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된 안보 신상품, ‘탄도미사일 방어’ 기고

 

3_rits.jpg 

 

북한이 조금만 이상한 짓을 해도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안보 지상주의자들은 항상 새로운 발명품을 내놓는다. 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아주 비싼 상품들이다. 북이 13일에 로켓을 발사하자 이미 예상된 바와 같이 이들은 ‘탄도 미사일 방어’라는 한국 안보의 신상품을 사달라고 투정을 부리고 있다. 이지스함 확충, 요격미사일 SM-3와 PAC-3, 그리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참여에 소요되는 조 단위 돈 타령이다. 예전에 내 아들이 어렸을 때 옆집 아이가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자기도 사달라고 떼쓰고 졸랐다. 여느 부모들처럼 필자도 이를 이기지 못하고 지갑을 열어야 했다. 우리 사회의 안보론자들은 주로 돈으로 싸 바르는 신상품 구매에 매우 충동적이고 탐욕적이다. 이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뭘 사야한다고 몰아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국민은 지갑은 열어야 한다. 그러고도 계속 이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웃 나라는 항공모함을 갖고 있고, 또 어떤 나라는 스텔스기를 가지고 있다는 둥 계속 궁시렁거린다.   

항상 그래왔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여론은 해군이 연안방어도 소홀히 하면서 대형 수상함 위주의 대양해군이나 기동전단 만들자는데 대해 싸늘하게 반응했다. 기본에 충실하지도 못한 군이 선진국도 비싸서 엄두를 못내는 무기가 없어서 안보를 못한다는데, 이런 투정에 기가 질릴 대로 질렸던 터였다. 그래서 잠시 자제를 하는가 싶더니 아덴만에서 우리 청해진함이 해적을 퇴치하자 원양 작전에 구축함이 필요하다며 해군 마케팅을 전개했다. 아덴만의 영웅 만들기는 아주 상품성이 뛰어나서 해군의 충동구매를 자제시키는 빗장을 풀어주는 묘약이었다. 그러더니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는 문제가 나오자 이번에는 ‘남방 교통로 보호’라는 또 하나의 신상품을 들고 나왔다. 폐기했던 대양해군이라는 용어도 다시 들고 나왔다. 도대체 연안방어도 힘겨운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남방교통로 보호가 절체절명의 안보과제였던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말라카 해협을 거쳐 서해에 이르는 6000km 길이의 남방교통로는 한반도 해역의 수백 배에 이르는 세계에서 제일 길고 넓은 해역이다. 이걸 한국 해군이 뭘 보호한다는 것이며, 지금 당장 보호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소리다. 이걸 말하는 사람들조차 그 뜻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순전히 제주도 해군 기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명된’ 안보 상품이다. 

그러더니 북한 미사일 발사로 탄도미사일 요격기능을 보유한 기동전단의 보유가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이제는 북의 이것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무너질 판이라는 식이다. 봄맞이 바겐세일이라도 만난 것처럼 미사일방어 무기의 카달로그를 뒤적이며 벌써부터 돈 쓰자고 난리다. 그러면 이게 없으면 우리나라 안보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가?

불행하게도 북의 장거리 미사일을 논하기에 앞서 이미 한국 영토의 전역은 북한의 스커드, 노동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 지 오래 전 이다. 그런 미사일 말고도 북한의 야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의 불바다를 만들 능력을 갖고도 남는다. 포와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서 언제든 한반도는 공멸의 전쟁 위기에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장거리 미사일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해서 새삼 안보가 더 위태로워 질 것도 없다. 장거리 미사일이 위협이 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만 해도 2차 대전 이후에 영토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협박받은 것은 북의 장거리 미사일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일본이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초보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는데, 2008년에 국방부는 11조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러고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과 유지관리를 위해 수천억원, 어쩌면 수조원을 책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미사일방어다. 처음에는 몇 가지 무기만 구매하면 될 것 같아 한 발 두 발 빠지다 보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더 치명적인 것은 천문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실제로 야전의 전투원이 필요로 하는 기본전력은 더욱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이 그런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80년대 말에 레이건이 별들의 전쟁으로 알려진 탄도미사일 요격 구상, 즉 전략방위구상(SDI)을 한다고 한 지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런데 우주에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고도 아직도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할 수 있는 무기가 나왔는지, 우리는 그 검증기회에 참여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레이건이 당시 천문학적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완성하지 못한 미사일방어 때문에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로 돌아 서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된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일본의 경우도 미국의 권유로 미사일방어에 참여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조차 탐지하지 못하고 허둥대지 않았는가? 미사일방어의 핵심은 '초기 발사단계(boosting phase)'에서의 탐지다. 이 단계에서 발사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면 이미 가속이 붙은 '중간궤도단계(midcourse phase)'에서의 요격이란 더 어려워진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탐지조차 못하는 일본 시스템은 도대체 미사일방어라는 것이 돈을 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도대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요격할 것인지, 수십조 엔을 지출한 일본은 깨닫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못 미사일방어를 추진했을 때의 위험성이다. 그렇다면 미사일방어는 더 신중히, 더 천천히 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공연히 중국까지 건드려서 외교적 불이익까지 감수하느니 차라리 한 동안 안한다고 선언해버리는 것이 더 좋다.

그걸 떠나서도 무슨 국가의 안보정책이 사건 하나로 인해 송두리째 바뀔 정도로 경망스러워야 한단 말인가? 언제는 연안방어에 집중한다고 하더니, 1년이 지나면 구축함 위주로 가야한다고 슬며시 바뀌고,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내놓고 대양해군이고 기동전단이다. 그렇게 동네 축구마냥 우르르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안보정책이야말로 북한에 끌려 다니며 이용당하기 딱 좋은 것 아닌가? 지금 군을 보면 북한이 휘젓는 센터포드에 우르르 쫓아가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현 정부가 안보라는 걸 하기 때문에 지난 몇년 간 우리의 군사대비태세는 흔들려왔을지언정 강화된 것이 없다. 국방비가 무슨 백화점 베겐세일마냥 장난감 사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나 군의 구미에 당기는 오락도 아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