가능한 하늘을 나는 앰뷸런스를 말한다. 환자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영구 장애가 남는 것을 막기 위해 간이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만큼 각종 항법장치나 레이더도 고성능 장비를 탑재한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긴급의무후송 헬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긴급의무후송 헬기는 일반기동헬기가 부여받은 긴급대기임무 중 하나인 긴급의무후송 임무를 맡은 헬기를 말한다. 현재 한국군은 UH-1H, UH-60 등에 기본적인 의무키트를 장착해 긴급의무후송 헬기를 운용 중이지만 악천후와 야간에 비행이 불가능해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후송이 부임무인 긴급의무후송 헬기와 달리 오로지 응급후송에만 이용되고 전문 인력이 전시를 대비해 응급후송 관련 집중 훈련을 받는다. 현재 한국에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없다. 필요시 119헬기나 미군 헬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방부가 도입하기로 한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량한 기종이다. 전시 임무는 전상자 응급후송, 의료진 운송, 의료물자 보급 등이고 평시 임무로는 대민지원에 관련된 응급환자 후송, 재난 구제, 민간 의료지원, 의료물자보급 등이 부여된다. 조종사 2명, 의료요원 3명, 환자 6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주요 의료장비로는 들것 지원장치, 흡인기, 의료용 캐비넷,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정맥 주입기, 외부장착 환자인양장치 등이 장착된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장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밀항법장치, 전방감시적외선장치(FLIR), 다기능레이더를 탑재한다. 




부처간 협의없이 예산부터 깎은 방위사업청

6월 열린 정책기획분과위에서 방사청은 8월말까지 국방부·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의 상호지원협의 종결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군에서 도입할 의무후송헬기가 평시에는 대민지원 활동도 하니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이 총 개발비 337억 원 중 절반인 169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방위사업청은 기획재정부에 개발비 절반을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예산 삭감이 다른 부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위사업청만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애초 예산을 삭감하려면 최소한 개발비 분담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한 차례라도 거친 뒤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입장을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은 방위사업청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협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개발비 분담에 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예전에 국방부 측에서 의무후송헬기가 도입되면 군인들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대민지원 목적으로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야 군이 이렇게 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119를 통해 군용 헬기를 동원하는 과정 등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개발비 분담에 관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분담할 의도가 있었다면 2013년도 예산에 군 의무후송헬기 예산이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개발비 분담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개발비를 일부 부담하라는 협의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운용 중인 헬기를 더욱 잘 활용하고 재난 구조용 헬기를 더 도입하는 게 목표지 군의 후송헬기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

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방위사업청은 타부처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단 예산부터 잘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위사업청에 예산 삭감이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진 일인지 질문했지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관련 부처간 협의회 주관을 국방부로 요청했으니 국방부로 확인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국방부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지의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 닥터헬기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의사가 직접 탑승해 현장으로 날아가는 ‘에어 앰뷸런스’인 닥터헬기는 현재 인천과 목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며 강원도와 경북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이미 응급 헬기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군용 의무후송헬기 사업에 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다. 구조헬기를 운영 중인 소방방재청도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의 경우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재난 구조헬기 추가 도입도 그리 순탄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타부처 예산이 투입되면 예산을 낸 부처에서도 헬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 군용헬기가 아니라 ‘공용’헬기가 돼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방위사업청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부수적인 임무에 불과한 대민지원 활동 때문에 사업을 아예 취소에 이르게 만드는 무리수를 던졌을까. 방위사업청에 직접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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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반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을 후송 중인 미 해병대. © USMC

방위사업청, “효율성 확보가 중요”

방위사업청에 타부처에 개발비 분담을 요구한 이유를 질문하니 “의무후송헬기를 군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운용 중인 항공의무후송 실적 고려 시 가동률 저하로 인한 비효율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항공의무후송 실적이 새로 도입할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가동률 저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이 답변에는 문제가 있다. 먼저 낮은 후송 실적은 실제 응급환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의무후송헬기의 뒤떨어진 성능 때문에 후송이 필요한 환자를 소화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현재 군에서는 노후한 일반기동헬기인 UH-1H 7대와 UH-60 3대에 임시로 최소한의 응급의료장비만 탑재해 의무후송헬기로 운용 중이다. 이 헬기들은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갖춰야할 야간 및 악천후 항법장비와 각종 생존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송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2008년 2월 19일에는 환자 후송을 마치고 돌아오던 UH-1H 의무후송헬기가 악천후로 인해 경기도 양평 용문산 인근에 추락해 탑승 장병 7명 전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추락한 헬기는 60년대 말에 생산돼 도태가 시급한 기종이었다. 육군 항작사 603대대 UH-60의 경우 2008년 전체 의무후송임무 실적이 겨우 2회에 불과할 정도로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매년 전방병원 응급실 환자가 2만 명 이상 발생한다. 이중 5,000여 명은 응급후송이 필요한 환자이고 1,500명은 헬기후송이 필요한 환자지만 의무후송헬기의 연간 후송실적은 50여 명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장병들이 헬기가 없어 제때 후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간 50여 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 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발언한 내용을 짚어보면 방위사업청이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임시회 당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은 노대래 청장에게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 또는 후송 시 처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예산이 다 반영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노 청장은 질문에 “군에서 의무후송헬기를 개발할 필요성은 알겠지만 환자 수가 연간 50명 정도밖에 안 나오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효율성 부분은 이미 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할 때 운용개념을 검토했고 국방연구원이 총사업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며 검증된 것들로 지금에 와서 방위사업청이 소요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노대래 청장의 답변을 두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도입하는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효율성으로만 판단하는 인식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대래 청장의 주장과 달리 의무사령부는 2008~2010년 응급환자 분석결과 군 병력 중 주요부대가 위치한 경기 및 강원지역에서 항공의무후송 잠재수요는 연평균 약 1,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산에 고려되지 않은 나머지 지역과 대민지원 요소까지 고려하면 의무사령부 예측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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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군은 119헬기의 협조를 받아왔기 때문에 군 의무후송 전용헬기도 대민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마련했다. 
개발비 분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타부처 개발비 분담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국방부, “예산 삭감없이 반영돼야”

의문스러운 점은 방위사업청이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의무후송 전용헬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타부처에서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국방비로 전액 부담하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던 방위사업청이 왜 반쪽짜리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을까. 

더욱이 지난 8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방위사업청이 예산을 제대로 올렸다면 2013년 예산에 반영해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고 타부처 예산에 군 헬기 예산이 반영된 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삭감안을 고수했다. 결국 기재부는 반쪽 예산을 부처 간 협의가 없는 비정상적인 예산으로 판단해 전액 삭감했고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방위사업청의 이러한 행태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고의로 사업을 지연 혹은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국방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개발비 분담을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다. 타부처와 의무후송헬기 대민지원에 관한 공동 활용 협약서를 체결한 바는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이들 부처에 개발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 국방부도 방위사업청처럼 타부처 개발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질문하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국방부에서 보건복지부 및 소방방재청과 공동개발의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공동개발이 불가능해 단독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3월 국방부 단독개발 필요성을 방위사업청으로 통보했다.”

국방부 측은 또 “의무사령부는 최초 총사업비 2,699억 원이 삭감없이 예산에 반영돼 원활한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방위사업청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입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방위사업청의 논리대로라면 해군 고속정도 부수적 임무로 응급후송과 같은 대민지원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고속정 개발에 타부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방부는 긴급 상황 발생 시 119헬기를 지원받아 장병 후송에 이용해왔지만 소방방재청에 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한 적은 없다. 이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재난구조 헬기 도입에 비용을 분담했다. 이제 와서 국방부가 이들 부처에 대민지원을 빌미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입장이 다른 부분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효율성 예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국방부는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 방위사업청과 달리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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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타린 코트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 육군의 의무후송헬기 © US ARMY


의무후송 전용헬기, 왜 한시가 시급한가?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현재 의무후송 전용헬기 12대를 운용하며 연간 680여 명을 후송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료와 주한미군의 의무후송 전용헬기 운용 실적을 종합해 판단할 때 우리 군 전체의 연평균 후송소요는 약 8,700명에 달하므로 효율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마지막으로 “장병의 생명보존은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 장비라는 점에서 볼 때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접근 방식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전투원의 생명 가치는 장비 운용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재단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700여 대에 이르는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 5위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헬기 가운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한 대도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직후에도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의무후송 전용헬기 지원을 직접 요청해야 했다. 또한 그 동안 군은 불가피한 경우 민간 헬기를 이용해왔지만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기본적으로 119헬기는 구조가 주목적이라 의료진이 동승하지 않을뿐더러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전국을 통틀어 한 대밖에 없다. 특히 접적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119헬기나 보건복지부 닥터헬기는 군 항법사가 동승하거나 선도 헬기가 붙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필요성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하나 공격형 무기체계가 아닌 장비에 인색한 한국군에게 있어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군에서 1년 동안 대대급 인원이 죽어나가던 90년대 초와 달리 연간 사망자 숫자는 140명대로 떨어졌고 전투원 하나하나의 생명가치가 여느 비싼 장비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한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군이 전투원의 생명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일선의 전투원들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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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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