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개는 유럽의 수렵채집인들이 탄생시켰다 생명건강

Robert_Wayne_Science_cover_Nov__15_2013_-prv.jpg » 가장 오래된 소형 수렵견 바센지(Basenji)를 모델로 한 '사이언스' 표지. 바센지는 가장 오래된 견종 가운데 하나이다.

 

농경사회 이전 수렵채취하던 시절

사람이 남긴 동물 사체 먹던 늑대들

사람 따라다니다 사람 세계로 편입

 

개는 언제부터 가축으로 길러졌을까. 개가 늑대에서 언제 어떻게 갈라졌는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인간의 또 하나의 가족, 개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1만8천년전 이전의 유럽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수렵채취로 먹고 살던 시절 유럽에 살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늑대를 길들이기 시작했으며, 이 늑대들이 이후 개로 진화해갔다는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의 생명과학자들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11월15일 발간된 과학저널 <사이언스>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연구를 이끈 이 대학 로버트 웨인 교수는 늑대들은 개와 가깝지만, 고대의 유럽 늑대들은 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으며, 이는 고고학적 기록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가장 오래전의 개가 발견된 곳이다.

앞선 연구에서 연구진은 3개의 현대 늑대 품종(중동, 동아시아, 유럽)과 2개의 고대 개 품종, 복서종 개를 비교 분석했는데, 그 결과 6개 중 어떤 것도 개와 가깝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지금은 멸종된 늑대들이 개와 좀더 가깝다는 일차적 결론을 얻었다.

이를 이어받아 이번 연구에서는 대부분 유럽에서 발견된 늑대 비슷한 동물 10마리와, 개 비슷한 동물 8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동물들은 대부분 수천년 전, 이 가운데 2마리는 3만년 전에 생존했던 것이었다.

연구진이 이 동물들의 미토콘드리아와 현재의 개 77마리, 늑대 49마리, 코요테 4마리의 미토콘드리아를 비교 연구한 결과 개는 유전적으로 유럽의 개 또는 고대 늑대와 한 그룹이며, 오늘날의 늑대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개는 유럽에서 생존하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 늑대로부터 나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131114142134-large.jpg » 미 일리노이주에서 발견된 8천년 전의 개 화석. (Credit: Del Baston)

 

현대 늑대들은 개로 진화한 늑대들과 관련 없어

 

웨인 교수는 늑대의 가축화는 그동안의 가설처럼 농경에 기반한 씨족공동체 발전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고대의 수렵채취인들에 의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늑대는 가장 먼저 가축화한 동물이며 지금까지 가축화한 육식동물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 돼지나 소 등 다른 동물들은 농업의 발전과 함께 가축화했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과 달리 매우 공격적인 습성의 늑대가 어떻게 가축이 됐는지는 그동안 의문점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수렵채집인들이 남겨놓은 죽은 동물고기들을 먹으면서 늑대가 점차 사람과 가까워지고 이후 사람과 함께 공동진화 과정을 밟아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늑대가 수렵채집인들을 따라다녔을 것이라는 추정은 개들에게서 보이는 유전적 다양성도 잘 설명해준다. 초기 인류의 이동 패턴을 따라 함께 이동해간 늑대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구역을 떠났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이 머물던 지역의 늑대와 교배하는 기회가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웨인 교수는 오늘날 북미 툰드라와 냉대림 지역의 늑대그룹에서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늑대들은 먼거리를 이동하는 기간 동안 육식동물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늑대들이 겨울에 툰드라에서 냉대림으로 돌아올 때 그들은 이동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늑대와 교배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것이 개가 늑대로부터 떨어져나와 가축으로 재생산해가는 모델이라고 봤다.

 

  다복.jpg » 현대의 개 품종은 4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털 깎은 요크셔테리어. 요크셔테리어는 겁이 없고 응석을 잘 부리고 자립심이 강한 견종으로 분류된다. 곽노필

 

개로 진화한 시기는 1만8천~3만2천년 사이

 

그동안 개의 기원에 대해서는 1만년 이전에 농업 발전과 연관돼 있는지 또는 그보다 이전에 발생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는 1만8천년과 3만2천년전 사이에 가축화했다. 연구진은 이 시기 유럽에는 곰 등 위험한 대형 육식동물들이 살고 있었으며, 당시 수렵채집인들을 따라다니던 늑대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접근을 알려주는 경보장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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