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원격 살인’ 무인기 작전 논란

손쉬운 살인, 가벼워진 전쟁, 무거워진 논란

오바마 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의 무인기(UAV) 사용이 폭증했다. 무인기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비용도 적게 드는 데다가 아군의 인명 피해는 영(0)으로 수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살인이 손쉬워지자 여러 가지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무인기도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2009년 12월 10일,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취임한지 1년이 지나지도 않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오바마도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수상자 발표가 난 직후인 10월, "솔직히 나 자신도 이 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를 '행동의 촉구(a call to action)'로 받아들이고 상을 받기로 한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오바마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며칠 후, 미국은 예멘에서 최초로 무인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그러나 이 공식 명칭보다는 드론(drone)이란 표현이 즐겨 사용된다)가 투입된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이 예멘 남부의 한 시골 천막촌을 강타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알카에다의 조직원을 노린 이 공습으로 14명의 여성과 21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그러나 이후의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들 중 알카에다와 분명한 연계가 있던 사람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이 작전을 최종승인한 사람은 바로 그 전주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존 브레넌 대테러 보좌관. 브레넌은 무인기 작전을 적극 옹호하는 인사 중 하나이다. ⓒ Pete Souza/White House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무인기 사용 급증

  무인기를 사용한 공습은 2004년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되었지만 2009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급증했다. 글로벌포스트(GlobalPost)에서 2011년 작성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까지는 연 40회를 넘지 않았던 무인기 공습이 오바마 취임 1년 후인 2010년에는 2009년의 두 배가 넘는 연 120회 이상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2004년~2010년 무인기 공습 통계 ⓒ Peter Gelling, Nicholas Dynan/GlobalPost

  오바마 정부가 무인기를 애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운영에 드는 비용이 파일럿이 탑승하는 기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일럿은 실제 작전 수행 구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기지에서 원격으로 무인기를 조종하므로 아무런 위험 부담이 없다. 여론과 예산의 부담을 지고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만큼 구미가 당기는 대안이 없다.

"살인이 너무 쉬워진다"

  그렇지만 전쟁 수행의 부담이 덜어지면 그만큼 더 아무렇지도 않게 전쟁을 감행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반전운동 단체인 '코드 핑크(Code Pink)'를 창설한 미국의 저명한 활동가 미디 벤자민(Medea Benjamin)은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무인기로 인해 미국인들이 전쟁에 무감각해질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무인기가 가져오는 가장 큰 윤리적인 문제는 살인을 너무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인기가 가져오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살상이 쉬워진 만큼 그에 따르는 정치적, 윤리적인 논란은 가중되었다. 예멘, 파키스탄 등지에서 벌어지는 무인기 공습을 실행하고 있는 CIA가 공습 후 결과 보고에서 공습 지역에 있던 노인과 어린이를 제외한 모든 남성들을 다 뭉뚱그려 테러조직의 '전투원(combatant)'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에 보도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 커다란 부담이 없으니,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도 곧바로 공습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어디에...

  여기에는 다소 미묘한 문제도 얽혀 있다. 알카에다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안와르 알올라키(Anwar al-Awlaki)는 지난 2011년 9월말 예멘에서 CIA의 무인기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사실 알올라키는 미국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였다는 게 논란이 되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집단의 조직원이라면 체포, 구금 후 법에 의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적법한 절차(due process)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5조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알올라키의 살해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일까? 오바마 정부의 무인기 운용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크게 지핀 <뉴욕타임스>의 '살생부(kill list)' 기사에 따르면, 미 법무부의 법률자문국(OLC: Office of Legal Counsel)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 내부의 숙의(internal deliberation)를 거치면 적법한 절차’라는 의견서를 준비했다고 한다. <뉴요커>지는 이를 두고 "다시 말하자면, 그냥 오바마가 생각을 해보기만 하면 적법한 절차가 된다는 뜻"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08년 이라크의 알리 공군기지에서 MQ-1 프레데터 무인기를 조종하고 있는 영국 공군 소령 ⓒ U.S. Air Force

  지금과 같은 무인기 사용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시 시절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Michael Hayden)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방식은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당성에 의존하는 것이라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며 "민주주의는 법무부의 금고에 들어있는 의견서에 기반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요커>는 무인기를 사용하면 우리측의 군인들이 다치는 것은 피할 수 있겠지만, 전쟁과 평화에 관한 논의를 공론장에서 끌어내 '(정치의) 어두운 곳'으로 옮겨놓게 될 것을 우려했다.

  만약 알올라키가 국가에 대한 직접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그를 살해하는 것 이외에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면, 국가무력을 동원하여 그를 살해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알올라키가 알카에다의 핵심인물이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보통 이러한 경우는 전시에만 인정이 되는데, 미국은 파키스탄이나 예멘과 전쟁 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에 무인기 작전의 또다른 문제가 얽혀 있다.

“국제법 체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주최로 열린 제네바의 한 컨퍼런스에서 유엔 조사위원인 크리스토프 헤인스(Christof Heyns)는 미국의 무인기 '표적살해(targeted killing)'가 2차세계대전 이후로 국제법 체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CIA에 의해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서 실행되는 표적살해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비슷한 방식의 작전 실행으로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또한 헤인스는 무인기에 의한 1차 공습 이후에 다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2차 공습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전쟁범죄(war crime)’에 해당한다며 미국을 강렬하게 비판했다.

  같은 컨퍼런스에서 또다른 유엔 조사위원인 벤 에머슨(Ben Emmerson)은 전쟁구역이 아닌 곳에서 공습을 가한 미국이 스스로 그 실상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유엔이 조사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무인기 공습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국제법 체계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공군기지에서 MQ-9 리퍼 무인기를 조종하고 있는 미 공군 장병들 ⓒ U.S. Air Force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오바마 비판

  심지어 전임 미국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 선배이기도 한 지미 카터마저도 '미국의 부끄러운 인권 상황'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오바마 정부의 무인기 작전을 비판했다. "무인기에 의해 사망한 남성은 모두 적 테러리스트로 발표되는 자의적인 규칙 적용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던 무고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사망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전쟁지역이 아닌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기의 사용은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기를 제조하는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은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자국의 영공에서도 무인기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해 달라고 정부와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15년까지 미국 영공 내에서 정부 목적은 물론이고 상업적인 용도로도 무인기 비행이 가능하게 할 것을 미 연방 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에 주문했다. 정부와 군대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무인기 이용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여, 페덱스의 창립자 프레드 스미스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무인기를 자사에 도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15년에는 미국 영공도 날게 돼

  하지만 무인기가 야기하고 있는 문제는 정치적, 윤리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인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무인기 개발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6월 11일에는 미 해군이 시험운용 중이던 RQ-4 글로벌 호크가 매릴랜드주를 비행하다가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다. 늪지대에 추락하여 아무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무인기가 미국 본토에서 추락한 사건은 무인기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크게 자극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사건 이후 블룸버그에서는 자체 집계를 토대로 미 공군 전력 중 가장 사고가 많은 기종이 바로 대형 무인기들이라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노스롭그루먼의 글로벌 호크, 그리고 제너럴 아토믹스의 프레데터와 리퍼가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 공군 전력 기체들의 평균 사고 발생 건수가 10만 시간 비행시 3.03건임에 반해 이들 세 기종은 9.3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2015년부터는 무인기들이 미국의 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될 것인데 무인기들이 가장 사고 발생이 많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개발 시험 중에 있는 미 해군의 무인기 X-47B ⓒ Northrop Grumman Corp.

사고율은 평균의 3배... 전자전에도 취약

  무인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므로 전자전의 위협에도 쉬이 노출되어 있다. <폭스뉴스>는 지난 6월말, 텍사스 주립대의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GPS 스푸핑(spoofing) 기기로 비행 중인 무인기를 말그대로 '하이재킹'하는 시연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GPS를 사용한 전자전 기법은 교란(jamming)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GPS 교란장치(jammer)는 미국의 경우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이란이 미국의 최신예 무인기인 RQ-170을 나포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으나) GPS 교란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S 교란으로 방향감각을 잃은 무인기가 자동착륙을 하였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스푸핑은 이보다 훨씬 발달된 기술이다. 기체에 내장된 내비게이션 컴퓨터를 가짜 신호를 통해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장비는 단돈 1천 달러로 만든 것으로, 위성에서 나오는 GPS 신호보다 더 강력한 신호를 무인기에 쏴서 무인기의 GPS 시스템에 침투한다고 한다.

  군용 무인기의 경우에는 암호화된 신호를 주고 받기 때문에 GPS 교란이나 스푸핑에 보다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2015년말부터 미국의 영공을 날게 될 민간 무인기들은 대부분 암호화가 되지 않은 GPS를 쓰게 된다. 스푸핑으로 '하이재킹'이 가능한 무인기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텍사스 주립대 연구소의 토드 험프리스(Todd Humphreys) 교수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페덱스 택배를 운반하고 있는 무인기를 사로잡아서 미사일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9/11 테러리스트들이 생각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며 무인기 보안의 취약성에 대해 경고했다.

국제시장 노리는 방산업체들, 수출 규제 완화 목높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기를 개발하는 방위산업체들은 대형 무인기의 수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정부에 로비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해외 전력을 철수시키고 국방 예산을 감축함에 따라 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수출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1987년에 체결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에 의해 탄두중량 500kg 이상 적재가 가능하고 비행거리 300km를 초과하는 무인항공기 기술 수출이 제한되어 있다. 

  항공우주 관련 연구기관인 틸 그룹(Teal Group Corp.)은 전세계적으로 무인기 관련 시장 규모가 십 년 후에는 현재의 66억 달러에서 114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틸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필 피네건(Phil Finnegan)은 "업체들도 미국 정부의 수요는 그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성장세는 크게 확대될 것이며 특히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수요의 급증이 예상된다"고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업체들을 더 애타게 만드는 것은 미국이 MTCR에 의해 수출 규제가 걸려있는 사이에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참고로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가입했다) 국가들이 국제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아제르바이잔, 인도, 에콰도르 등에 무인기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또한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무인기의 수출 확대는 테러리스트들이 무인기 전력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또한 원격으로 조종 가능한 살상 무기의 수출 확대는 세계의 곳곳의 분쟁지대에서 무인기의 사용을 급증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하워드 버먼 의원은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수출이 중요"하다면서 오바마 정부는 외국에 대한 기술 수출에 대한 제약의 완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제논리에 안보와 국제평화에 대한 논의가 질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오바마와 ‘정의로운 전쟁’

  오바마는 2009년의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정의로운 전쟁론'에 할애했다. <뉴욕타임즈>의 '살생부' 기사에서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오바마가 직접 목표물 선정에도 관여하고 살상 작전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린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전쟁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오바마는 그러한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무인기 작전이 '정의로운 전쟁론'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숱한 의문과 논란이 있겠지만, 논란의 핵심이 될 이 '원격 살인'에 대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직접 그 책임을 수용하려는 모습은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로서 존경할 만하다. 국가의 지도자가 구원(舊怨)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국가와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데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유 중에 은밀히 처리하려 했다가 대내외적으로 망신을 산 경우를 최근 목격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특히 그러할 것이다.

  중세 기독교의 철인들이 논한 ‘정의로운 전쟁론’의 핵심도 그러하다. 조지타운 대학에서 법과 철학을 가르치는 데이빗 루반(David Luban) 교수는 7월초 <보스턴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중세 교부들의 정의로운 전쟁론의 핵심은 ‘전쟁 또한 도덕적 판단의 적절한 대상이며 지도자는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 따르는 책임을 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전쟁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예멘의 젊은 민주화 운동가 이브라힘 모타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예멘에서의 무인기 작전이 오히려 적들을 더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인기 공습은 더 많은 예멘인들로 하여금 미국을 증오하고, 극단적인 무장단체에 가입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절망과 복수의 감정으로 움직인다... 2009년 당시 알카에다(AQAP)의 세력원은 수백에 불과했고 지배하는 지역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최소 천 명의 멤버와 상당한 규모의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까지 무인기를 무척 요긴하게 사용하여 왔다. 예산의 절감이나 아군 위험 부담의 감소가 바로 그 이유이자 결과이다. 그러나 과연 무인기 작전은 전세계의 비난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투키디데스의 고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이에 대해 반추해 볼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아테네는 중립을 유지하고자 하는 섬나라 왕국 밀로스에게 자신들에게 항복하고 공물을 바치거나 또는 아테네의 강성한 군대에게 짓밟히는 쪽을 택할 것을 강요한다. 밀로스의 지도자들은 아테네가 자신들을 가혹하게 대하면 다른 중립국들로 하여금 아테네에 반발하게 만들 것이라 설득했으나 결국 아테네의 군사는 밀로스의 남성들을 모두 죽이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테네의 잔혹함과 오만함은 즉각 인접국들의 반발을 샀다. 그리고 이들과 연합한 스파르타는 아테네를 격파했고, 아테네는 결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없었다. 미국은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다시 그 역사를 되풀이 하게 된다”던 자국의 위대한 철학자 산타야나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수빈 기자  subin.b.kim@gmail.com

위 글은 <디펜스21+> 8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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