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봇시대, 시니어 의무교육은 대안이 될까 사회경제

nord4.jpg » 북유럽국들이 성인들의 업무 능력 재충전을 위한 시니어 의무교육제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덴마크의 단기 성인학교인 민중고등학교 수업현장. 유튜브 갈무리

 

급속한 기술 변화가 던진 새로운 화두

 

의무교육제는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잘 적응해 살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소한 이 정도의 교육은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다. 근대화 이후 도입된 의무교육제의 대상은 주니어들이다. 보다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사회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은 제 돈을 들여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한다. 그런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고등교육기관을 나온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 디지털과 바이오의 융합이 초래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와중에 사회는 고령화하고 있다. 고령자의 경쟁력이 사회의 경쟁력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시니어들이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가면서 생활할 수 있을까?
복지제도에서 앞서가고 있는 북유럽 나라들이 이런 고민의 일환으로 최근 시니어 의무교육제 도입 여부를 궁리하고 있다. 취학연령이 되면 모든 어린이들을 일제히 학교에 보내듯,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시니어들을 의무적으로 다시 학교에 보내 세월의 갭을 메워주자는 발상이다.

 

nord2.jpg » 시니어 의무교육제를 제안한 폴 닐슨 북유렵협의회 조사위원. 유럽엽합 집행위원회 제공


 

고령자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까

 

북유럽협의회(Nordic Council)의 폴 닐슨(Poul Nielson) 조사위원은 지난  6월에 발간한 <북유럽 지역의 직장생활:과제와 제안> 보고서에서 “우리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제안을 했다. 이 보고서는 협의회 회원국인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페로제도, 그린란드, 올란드제도에 각각 제출됐다.
닐슨의 제안에서 놀라운 점은 ‘의무적’(mandatory)라는 단어이다. 자신 역시 73살의 고령자이기도 한 그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은퇴자들의 지속적인 증가가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시니어 의무교육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고령화 추세와 함께 연금 수령 나이가 올라가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할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한다. 예컨대 예비 고령자들은 이전세대보다 5~10년 정도 더 일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로운 노동시장 수요에 맞게 자신을 재충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nord1.jpg » 북유럽에선 여름 시즌 다양한 정치 토론 행사들이 열린다. 보고서에서 인용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도 한몫

 

여기엔 노동시장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기업들은 파트타임, 프리랜서 같은 비정규적 고용 형태를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닐슨 보고서는 100명 이상의 인터뷰를 토대로  하청업체와 고용대리인을 이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각 개인이 시대 흐름에 맞는 역량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보고서는 이는 노동시장의 파편화로 이어져 육아휴직, 휴일수당 등 정규직에겐 당연한 권리들이 이들에겐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그런 사람들의 이익까지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도 못한다. 닐슨은 “그들은 온전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을 방치할 경우 이들은 비조직 노동자로서, 가난한 프롤레타리아로  끝날 위험이 있다. 특히 늙어가면서 그런 위험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nord3.jpg » 고령화 추세에 따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2010년과 2060년 인구 피라미드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인용

 

2060년 유럽인 셋 중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


2012년 노화에 관한 유럽연합 보고서를 보면, 시니어들에 대한 대책을 더 이상 미뤄놓아서는 안된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80세 이상 유럽인은 2010년 2370만에서 2060년 624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서 12.7%로 2배 이상 늘어난다. 더욱이 65살 이상 노인 인구의 42.5%가 80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인구의 30%, 즉 셋 중 하나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닐슨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100년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며 이제 시니어에게도 그 원칙을 적용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jonas-almedalen1.jpg » 지난해 여름에 열린 스웨덴 '알메달의 주' 정치 페스티벌. http://www.pfchange.org/2015/06/15/pfc-at-almedalsveckan-2015/


 

북유럽 여름 정치 페스티발서 토론 의제로

 

그는 자신의 제안서를 들고 현재 북유럽을 돌아다니며, 합의점을 찾기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북유럽에선 매년 여름철에 갖가지 사회 이슈를 두고 정치 페스티벌(Nordic political summer festivals)이 벌어진다. 6월 덴마크 보른홀름섬의 민중정치축제, 7월 첫주 스웨덴 고트란드섬에서 열리는 50년 전통의 여름정치세미나 행사 ‘알메달의 ’주’(Almedalsveckan), 핀란드 항구도시 포리에서 열리는 연례 공공포럼(SuomiAreena), 노르웨이의 아렌달 주간(Arendal Week) 등이 그런 정치토론 행사들이다. 그의 토론 여행은 9월초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끝이 난다. 그는 “학습기간을 어떻게 할지, 한번으로 끝낼지, 두번으로 할지, 내용은 어떻게 구성할지 등 모든 구체적인 사항은 토론 대상”이라며 “확실한 건 토론에 던져지는 화두는 ‘교육이 의무사항’이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11월 노동장관들 공식 논의…어떤 결과 나올까

 

성인교육은 사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덴마크를 비롯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민중고등학교 시스템이 있다. 이 학교는 시험이나 리포트에 대한 부담 없이 역사, 과학, 문학, 수학 같은 과목을 짧은 기간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공부 그 자체보다 자기계발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시인이자 작가, 철학자인 니콜라이 그룬트비히(Nikolaj Grundtvig)가 19세기 중반 영국의 전통적인 기숙학교에서 영감을 얻어 창시한 교육기관이다. 애초엔 농민 등 중·하위층 사람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했지만, 지금은 일반 성인들을 위한 단기 교양 교육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교육기간은 2개월에서 최대 1년이다. 닐슨의 제안은 이런 전통을 북유럽의 기본 교육 시스템으로 격상시키자는 제안이라고도 하겠다.
북유럽 노동담당 장관들은 오는 11월 한데 모여 그의 보고서를 놓고 집중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토론 내용은 한국을 비롯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토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의 제안을 도입할지 거부할지 유보할지는 각 나라의 몫이다.
닐슨 자신은 학교로 돌아간다면 뭘 공부하고 싶을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73살이다. 나는 노동시장 연구에 관심이 있다(농담). 실제론 사진, 그리고 이미 내가 익혀 놓은 원예기술을 더 배우고 싶다.”

 

출처
http://qz.com/724166/nordic-politicians-are-debating-making-school-mandatory-for-old-people/
보고서 원문 보기
http://norden.diva-portal.org/smash/get/diva2:934717/FULLTEXT01.pdf
https://euobserver.com/nordic/134187
2012년 유럽의 노화에 관한 보고서
http://ec.europa.eu/economy_finance/publications/european_economy/2011/pdf/ee-2011-4_en.pdf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j-0nEn0IuMw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